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32
32화-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사람들은 주차장에 모여 있었다.
바닥에는 좀비 습격에 사망한 사람들이 천에 덮여 누워있고 몇 명은 잡혀서 무릎 꿇린 채 묶여있었다.
안성희의 아버지인 안진성과 윤민호, 김 씨 할머니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 중이었다.
안진성은 침통한 표정으로 자신들이 알아낸 사실을 이야기했다.
“어제 북쪽 문을 열었던 건 안 씨, 안영수 씨의 소행이었습니다. 오늘 일은···어제 일이 들통날 걸 두려워한 안영수와 그에 동조한 몇 명이 벌인 일 입니다.”
그다음으로 윤민호가 말을 이었다.
“좀비들의 습격으로 돌아가신 분도 스무 분이나 되지만 모두 힘을 합쳐서 결국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가슴 아프지만 빨리 추스르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김 씨 할머니가 나섰다.
“각성자들과 같이 무기를 들고 싸우던 비 각성자 동료분들 중에 각성하신 분들도 계세요. 좀비들과 싸우다 보면 언제든지 각성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많은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앞으로는 비 각성자들도 전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요.”
다시 안진성이 이야기했다.
“그전에 이번 일을 일으킨 사람들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겠습니다. 안영수, 진성중, 양연호, 박선제, 이안진과 그 가족들 모두 추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의 있으신 분 계십니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나마 가족이 남아 있는 건 몇 명 안 된다고 한다.
특히 주동자인 안영수의 가족은 본인을 빼고는 모두 좀비에게 당했다.
그래서인지 잡혀 있던 사람들과 쫓겨날 가족들은 다 포기한 듯한 얼굴로 사람들에게 이끌려 사라졌다.
각성자들이 계급을 만들어 자신들을 차별할 것이라는 무서움에 저지른 일인데 오히려 자신들이 더 큰 피해를 보았다.
그래도 그냥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사람들이 더 뭉칠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
남은 사람들에게는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당연히 이런 결과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각성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할 만큼의 피해만 보고 막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이해가 안 됐다.
그걸 자신들이 어떻게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건지도 이해가 안 됐다.
실제로 해보지 않고 주변에서 보기만 했거나 머리로만 생각하니까 할 수 있는 무모한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본인들의 가족이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보았다고 해도 크게 안타깝지는 않았고 자업자득이란 생각만 들었다.
‘그것보다 내가 흥미로운 건 비 각성자들이 각성했다는 거지.’
튜토리얼 기간이 지나서 한 각성이라 늦은 만큼 손해를 본 것이지만 이런 세상엔 비 각성자로 사는 것보다 각성자로 사는 게 생존에 더 유리했다.
그리고 지금이니까 좀 늦었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시간이 더 지난다면 이 정도 차이는 많은 게 아닐 것이다.
앞으로는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좀비와 싸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 각성자들도 각성자들을 보조해서 싸울 수 있다.
그 와중에 각성이 된다면 즉시 전력이 늘어나는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각성자들과 같이 일하니 물자 배급에서 차별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조금 뒤 사람들이 흩어지는 분위기가 되었다.
나도 묵었던 숙소로 향하는데 안성희가 옆으로 왔다.
“큰일이 났어.”
“왜? 무슨 일인데?”
나는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둘러봤다.
좀비가 쳐들어온 건 아니다.
안성희는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빠가 각성했어.”
“뭐?”
“마법사래.”
“어? 마, 마법사?”
“그래, 마법사.”
안성희는 안진성을 가리켰고 안진성은 구석에 서서 손 오른 손바닥을 위로 올린 상태로 손바닥만 한 불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직은 연습 중인지 조금 어설펐다.
“머, 멋지시네.”
내가 좀 당황해서 그렇지 실제로 멋있었다.
손에서 불을 만들어 내는데 멋지지 않을 리가 있나.
“일단 지금은 저렇게 불을 만들어 내서 던지는 것밖에 못 한다고 하더라고 나중에 가면 스킬이 늘어날 수도 있겠지.”
“음···대구에서 좀비한테 날아왔던 불덩이도 너희 아버지 같은 마법사가 한 일이겠네.”
“너 불붙은 날?”
“응. 그때는 불덩이가 조금 더 컸던 것 같긴 하다.”
“그럼 확실히 나중엔 커질 수도 있겠네.”
그리고 나니 아버지가 각성자가 되면 좋지, 왜 걱정일까 싶었다.
“그렇지. 그런데 왜 큰일 났다는 거야? 아무래도 각성을 하는 게 생존에 더 유리하잖아.”
“아빠 성격이, 아무리 좀비더라도 싸우고 그러는 것보다는 뒤에서 사람 돕고 그러는 게 어울리는 성격이라 그렇지.”
“적응하시겠지.”
역시 데면데면한 사이라도 가족은 가족이었다.
각성한 안진성이 좀비와의 싸움에 나서다 위험해질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다.
“그렇겠지?”
안성희는 걱정스러운 듯 안진성을 보았다.
안성희의 걱정과는 달리 안진성은 새로운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양손으로 불덩이를 저글링 하듯 돌리고 있었다.
나는 안성희와 다른 의미로 걱정이 됐다.
새로운 장난감을 너무 쓸까 봐 더 걱정이었다.
***
다음날도 역시나 바로 출발하지는 못했다.
임시로 막기는 했지만, 아파트 단지 곳곳이 뚫렸었다.
단지가 너무 넓어서 이렇게 쉽게 뚫린다는 생각에 아파트 사람들은 가까운 몇 개 동에 모여 살기로 하고 입구를 다시 막기 시작했다.
자동차 등의 장애물들을 옮기고 쌓아서 길과 벽을 만드는 일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서 기꺼이 도와줬다.
달이 7월로 바뀌는 첫날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인지 멀리 이동하기도 귀찮았다.
이왕 도와주는 거 끝까지 도와주기로 했다.
그렇게 5일이 지났다.
당연한 일이지만 레벨이 오른 곰돌이 갑옷은 싸움도 잘했지만, 노가다를 더 잘했다.
땅을 파서 기둥을 박고 그 옆에 자동차로 벽을 만들었다.
자기들이 하면 며칠은 걸릴 일을 내가 뚝딱뚝딱해 내니까 열광했다.
그렇게 작업을 끝내고 이번엔 진짜로 출발할 준비를 모두 마치고 5일 만에 길을 나섰다.
“조심히 잘 가.”
안성희가 입구 앞까지 나와서 배웅해 주었다.
“그래, 너도 조심하고. 뭘 하려는지 몰라도 열심히 잘 해봐.”
“그래, 고마워. 너도.”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 걸었다.
한 달 반이 넘는 기간 동안 같이 사선을 넘은 사이긴 하지만, 말로 길게 이별을 할 사이도 아니고 서로 그런 성격도 아니다.
그냥 이렇게 가볍게 헤어지는 게 좋았다.
안 죽으면 나중에 또 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며칠 비가 오더니 오늘은 날씨가 좋았다.
그래서 앞으로 잘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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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날씨는 도와주지 않았다.
출발한 딱 하루만 날씨가 좋았고 다음 날부터 비가 계속 내렸다.
아무래도 혼자 이동하다 보니 주로 원래부터 사람이 많지 않았을 외곽의 외진 곳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대전을 나와서부터는 넓은 호수를 끼고 위로 올라갔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호숫가를 걸었다.
덥고 습했다.
그동안 전기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 익숙해서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제 여름이었다.
비를 맞으면서도 제대로 씻지 못했고 옷도 빨지 못해서 영 참기 힘든 냄새가 났다.
이틀 뒤에 난 호수를 지났다.
호수를 지나자마자 있는 시멘트 공장 마을에 도착했다.
큰 시멘트 공장 주변엔 인적없는 작은 마을이 있었고 묵을만한 장소를 찾다가 3층짜리 다세대주택이 몇 채 붙어 있는 곳을 찾았다.
‘썩어가는 시체만 없다면 오늘은 저기서 쉬어야겠다.’
다세대주택에서는 싸움이 있었는지 일부 유리창은 깨져있었고 벽에는 핏자국이 군데군데 묻어있었다.
나는 입구로 들어가 집의 문을 하나하나 열어 보았다.
어느 집은 급하게 피난을 떠났는지 옷장이나 서랍들이 열려있는 상태로 문이 잠겨있었다.
또 어느 집은 좀비와 싸웠었는지 장롱으로 문을 막고 벽에 피가 뿌려진 상태였다.
사람의 시체나 신체 일부가 남아 있지 않은 걸 보며 잘 도망갔기를 바랐다.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여러 집 중에 멀쩡한 집에 들어가 임시천막을 쳤다.
작게 불을 피워 즉석밥을 데울 물을 올리고 눅눅한 옷을 걸어서 좀 말렸다.
좀비 사태와 습한 우리나라 여름이 겹치는 건 정말 최악이다.
아직 장마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도 이러니 곧 장마가 시작되면 어떨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그나마 각성 이후로 신체 능력이 많이 올라간 상태라 견디기에 쉬울 것이다.
나는 밥을 먹고 누웠다.
내일 일찍 일어나 출발하면 저녁 전에는 청주 시내로 들어갈 생각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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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 야옹-! 야아옹-!
고양이가 우는 소리에 잠이 깼다.
‘어디서 고양이가 울어?’
나는 다시 자려고 눈을 감았다.
‘고양이? 고양이가 운다고?’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좀비 사태 이후 좀비를 피해 도망친 건지 좀비에게 잡아먹힌 건지 모르겠지만,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들은 동물의 울음소리는 좀비 까마귀였다.
뜬금없는 고양이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소리 없이 창문으로 다가갔다.
야옹-! 야옹-! 야옹-! 야옹-!
담벼락 위에 올라가서 우는 고양이는 옆구리의 몸이 반쯤 날아가서 갈비뼈가 드러난 상태로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녀석은 눈알 하나가 빠져 있고 시커먼 구멍에서는 벌레가 꿈틀댔다.
그리고 남은 눈 하나는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담벼락 위와 아래에 수십 마리의 좀비 고양이가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보고 울고 있었다.
야옹-! 야옹-! 야옹-! 야옹-!
좀비가 되기 전의 습성대로 우는 것 같았다.
‘대전이나 대구에서 보지 못한 좀비 고양이들이 나오는 건 아무래도 레벨업 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레벨이 올랐을 때 위협이 증가할 거라는 말이 이해됐다.
‘이런 식이면 좀비 고양이뿐만 아니라 곧 좀비 개도 나타나겠지.’
좀비 고양이가 작아서 힘이 강하진 않겠지만 그만큼 귀찮고 또 작아서 오히려 위협적이다.
발톱에 긁히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어쩌면 일반 좀비보다 더 상대하기 힘든 상대다.
저기에 고양이보다 덩치가 더 큰 좀비 개까지 합류하면 정말 위협적인 상대가 될 것이다.
‘잠은 다 잤네.’
중간에 깨서 다시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이렇게 조금 있다가 새벽에 일찍 출발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나는 좀비 고양이들의 시선을 끌지 않게 조심하며 벽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
***
날이 밝아오자 어느 순간 좀비 고양이들이 사라졌고 나는 가볍게 아침을 먹고 시내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중 좀비 고양이나 개가 튀어나오지 않을지 걱정했었지만, 문제없이 정오 무렵에 청주 시내로 진입했다.
‘일단 오늘 잠을 잘 장소부터 찾아 놓고 움직이는 게 좋겠지?’
나는 일단 주택가를 지나가며 쉴만한 집을 찾기 시작했다.
“키에에에에에엑-!”
멀지 않은 곳에서 전사 좀비의 괴성이 들렸다.
나는 잠깐 고민했다.
‘귀찮은데?’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생각과는 달리 발걸음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캬아악-!”
“꺄아앙-!”
쉬아악-! 퍼억-! 퍼퍽-!
“이거 뭐야! 고양이가 공격해!”
“작아서 조심해야 해!”
“고양이 발톱 조심해!”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쇠파이프와 야구 배트를 들고 전사 좀비와 일반 좀비, 좀비 고양이와 싸우고 있었다.
“키에에엑-!”
쐐애액-! 깡-! 까깡-! 까까깡-!
“큭! 형들은 언제 와?”
전사 좀비의 공격에 남자들은 뒤로 밀렸다.
쉬아악-! 퍽-! 퍼퍽-!
“기다려! 올 거야!”
“일단 모여! 적이 너무 많아!”
좀비들의 머리를 깨부수기는 했지만, 좀비 고양이와 전사 좀비에 조금씩 밀려나기만 했다.
동료들이 있는지 원군을 기다리며 방어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원군이 올 때까지 버티기 힘들 것 같은데?’
대전을 떠난 뒤 계속 쓸데없이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것 같아서, 웬만하면 그냥 빠르게 지나가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좀비 전사의 괴성을 듣고 오기 싫었던 건데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끼어들기는 싫은데. 그렇다고 그냥 가면 사람이 죽을 게 뻔한 걸 그냥 가기도 그렇잖아.’
난 차라리 안 왔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면서 남자들이 싸우는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갑옷소환-!”
슈우욱-! 쿠웅-!
싸우는 중간에 분홍색 곰돌이 갑옷을 입은 내가 나타나자 남자들과 좀비들이 멈칫하며 나를 쳐다봤다.
“케엑?”
“크르르?”
“야아옹?”
“어?”
“저거 뭐냐?”
“분홍색 곰 인형 맞지?”
쿵-! 쿵-! 쿵-! 쿵-!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바로 걸어 들어가서 팔을 휘둘렀다.
후와악-! 화아아악-! 퍼퍼퍼퍽-! 뿌드드득-!
“켁-!”
내 팔에 맞은 좀비들이 찢겨나가고 내 발에 고양이들은 터져나갔다.
“와! 뭐냐? 죽인다!”
“도대체 누구지?”
“누군지 무슨 상관이야? 살았으면 된 거지!”
남자들이 감탄하는 반면, 전사 좀비는 터져서 피떡이 되는 동료들을 보고 화가 났는지 손톱을 세우고 달려들었다.
“키에에엑-!”
쐐애애액-!
손바닥으로 찔러오는 전사 좀비의 머리를 내려쳤다.
화아악-! 콰자작-!
“키익-!”
전사 좀비는 머리부터 으깨지면서 한쪽 어깨까지 그대로 터져 버렸다.
“와우! 저 형님 터프하시네!”
“언제 봤다고 형님이야? 누군지 알아?”
“야! 저 정도로 강하면 그냥 무조건 형님인 거야!”
“하긴 네 말이 맞아!”
“야! 뭘 떠들고 있어? 이 고양이들부터 죽여!”
남자들이 무기를 들고 좀비 고양이부터 처리하면서 합류하자 금방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소환 해제-!”
슈욱-! 탓-!
나는 갑옷을 입고 남자들 앞에 섰다.
“다들, 괜찮으세요?”
남자들은 곰돌이 갑옷을 벗은 나를 살짝 경계했지만 이내 3명이 조폭처럼 동시에 고개를 푹 숙이며 인사했다.
“형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동시에 꾸벅 인사하는 게 살짝 당황스럽고 웃겼다.
“아, 모두 무사하시니, 다행입니다.”
남자들은 인사하고 내 앞에 와서 질문을 쏟아냈다.
“와! 형님 그 곰 인형은 뭡니까? 와! 장난 아니던데요?”
“이쪽에 처음 오신 것 같은데요. 어디 가실 데 없으시면 저희 숙소로 가시겠습니까?”
“예! 대단한 건 없지만 주무시는 데는 불편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는 걸 보니 남자들은 20대 초반을 갓 넘긴 것이 어린 티가 났다.
남자들의 질문과 자기들 숙소로 가자는 제의에 난감해하고 있을 때 누군가 달려왔다.
“동생들아! 내가 왔다-!!”
건장한 남자가 군용대검을 들고 뛰어들었다.
남자의 대검은 반짝이는 검은 색이었다.
‘갑자기 흥미로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