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78
79
078. 첫 번째 튜터 선생님(3)
유니폼 팔이.
말 그대로, 유니폼 판매를 위해 영입된 선수를 일컫는 단어다.
보통 아시아 선수들을 비꼬는 말이기도 한데, 워낙 아시아 시장이 크다보니, 유럽의 명문구단에서 아시아 선수를 영입하면 실질적으로 유니폼 판매량수가 증가하곤 한다.
프리 시즌에 아시아투어를 나서는 것도 같은 이치.
다른 예로, 스타플레이어의 유니폼 판매량도 엄청나다.
특히 호날두 같은 경우에는 유니폼 판매량이 팀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
즉, 스타성과 아시아인이라는 인종은 유니폼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다.
우호영이 모두 가지고 있는 요소이기도 했다.
물론 호영이 레알 마드리드의 일원으로서, 아직 대중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준 적은 없으나 팬들은 벌써부터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플로렌티노 페레즈 또한 마찬가지.
몇 년 뒤, 그 소년이 하얀 유니폼을 입고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뛰어다닐 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짜릿했다.
호영이 좋은 성적만 거둔다면 필시 유니폼 판매량이 전례 없는 상승곡선을 그리게 될 테니까.
페레즈는 새해를 기념하는 ‘New Year’s Lunch’ 축하연에 참여하기 위해 노에드 호텔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구단의 보드진과 자랑스러운 선수들이 페레즈를 맞이하였다.
“어서들 자리하지.”
축하연은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팬들에게 새해 축하를 알리는 기념사진 촬영까지 끝마친 뒤에는 거대한 홀에서 식사시간을 가졌다.
페레즈가 앉은 원형테이블은 연령대가 상당히 높았는데, 후안 로페스(Juan Lopez) 감독이 왼쪽에, 그리고 오른쪽에는 백발의 노인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Alfredo Di Stefano)가 자리하였다.
남은 자리는 고위인사들이 채웠는데, 말끔한 슈트를 갖춰 입은 축구선수도 한 명 끼어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주장.
라울 곤잘레스(Raul Gonzalez).
경영진 테이블에 자리한 선수로서는 그가 유일했다.
그의 구단 내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그때, 페레즈의 음성이 그쪽으로 향했다.
“올해도 힘들겠지.”
그 말에 후안 감독이 입을 꾹 닫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현재 시즌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6패를 기록하여, 리그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바르셀로나에 한참 뒤처지는 실정이었다.
이대로라면 올해도 리그 우승은 물 건너간 셈.
그렇기에 후안 감독으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라울은 결의에 찬 모습을 내비쳤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우승만을 위해 달려갈 것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라울은 팀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신년이라 그런지 그게 더욱 돋보였다.
“Los Blancos(하양)은 죽지 않습니다.”
“그래. 가장 중요한 챔피언스 리그가 남아있지.”
부진한 리그성적에 가슴이 답답했던 페레즈는 그제야 안색이 좀 밝아졌다.
‘이런 사나이라면, 그 애송이에게 하양의 정신을 주입시킬 수 있겠군.’
이 시각 이후로, 라울은 우호영의 튜터 선생 후보로 떠오르게 되었다.
구단에서 가장 충성심이 높고 프로의식이 투철한 선수이기에, 페레즈의 부탁이라면 유감없이 들어줄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시간이었다.
라울은 아직 20대, 호영을 가르칠 시간은 얼마든지 남아있었다.
허나 다른 선수들은 얘기가 달랐다.
특히 은퇴를 앞두고 있는 선수들.
페레즈의 시선이 오른쪽으로 향했다.
9인용 원형테이블에 자리한 1군 선수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베컴, 카를로스, 지단, 호나우두, 구티, 카시야스, 엘게라, 호비뉴 등······.
이 선수들의 몸값을 합치면 이곳 호텔을 매입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중에서도 페레즈는 유독 한 선수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었다.
‘저 친구가 낫겠어.’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은퇴할 예정인 선수가 있었다.
그런 면으로 보아, 그가 단연 1순위였다.
하지만 당장 급할 것은 없었다.
어차피 지금은 챔피언스 리그와 라 리가 병행으로 한창 바쁠 시기였기에, 튜터 시스템을 운영하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리 스케줄만 잡아놓을 생각이었다.
“실례하지.”
이윽고 식사를 마친 페레즈가 선수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평소에도 워낙에 교류가 많다보니 페레즈를 어려워하는 1군 주전멤버는 딱히 없었다.
특히 페레즈는 그 사내와 매우 각별한 사이였다.
페레즈가 그에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자네, 은퇴하기 전에 후계자 하나 만들어놔야지.”
학교, 집, 훈련장, 집, 원정.
호영은 이 무한의 굴레에 금세 적응하였다.
장시간 버스를 타고 원정길에 나서야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브라질의 어마어마한 땅 덩어리에 비하자면 스페인은 세 발의 피 수준이었다.
면적뿐만이 아니다.
경기수도 한 시즌에 40경기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여유로웠다.
물론, 빡빡한 브라질 리그를 겪어온 호영이나 여유롭게 느끼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대신,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스페인 유소년축구 연맹은 특별히 유소년 훈련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이었다.
보호목적으로 어린 선수들의 훈련시간을 하루에 90분으로 통제하는 잉글랜드보다는 훨씬 자유로웠다.
호영은 그 점이 좋았다.
어차피 후베닐C-B 리그에서는 탐할만한 재능이 그리 많지가 않았기에, 개인훈련에 집중하는 편이 나았다.
사실 스페인의 축구철학은 프로가 목표가 아니라 행복이 목표라는, 언뜻 들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이상일뿐, 현실과는 괴리감이 컸다.
유소년이야 누구나 될 수 있지만 프로로 향하는 관문은 좁디좁았으니까.
브라질보다 치열하면 치열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았다.
유소년과 프로.
후베닐C(U16)에서 후베닐A(U18).
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이들은 행복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축구가 업(業)이 된 이상, 그것은 더 이상 놀이가 아닌 전쟁이었다.
당연히도, 그 틈바구니 사이에서 행복하게 즐길 줄 아는 이는 드물었다.
한치 앞의 미래도 확신할 수 없는데, 어떻게 축구를 즐길 수 있을까?
즐기려면 확신이 있어야 한다.
자신에 대한 확신.
믿음.
그리고 실력.
우호영이 불과 세 달 만에 상위팀으로 월반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믿음과 실력 그리고 확신.
그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고 있었으니까. 호영은 지난 3개월 동안, 12경기에 출전하여 18골을 기록하였다.
이에, 보드진은 호영의 수준이 리그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여 그를 후베닐B(U17) 팀으로 승격시켰다.
후베닐은 팀 간의 선수이동이 언제든 가능했기에 문제될 것도 없었다.
이로써 호영은 본인의 나이보다 다섯 단계 높은 팀으로 월반한 셈이었다.
많게는 5살 많은 선수들과 뛰어야 하지만, 이미 페루 월드컵에서 그것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호영이다.
체력부족은 경기 출장 수를 조절하면 되는 문제.
호영이 그린 밑그림대로, 모든 것이 순리대로 이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완성될 즈음엔, 완전체가 된 모습으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입성하게 될 것이다.
2006년 5월 초.
리그 챔피언이 일찌감치 결정되었다.
작년 발롱도르를 받은 호나우지뉴의 맹활약으로 시즌 내내 선두를 지켜온 FC바르셀로나가 그 주인공이 되었다.
더구나 그들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에 따라 마드리드는 처참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친구가 잘되면 배 아픈 걸로 끝나지만, 원수가 잘되면 오장육부가 뒤틀린다고, 챔피언스 리그 16강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레알 마드리드는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그 많은 돈을 들여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하고도 이 모양이니, 세계 축구 팬들의 조롱거리가 되기 딱 좋았다.
후안 감독은 경질의 대상이 된지 오래였고, 페레즈는 이미 후임 감독을 알아보고 있었다.
페레즈 회장까지 경질된다는 소문이 떠돌았지만, 보드진은 우호영의 영입 건을 앞세워 여론을 잠재우는 데 사력을 다했다.
그 시각 호영은 후베닐B에서도 어김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초반에 살짝 주춤하나 싶더니, 금세 적응해버리고는 리그를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어갔다.
14살이 된 호영에게 U17은 더 이상 옛날의 높은 벽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스페인 리그가 타 리그에 비해 판정이 깐깐하다 보니, U17월드컵이나 몽테규 대회 때만큼이나 거친 몸싸움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거구의 수비수들만 아니면 호영의 실력이 제대로 발휘되었다.
다만 지구력의 한계로, 모든 경기에 출장할 수는 없었다.
그 결과 후베닐 리그 제11그룹에서 5경기 7골이라는 환상적인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동시에 우호영에 관련된 소식이 스페인 전역에 널리 퍼져갔다.
그중에서도, 바르셀로나를 기반으로 하는 ‘돈 발롱(Don Balonn)’ 잡지사가 유독 호영에게 집착을 보이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우호영이 미래 문제로 보드진에게 면담을 요청하다.] [우호영, 레알 마드리드와의 미래 불확실. 바르셀로나가 러브콜을 보낸 것이 원인?] [바르셀로나는 우호영에게 러브콜을 끊임없이 보내고 있으며, 가능하다면 바르셀로나 후베닐A의 ‘지오반니 도스 산토스’와 ‘우호영’을 트레이드하고 싶어 한다.] [우호영은 마드리드의 날씨에 유감을 표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보드진은, 그가 바르셀로나로 온다면 근사한 선글라스와 수영복을 선물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우호영은 답답한 도시보다 모래사장과 해변이 펼쳐진 바르셀로나에서 살기를 원한다.] [우호영, 바르셀로나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어.] [우호영, 호나우두는 뚱뚱해서 싫어.] [우호영은 호나우두보다 호나우지뉴를 더 좋아한다며 메시처럼 하루 빨리 라 리가에 데뷔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호영은 마드리드보다 바르셀로나 출신의 여자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다.]그들은 ‘우호영’과 ‘바르셀로나’라는 키워드를 넣어서 수도 없이 많은 찌라시 기사를 내보냈다.
특히, 호나우지뉴의 사생활을 캐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 칼럼니스트 ‘La Saeta Oscuro’이 호영에게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맞서, 레알 마드리드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마드리드의 마르카(Marca) 타블로이드사가 대응 기사를 내놓았다.
[우호영은 이미 마드리드 ‘알부데나 묘지’에 누울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죽어서도 마드리드를 떠나지 않을 거라는 각오를 온몸으로 보이면서 마드리드 팬들에게 기쁨을 안겨주었다.] [우호영은 해변가에서 살 수 없다. 축구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수영하는 법을 까먹었기 때문이다.] [우호영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루이스 피구. 바르셀로나에서 탈출한 ‘역사적인 결정’을 해냈었기 때문.]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의 팬이 아닌 중도의 입장이라면,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작 당사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주위에서 싸움을 부추기는 꼴이었다.
그도 그럴 게, 스페인에서는 16세가 되기 전까지 바이아웃 조항을 삽입할 수 없기에, 호영의 마음만 되돌린다면 바르셀로나에서 언제든 그를 데려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호영은 성장에만 집중하였다.
일단 최대한 빠르게 프로로 올라가야 했으니까.
그리고 오늘.
후베닐A와 후베닐B의 연습시합이 있었는데, 유소년 실무진과 지도자들이 참관하여 선수들의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호영으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후베닐A로 빠르게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름 날리는 유망주들은 죄다 후베닐A에 있어.’
진정한 뷔페라면 바로 그곳.
그렇기에 빠르게 올라가야 했다.
빠르면 앞으로 1년.
올라갈 준비는 모두 끝났다.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
호영은 그동안 관리한 재능을 확인하며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였다.
[우호영]보유재능
-축구신동(S-)
-폭풍드리블(SU)
-부동의 바위를 두르는 단단함(U)
-축구황태자의 플레이메이킹(U)
-중원사령관의 다재다능(U)
-천재적인 드리블(A+3)
-람보르기니 뺨치는 빠른 다리(A+3)
-뛰어난 전술이해도(A+2)
-허를 찌르는 공간침투(A+2)
-조각미모(A+)
-창조적인 개인기(A+)
-칼날처럼 매서운 판단력(A+)
-정교하고 빠른 킥(A)
-불타오르는 투지(A)
-강철 같은 육체(A)
-월등한 유연성(A-)
-천재적인 축구지능(A-)
-확실한 골 결정력(A-)
-날카로운 예측력(A-)
-환상적인 위치 선정(A-)
-(더 보기)
-고루 잡힌 바디밸런스(B+3)
-뛰어난 패스(B+3)
-틈을 파고드는 묵직한 중거리 슛(B+3)
-탄탄한 기본기(B+3)
-간결하고 섬세한 볼 터치 감각(B+3)
-현혹적으로 화려한 발재간(B+3)
-강인한 체력(B+2)
-뛰어난 민첩성(B+2)
-꾸준한 오프 더 볼 무브먼트(B+2)
-풍부한 활동량(B+2)
-꽤나 위협적인 바디페이크(B+2)
-단숨에 잘라버리는 볼 커팅(B+2)
-타고난 언어감각(B+)
-뛰어난 연계플레이(B+)
-활짝 열린 성장판(B+)
-흑인의 타고난 근육(B+)
-간결하고 정확한 프리킥(B+)
-뛰어난 침착성(B+)
-신속한 방향전환(B+)
-날카로운 크로스(B+)
-기습적인 힐 찹(B-)
-깔끔한 퍼스트 터치(B-)
-뛰어난 헤딩(B-)
작년 몽테규 대회로부터 근 1년 만에 이룩한 대성과.
C급은 모두 승급시켜서 전이하였고, B급도 계속해서 관리 중이었다.
아직도 상당히 많이 남았지만, 앞으로 1~2년이면 1/3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많이도 모았네.’
현재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중, 호영의 재능에 비교될만한 선수는 없었다.
그나마 있다면, 후베닐A팀의 주장.
오늘 상대하게 될 레알 마드리드의 특급유망주였다.
‘역시 이름값 하는구나.’
체격이 크지는 않지만, 곧 프로에 데뷔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보유한 선수였다.
푸른 눈이 인상적인 그 소년이 악수를 건네왔다.
“잘 부탁한다.”
그 모습이 관중석의 주목을 끌어모았다.
중앙에 떡하니 앉아있는 페레즈 회장이 말했다.
“잘 보고 결정해주게.”
“예.”
짧고 굵은 대답만으로 카리스마를 풀풀 풍긴 그는 호영의 튜터 선생 제1후보였다.
‘느닷없이 튜터링이라.’
튜터링도 마음이 맞아야 하는 거지, 한다고 해서 무작정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 사내는 호영에 대해 인정 없는 평가를 내릴 생각이었다.
과연 튜터링을 해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한 번 보죠.”
사내는 번들거리는 머리를 들어 호영을 응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