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병철이는 빠져
랜덤 랭크업이 성공한다면 당연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만큼 두 사람이 스펙업에 투자할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는 셈이니까.
‘그래도 현실적으로 두 장은 너무 적지.’
한 장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고현우의 운이 썩 좋지 못하다.
서예인은 한 방에 [불릿 타임]을 C랭크로 올리는 사기를 쳤었지만, 그런 행운이 연달아 발생할 것 같지는 않다.
‘이제 대부분 C랭크기도 하고.’
D에서 C로 넘어가는 건 운만 좋으면 어떻게 될지 몰라도, C에서 B로 넘어가는 건 어지간한 운으로는 불가능하다.
거의 0에 수렴하는 확률을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과거에 30장 연속으로 실패했던 것도, 인페르노 피스트 B랭크를 기적이라 여기는 것도 그래서였다.
때문에 나는 큰 기대를 걸지 않고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첫 번째 도전자는 고현우.
랜덤 랭크업을 든 채 쓴웃음을 짓는다.
“조금은 긴장되는구려.”
“부담 갖지 마라. 실패하면 다음에 또 하면 되니까.”
“알겠소.”
– 파아앗!
고현우가 랜덤 랭크업을 사용하자 스크롤이 점점 더 환하게 빛나더니,
– 푸슈슈슈…….
빛이 순식간에 사그라들고 스크롤이 잿더미가 되어 흩날렸다.
“음, 역시 이렇게 되는군.”
“대부분은 그래.”
고현우는 담담히 실패를 받아들였고, 스탬프 쿠폰에 저절로 도장 하나가 찍혔다.
[스탬프 쿠폰(C)]▷스탬프 1/10
자연스레 우리 둘의 시선이 남아있는 서예인에게 옮겨 갔다.
“…….”
언제나 그렇듯 일말의 긴장감도 보이지 않는 서예인.
물끄러미 손에 든 랜덤 랭크업을 내려다보다가 그대로 사용한다.
– 파아앗!
점점 더 밝게 빛나는 스크롤.
‘설마 붙나?’
여태까지 온갖 말도 안 되는 사기를 쳐 왔던 복덩이라, 나조차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 푸슈슈슈…….
[랭크업에 실패했습니다.]▷스탬프 2/10
랜덤 랭크업이 잿가루로 화하며 스탬프 하나가 추가되었다.
“유감.”
서예인의 표정은 처음 그대로였다.
랜덤박스 개봉식에서도 늘상 무신경한 걸 보면 결과가 어떻든 크게 연연하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고현우가 의외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드문 일이구려. 서 소저가 실패를 하다니.”
“그러게.”
아무리 복덩이라도 랜덤 랭크업까지 무패 행진은 불가능한가 보다.
하기야 그게 되면 사기가 아니라 버그지.
랜덤 랭크업만으로 2, 3학년급 스펙을 갖출 수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래도 아직은 모르지.’
이제 겨우 두 번 시도한 상태.
서예인의 성공률이 평균치에 맞춰서 계속 떨어질지, 아니면 종종 사기를 칠지는 계속 지켜봐야 알 것이다.
* * *
랜덤 랭크업의 극악한 확률은 나에게도 여지없이 적용되었다.
– 푸슈슈슈…….
[랭크업에 실패했습니다.] [랭크업에 실패했습니다.]눈앞의 스크롤 두 장이 먼지가 되어 흩날린다.
당규영과 엘리멘탈 갑두를 때려잡으며 얻은 것들이었으나,
‘이제는 스탬프로 대체되었지.’
[스탬프 쿠폰(C)]▷스탬프 4/10
희소식이라면 첫 번째 보상까지 도장 한 개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다음 던전을 클리어하는 걸로 채울 수 있으리라 짐작한다.
랜덤박스를 얻어서 열다 보면 하나쯤은 꽝이 나올 테니 말이다.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시기적절하게 당규영이 메시지를 보냈다.
[당규영:어린 군주야~] [당규영:(싱글벙글 여우 이모티콘)] [김 호:네 누님] [당규영:(싱글벙글 여우 이모티콘)] [당규영:우리 부실 와봐] [당규영:잘생긴 애 데리고] [김 호:갈게요]당규영이 언급하는 ‘잘생긴 애’는 고현우.
서로 몇 번 보며 안면을 익히기는 했는데, 아직도 이름을 안 외운 걸 보면 그다지 관심이 없나 보다.
그리고 관심도 없는 고현우를 데리고 오라는 것은,
‘슬슬 준비가 됐나 보군.’
분명 지하층 공략과 관련된 일일 것이다.
따라서 나는 고현우와 함께 도둑 동아리 부실로 걸음을 옮겼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고객님들.”
“신 형.”
호들갑을 떨며 우리를 맞이하는 신병철.
고현우는 사람 좋은 미소로 답한 후, 당규영에게도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그래, 편하게 앉아.”
부실 내에 남아 있는 도둑 동아리 부원은 당규영과 채다빈, 신병철이 전부였다.
중요한 얘기가 오갈 터라 다른 부원들을 다 내보낸 모양이다.
나는 조금은 휑해진 부실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한 달 전만 해도 버리기 직전인 소파나 의자 등을 주워다 썼었는데, 이제는 제법 구색이 갖춰져 있다.
“가구 새로 들이셨네요.”
“김갑두한테 뺏었지.”
당규영이 씩 웃으며 덧붙였다.
무투가 동아리 가구들을 죄다 가져왔다고.
‘이케야 갑두네.’
새삼 김갑두가 불쌍해졌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일일 데이트권을 두고 내기를 걸어온 건 저쪽이고, 과하게 판돈을 올린 것도 저쪽 아닌가.
나는 그러려니 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검술 동아리에서 연락 왔어요?”
“응, 오전에 팽미령이랑 얘기했어.”
그리고 그들의 대화 내용이란 당연히 이번 주에 공략할 B랭크 던전, [악인집결]에 관해서일 것이다.
악인집결은 총 입장 인원수가 20명이나 되는 대규모 던전.
그중 15자리는 팽미령을 주축으로 구성된 원정대가, 나머지 5자리는 우리가 차지한다.
주력인 원정대는 내가 넘겨준 공략본과 장보도를 토대로 던전과 비동을 공략하며, 우리는 거기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자잘한 히든 피스들만 회수하기로 합의한 상태.
그리고 마침내 팽미령 측에서 모든 사전 준비를 끝마치고 정확한 일정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언제래요?”
“금요일 저녁.”
금요일 아니면 토요일이 되겠거니 예상은 하고 있었다.
정원이 20명인 만큼 공략 난이도도 높고 시간도 오래 소요되기 때문.
적어도 이틀은 투자해야 할 텐데, 주중에 이틀이면 수업이 걸리니 주말로 잡을 수밖에.
당규영이 말을 이었다.
“원정대 먼저 들여보내고, 우리는 기회 봐서 몰래 따라 들어갈 거야.”
“그 부분은 믿고 맡기겠습니다.”
은신은 전적으로 당규영의 역량에 달렸으니까.
“그럼 우리도 슬슬 자세히 상의를 해 봐야겠는데, 일단 입장하는 건 이렇게 다섯 맞아?”
당규영이 부실 내의 인원들을 차례대로 훑으며 확인했다.
나, 고현우, 당규영, 채다빈, 신병철까지 총 다섯.
그러나 나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신병철은 여기서 빠집니다.”
“으잉? 김호 양반, 그게 무슨 소리요?”
청천벽력 같은 말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는 신병철.
나는 차분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오해할까 봐 미리 말해 두는데, 유령무영은 약속대로 구해 줄 거다. 공략에서만 빠지는 거야.”
“아, 그러면 괜찮기는 한데.”
신병철에게는 흑사방 공략에 참여한 공로가 있기에, 유령무영 지분은 확실시된 상태.
그러나 공략에 참여하는 것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겠다는 말이다.
신병철은 여기까지는 납득한 듯했지만, 내심 아쉬웠는지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그, 이유만이라도 좀 알려 줄 수 있나?”
“흑사방이랑은 상황이 다르거든.”
흑사방에서 신병철은 기관진식을 해체하고, 방주의 비고까지 고현우를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
전투 측면에서는 기여도가 0에 가까웠고.
반면 악인집결에서는 다른 무엇보다 전투력이 우선시된다.
나는 고현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끼고 싶으면 최소한 얘 정도는 싸워야 돼.”
“……커트라인 높네. 빠져야겠구만.”
신병철은 그제야 깔끔하게 미련을 접었다.
고현우 정도 무력이면 거의 유망주급인데, 심지어 그게 최소 조건이다.
그렇다면 싸움도 못 하면서 끼워 달라고 고집부리는 것보다, 적임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정리가 끝나자 당규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병철이 빼고 이렇게 넷에, 나머지 하나는?”
“외부에서 모셔 와야죠, 용병.”
“벌써 누구 생각해 뒀나 보네?”
“네, 아주 훌륭한 적임자가 있어요.”
“그래, 우리 김호가 어련히 잘하겠지.”
나름대로 신뢰가 쌓여서인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당규영이었다.
다음으로 나는 두꺼운 종이 뭉치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악인집결] 공략본.우리가 던전에 입장하고 나서 어떻게 행동할지, 무엇을 주의해야 할지 등이 세세하게 적혀 있다.
아무래도 B급 던전이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
그렇게 공략본을 한 장씩 넘기며 확인하던 도중, 채다빈이 질문을 던졌다.
“이거 원정대 공략본도 같이 있네.”
“네, 총집편 같은 겁니다.”
“…….”
채다빈이 미간을 좁혔다.
우리와 원정대 측의 역할은 엄연히 나뉘어 있는데, 왜 굳이 총집편을 줬는가.
그 의도를 눈치챈 것이다.
“……저쪽이랑 서로 관여 안 하는 거 아니었어?”
“저쪽이 잘하면요.”
“못할 거라는 말로 들리는데.”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이 꽤 높죠.”
팽미령의 리더쉽이 얼마나 뛰어날지, 얼마나 철저하게 공략을 준비했을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먼 섬나라 현자가 이런 명언을 남겼었다.
사람이 다섯이나 모이면 반드시 한 명은 쓰레기가 있다고.
‘그런데 저기는 사람이 열다섯이잖아?’
과연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갈 수 있을까 의문이다.
나는 거기다 설명을 덧붙였다.
“사실 우리는 우리 할 일만 하고 빠져도 상관없습니다.”
히든 피스들을 회수한 뒤 긴급 탈출 포탈을 타면 우리 역할은 끝.
팽미령 측에서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들어줄 의무는 없다.
또한 원정대의 저력은 결코 낮지 않다.
명색이 3학년이 열다섯이나 모였으니, 문제가 생기더라도 알아서 뚫고 나올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지출이 좀 커질 수는 있지요.”
꿍쳐 놨던 비약이나 마법 스크롤 등을 꺼내야 할 테니까.
그럼 던전 보상을 얻어봤자 손해가 더 클 거다.
당규영이 눈을 빛냈다.
“그것보단 우리 손을 빌리는 게 싸겠네.”
“훨씬 싸게 먹히죠.”
“도와주면서 보상도 더 뜯어내고?”
“척하면 척이시네요.”
“야, 나 도둑 동아리 부장이야.”
당규영과 내가 시시덕거리고 있으니, 지켜보던 채다빈과 고현우가 저들끼리 한마디씩 했다.
“저쪽에서 완벽하게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데, 그래도 숙지해 두는 게 낫겠네요.”
“유사시를 대비해서 나쁠 건 없으니 말입니다.”
따라서 다소 불필요하더라도, 두꺼운 공략본 총집편을 달달 외우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당규영이 다시 나를 쳐다보았다.
“이제 용병 문제만 해결하면 되겠다.”
“안 그래도 지금 만나 보려고요.”
용병으로 누구를 데려가는가.
이건 몇 가지 조건만 걸면 금방 답이 나오는 문제였다.
첫 번째 조건은 신병철에게 말했듯, 적어도 고현우 이상의 무력을 갖췄을 것.
두 번째는 다른 보상을 포기하더라도 유령무영을 얻고자 할 것.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 뒷배가 있을 것.
참여만으로 유령무영을 공유하면 우리가 손해라, 거스름돈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 조건들을 염두에 두자 곧바로 한 사람이 떠올랐다.
내가 유령무영을 처음 언급했을 때부터 지대한 관심을 보여 왔으며,
장삼, 장철수 등의 가명을 가진 흑도 측 유망주.
‘장무극.’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