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269
269화. 수룡기(水龍旗)
혈망은 상당한 덩치였지만,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드리운 전포에 오히려 꽁꽁 묶인 채, 물에 두둥실 떠서 끌려왔다.
지혈은 하였다고 하지만, 끌려오는 대로 붉은 핏물이 길게 남아서 흔들거렸다.
수룡기 일호선에 혈망의 몸은 철푸덕 널브러졌다.
“허억, 허억……허억…….”
혈망은 간신히 숨을 몰아쉬다가,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아직 제압된 몸으로 어찌 몸을 일으킬 수도 없었다. 고개만 겨우 움직일 따름이었다.
“여기 이자가 우두머리인 듯합니다.”
“수고했네. 고생했구만.”
“아닙니다.”
“여기 양정 소협께서 위험을 무릅쓴 덕분이지요.”
“저는, 아니, 저는…….”
장관풍과 도기영은 한 걸음 물러서서 양정의 체면을 세웠다. 그것을 순순히 받고 있을 수는 없어서, 양정은 안절부절못했다.
전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아니었으면, 두 사람이 차분하게 수괴를 제압했을 것이었다. 양정은 변명할 말도 떠오르지 않아서, 입술만 지그시 깨물었다.
풍양자가 그 모습을 보고서 하하, 웃었다.
“또 이렇게 하나를 깨우치는 게지. 뭘 그리 꽁해 있느냐.”
“대사형.”
“잘했다. 잘한 거야.”
풍양자는 이렇고, 저렇다를 세심하게 말하지 않았다. 그저 웃음 한 번 머금고서 양정의 축 처진 어깨를 다독였다.
경험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때로는 의기소침하고, 때로는 자신만만해 하는 것이다.
“양정 도사. 그렇게 주눅이 들 것 없소. 풍양자, 저놈은 처음에 참으로 더하였으니까.”
소명은 웃음 한 조각 머금고서 한마디를 건네었다. 대사형의 처음이라니. 그 한 마디가 귀에 쏙 들어와서, 양정은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풍양자가 냉큼 끼어들었다.
“에헤이! 에헤이, 어디 그런 말을!”
“아니, 뭐. 그렇다고. 하하.”
소명이 옆에서 은근한 웃음을 계속해서 흘렸다. 눈웃음에는 짓궂은 기색이 가득하다. 풍양자는 여간 낭패한 일이 아닌지라, 이를 질끈 물었다.
입을 여는 순간, 상황은 더 고약하게 돌아갈 것이다.
하필 사제 앞에서. 참으로 모양 빠지는 상황이다. 양정은 눈만 끔뻑 끔뻑거렸다.
“뭐가 뭔지…….”
영 모를 일이다.
무릎 꿇은 혈망은 산발한 채, 고개를 떨구었다.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잘려나간 한쪽 어깨는 단단히 동여매었지만, 다른 조치는 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떨구는 핏물 탓에 주저앉은 자리가 붉게 물들었다.
“주, 죽여라.”
“그래야지. 딱히 살려둘 마음은 없으니까.”
악에 받쳐서 내뱉은 한마디였다. 차분한 목소리가 그 한마디를 바로 받았다.
혈망은 그러자 고개를 들었다.
초점 없어 흐린 눈동자에 녹색가면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흐, 흐흐. 당가로구나.”
당민은 팔짱을 낀 채, 힘없이 조소하는 혈망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따로 손을 쓰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묻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다.
혈망은 한참 헐떡거리다가, 짜증 내듯이 버럭 소리쳤다.
“뭐냐! 살려둘 마음이 없다 하지 않았느냐! 그럼 어서 죽이란 말이다!”
초점 흐린 눈에 바짝 힘이 들어가서 붉은빛이 맺혔다.
“기다리고 있소.”
“뭘!”
“네놈이 바른말 할 때를 말이지.”
“그건 또 무슨 허튼……소리…….”
무섭게 노려보던 눈초리가 찰나 요동쳤다. 당가 사람이 하는 말이다. 가벼운 것일 리가 없다. 어떤 불안감이 크게 엄습하여서 가슴을 흔들어놓았다.
죽기를 각오하였는데, 그 각오가 그만 흔들려버렸다.
혈망은 퍼뜩 이를 악물었다. 큰 실책을 범한 듯하였다. 그렇다면 기다릴 것 없이, 제 손으로 명줄을 끊는 수밖에 없다. 내력은 이미 흩어졌고, 독단 따위는 지니지 않았으며, 사지는 결박당했다. 남은 것은 하나뿐.
‘크윽!’
당장에 혀를 길게 내빼어서는 질끈 물었다. 그대로 혀를 끊어낼 작정이다. 그런데 턱이 딱 굳어버렸다. 혀도 마찬가지였다.
혈망은 턱에 잔뜩 힘을 주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당황하는 혈망의 귀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름은.”
“……혀, 혈망지주.”
“홍천교에서 위치는?”
“사, 삼사령, 삼사령입니다.”
혈망은 자신이 말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정신은 멀쩡하건만, 의사와 상관없이 입이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 이건 무슨 수작이냐! 멈춰! 멈추란 말이다!’
속으로 한껏 울부짖었지만, 뜻과는 관계없이 혈망은 묻는 대로 띄엄띄엄 대꾸했다. 그럴수록 머리가 터질 것처럼 지끈거렸다.
당민은 녹면을 벗고서, 후우, 한숨을 흘렸다.
“홍천교. 빌어먹을 것들.”
끝에 험한 한마디를 짓씹었다. 외딴 선실을 열고 나서자, 그 자리에는 혈망이 자신이 토해낸 핏물에 얼굴을 처박고 죽어 있었다.
* * *
소명은 아주 간단하게 상황을 나누었다. 몰랐던 상황을 알게 된 이상, 주저할 것은 조금도 없었다.
당민과 풍양자, 그리고 수룡기는 이대로 민강을 따라서 내려간다. 바로 노리는 것은 성도를 마주하고 있는 홍천교의 전선이다.
그곳 배후를 치는 것으로 섬멸을 시작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홍천교를 밀어붙이고 있는 마도의 수작을 분쇄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명과 위지백은 오히려 민강 유역에서 오히려 위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천교의 바탕이랄 수 있는 총단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다.
혈망의 정보대로라면 더는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 상황을 모른다고 신중을 기하기에 상황은 사뭇 다급했다. 그것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컸다.
소명은 민강을 따라서 고고하게 흘러가는 수룡기의 대선을 물끄러미 보았다.
자신이 갈 곳, 그리고 당민을 비롯한 저들이 가는 곳. 어디가 더하고, 덜하고가 없었다.
둘 다 수라장이었다.
무수한 아수라가 살육을 예고하는 곳이다.
이러한 파국을 이루어낸 자, 대체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소명은 쉽사리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아른거리던 수룡기의 거선이 시야에서 한참 멀어지고서도, 소명은 묵묵히 물가의 자리에 서 있었다.
위지백은 그런 소명을 재촉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굳이 구분할 것도 없이, 살업이 쌓이는 일이었다. 마냥 속 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도라는 것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항상 그러했다.
위지백은 짐을 다시 챙겼다. 며칠은 서둘러 달려야 할 터이니. 보따리 하나에 불과하여서 간소하다 싶었지만,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죽통에는 물 대신에 사천의 독주가, 주머니에도 건량보다는 작은 술병이 그득하다.
“음, 좋아. 이 정도면 너끈히 취할 수 있겠어.”
위지백은 어디 깨진 곳은 없나, 흘린 곳은 없나 살피고서 주머니 매듭을 다시 묶었다. 술병이 저들끼리 스치면서 덜그럭 소리가 났다.
주머니에 코를 박으면, 냄새만으로도 딱 취하겠다.
따로 짐을 챙겨든 장관풍과 도기영은 사뭇 질린 얼굴이었다.
‘뭘 저렇게까지…….’
술을 마다하지 않는 두 사람이지만, 위지백처럼 잔뜩 술만 챙기는 경우는 본 일이 없었다. 아니, 누구라도 그런 생각을 할 수나 있을까.
위지백은 둘의 눈초리는 본 체 만 체였다. 따로 빼둔 술병을 집어 들고는 마개를 이로 뜯어냈다.
벌컥, 벌컥.
들이켜는 소리가 시원도 하다.
“후우, 좋구만. 그러다 날 저물겠다. 언제까지 그리 있을 거야?”
“아니, 움직여야지. 움직여야지.”
소명은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몸을 돌렸다. 한결 차분한 기색이었다. 연신 손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기세를 끌어올렸다.
“두 사람, 잘 따라올 수 있겠나?”
“아무렴요. 저 천산 제자입니다. 권야 공.”
“……헤, 헤헤. 노력하겠습니다.”
장관풍은 자신감을 잔뜩 드러냈다. 보신경으로는 어디서도 빠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바였다. 그에 반해서 도기영은 찔끔했다. 체력은 몰라도, 보신경의 경지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그래도 뒤처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색한 얼굴이라도, 도기영은 입술을 질끈 물었다. 그리고 네 사람은 바로 길을 나섰다.
나서기는 하였는데. 들어선 길은 사람 다니는 길이 전혀 아니었다.
“이런…….”
장관풍은 난처한 한 마디가 절로 흘렀다. 순식간에 땀에 흠뻑 젖어서, 소맷부리를 살짝만 쥐어도 땀방울이 주르륵 떨어질 지경이었다.
도기영도 똑같은 모습으로,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목이 탔다. 체력의 한계에서 참 아슬아슬한 정도였다. 보신경의 경지도 분명 영향이 있겠지만, 소명과 위지백이라는 두 괴물들 꽁무니를 따르는 데에 있어서 제일 필요한 것은 뭐라 하여도, 과감함이었다.
험한 길, 날카로운 길, 높은 곳, 낮은 곳 할 것 없었다.
두 사람은 거침없이 몸을 날렸다. 조금도 뒤에서 오는 이들을 배려해 주지 않았다. 행적을 남겨주는 것도 아니고, 맹렬하다 싶을 정도로 내달렸다.
위지백은 그래도 몽상순천도에서 이루는 몽상영의 보신경이라도 발휘하지, 소명은 그냥 냅다 뛰는 듯한데, 그 속도는 어마어마했다.
보신경의 경지가 아무리 높아져도 어찌 따라할 수가 없었다. 소명이 말하기를 다른 보신경을 펼치면 불안한 것은 너희라고 하였다. 그것은 보신경인 동시에 무공인 까닭이었다.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소리였지만, 트집 잡아서 딴 소리할 여력은 조금도 없었다. 저렇게 투박하게 내달리는 데에도, 도무지 따라잡지를 못하고 있지 않은가.
도기영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지만, 그래도, 도기영은 경공이라고 할 정도의 모습은 보여주고 있었다.
“흐, 흐, 흐으으으!”
간신히 이어가는 숨을 더 참지 못하고서, 앓는 소리가 터졌다. 도기영은 나무 등치를 덥석 끌어안고서 정신없이 헐떡거렸다.
심장이 그냥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장관풍은 몇 걸음 더 나아갔다가, 주춤 멈춰 섰다.
숨 돌리고 싶기는 그도 마찬가지였다.
“괘, 괜찮으시오?”
“죽, 죽겠습니다. 아주 죽겠어요…….”
비 오듯 떨어지는 땀방울 사이에서, 도기영은 퀭한 눈을 들었다. 장관풍은 후들거리는 두 무릎을 꼭 부여잡고 고개를 돌려 나아가는 길을 보았다.
소명과 위지백, 두 괴물의 모습은 이미 목측으로는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저 지난 자리만 보일 뿐이었다.
“흐, 흐허. 그래도 소명 공께서 족적을 남겨주신 덕분에 따라는 가겠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흐엑, 흐엑…….”
도기영은 혀를 길게 내빼고서 바삐 숨을 삼켰다. 어찌 뛰는 심장을 다스려야 다시 내달릴 터였다. 그래도 장관풍이 먼저 진정하고서 허리를 세웠다. 그런데 재촉하여 나서기보다는 소명이 남긴 흔적을 물끄러미 보았다.
휙휙 뛰어가는 모습이 어디 보신경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
“소림파에는 저런 무공이 있는 건가?”
“보신경 말씀이신가요?”
“음.”
“있지요. 저것은 본산에서 가르치는 철비각이 분명합니다.”
“아하, 본산의 보신경이로군.”
“그게, 보신경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도기영은 이제야 기운이 돌아왔는지, 부여잡았던 고목에서 몸을 떼었다. 휘청하면서 장관풍 옆으로 와서 섰다. 말끝을 흐리는 기색이 영 애매했다.
“왜 그러나?”
일단은 보법과 신법, 경신까지 모두 아우르는 것이 철비각이다. 그러나 소림사에서도 가장 바탕을 이루는 것으로 어린 사미들이 기본으로 연마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애당초, 용문제자라고 하는 사람이 철비각을 펼치면서 먼 거리를 달린다고 어디 생각이나 할까.
도기영은 그런즉 말을 제대로 맺지 못했다. 장관풍은 의아한 눈으로 흘깃 보았다가, 곧 허리를 세웠다.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내내 숨만 돌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만 가세. 더 거리가 벌어지면, 정말로 쫓아가지도 못하겠어.”
장관풍이 한숨 삼킨 소리를 하고서, 두 사람은 서둘러서 거리를 재촉했다.
소명과 위지백은 두 사람이 한참 뒤에서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굳이 걸음을 늦추는 일은 없었다. 사천의 장엄한 산세를 두 발로 뛰어서 오르고 내리며 가로질렀다.
아무리 험준한 길목이라도 멈춰서는 일은 없었다.
사람 발길이 닿을 수 없을 듯한 곳이라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러니 쫓아오는 사람만 죽을 판이었다. 그래도 어찌 따라붙는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채 사흘이 되기도 전에, 소명과 위지백은 드디어 멈춰 섰다.
산 아래에 불빛이 반짝거렸다. 모여 있는 민가의 야경을 보면서, 소명은 후우, 짧은 숨을 돌렸다. 위지백도 굵은 땀방울이 송글했다. 그러나 크게 숨찬 기색은 전혀 아니었다.
“여긴가…… 홍천이라는 곳이.”
홍천교가 총단을 세우면서 지명조차 홍천으로 바꿔버렸다는 곳이다.
소명은 눈을 가늘게 떴다. 산 아래로 이어지는 길목, 길목마다 붉은 삼각기가 길게 펄럭이고 있었다. 산세로 숨은 듯하나, 따로 좌우로 갈라진 길목이 제법 요충지라고 할 만했다.
소명도, 위지백도 깎아지른 듯한 절벽 끝에서 홍천의 주변 경관을 차차로 둘러보았다. 번뜩이는 눈빛은 차분하여서, 다른 기세는 조금도 실려 있지 않았다.
그렇다 한들.
소명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지나온 길은 밤 어둠이 집어삼켜서 새카맣게 물들어 있었다.
“얼마나 걸릴까?”
“그래도 뭐, 내일 중천 즈음에는 닿지 않을까 하는데. 도가 녀석도 다리가 제법 강해졌단 말이야. 천산의 어린놈은 뭐 더 말할 것도 없고.”
“흐음.”
아직 닿지 않은 두 사람에 대한 것이다.
위지백은 무광도를 끌어안고서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눈 아래가 어째 불콰하게 달아 있었다. 내달리는 와중에 한 통, 잠시 쉰다고 또 한 통, 그리고 목적한 곳에 닿았다고, 남은 술을 단박에 비워버린 탓이었다.
“후우…….”
위지백은 술 냄새가 그득한 한숨을 길게 흘렸다. 딱 좋게 취하여서, 몸은 후끈후끈하고, 눈앞은 몽롱했다. 싱글벙글, 취한 웃음을 보면서, 소명은 고개를 흔들었다.
“다 비웠냐?”
“뭐, 그럭저럭.”
위지백은 살짝 휘청거리면서 축 늘어진 보따리를 들어 보였다. 다 비어버린 술병만 안에 그득그득했다. 이런 것을 죄 짊어지고서 험한 산길을 무섭게 내달렸는데, 어느 것 하나 깨지거나 흘린 것이 없었다.
소명은 보따리를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하나를 집어 들었다. 반쯤 남았는지,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라? 남은 게 있었네?”
위지백은 소리를 듣고서 배시시 웃었다.
소명은 피식 웃고는 술병을 기울였다. 딱히 술을 즐기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적당한 취기와 술 냄새가 필요했다. 위지백은 그 모습을 사뭇 흥미로운 눈으로 보았다.
“바로 움직일 셈이야?”
“적당히 찔러나 봐야지. 혈망인지, 뭔지 하는 놈이 떠든 소리도 확인할 겸.”
소명은 그리고는 남은 술을 비웠다. 크으, 내뱉는 소리가 쓰기만 하다. 소명은 입매를 찌푸리면서 빈 술병 가득한 보따리를 챙겨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