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the world's greatest predator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괴수들의 대륙 몬트리아 (6)
일행들은 축 처진 지훈의 어깨를 보며 그의 뒤를 묵묵히 따라갔다.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던 지훈의 어깨가 오늘따라 유독 무거워 보인 게 큰 이유였다.
‘하아… 성물을 모으기는커녕 이러다가 모두 죽겠어 어떻게 하면 좋지?’
“대장? 괜찮냐?”
“어? 어…….”
니디의 물음에 애써 괜찮은 얼굴을 지으며 대답하는 지훈이었다.
“대장… 그냥 아까 구해줬던 늑대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건 어떠냐?”
니디의 말에 지훈도 생각을 안 해봤던 건 아니었다.
허나, 조르딕의 도움으로 앞으로 남은 이곳에서의 여정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는 법.
지훈은 어떻게든 자신들만의 힘으로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 고민했다.
“우리들의 힘으로 해결해야 해. 그리고 원숭이 녀석 말고도 두 놈이나 더 있는데 아까 그 녀석이 우리를 무조건 도와준다는 보장도 없어.”
“한쪽만이라도 어떻게 우리 쪽으로 끌어들인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겠소?”
“어떤 놈들일지도 모르는데 그 방법은 너무 위험해.”
“그럼 어떻게 해야한단 말이오…….”
막막한 상황에 일행들 모두 골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그동안 들리지 않던 시스템 알림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띠링!] [첫 번째, 각성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퀘스트 : 포식자의 길 ― 1] [이제는 인간으로서 한계를 벗어나 절대의 영역에 들어섰다.원왕 바쿰을 쓰러트려 새로운 절대자로서 증명하라.] [목표 : 원왕 바쿰 처치 0/1] [기한 : 한 달] [보상 : 흡수 각성] [실패 시 : 사망]
“이게… 무슨…….”
‘어쩌자고 이런 말도 안 되는 퀘스트가…….’
갑자기 나타난 알림에 당황하던 지훈의 시선이 어느새 보상목록을 바라봤다.
‘어? 흡수 각성?’
각성이란 단어에 순간 전율이 오르면서 퀘스트 내용을 유심히 살펴봤다.
‘잠깐… 어떠한 제약도 없어… 쓰러트리기만 하면 된다는 건가?’
“당장 북쪽으로 가자.”
“갑자기 생각이 바뀐게요?”
“진짜! 잘 생각했다! 대장 일단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어느새 지훈의 얼굴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짓고는 조르딕이 사라진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기다려라, 괴물 원숭아. 곧 코를 납작하게 해줄 테니.’
* * *
“으드득! 크아아아!!!”
콰아아아아!!!
“감히! 방해하다니! 개X끼가!!!”
거처에 도착한 원왕이 분노를 터트리며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다.
“크윽! 지… 진정하소서 왕이시여…….”
“진정? 진정하게 생겼나! 쓸모없는 네놈들이 당하지만 않았어도! 거기서 물러나는 일은 없었다! 감히 그깟 인간 하나 못 잡아서 나에게 이딴 굴욕을 줘?”
화아악! 텁!
원왕의 살기에 짓눌린 칼루 일행이 고개를 조아린 채 벌벌 떨며 이 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너무나 방대한 살기에 짓눌린 칼루가 대표로 바쿰에게 말하자, 분노한 바쿰이 칼루에게 다가와 목을 움켜쥐고는 들어올렸다.
“커헉! 와, 왕이시여!”
“이런 버러지 같은 게 감히! 진정? 감히 나한테 진정하라고 한 것이냐!”
화아악! 콰아아앙!!!
거칠게 바쿰이 목을 움켜쥔 칼루를 내던지자 유적을 뚫고 한쪽 벽이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크르르르! 조르딕… 기다려라! 네놈의 아가리를 찢어발기고 인간들 또한 모조리 쳐 죽여주마!”
콰아아아아!!!
어두운 달빛 아래 바쿰의 흉폭한 마나가 일대를 짓누르며, 그 누구도 행여나 분노가 자신에게 뻗칠까 봐 조용히 숨죽였다.
* * *
한편, 얼마나 이동했을까.
이틀째 되던 날, 조르딕이 사라진 방향으로 한참을 이동하던 지훈 일행의 앞에 어느새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곳에서 강한 기운들이 다수 느껴지고 있소.”
“도착했나 보네.”
어느새 조르딕의 영역에 발을 들인 일행 앞에 거대한 늑대가 바위를 타고 내려와 다가왔다.
화아악! 쿵!
“그때 인간들인가?”
“너희들의 왕을 만나고 싶어 찾아왔어.”
지훈은 5미터는 돼 보이는 거대한 녀석의 덩치에 당당한 모습으로 두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후훗~ 좋다. 따라와라.”
파바밧! 화아악!
당당한 지훈의 태도에 맘에 들었는지, 웃으며 내려왔던 바위를 뛰어넘어 엄청난 속도로 올라갔고.
일행들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서둘러 녀석의 뒤를 쫒기 시작했다.
한참을 올라가자, 거대한 동굴과 그 앞에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화아악! 탁!
“왔나?”
“데려왔습니다. 왕이시여.”
“어서오거라.”
마을 중앙에 도착하자 마치 일행들이 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인간의 모습을 한 조르딕이 천천히 다가왔다.
“우리가 올 걸 알고 있었나 봐?”
“그대들이 우리의 뒤를 따라오는 건 진작 알고 있었다.”
“그럼 기다려주지 그랬어?”
“영토를 오래 비워둘 수 없지 않겠나?”
“쩝… 그도 그러네…….”
“아무튼 이곳에 있으면 안전할 거다. 편히 쉬다가게나.”
이내 말을 끝낸 조르딕이 뒤돌아 자신의 거처인 동굴로 들어가려 하자, 지훈이 그의 어깨를 붙잡고는 멈춰 세웠다.
“잠깐만! 아직 물어볼 게 있어!”
멈춰 세우는 손짓에 무슨 일이냐는 듯 뒤돌아선 조르딕이 강렬한 눈빛으로 지훈의 두 눈을 응시했다.
“무엇이냐?”
“혹시… 우리와 함께 원왕을 잡아볼 생각 없어?”
“어이가 없군… 그 녀석을 마주하고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비록 한 번은 물러갔지만, 그 또한 이 일대의 왕이다. 그렇게 쉽게 얘기할 존재가 아니다. 이 얘기는 못들은 걸로 하지.”
“우리들이 도우면 녀석을 쓰러트릴 수 있어! 녀석과 이미 척진 상황인데 언제까지고 평화로울 것 같아? 만약 놈의 부하들이 모두 회복하고 먼저 쳐들어오면 어쩔 건데!”
“헛튼 생각 말고 조용히 있다가게.”
조르딕은 지훈의 외침에도 이내 무시하고는 동굴 속으로 사라졌다.
“젠장! 왜 이해를 못 하는 거지? 이대로면 결국 녀석들에게 먼저 공격받게 될 텐데!”
“일단은 진정하고 좀 쉬게들…….”
우두커니 서서 분노하는 지훈에게 안내를 하던 늑대가 다가와 안타까운 얼굴로 진정시키고는 이내 일행들을 이끌었다.
마을 모퉁이에 위치한 움막에 도착하자, 이내 안내하던 늑대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고는 앞장서 일행들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일단 들어오게.”
“하아…….”
“지훈님 일단 들어가죠…….”
결국, 속으로 화를 삭이던 지훈이 움막으로 들어가자 안내를 하던 녀석이 차를 내왔다.
“일단 차좀 마시면서 진정하게나.”
남자가 건네는 차를 마시며 답답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내이름은 골러스라네. 왕의 오른팔을 자처하고 있지.”
“한지훈이야.”
“카렌이오.”
“마리예요.”
“나는 니디다.”
“하하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궁금한 거나 모르는 게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게.”
웃으며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려던 골러스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지훈을 보며 말했다.
“그대가 이해하게나, 왕께서도 그대를 도운 순간부터 생각이 있으셨을 테니…….”
“생각이 있는 양반이 왜 내 제안을 거절하는 것인지.”
“다른 왕을 염두에 두시는 거겠지… 함부로 움직이셨다간 힘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으니…….”
“무슨 말인지 알아. 알고는 있는데. 하아…….”
녀석의 말에 지훈도 어렴풋이 느꼈다.
자신을 도와 원왕을 처치한다 해도 다른 왕에게 견제받을 수 있단 사실을…….
하지만 그의 도움 없이는 원왕을 쓰러트릴 수 없단 자신의 나약함에 애써 화를 낼 뿐이었다.
“하하하… 그래, 그러고 보니 인간들인 자네들이 이 대륙에는 무슨 일로 온 겐가?”
“저희들은 각 대륙에 있는 성물을 찾고 있어요. 혹시 알고 있는 게 있으신가요?”
“성물이라… 잘 모르겠군…….”
“그럼 혹시 왕들이 열쇠란 걸 갖고 있다던데 알고 있어?”
“열쇠?”
지훈의 질문에 처음 듣는다는 듯 기억을 더듬던 골러스가 이내 무언가 떠올렸는지 대답했다.
“그대가 말하는 열쇠가 무슨 열쇠인지 모르지만, 왕께서 예전에 얘기해 주신 게 있네, 돈왕이 열쇠를 지키고 있다고.”
“너희 왕한테는 없어? 왕들끼리 열쇠를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고 하던데?”
“수백 년을 곁에서 모셨지만, 그분께서 뭔가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는 그런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네.”
“뭐?”
‘이 수인 새끼들이!’
“대장… 아무래도 사자 대가리 녀석이 거짓말을 한 것 같다…….”
사자 녀석에게 당했다는 사실에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래도 무언가 있긴 있다는 사실에 다음에 만날 때 손봐주기로 하고는 돈왕에 대해서 물었다.
“그 돈왕이라는 녀석은 뭐 하는 놈이야?”
“관심 끄는 게 좋을 거다. 어떻게 건들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까.”
돈왕에게 관심을 갖는 지훈의 모습에 걱정 어린 얼굴로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왜 그래? 어떤 놈이길래?”
“놈은… 재앙이다… 놈은 다른 왕들과는 달리 규격 외의 괴물이다…….”
“그게 무슨…….”
“이 넓은 대륙에서 돈왕은 홀로 아무런 세력 없이 왕이라 불리는 자다. 자네가 찾는 열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돈왕이 쥐고 있다면 포기하게.”
골러스는 자신의 말을 흘려듣는 지훈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고는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그럼 다들 푹 쉬게.”
‘돈왕이라… 원왕만 어떻게 해결하면 놈에게도 닿을 수 있을 거야.’
자신의 근원과도 같은 흡수의 각성에 지훈은 방법이 있을 거라 확신하며 천천히 계획을 정리했다.
“형씨,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요?”
“일단 어떻게든 이곳의 왕을 설득해봐야지. 열쇠도 얻어야 하고, 마신교 놈들도 빨리 막아야 하니까 언제까지고 원숭이 녀석을 신경 쓸 수는 없잖아?”
“과연 그가 저희를 도와줄까요?”
“어떻게든 설득해봐야지… 결국 분노한 원숭이 녀석이 우리와 늑대들을 노릴 테니까…….”
* * *
황폐한 대지위에 일단의 무리들이 무언가 담긴 상자를 들고 조심히 이동하고 있었다.
“대주교님… 정찰대가 모두 당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먼저 앞서간 정찰대 모두 의문의 습격으로 전원 사망한 것 같습니다…….”
“젠장! 빌어먹을 대륙같으니라고!”
남자는 전방 멀리서 정찰을 다녀 온 부하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돌아서 이동한다. 으드득! 사원에 도착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북쪽으로 돌아서 이동한다!”
“예!”
한편, 수 킬로 떨어진 바위산 꼭대기에서 푸른 안광을 번뜩이며 무리를 바라보는 존재가 있었다.
“인간들이 대륙을 활개 치다니 금지로 가려는 것인가…….”
화르르르~
푸른 안광을 빛낸 존재가 온몸에 불꽃을 피워내며 일단의 무리에게로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돈왕(豚王).
이 일대의 주인이자 동쪽의 금지를 지키는 수호자 선조 때부터 금지에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낸 존재였다.
“누구도 접근하게 두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