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44
39. 어른이 된 걸 축하해.
예성은 다음날 아침이 되어 식사를 하기 위해 방문을 나섰다.
그런데 식탁에서 예린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이야?”
“큰일 났어.”
“뭔데?”
“보면 알 거야.”
그리고 엄마가 나오자 정말 알 수 있었다.
‘헉, 엄마, 아침부터 왜 이래?’
엄마가 품에 아버지와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들고나와 식탁에 올려놓으셨다. 마치 앞에 적이라도 나타난 듯 한껏 긴장한 표정의 아버지와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듯이 염화시중의 미소를 짓고 있는 할머니의 사진.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이제껏 살아오면서 제사 때만 볼 수 있었던 분들인데.
“아~, 엄마 갑자기 사진은 왜 꺼내와? 오늘 제사도 아니잖아. 아니 제사라도 저녁때 꺼내면 되지.”
아마 제사 때 영정사진을 매번 내놓는 집은 우리 집밖에 없을 것이다. 친구들에게 물어도 우린 지방만 쓰는데 이러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엄마는 꼭 영정사진을 꺼내어 같이 놓아둔다. 그리고 실제로 밥상을 차려주듯이 좋아하는 음식을 꼭 올린다.
‘그래도 생선회는 좀 아니지.’
내가 빼자고 말해도 엄마는 언제나 형식보다는 마음이라면서 한사코 고집을 부려서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아침부터 ‘너 똑바로 안 하냐’는 아버지의 눈빛을 받으며 밥 먹는 건 엄청난 고역이다. 괜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움츠러든다.
“아들, 오늘 아들 첫 출근이잖아. 그러니까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출근해야지. 그래서 힘내서 일도 잘하고 그러지.”
“엄마 아들 일하러 가는 게 아니야. 거기다 아버지가 저렇게 노려보는데 응원받는 기분이 나겠어? 아침부터 완전 혼나는 기분이거든?”
예성의 말에 엄마가 물끄러미 아버지의 사진을 쳐다봤다.
“에휴, 어쩌니? 네 아버지 사진이 이런 거밖에 없는데, 그래도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네가 이렇게 잘 되는 게 할머니와 네 아빠가 하늘에서 널 돌봐주셔서 그런 거야. 아니면 공부도 뒤에서 네 번째인 네가 벌써 돈을 벌어올 수 있겠어? 재주가 있다고 해도 기회가 없으면 재주를 썩힐 수밖에 없어. 그런데 넌 기회가 찾아왔으니 여보와 어머니께서 하늘에서 돌보심이 분명해.”
예성은 그게 아니라고 하려다 말하려다 말을 멈췄다.
예성에게는 엄마의 이야기가 그럴듯한 이야기다.
자신이 꾸었던 꿈을 생각하면 정말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할머니가 경고해준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런 거라면 할머니, 아버지 이런 경고도 좋지만, 이왕이면 로또라든가, 또 로또라든가, 또 로또로 한 번 더 해주세요.’
“알았어. 엄마”
“그리고 아들, 퇴근할 때 엄마에게 전화해.”
“엄마, 아들 일하러 가는 거 아니······.아니지. 맞나? 그런데 왜?”
“아들 첫 출근도 하는데 양복 한 벌 해야지? 옷이 그게 뭐니? 다 찢어진 청바지에 흰 티라니?”
엄마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이건 패션인데.’
그런데 갑자기 양복이라니. 하지만 말리고 싶지 않았다. 누가 그랬던가? 부모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게 해주는 게 효도라고. 좋아서 하는데 양복이면 어떻고 내복이면 어떤가?
“엄마, 나는? 나도 옷이 없는데?”
“넌 학생이 옷이 뭐 필요해? 네 옷장 봐라. 옷이 많아 터지려고 하던데”
“이~씨, 그거 다 옛날 옷이거든.”
“그냥 입어. 어차피 유행은 돌고 도는 거야.”
엄마의 말에 예린이 입술을 삐죽였다.
“하여간에 이놈의 집은, 밖은 21세기인데 우리 집은 조선 시대에서 발전이 없어요. 발전이”
엄마는 예린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들 알았지? 엄마한테 전화하는 거다.”
“알았어. 그리고 예린이도 데려가자. 어차피 아버지와 할머니의 돌보심이라면 예린이도 혜택을 봐야지”
“어이구, 우리 아들, 생각하는 것도 어쩜, 여보 들었어요? 우리 아들이 이렇게 자랐어요.”
“아! 엄마, 아침부터 진짜, 그만 좀 하자. 이게 다 아빠 때문이야. 날 왜 딸로 낳아서 이런 설움을 겪게 하는 거야?”
예성은 모녀에게 하소연 당하는 긴장한 표정의 아버지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돌아가셔서도 고생하시네요. 아버지’
“그만 좀 하고 밥 먹읍시다. 온종일 그럴 거야?”
식사를 마치고, 예성과 예린은 엄마의 품에 안긴 아버지와 할머니의 배웅을 받으면서 집을 나섰다.
예린은 소파가 지겨워졌는지 도서관에 간다고 따라나섰다.
집을 나와 나는 동생과 눈을 마주쳤다.
“일단 약국에 가서 부채 표라도 한잔할까?”
오랜만에 어른들 앞에서 식사했더니 소화가 되지 않았다.
“오랜만에 옳은 말을 했어. 오빠”
*****
“그게 문제가 되는 거야?”
예성이 예린에게 들은 말을 본부장에게 말을 하니 본부장이 하는 말이었다.
“그럼 안 돼요?”
강력한 경쟁자가 한 무더기로 등장할지도 모르는데 아무렇지 않아야 한다는 말인가?
“음, 예성학생 기분 나쁘게 듣지 않았으면 해. 우린 예성학생이 슈스케에서 우승하기를 바라지 않아. 그냥 베스트4만 들어가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오히려 더 올라가면 역풍을 맞을 수가 있으니까.”
“네?”
예성은 본부장님의 말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란 말인가?
5억, 5억인데······.
“예성학생,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리 GJ엔터테인먼트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 기획사야. 알지?”
“네.”
“그런 기획사에서 나온 학생이 슈스케를 우승하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예성은 본부장님의 말에 바로 머리에 떠올랐다. 한때 말이 많기도 했다.
“조작 말씀인가요?”
“그래. 예성학생의 실력을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야. 세간의 눈을 의식해야 돼. 대형기획사라고 하면 뭐가 떠올라? 체계적인 시스템, 유명세. 이런 게 떠오르기도 하지만 반대로 노예계약, 비리 이런 것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해. 의심암귀라는 말 알아? 의심하는 마음이 있으면 없는 귀신도 있다고 믿게 되는 거야. 예성학생이 실력으로 1위를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확률이 높아. 대형 기획사인 GJ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가수가 우승했다. 거기다 아슬아슬한 표 차이로 우승해. 슈스케는 압도적인 우승자가 나온 적이 없어. 그렇게 만들지도 않아. 드라마가 되지 않으니까. 알지?”
“네.”
“아슬아슬하면 무조건 뒷말이 나오게 되어 있어. 한쪽은 소시민, 한쪽은 거대 기획사,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알겠지?”
“네. 제가 악당이 되겠네요.”
“그래.”
“그런데 4위도 못하면 어쩌죠?”
“하하”
예성의 말에 이기호는 웃음을 터트렸다.
“예성학생 내가 말했잖아? 베스트4에 들어가면 대성공이라고, 순위에 연연해 할 필요 없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름다운 패배야.”
“아름다운 패배요?”
“그래. 어이없게 예선에서 탈락만 하지 않으면 되는 거야. 그리고 이건 나은태가 해결해줄 거니까 걱정 없어. 요점은 안타깝게 지는 거야. 사람들에게 아 운이 없네, 아깝다. 이런 인상을 남기는 거지. 이해가 돼?”
“네.”
예성은 갑자기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려고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는데 갑자기 목적지가 동네 뒷산으로 바뀐 느낌이다.
“예성학생은 슈스케에 나가서 그냥 실력을 뽐내기만 하면 돼. 부담 같은 건 하나도 가질 필요 없어. 예성학생이 노래를 잘하는 건 우리가 인정하잖아. 5억이라는 상금이 커 보이지만 예성학생, 아름다운 패배로 인해 앞으로 몇 배의 돈을 벌게 될 거야.”
“그런데 그런 목적이라면 참 아쉬워요. 모처럼 검색어에도 오르고, 사람들의 응원도 많이 받았는데······.아!”
예성은 말을 하다 본부장님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는 걸 보고 아까 들었던 비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이상했다. 자신이 파워 블로거도 아니고 영상을 올리기만 했는데 그게 유명세를 타다니. 그러자 자연히 방금 들었던 비리와 조작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본부장님, 설마? 아니죠. 그죠? 제발 아니라고 말해요.”
“험험, 뭘 묻는지 모르지만 아니야. 난 아무것도 몰라.”
이 사람이 진짜, 입만 아니라고 말하고 온몸으로 진실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면서 뭐가 아니야?
“아! 이럴 줄 알았어. 내가 갑자기 유명해질 리가 없지.”
“어허! 난 아무것도 모른다니까.”
“정말요?”
“아니, 조금쯤은 알까?”
“정말 조작했어요? 그게 가능하긴 해요?”
정말 이게 가능한 일일까? 조작으로 자신의 이름이 도배되는 일이 가능할까?
“예성학생이 생각하는 것처럼 엄청난 일을 한 게 아니야. 그냥 불씨만 붙였을 뿐이야. 예성학생도 알다시피 주말에 의국남녀가 방영되었지. 그리고 그 한걸음도 방송을 드디어 탔어. 그리고 노래가 좋아서 차트 역주행이 진행되어 4위까지 올랐지. 어, 그런데 마침 우연히 그 한 걸음의 작곡자인 예성학생이 신곡을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찍어 유투브에 올렸어. 그런데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야. 조회 수가 안 나와.”
“그게 정상이죠.”
“그래. 그래서 나는 잘 아는 기자에게 유투브에 이런 뮤직비디오가 있다고 알려 주고, 마케팅 리서치사에 연락을 해서 1시간만 [신예성 소율]로 검색어를 올려달라고 했을 뿐이야.”
“으~아! 난 그것도 모르고 엄청 좋아했는데.”
예성이 얼굴을 손으로 덮으며 몸부림쳤다.
“예성학생 좋아해도 돼. 내가 말했잖아. 난 [신예성 소율]을 검색어로 올려달라고 했다고, 나머지는 다 예성군의 뮤직비디오가 히트하면서 생긴 거야.”
“그런데 그게 가능해요?”
“쯧쯧, 예성학생, 내가 전에 해준 말을 잊었어? 방송에는 참된 진실은 없고 보이는 진실만 있다고 했잖아? 인터넷도 마찬가지야. 예성학생은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대기업 비리나 정치 비리가 검색어에 올랐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본 적이 있을 텐데. 그리고 가끔 ‘왜 이게 검색어로 올라 있지’라고 생각되는 검색어도 본적이 있을 거야.”
“그게 조작을 해서 그런가요?”
“비슷해. 비리 같은 건 그냥 다른 검색어를 밀어 올려 덮어버리고 이상한 검색어는 예성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조작하는 거지.”
“으으~ 제가 이런 세상 속에 살고 있다니 괴롭네요.”
“하하, 어른이 된 것을 축하해. 예성학생”
“이런 일로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예성은 불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아저씨, 의외로 무서운 사람이구나.’
사실 예성은 이기호라는 사람이 본부장이라는 직함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언제나 선생님에게 납작 엎드리고, 언제나 실없는 말을 하며 자신에게도 우스갯소리를 잘하는 약간 허점이 많아 보이는 어른이었다.
그런데 이런 계획적으로 불법적인 일을 했으면서도 웃으면서 그걸 별거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하는 이기호 본부장님은 달리 보였다.
어쩌면 세파에 닳고 닳은 사람인데 그걸 감추기 위한 가면으로 이렇게 허허거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성학생 기분 나빠할 일이 아니야. 결과가 좋잖아. 그리고 이건 예성학생만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야. 아이돌들이 데뷔하기 전에도 대부분 이렇게 시험대에 올라.”
“그래요?”
“그래. 알다시피 아이돌을 데뷔시키는데 몇 억은 가뿐하게 들어. 들인 시간과 노력까지 합하면 십억이 넘을지도 몰라. 그런데 무턱대고 데뷔를 시킬까? 전략적인 데뷔가 필요해. 이 그룹이 정말 이 시점에 데뷔를 해서 본전을 뽑고 이익이 되는가? 그래서 먼저 조금씩 노출 시키면서 반응을 보는 거야. 그리고 반응이 좋으면 데뷔고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하는 거지. 많이 들어봤을걸. 데뷔 초읽기에 들어갔다가 그룹이 해산하는 경우 말이야.”
“해산되면 어떻게 돼요?”
“다시 처음부터 리빌딩하는 거지. 그룹이름도 바꾸고, 멤버도 바꾸고 하지. 이시기에 연습생들의 방출이 되기도 하고 다른 기획사와 트레이드하기도 해.”
“완전 스포츠 구단이네요. 헐”
“비슷하지. 아이돌은 철저하게 전략적으로 데뷔해. 예성학생도 마찬가지야. 이번 일은 조작이라고 하지만 예성학생이 데뷔를 할 때의 반응을 미리 알아본 것에 불과해. 내가 예성학생을 ‘크게 될 거다’ 생각을 하지만 여론이 나와 생각이 같은지 확인을 해야 하니까. 그리고 내 눈이 정확하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지. 작은 불씨로도 이렇게 활활 타오르다니, 예성학생은 충분히 스타성이 있어. 이건 우리에게도 예성학생에게도 좋은 일이야.”
“글쎄요. 이제 제가 나중에 음악방송 1위를 해도 믿지 못할 것 같아요.”
“하하,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어. 예성학생 같은 경우는 음원은 1위를 해도 방송은 1위하기 힘들 테니까.”
“설마 또 조작인가요?”
“조작이라면 조작이지. 우리가 아니라 팬들이 하는 거야. 음악방송은 팬덤 싸움이야. 아이돌들의 놀이터지. 그러니까 그쪽으로는 마음을 비우는 게 좋아. 보면 대충 보는 애들만 계속 나오잖아. 이상한 거 못 느꼈어?”
예성은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놈의 한국 괜히 헬 조선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팬클럽들 장난 아니야. 걔들은 완전 군대야. 특히 보이그룹의 팬클럽은 상명하복이 철저해. 그래서 그들은 쓸데없는 움직임이 없지. 보이 그룹이 컴백하면 조직적인 투표와 스트리밍은 물론이고, 음반 집계에 유리하기 위해 순위 프로그램에 집계되는 날짜부터 음반을 구매해. 솔직히 팬들이 가수를 좋아한다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이러니 기성가수들이나 솔로 가수들이 설 자리가 없지.”
“하긴 여러 명과 한 명의 싸움인데 불리하죠.”
예성의 실망한 듯한 말에 이기호가 예성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애가 혹시 인터넷에 이름이 오르내리니 들뜬 건가?’
“예성학생, 꿈이 참 많을 나이야. 그리고 꿈이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왔지. 유명해지기 시작하니 마음이 들뜰 거야. 음악방송 1위도 하고 싶고, 콘서트, 해외공연 이런 것을 꿈꾸고 있겠지. 하지만 예성학생, 자신을 다스려야 해. 인기는 물거품 같은 거야. 처음부터 빠르게 달리면 쉽게 지치고 약간의 충격에도 쓰러지게 되어 있어. 나는 전에도 말했지만 난 예성학생이 오래도록 가수를 했으면 하는 사람이야. 인기가 있으니 한순간에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아름다운 꽃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져. 그리고 다시 피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가수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롱런하는 가수는 그 시기에 판가름 나는 거야. 그러니 항상 초심을 잃지 말고, 스스로 이건 내가 가는 길에 누가 흘린 지폐를 줍는 것과 같은 행운이라고 생각을 해. 그러면 예성학생은 오래도록 가수를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예성은 본부장님의 쓸데없이 멋진 말에 감동을 받았다.
‘내가 혹시 들떠 보인 건가? 아니 어쩌면 들떴을지도······.’
오면서도 누가 혹시 자신을 알아보지 않을까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아! 사인해달라면 어쩌지? 사인이 없는데······.’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왔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런 예성에게 이기호의 말이 가슴에 깊게 와 닿았다. 그리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아! 하필이면 이런 멋진 말을 이 사람에게 듣다니······. 차라리 선생님이었으면······. 아쉽다. 아쉬워.’
“이기호,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거야?”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면서 장 프로듀서가 한 말이다.
“이제 끝났어. 예성학생, 가봐 앞으로 매일 보게 될 텐데······.”
“아니, 굳이 매일 보실 필요까지야······.”
“무슨 소리! 작게는 우리 기획사의 앞날이 걸려 있고 크게는 내 결혼생활의 안전이 걸려있는데 매일 봐야지.”
“크고 작은 게 바뀐 것 같은데요.”
예성의 말에 이기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냐. 기획사의 앞날이야 예성학생이 아니라도 방법이 있지만 내 결혼생활은 방법이 없어.”
‘하~아, 정말 이 사람 믿어도 되는 걸까?’
방을 나서는 예성의 머리에 스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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