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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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4. 변화 아닌 진화(4)
필드를 가득 채우는 동료들의 환호성.
그것을 뒤로, 호영의 눈앞에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마에스트로의 빌드 업(SU)을 탐합니다.]SU등급을 탐할 수 있게 된 걸 보니, SU(Special Unique)는 U등급에 분류되는 모양이었다.
호영의 눈이 빠르게 굴러갔다.
[재능을 완전히 가져오는데 150일→75일이 소요됩니다. 75일 동안 다른 재능을 탐할 수 없습니다.]‘드디어!’
얻었다.
8년간 프랑스를 월드컵에서 2번이나 우승시킨 유일무이한 재능.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유일한 것이 아니었다.
은퇴 이후 사라지게 될, 예술 그 자체였던 재능은 호영에게 고스란히 전승되었다.
바로 지단의 아트사커.
그것은 호영이 은퇴하는 그날까지 필드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질끈.
“나도 할 수 있다.”
호영은 작게 읊조렸다.
우직했지만 부담감이 실려 있는 목소리였다.
U급 재능을 얻었을 때와는 다른 중량감.
마치 머리에 왕관을 쓴 것 같다는 유치한 생각까지 들었다.
“후.”
떨렸다.
누가 보면 미친놈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호영은 결코 이 현실을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지단의 재능을 얻었다는 생각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골은 넣은 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환희와 흥분이 지속되었다.
미친놈마냥 목 놓아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지단의 재능을 얻었다고 말이다.
“후우.”
뿌연 입김이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긴장감이 뜨거운 열정으로, 그리고 자신감으로 뒤바뀌었다.
뼛속을 후벼 파는 한파가 엄습했지만, 반대로 호영의 몸은 한결 가벼워졌다.
자신감이 몸과 마음을 녹여주고 있었다.
이제 겨우 재능을 탐하기 시작했을 뿐이지만, 어째서인지 벌써부터 자신감이 충만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축구, 수준 높은 축구를 말이다.
씨익.
호영의 입가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가 어렸다.
하지만 경기가 재개될 무렵에는 진지함만이 남아있었다.
후반전은 다소 따분했던 전반전과 달리 흥미로운 양상을 띠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던 발렌시아가 큰 변화를 모색하면서 감추고 있던 발톱을 들춰냈다.
그리고 그 발톱은 채 한 번 휘두르기도 전에 봉인되고 말았다.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들이 뛰어난 조직력을 보이며, 변수를 만들려는 발렌시아의 난잡한 움직임을 잡아낸 것이었다.
“야!”
발렌시아의 수비형 미드필더 티모르(Timor)는 속이 타들어갔다.
발톱을 휘두르기는커녕 날갯짓 한 번 제대로 못하고 호랑이에게 잡힌 꼴이었다.
‘저 새끼가 진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우호영이 살짝 라인을 내려 수비에 가담하고 있는 꼴을 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멱살을 잡고 싶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공을 잡을 때면 짧고 빠른 패스로 힘 싸움을 유도하는데, 발렌시아의 수비수들은 그것에 이끌려가 자꾸만 틈을 드러내고 있었다.
보다 못한 티모르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후······.”
그러다 공이 골라인 아웃된 틈에 수비수들을 불러 모았다.
거기에 대고 강한 어조로 내뱉었다.
“이 등신들아. 니들이 서 있는 공간에 집중하라고. 대가리가 텅텅 비었냐? 저렇게 대놓고 빌드업을 하는데 왜 같이 놀아줘? 아예 넘어가서 동참하지 그러냐?”
티모르는 선수들을 꾸짖으면서 나름 주장다운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그보다는 사실 화풀이에 가까웠다.
“정신 차려. 아직 한 골 차이야. 우리만 제대로 막으면 언제든지 역전할 수 있다고.”
그로부터 5분 뒤.
발렌시아 수비진에 위기가 찾아왔다.
호영을 필두로 한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이 점점 템포를 빠르게 올리면서, 발렌시아 수비진의 허점을 들쑤시고 다니는 것이었다.
‘혼란을 야기하겠다 이거지.’
뻔한 수법.
티모르는 헛웃음을 흘렸다.
한두 번 당하지, 서너 번 당한다면 그건 수비수로서 실격이다.
코치에게 그렇게 배웠던 티모르다.
그렇기에 정신을 바짝 차렸다.
흔들리지 않는 고목처럼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며 상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레알의 마르코스가 좌측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너무 뻔하잖아.’
아까와 같은 상황.
‘내가 갈 줄 알고?’
과연 발렌시아 수비의 중추답게, 티모르는 어떠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대신 마르코스에게 연결돼있는 패스길목을 사수했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타악!
일순 머리 위로 공이 넘어갔다.
‘로빙패스···?’
경기 내내 짧은 땅볼패스만 배급하던 우호영이 이번엔 롱 패스를 꺼내든 것이었다.
‘······ 아.’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던 것이 패착이었다.
수비수로서의 자격상실.
뚫리고 말았다.
“미친!”
이번엔 자신이 구멍이 돼버리고 말았다.
마르코스의 퍼스트 터치가 길었던 탓에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뭐지.’
정신이 아찔했다.
마치 저편 어딘가에서, 마성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우호영?’
“으으.”
그의 심리전에 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직접 당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고통이었다.
“아아아아!”
티모르, 그는 이미 17세가 되기까지 수많은 유망주들을 만나온 유소년 계의 베테랑이었다.
그러나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최소 메시라고 불리며 스페인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 받는 FC바르셀로나의 보얀(Bojan)과 맞붙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 당시, 보얀의 경악스러운 개인기와 드리블에 수차례나 농락당했지만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었다.
그것은 직접 눈에 드러나는 플레이였기에, 뭐가 잘못됐으며 무엇에 당한 것인지 깨닫고 보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뭘 어쩌라고.’
대처방법이 영 떠오르질 않았다.
비유하자면 보얀은 신, 우호영은 귀신이었다.
우호영을 상대하고 있으면 마치 귀신에 홀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어느새 정신 차리고 보면 실책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마치 자신의 머리꼭대기 위에 서있는 듯한 기분.
그래서 더 짜증났다.
밟아버리고 싶었다.
안 될 걸 알면서도 오기가 생겼다.
“후!”
‘넌 죽었다.’
티모르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초강수를 준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회가 생겼다.
‘온다.’
우호영이 직접 공을 몰면서 중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 티모르가 진드기처럼 달라붙었다.
‘밟는다.’
경기 시작 전 감독이 말하길, 우호영에게 붙지 말고 공간을 막아야 한다고 했지만, 티모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렇게 지나 저렇게 지나, 해볼 것은 다 해볼 생각이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휙.
티모르를 앞에 두고 등을 돌린 우호영.
그 모습에 티모르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막았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 8개월 동안, 호영이 지단에게서 배운 것은 단순 볼 컨트롤이 다가 아니었다.
지단의 트레이드마크, 마르세유 턴(Marseille Turn).
멈춘 줄 알았던 호영의 몸이 순식간에 반 바퀴를 돌아갔다.
180도 급회전.
축구화 스터드에 기름칠을 한 것 같은 부드러운 회전이었다.
“익!”
티모르가 인상을 짓구기며 애써봤지만, 호영의 민첩한 움직임은 애쓴다고 따라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몸의 균형을 잃어버린 채 바닥에 넘어질 뿐이었다.
“아······.”
“뭐해 티모르! 일어나!”
감독이 소리치든 말든, 티모르는 제자리에 멈춰 선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실력의 차이.
그것이 티모르의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그저 허탈한 얼굴로, 호영이 득점하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호영의 두 번째 골이 터져 나온 이후, 경기는 한쪽으로 완전히 치우쳐졌다.
발렌시아로서는 더 이상 회생할 가망이 없어보였다.
역전이라는 것도 기세가 있어야 가능한 건데, 박쥐군단에게 남아있는 것은 절망뿐이었다.
발톱은커녕 날개까지 찢겨져나가, 레알 마드리드에게 대승을 허용하고 말았다.
경기장이 곧 흰색으로 뒤덮였다.
5대0.
레알 마드리드가 완승을 거두면서 리그 우승에 한 발자국 다가섰다.
이날 경기에서 2골 2도움으로 맹활약을 선보인 호영에게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우호영 선수를 두고, 요즘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졌다는 말이 있는데요. 오늘 경기를 보니 저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바뀌었다기보다는 상대에 맞춰 다양한 무기를 꺼내드는 거죠. 보다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새로운 스타일의 축구를 배우고 있거든요.”
“지네딘 지단 선수의 영향을 받았다는 의견이 많은데, 그게 사실이었군요?”
“지주(Zizou)는 필드 위의 마에스트로, 그리고 저의 영원한 마에스트로입니다. 저는 이미 그의 뒤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고요.”
강한 의지가 담겨있는 말.
대답은 그걸로 충분했다.
“응원하겠습니다. 그럼 이번 시즌, 2관왕도 가능할까요?”
“그게 제 목표입니다.”
“그럼 득점왕은 어떠신가요?”
“도움왕까지 노리고 있습니다. 올해 후베닐B는 제 겁니다!”
“하하하.”
엄청난 자신감이었다.
그도 그럴 게, 호영은 현재 16경기 14골 12도움으로, 득점왕과 도움왕에서 모두 선두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선수의 자신감 있는 모습을 좋아한다.
즉, 팬서비스의 일종.
호영은 당찬 포부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다음날 발행된 마르카 타블로이드 좌측 구석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우호영, 변화가 아닌 진화의 시작]그리고 그 아래, 호우 세리머니를 하는 호영의 모습이 실려 있었다.
그날 후베닐B는 훈련 일정이 없었지만, 호영은 개별적으로 훈련을 진행하였다.
튜터링을 하면 좋겠다마는 오늘은 1군 경기가 있는 날이라 지단에게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호영은 지단이 귀가하는 시간에 맞춰 그의 집을 찾아갔다.
지단과의 튜터링을 진행한지 어느덧 9개월째.
지단의 가족과 몰라보게 가까워진 호영은, 지단의 식구처럼 지내면서 그들의 집을 자기 집처럼 들락날락거리곤 했다.
말을 안 하고 찾아가도 실례가 아닌 사이였기에, 오늘 저녁 호영의 깜짝 방문에도 지단은 놀라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어서 와서 저녁 먹으라며 호영을 챙겼다.
“스승님.”
그런데 이게 웬걸.
식사하기에 앞서, 호영이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게 뭐지?”
“작지만 감사의 표시에요. 챔피언스 리그 16강 진출하신 거랑 제 튜터 선생님이 되어주신 거요.”
에이전트 루치에게 부탁하여 구한 프랑스산 300만 원짜리 고급와인.
주급을 180만 원씩 받는 호영으로서는 적지 않은 지출이었다.
더욱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의 부인, 베로니크에게는 프랑스산 고급화장품 세트를 선물해주었다.
물론 매주 1-2억씩 버는 지단의 가족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살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이 선물에는 호영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지단 내외는 그것을 진심으로 느끼고 있었다.
특히 지단의 아내는 호영을 친모처럼 지난 8개월간 챙겨주었던 사람이다.
호영이 워낙에 싹싹하고 바르며 자식들과도 잘 놀아주어서 지단에게 늘 호영을 칭찬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선물까지 받게 되다니 감동이 엄청났다.
그들의 입장에서야 이 와인과 화장품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물론 가격에 관심도 없지만, 아무튼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호영의 마음이었다.
어린 호영이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기특할 수밖에 없었다.
감동의 물결이 흘렀다.
지단과 호영의 눈빛이 공중에서 맞닿았다.
보유재능
-마에스트로(T)
-마에스트로의 빌드 업(SU)
-예술적인 볼 컨트롤(SS+)
-독보적인 볼 트래핑(SS-)
-환상적인 개인기(S+3)
-경이로운 탈 압박(S+)
-(더 보기)
(조건을 만족할 시 한 가지 재능을 탐할 수 있습니다.)
(T등급(Title)을 탐할시 감각의 일부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단, 만 18세가 넘어야 탐할 수 있습니다.)
(S등급 이상은 히든조건을 달성해야 탐할 수 있습니다.)
(조건1: 300분 동안 같이 훈련하기)
(조건2: 90분 동안 미드필더로서 플레이메이커의 역할을 수행하기)
(조건3: 공식경기에서 2득점 2어시스트 달성하기)
(히든조건: 후베닐B 리그에서 더블 달성하기)
‘2관왕(Double).’
시즌종료까지 남은 4개월.
이대로만 가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거기에 A급짜리 재능도 꽤 많이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호영이 간절하게 고대하던 날은 그로부터 2개월 뒤.
3월에 찾아왔다.
[마에스트로의 빌드 업(SU)을 완전히 가져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이제는 정말 지단의 후계자가 된 우호영.
신과 구의 연결고리.
그 전설의 시작일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