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all-purpose machine RAW novel - Chapter 118
119화
대다수의 낙원인들은 자신이 낙원 인이라는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건 로제 백작의 명령을 받아 사신으로 파견된 카렌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라인하르트 남작 정도는 아니 지만, 낙원이 최고의 도시이고, 그런 낙원에 거주하는 낙원인이 최고라 는, 낙원에서 지극히 평범한 ‘낙원 우월주의 사상’을 가진 낙원인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내심 쉘터 아포칼립스를 낙후된 쉘터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로제 백작은 그들을 최대한 정중하게대하라 했지만, 그녀는 그렇게 말하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다고 하지만, 고작 그런 낙후된 쉘터에 자신들이 굽히고 들어가야 한단 말인가?
그런 생각은 시나리오 2의 지역에 도달하고 나서 더더욱 심해졌다. 여기저기 파손된 건물들과 도로, 방치 된 채 부패하는 시체들.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런 곳에 있는 쉘터라 해봐야 뻔하다. 아무렇게나 급조한 장벽을 세우고 쉘터라 칭하는 세력들. 그녀는 쉘터 아포칼립스가 그런 쉘터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쉘터 아포칼립스의 장벽에 도달했을 때, 그녀의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두 텁다. 그리고 장벽 위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관포가 달려 있었다.
‘뭐, 저렇게 기관포가 많이…’
기관포를 조종하는 사람도 없는데. 저게 무슨 쓸모란 말인가? 적대 세력을 대비해, 아마 위협용으로 걸어 놓은 모양이었다.
하기야, 이런 낙후된 지역의 생존자들이라면 저런 거에 무서워서 도망칠지도 모르지. 그녀는 속으로 비 아냥거리면서도 계속 기다렸다.
그때였다. 변종 좀비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와 함께 온 낙원인들은 느긋하게플라즈마 건을 들었다. 그때였다. 퉁퉁퉁퉁.
고막을 찢어버릴 정도의 굉음이 장 벽 위에서 울려 퍼졌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지는 걸 느끼다가, 고개를 돌려 장벽을 바라봤다.
아까까지만 해도 멈춰 있던, 수백 여 개의 기관포가 일제히 변종 좀비를 향해 포화를 퍼붓고 있었다. 그녀는 변종 좀비를 돌아봤다.
동정심이 치밀어오를 정도로, 아예 가루가 돼버렸다. 눈을 부비고 기관 포를 바라봤지만, 기관포에는 사람 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저게 다 센트리건이라고…?’
군부대에나 있는 센트리건이 수백 개 달려 있다니. 대체 어떻게 돼먹 은 쉘터야? 그녀는 쉘터 아포칼립스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바뀐 걸 느 꼈다.
낙후된 쉘터에서, 무력 하나는 대단한 쉘터로.
그때였다. 장벽의 문이 열렸다. 안에서 여자가 걸어 나왔다. 놀랍게도 여자의 뒤를 따라 나온 것은 전투용 안드로이드 로봇이었다.
“들어와도 좋아요. 우리 리더께서 허락해주셨으니까.”
“허락?”
그녀는 괜스레 기분이 나빠졌다. 그녀는 지금껏 몇 번이고, 낙원의 사신으로서 다른 세력에 파견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들은 그녀를 극진하게대접했다.
낙원인인 자신이 누구에게 허락받을 위치인가? 그녀는 속으로 궁시렁 거리면서도, 더 말하지는 않고 순순히 장벽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쉘터의 풍경에 넋이 나가고 말았다.
낙원 못지않게 깨끗하게정돈된 건물들과 거리, 곳곳에 서있는 전투용 안드로이드 로봇들과 작업용 안드로이드 로봇들, 멋진 파워 슈트를 걸 친 거주민들.
그녀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낙원에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고 말았다.
‘아니, 보여주기식일 거야.’
그렇게 합리화하기도 했지만 내부로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그것이 보여주기식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만 그녀였다.
마침내 그녀가 쉘터의 리더인 박시 현을 만났을 때, 카렌은 제법 정중 해져 있었다.
그가 낙원 못지않은 대단한 쉘터의 주인인 탓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서, 저희 낙원은 전쟁을 바라 지 않고, 귀하의 쉘터와 좋은 관계를 맺었으면 해요.”
그녀는 박시현이 당연히 동맹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쉘터 아포칼립스가 대단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낙원 역시 대단하다.
굳이 자신들과의 분란은, 이들도 더 이상 바라지 않을 것이다-라고 그녀 멋대로 생각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박시현의 대답은 정반대였다.
그는 오히려 카렌에게 따져 물었다.
“만약 우리가 낙원과 동맹을 맺는 다면, 당신들이 죽인 우리 거주민들은 뭐가 됩니까?”
“그건 무언가 오해가…”
“우리 거주민들은 소속을 말했음에도 당신들에게 공격을 당했습니다. 그게 오해라고 말씀하고 싶으신 겁니까?”
“아뇨, 그건 아니에요. 분명 우리 잘못이 맞긴 하지만… 당신들의 대 처도 너무 과하다는 걸…”
“우리 대처가 과하단 말입니까? 진심입니까?”
박시현의 냉소를 본 그녀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걸 느꼈다. 왠지 여기서 말을 잘못 했다가는 센트리 건에 의해 분해된 좀비처럼 되고 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해요. 우리는 서로 한 번씩 주고받은 셈이니까… 이제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박시현은 말없이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의 시선을 받아내던 그녀는 더 받아내지 못하고 눈을 내려 버렸다. 이내, 그가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당신들이 정 그러겠다 면, 그렇게 하도록 ‘허락’해드리죠. 하지만 잊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벌어졌다간, 그때는 단순히 일개 군단이 전멸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요.”
무례하다. 감히 낙원의 사신인 자신에게 할 말이 아니다. 하지만 카 렌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스스로가 굴욕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박시현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괜히 자신이 대꾸라도 했다간 정말 전쟁이라도 일으켜버릴 것 같아서. 그녀는 박시현이 그 정도로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할 말을 망설이는 사이, 그 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성의를 보였으면 합니다.”
협박을 해놓고 뻔뻔하게’성의’를 요구하는 그를 바라보면서, 카렌을 풀이 죽은 낯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건 저희가 가져온 차량에 실려 있어요.”
화친에 대한 대가였다. 물론 이런 식으로 반 강제로 뜯기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결국 그녀는 영혼까지 탈탈 털린 채 쓸쓸하게낙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리더, 낙원의 사신을 그렇게 함부로 대해도 될까요?”
“괜찮습니다.”
마리아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로제 백작이 듣는다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성격상 군대를 움직이지는 않을 겁니다.”
카렌에게 쉘터 아포칼립스 내부를 보여준 건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이쪽의 전력을 알고 있는 이상 그들은 쉽게 움직이지 못할 테니 말이다.
물론 그것도 진짜 전력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들에게 공개해봐야 좋을 거 없는 ‘진짜 전력’들은 쉘터 안 깊숙이 숨겨놨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나는 그들이 가져온 ‘성 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상자에 들어있는 대부분은 플라즈마 건이다.
음, 플라즈마 건… 좋긴 한데…
솔직히 말하면 조금 실망했다. 그 보다다는 차라리 미스릴이나 아다만티움 같은 걸 기대했기 때문이다. 뭐, 어차피 공짜이니까 상관은 없는 데다…
다음에 말해서 뜯어내면 되지, 뭐.
이런 좋은 관계를 한 번으로 끝마 칠 생각은, 당연하게도 없었다.
이내, 낙원인들이 탑승한 자동차가 저 멀리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 나서 야 나는 쉘터 안으로 돌아왔다. 확장한 쉘터가 아닌, 섬, 공장 지대에 말이다.
쉘터가 넓어지면서 인구가 분산되 긴 했지만, 여전히 기존의 거주민들 대부분은 공장 지대 안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하기야, 이사를 결정한다는 게 쉽지 않으니까.
주요 시설들의 대부분도 이 안에 있고. 작은 한국에, 작은 서울 정도 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군수 공장 앞에 가자, 쯔쉬안과 버 니가 나름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일까 의아해하며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왔어요? 그게…”
그녀는 버니에게 말하라는 듯, 눈 짓을했다. 버니가 한숨을 쉬며 털 어놨다.
“그게 말이야… 디아블로를 어느 정도 조종하는데 성공했네.”
“…그렇습니까?”
거주민들의 전투 훈련뿐만 아니라, 존슨의 파티의 전투 훈련까지 맡게 되면서, 버니는 매일마다 탈진할 정도로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그때문에 그의 능력은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디아블로의 기억을 읽어 맥스웰 놈이 숨 겨놓은 보물 상자의 위치를 알려주 기도 했었지.
그러더니, 이제는 아예 디아블로를 조종할 수 있게 된 모양이다. 디아블로. 시나리오 3가 시작되기도 전에 붙잡히면서, 포스가 떨어진 면이 없잖아 있지만.
디아블로가 시나리오 3의 보스라는 데는 말할 필요도 없다.
녀석은 시나리오 3에서 단일 개체 로 따져도 수위에 들 정도로 강하고, 무엇보다도 주변의 좀비들을 불러 모으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
녀석을 완전히 조종할 수만 있다면 분명 쓸 만할 것이다.
“얼마나 조종할 수 있습니까?”
“5분.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녀석 이 연기하는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네.”
“뭐, 상관없습니다.”
그 당시의 우리 쉘터는 디아블로 하나만으로 큰 위협을 느꼈다. 실제로도, 녀석이 우리 쉘터를 지능적으로 노렸다면 위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올시다였다. 이제 우리 쉘터의 전력은 녀석이 서너 마리 있다고 해도 능히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늘어났다.
아니 지형지물만 잘 활용한다면 열 마리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 몇 달간 안에 가둬놓고 오이만 먹이며 키운 디아블로쯤은…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 물론 죽이겠다는 말은 아니고, 다시 후려 패서 가둬버리면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스릴 감옥에 손을 가져다 댔다.
미스릴 감옥이 마치 꽃이 피어나듯 네 갈래로 갈라진다. 마침내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종종 카메라로 보긴 했지만 녀석의 몰골은 카메라로 보던 것보다 더 끔찍했다.
아니, 한편으로는 불쌍하다는 생각 마저 들었다. 녀석의 몸은 야위어 있으니까. 녀석은 내 눈치를 본다. 그래, 내 눈치를 볼 뿐이었다.
더이상 공격 행위를 할 생각은 하지 않는 듯 보인다. 물론 워낙 음험 한 녀석이라, 저러다가 불시에 기습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버니.”
“알았네.”
예전이라면 37호가 와, 37호가 온다고… 이러면서 부들부들 떨었을 버니지만 이제는, 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디아블로를 향해 능력을 사용했다.
마침내 디아블로의 몸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떻습니까?”
“5분 정도는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네. 그런데… 약 해졌군.”
“굶겼으니까요.”
뭐, 변명하자면 먹을 건 줬다. 다만 그 먹을 게 오이였을 뿐이지. 물론 식사만 제대로 챙겨준다면 다시 헬창… 아니, 근육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디 한번 시험해보죠.”
나는 디아블로를 보며 눈을 빛냈다. 디아블로가 움찔거린 것 같은 건, 내 착각이겠지?
아포칼립스 만능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