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33
33화-적은 아니고요
그냥 색을 칠한 검은 색과 베어랜드의 유순태처럼 다른 각성자를 죽이고 무기의 등급을 올린 검은 색은 조금 달랐다.
뭐가 다른지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보면 다른 게 한 번에 느껴졌다.
한마디로 불길한 검은색이었다.
난 남자를 주의 깊게 봤고 남자는 다른 일행들과 이야기하다가 나에게 걸어왔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우리 동생들을 구해 주셨다고요?”
남자는 어른인 것처럼 과장 되게 웃으며 인사했지만 나보다 크게 많아 보이지 않았다.
20대 중반은 허세도 티가 좀 났다.
“예, 지나는 길이었습니다.”
“이쯤이면 대전에서 올라오신 모양이네요?”
“예.”
남자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웃었다.
“아직 쉬실 장소를 못 구하셨으면 저희 숙소로 가시죠. 다른 건 몰라도 하룻밤 머물 편안한 잠자리는 보장하겠습니다.”
“음···.”
따라가면 귀찮아질 것 같기는 한데 조금 호기심이 생겼다.
허세가 좀 있기는 하지만 아주 양아치 같지는 않다.
이들의 무리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을지 궁금했다.
“혹시나 안전 때문에 그러시는 거라면 저와 이 동생들이 안전을 보장하겠습니다. 저와 제 동생들 의리 하나는 기가 막힌 놈들입니다.”
나는 마지못해 수락하는 척했다.
“그러시다면 제가 거절하기 어렵네요.”
“하하하! 잘 생각하셨습니다. 가시죠!”
남자는 다시 과장되게 웃으며 나를 안내했고 3명의 20대 초반의 남자들은 먼저 앞서서 걸었다.
·
·
·
군용대검을 무기로 쓰는 남자인 지문도는 역시나 20대 중반인 25살이었다.
그리고 20대 초반의 남자들은 이번에도 역시나 딱 20살이었다.
이야기 듣기로 이들의 그룹은 이들을 포함해 각성자만 10명이 넘고, 비 각성자까지 총 40명 정도의 무리였다.
그리고 그 인원들이 모두 20대 초중반이라고 했다.
굳이 묻지 않아도 지문도가 자꾸 이야기했다.
그냥 실없이 이야기하는 건 아닌 것 같은 게 나를 자기들 무리에 끌어들이려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동료가 되는 사람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서로 ‘형님’ ‘동생’ 하면서 대화하는 지문도와 남자들을 보니 이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이들에게 원치 않은 영업을 당하며 아마도 오후 3시 정도는 됐을 것 같은 시간에 이들의 숙소이자 아지트인 모텔에 도착했다.
***
유흥가 모텔촌이었다.
지문도는 그 모텔 중에 가장 큰 성 같은 모텔로 나를 안내했다.
모텔 이름도 아주 정직하게 캐슬이었다.
입구는 자동차로 막혀 있었고 입구 옆에 창고 문 같은 작은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짧은 복도를 지나니 바로 로비였다.
“오셨습니까! 형님!”
로비에 들어가자마자 20대 청년 여러 명이 꾸벅하고 조폭식 인사를 했다.
그리고 지문도는 무게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본인들은 심각하게 무게를 잡으면서 인사를 주고받고는 있지만 조폭 놀이하는 것같이 어설펐다.
지문도는 나를 3층의 한 객실로 안내했다.
“저는 동료들을 만나고 올 테니 이 방에서 쉬십시오.”
그리고 방 안에 혼자 남았다.
아무도 쓰지 않았던 방인지 아주 깨끗했다.
서랍도 열어 보고 화장실도 살펴봤지만 별건 없었다.
잠깐 잘까도 생각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금방 그 생각은 접었다.
이들이 궁금해서 따라온 거니까 일단은 긴장하고 기다려봐야겠다.
·
·
·
똑! 똑!
노크하는 소리에 깼다.
깜박 잠들었다.
“예!”
나는 입에 흐른 침을 닦으며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좀 쉬셨습니까?”
지문도가 웃으며 문 앞에 서 있었다.
“예, 덕분에 잘 쉬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저희 동료들과 같이 식사하시죠.”
“예, 알겠습니다.”
바라던 일이니 마다하지 않고 냉큼 대답하고 지문도를 따라갔다.
6층 꼭대기에 넓은 객실에 도착했다.
밖에 보이는 커다란 통창에 식탁이 놓여 있었고 이미 3명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정면에 대장처럼 앉아 있는 덩치 큰 남자는 마형준, 그 옆에 안경 낀 이인자 스타일의 장준서, 인상 좋아 보이고 건장한 조윤환을 지문도가 소개했다.
조윤환만 두 살 많은 27살이고 나머지 마형준, 장준서, 지문도는 25살이었다.
이 4명이 무리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상하관계는 없다고 지문도는 이야기했다.
그런데 자리 배치만 딱 봐도 상하관계가 있어 보였다.
‘지문도는 저 3명 바로 밑 행동대장 같은 역할로 보이네.’
가운데 앉아 있는 마형준이 웃으면 자리를 권했다.
“하하하, 그렇게 서 계시지 말고 앉으세요. 우리 동생들 구해 주셨다고 해서 식사나 같이하자고 초대한 겁니다.”
나는 자리에 앉았다.
“예,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조윤환이 인벤토리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5개 꺼내서 하나씩 나눠주었다.
유통기한도 짧은 편의점 도시락이 아직도 있는 게 신기했다.
난 사양하지 않고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다.
“동생들한테 들어 보니 아주 강하시다고 들었습니다.”
밥을 거의 다 먹어 갈 때쯤 조윤환이 물었다.
굳이 겸손은 필요 없었다.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하, 좋네요. 부탁드릴 게 하나 있는데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기다렸던 말이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했다.
“말씀 들어 보겠습니다.”
내 대답에 조윤환이 슬쩍 장준서를 보았고 장준서는 안경을 손가락으로 올리고 입을 열었다.
“여기 청주와 천안 사이에 커다란 물류창고가 있습니다. 그쪽으로 가는 길을 정찰하고 막고 있는 좀비들을 쓸어버려야 합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정찰은 여러분들도 가능하지 않으십니까?”
장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면 물류창고는 우리만 노리는 게 아닙니다. 천안에 자리 잡은 무리나 작은 소규모 그룹들이 많고 그들도 물류창고로 가는 길을 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전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외부에서 온 저 같은 사람이 일을 해결해 주면 좋겠네요.”
“그렇습니다.”
“다른 집단과 연합하거나 일시적인 동맹 같은 건 안 맺으십니까?”
“다른 집단들이 너무 공격적이에요. 아무래도 우리가 너무 젊고 어린것도 한몫하는 것 같네요.”
장준서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다른 그룹의 사람들이 어리다고 무시하고 공격적이라는데, 각성자가 15명이면 우습게 볼 전력이 아니다.
그래서 우습게 본다는 게 믿기지 않고 이유도 공감되지 않았다.
게다가 어설픈 조폭 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본 나한테는 특히 더 수긍이 가지 않는 이야기다.
장준서는 나를 보며 슬쩍 웃었다.
“잘 이해 안 되시죠?”
“예, 그렇습니다. 잘 이해가 안 되네요.”
“저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부분 동네 선후배입니다. 거기에 이전에는 동네에서 사고도 좀 치고 그랬던 사람들이죠. 그래서인지 저희를 많이 꺼리더군요.”
이 이야기는 조금 이해가 됐다.
동네 사고뭉치들이 각성해서 뭉치니 사람들이 경계한다는 이야기다.
그럴듯했다.
말 그대로 그럴듯하긴 했지만, 사실인지는 아직 모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제 좀 이해가 되네요.”
가만히 듣고 있던 마형준이 끼어들었다.
“뭐 복잡하게 말할 거 있습니까? 물류창고까지 정찰하는 조건으로 바라는 게 있습니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식량이나 물이 화폐나 다름없겠죠.”
“좋습니다! 열흘 치의 물과 식량이면 어떻습니까? 거기에 물류창고를 열면 필요한 물건을 몇 개 드리죠.”
“괜찮네요.”
진짜 조건이 나쁘지 않았다.
이런 편의점 도시락이나 간편식 열흘 치에 필요한 물건이라면 괜찮아 보였다.
마형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준서를 봤고, 장준서가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말을 이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죠.”
“좋습니다.”
내가 대답하자 장준서가 조윤환에게 이야기했다.
“형이 좀 동생들 몇 명하고 중간지점까지 인솔해줬으면 좋겠는데?”
장준서의 말에 조윤환이 깜짝 놀랐다.
“어? 내가?”
“어, 형이 다녀왔으면 좋겠는데.”
조윤환은 시선을 돌리며 마형준을 봤고 마형준은 장준서를 슬쩍 봤다.
장준서는 웃으며 다시 반복했다.
“형이 다녀왔으면 좋겠어. 다른 애들은 내일 할 일들이 있어.”
마형준이 말을 거들었다.
“하하, 맞아. 우리가 내일 바쁘네. 형이 좀 다녀와.”
“그래, 알았다.”
조윤환은 말을 꾹 삼키며 대답했다.
지문도는 나머지 3명 사이에 오가는 눈빛을 모르는 듯 열심히 두 번째 도시락을 먹고 있었고, 나는 흥미롭게 지켜봤다.
‘일단 서열 4위는 지문도, 3위는 조윤환이네. 1, 2위가 헷갈리네. 보기엔 마형준이 우위 같은 데 이야기를 주도하는 건 장준서야.’
분위기가 가라앉고 금방 식사 자리는 끝났다.
식사가 끝나자 사람들은 흩어졌고 나도 방을 나와 3층의 방으로 돌아갔다.
아직은 동네 친구들끼리 서열 놀이 정도로 보였다.
서열 높은 사람들의 무기도 지문도처럼 등급이 올랐을지 궁금했다.
일단 내일 조윤환은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다.
***
일찍 눈이 떠졌다.
이 그룹이 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믿을 수 있는 그룹도 아닌데 잠자리가 편안하니 그냥 푹 자버렸다.
‘긴장 좀 해야 하는데 까맣게 잊고 정말 푹 잤네.’
나는 아침을 간단히 먹고 물티슈로 얼굴과 몸을 닦았다.
곧 조윤환이 찾아와서 같이 밖으로 나왔다.
일행은 나와 조윤환 그리고 처음 본 각성자가 3명이 따라왔다.
3명은 어제 본 친구들하고 같은 20살로 앞에서 길 안내했고 조윤환은 굳은 얼굴로 나와 같이 걸었다.
“물류창고는 어제 말한 대로 천안과 충주 사이에 있습니다. 중간까지는 우리가 길을 낸 상태니까 걸리는 게 별로 없을 겁니다. 정오면 도착할 거고요. 물류창고까지는 지도를 참조해서 간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조윤환은 걸으면서 이야기하다 인벤토리에서 약도를 꺼내서 나에게 넘겨주었다.
약도는 간단했지만, 알아보기엔 문제없었다.
“우리가 헤어진 지점부터는 좀비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이 제대로 안 됐습니다.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습니다.”
“정찰을 안 가보신 건 아니실 텐데요. 저 같은 외부인을 보낸 적이 또 있습니까?”
앞만 보며 걷던 조윤환이 뜨끔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 일주일 전에 처음 보는 사람이 나타나다 사라진 적 있습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그래도 조윤환이 솔직하게 말해준 건 고마웠다.
“그렇군요. 이르면 내일 늦으면···보기 힘들겠죠?”
“험, 험, 무사히 내일 보길 바랍니다.”
“노력하죠.”
별문제 없이 중간지점에 도착했고 나는 안쪽으로 혼자 들어갔다.
꺾어진 골목으로 들어가 몸을 숨기고 같이 온 일행들의 모습을 봤다.
조윤환은 남자들에게 뭐라고 이야기하더니 혼자 어디론가 사라졌고 3명의 남자는 서 있던 주변을 수색하다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무기를 꺼내 들고 사라졌다.
무얼 발견한 건지 궁금했지만 몸을 돌리고 물류센터로 향했다.
그때.
“아악-! 아저씨-!”
어린아이의 비명이었다.
나는 남자들이 사라진 곳을 향해 조심스럽게 달렸다.
깡-! 깡-! 까깡-!
“크윽-!”
“오빠-!”
“괜찮아! 오지 마!-!”
남자 3명은 쇠파이프와 각목을 들고 휘두르고 있었다.
맞은편엔 부엌칼이 달린 봉을 휘두르는 30대 중반 남자 한 명과 야구 배트를 든 중학생 남자아이, 남자아이가 보호하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남자들은 30대 남자와 중학생 남자아이에게 무기를 휘둘렀다.
쉬이익-! 쉬익-! 깡-! 까깡-! 깡깡깡-!
“에이씨! 끝에 칼이 달려있어서 골치 아프네!”
“이쪽으로 붙어! 나하고 같이 공격해!”
남자 두 명이 붙어서 30대 남자를 공격했다.
쉬이익-! 깡-! 깡-! 깡-!
“크흑!”
손발이 어지러워진 남자는 뒷걸음쳤다.
화아악-! 깡-! 까앙-!
“큭!”
중학생 아이도 다른 남자 한 명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계속 물러섰다.
쉬이익-! 깡-! 까깡-!
“아저씨는 보내 버리고 애들은 심부름꾼 시키자고!”
화아악-! 퍼퍽-!
“맞아! 청소에 빨래도 해야 해!”
쉬쉭-! 까까깡-!
“도망 못 가게 다리만 부러트리자고!”
남자들은 허세인지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떠들어 대며 30대 남자와 아이를 압박하고 있었다.
“갑옷소환-!”
슈우웅-!
나는 발로 바닥을 세게 밟았다.
쿠웅-!
“···!”
싸우던 사람들은 나를 보고 놀라서 잠깐 멈칫했다.
“아, 아까 같이 왔던 사람이야!”
“마, 맞아 수철이가 인형 탈을 썼다고 했어!”
“어떡해?”
남자들은 다 들리게 의논했다.
답답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3명은 어느새 뭉쳐있었다.
“가던 길은 안 가고 여기에 왜 온 거요?”
나는 다시 물었다.
“여기서 뭐 하는 짓이냐고.”
“그냥 우리 할 일 하고 있으니 그냥 지나가쇼!”
나는 고개를 돌려 떨고 있는 초등학생 아이와 야구 배트를 꽉 쥐고 동생을 보호하는 중학생을 봤다.
“너희 할 일이 저 애들하고 싸우는 거냐?”
남자들이 움찔하고 눈치 보다가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이, 이렇게 안 하면! 식량은 어디서 구해! 굶어 죽으라고!”
“맞아! 어쩔 수 없이 이러는 거지!”
“그, 그래! 어쩔 수 없다고!”
짜증이 났다.
“닥쳐-!”
내가 소리치자 녀석들이 움찔했다.
“아무리 그래도 애는 건드리는 게 아니지! 그리고 애들 잡아다가 다리를 부러트려? 그게 식량을 구하려는 어쩔 수 없는 행동이냐? 청소에 빨래시킨다고? 너희들이 노예 사냥꾼이냐!”
내가 야단치는 동안 자기들끼리 눈빛을 교환했다.
나를 공격할 모양이다.
그럴 거면 티가 안 나게 하던가.
“움직이면 혼난다!”
한번 움찔거리다가 서로 눈을 맞추고 남자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쳐-!”
남자들의 쇠파이프와 각목이 내 곰돌이 갑옷을 힘껏 때렸다.
쉬이익-! 슈악-! 화악-!
분홍색 인형 옷에서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툭-! 탁-! 타악-!
먼지가 조금 날리는 것 말고는 전혀 영향이 없었다.
“허억-!”
“뭐, 뭐야?”
“왜 멀쩡해? 이게 맞아?”
‘맞든 틀리든 일단 맞자!’
나는 가볍게 손바닥을 휘둘렀다.
쉬익-! 쫘악-! 쫙-! 쫘아악-!
코피가 났고.
“커억-!”
이가 하나 날아갔다.
“크헉-!”
입 안쪽이 터져서 핏덩이를 토했다.
“켁-!”
쿠당탕탕-!
남자들은 따귀를 맞고 피를 토하며 날아가서 처박혔다.
날아가면서 이도 몇 개 같이 날아간 것 같다.
‘힘 조절한다고 했는데도 너무 강했던 모양이네.’
남자들은 한쪽에 처박혀 기절해 있었다.
나는 몸을 돌려 남자들과 싸우던 사람들을 봤다.
“히익! 오, 오빠!”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중학생 남자아이 뒤에 숨었다.
곰돌이 갑옷에 피도 안 묻었는데 그래도 무서웠나 보다.
“소환 해제!”
슈우욱-! 탓-!
갑옷을 벗고 사람들 앞에 섰다.
30대 남자가 경계하며 물었다.
“당신 누구야!”
“일단 적은 아니고요. 이쪽으로 가면 저쪽에 누워있는 친구들 동료들을 만날 수도 있으니 동쪽이나 서쪽으로 가세요.”
나는 피해 갈 방향을 가리켰고 남자가 조금 누그러졌다.
“왜 도와주는 거요?”
‘무슨 당연한 걸 묻지?’
나는 손을 휘휘 저었다.
“애들이 있으니까요. 빨리 가세요. 전 쟤들하고 할 말이 있어요.”
“고, 고맙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남자와 아이들이 꾸벅 인사했다.
아저씨라는 말에 살짝 상처받기는 했지만, 태연히 3명이 서쪽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기절해 있는 남자들을 향해 걸어갔다.
‘이놈들 죽이긴 좀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