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34
34화-자기들이 어쩔 건데
톡-! 톡-!
나는 남자 한 명의 뺨을 톡톡 쳤다.
이 정도로는 깨어나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는 갑옷 입고 조심해야겠네. 힘 조절한다고 했는데 이 정도면 너무 강한 것도 힘들어.’
나는 인벤토리에서 물통을 하나 꺼냈다.
물은 아깝지만 때려서 깨우기엔 아직도 입가에 피가 흐르고 있어서 때려봐야 소용없을 것 같았다.
콸콸콸-!
“···!”
“으···!”
“어!···어?”
남자들은 머리 위로 쏟아지는 물에 정신이 번쩍 드는지 벌떡 일어났다.
“아! 아파-!”
“이가 나갔어!”
“압니가 나가서 바름이 안데.”
남자들은 앞에 선 나를 의식도 못 하고 자기들끼리 얼굴을 감싸며 떠들고 있었다.
나는 빠루를 꺼내 가로등을 때렸다.
깡-!
남자들이 어깨를 움찔했다.
“···!!”
남자들은 그제야 입을 닫고 나를 봤다.
“그래, 조용하니까 좋잖아.”
나는 미소를 지었고 남자들은 움찔거리며 내 눈치를 봤다.
“아까 하던 말을 계속해 보자고. 너희들 계속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습격해 왔던 거냐?”
“···.”
남자들은 아무 말 못 하고 자기들끼리 눈빛을 교환했다.
‘이것들 봐라?’
갑옷을 입은 나를 상대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지만 입지 않은 상태의 나를 상대할만하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이 너무 눈에 보였다.
“쳐-!”
남자들은 무기를 빼 들고 한 번에 튀어나왔다.
쉬아악-! 깡-! 까깡-! 까깡-!
나는 빠루를 크게 휘둘러 쇠파이프, 야구 배트를 막고 다시 빠루를 빠르게 휘둘렀다.
쉬쉬쉭-! 뻐억-! 퍼억-! 빠각-!
이마를 맞고.
“컥-!”
턱이 돌아가고.
“크억-!”
뒤통수를 맞았다.
“악-!”
남자들은 내 빠루를 맞고 그대로 쓰러져 다시 기절했다.
·
·
·
이번엔 물을 뿌려도 안 일어나서 옆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깨어나길 기다렸다.
“···으, 윽.”
“아, 아이고···머리야.”
“어···어, 머디야.”
난 앞에 빠루를 들고 앉았다.
“자, 자, 계속해 보자고. 계속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습격해 왔던 거냐?”
남자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이 없었다.
“···.”
나는 빠루를 그냥 가볍게 던지고 받았다.
휘익-! 탁-!
남자들이 움찔거렸다.
“대답 안 할 생각들인가? 내가 참을성이 강할 것처럼 보이나 봐?”
남자들은 서로 눈치 보다가 입을 열었다.
“수, 순찰하다가 지나는 사람들이 있으면···.”
“있으면? 매번 그랬나?”
“거, 거의···요.”
“물론 각성자들이 많아 보이면 그냥 지나쳤겠지?”
“예···.”
나는 남자들을 노려봤다.
“그럼, 너희들은 강도단이네?”
남자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예···.”
“그럼, 습격한 사람들을 다 죽였나?”
“우, 우린 죽인 적 없습니다.”
“그럼, 살인은 안 한 강도들이네?”
한 명이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하, 하지만 우리도 살아야 하니까···어쩔 수 없잖아요.”
내 눈빛이 매서워졌다.
“어쩔 수 없는 게 어디 있어? 그냥 너희들이 선택한 거지. 빼앗는 게 편하니까 그냥 편한 길로 가는 거잖아.”
“···.”
“나는 너희들이 그러든 말든 아무 상관 없어. 신경 쓰기도 싫고. 그런데 말이야.”
나는 다시 남자들을 노려봤다.
“하지만, 애들한테는 그러면 안 되지. 안 그래도 살아남기 힘든 세상에 애들까지 공격해서 먹고살아야겠어? 힘을 쓸 거라면 조금 강한 사람한테 쓰던가!”
“···.”
“하긴, 이런 이야기 해서 뭐 하겠냐? 그런 생각을 할 인간들 같았으면 애초에 애들 다리를 부러트리니 그따위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남자들은 말이 없었고 나도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너희들하고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 죽이진 않을 거야.”
남자들은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냥 보내긴 아쉬우니 나도 네놈들 어디 한 군데 부러트려서 보내줄게. 각성자 세 명이니까 어떻게든 은신처로는 갈 수 있을 거다.”
“예?”
“아, 아니. 머리에 혹도 났어요!”
“이, 이가 부러져능데 이거런 안될가요?”
나는 가차 없이 빠루를 휘둘렀다.
“조심해! 움직이면 다른데 부러진다! 이 악물고!”
휘아악-! 뻑-! 뻑-! 뻐억-!
“악!”
“으악-!”
“아악-!”
남자들은 발목을 부여잡았다.
부러트린다고 말은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발목이 부어서 걸을 때 아플 정도로만 때렸다.
내가 생각보다 그렇게 잔인하지는 않다.
사람을 죽인 적 없다는 말도 영향을 주었다.
저 세 명의 무기에 검은빛은 없었기 때문이다.
“가라-!”
남자들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지나왔던 길로 사라졌다.
‘절뚝거려도 운이 좋으면 무사히 가겠지. 운이 정말 나쁘면 죽겠지만 그 정도 운이라면 내 책임은 아니지.’
나는 계속 물류창고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가보기로 했다.
가서 쓸만한 물건이나 찾은 뒤 수원으로 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텔 일당들이 식량 일부라도 주면서 보냈다면 되돌아갈까 고민해 봤겠지만, 약도만 주고 보내는 거라서 그런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외부인을 보내서 살아오면 좋은 거고, 죽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니까. 나도 안가도 상관없는 거지.’
나는 물류창고 방향으로 걸어갔다.
***
휘이익-! 팍-! 퍼퍽-!
“크엑-!”
좀비의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수풀 사이로 숨었다.
물류창고에 가까워질수록 좀비들의 숫자가 많아졌다.
시 외곽에 가까운 장소라 주변에 건물들이 점점 줄어들더니 좌우에 풀과 나무만 있는 큰길만 이어졌다.
‘저 길 끝에 물류창고가 있는 건 분명한데 혼자 가기엔 좀 힘들겠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주변에 좀비가 너무 많았다.
갑옷을 입고 뚫고 가는 것도 일단은 좀비의 숫자를 파악한 후에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전체를 볼 수 있게 길 한쪽의 언덕을 올라갔다.
언덕을 올라가는 동안에도 좀비들이 서성이고 있었지만 크게 문제없이 좀비의 머리를 깨며 올라갔다.
물류창고는 3층 정도의 높이에 좌우가 넓은 커다란 네모 그 자체인 건물이다.
넓은 주차장에 컨테이너 트럭들이 수십 대 서 있었다.
주차장과 물류창고 주변에는 좀비가 가득했다.
무리를 이룬 좀비들이 동그란 띠처럼 물류창고를 천천히 돌고 있었다.
‘숫자로만 보면 지금까지 본 좀비 무리 중에 제일 많은 것 같네. 수천 마리야.’
괜히 뚫고 간다고 갑옷을 소환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허세를 부렸다가는 지쳐서 죽어갔을 것이다.
나는 잘린 나무둥치에 앉아 계속 좀비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저렇게 계속 물류창고를 돌기만 한다면 어떻게 뚫고 갈 방법이 없을 것이다.
·
·
·
이제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좀비들은 계속 물류창고를 맴돌고만 있었다.
일단 지금까지 본 대로라면 여길 공략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어두워져서 더 볼 수도 없어. 늦기 전에 내려가야겠어.’
나는 나무둥치에 앉아있던 몸을 일으켰다.
쐐애애애액-! 팍-!
“···!”
몸을 일으킨 내 발 앞에 무언가 날아와 꽂혔다.
나는 몸을 낮추고 주변을 살펴봤다.
언덕 위라 주변엔 보이는 것도 없고 주변에 걸리는 감각도 없었다.
내 감각을 넘어서는 멀리에서 날아 온 것이다.
날아와서 땅에 박힌 건 화살이다.
그 화살에 종이가 묶여있었다.
나는 포복으로 화살까지 다가가 뽑아서 다시 포복으로 수풀에 들어가서 몸을 감추고 종이를 펼쳤다.
[물류창고. 지붕. 일주일. 고립. 1인. 구출. 필요.]물류창고 지붕에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포복으로 지붕이 보일만 한 위치로 이동해서 지붕을 살폈다.
어두웠지만 밝은색 물류창고 지붕에 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저기까지의 거리가 못해도 몇백 m는 넘을 텐데 화살이 여기까지 날아오는 게 정상인가?’
활의 사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몰라도 그냥 힘으로 쏘는 게 300m 가까이 날아온다는 건 정상은 아니다.
그렇다면 저건 당연히 아이템이다.
돌멩이를 던지거나 음료 캔에 말도 안 되는 동태까지 던지기만 하면 궁수라는 직업을 갖게 되는데 멀리 있는 저 사람은 진짜 활을 쏘는 궁수다.
좀비가 나타난 이후에 처음으로 좀비를 죽인 무기가 아이템이 된다.
좀비가 처음 나타났을 5월 20일 금요일 오전 9시에 활을 들고 있던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나는 몸을 일으켜 아까 화살이 날아 온 장소로 걸어갔다.
그리고 다음 화살을 기다렸다.
쐐애애액-! 팍-!
화살이 계속 날아왔고 화살에 달린 종이를 읽었다.
[좀비. 3일에 1번 반나절 이동. 내일 오후 시작. 서쪽부터 이동. 동물 있음.]그리고 마지막엔 좀비들이 이동하는 경로가 그려진 간단한 약도가 날아왔다.
그리고 많이 어두워져서인지 화살은 더 이상 날아 오지 않았다.
지붕 위의 사람은 양손을 흔들고서는 지붕 환풍구 아래로 내려갔다.
‘오면서 조윤환은 일주일 전에 외부인을 한번 본 적 있다고 했어. 그게 저 사람이라면 모텔의 일당들이 나처럼 정찰을 보낸 거야.’
그렇다면 어쩌다가 좀비들이 자리에서 이동할 때 들어가서 고립된 거고, 그래서 계속 관찰하면서 이동하는 시간도 알아낸 것이다.
‘이렇게 어두울 때 이동해 본 적은 없는데, 그래도 모텔까지 가려면 지금 가야 해.’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었지만, 물류창고를 공략하려면 사람이 필요했다.
아무리 좀비 무리가 이동한다고 해도 남아서 서성이는 좀비들은 존재한다.
지금처럼 무리의 숫자가 많을 때는 얼마나 많은 좀비가 남을지 모른다.
‘혼자서 들어가도 감당이 가능할 정도라면 저 사람이 고립될 일은 없었겠지.’
괜히 혼자 나섰다가 나까지 고립될 수도 있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오는 길에 때려준 남자 3명이 시비 걸면 살려둔 게 어디냐며 뻔뻔하게 나가야지. 자기들이 어쩔 건데?’
나는 이런저런 생각 하며 모텔로 향했다.
***
휘이이익-! 뻐억-! 퍽-!
“크억-!”
밤이지만 불빛 하나 없는 도시엔 달빛과 별빛이 생각보다 밝았다.
그래서 다행히 시야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서성이는 좀비의 머리를 깨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 정도면 무난하게 잘 가고 있는데?’
감이 좋아진 건지 감각이 좋아진 건지 몰라도 좀비들을 만나봐야 한두 마리일 정도로 잘 피해 가고 있었다.
모텔이 그리 멀지 않았다.
캬아악-! 왜앵-! 퍽-! 퍼억-!
“크앙-!”
누군가 좀비 고양이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모텔 인근인데 밖에 누가 나와 있는 거지?’
나는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했다.
쉬아악-! 퍼퍽-! 퍼퍼퍽-!
“컁-!”
중간지점까지 나를 안내한 조윤환이 쇠파이프로 고양이들을 때리고 있었다.
조윤환의 쇠파이프는 검은색이 아니었다.
길 가는 사람에게 강도질하는 그룹에서 중간 간부 정도 되는 사람의 아이템이 멀쩡한 건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이야기다.
나는 빠루를 들고 바로 합류했다.
휘이익-! 뻐억-! 뻐버벅-!
“컥-!”
조윤환은 합류한 나를 보고 살짝 놀라다가 이내 좀비 고양이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공격했다.
휘이익-! 쉬아악-! 퍽-! 퍼퍽-! 퍼퍼퍽-!
합류한 나까지 두 명이 좀비 고양이를 상대하니 금방 숫자가 빠르게 줄었다.
캬아앙-! 왜애앵-! 케에엥-!
자기 동료들이 계속 당하자 고양이들은 나와 조윤환을 둘러싸고 울기만 했다.
확실히 일반 좀비들보다 지능이 높아 보였다.
조윤환은 쇠파이프를 좀비 고양이에게 겨누며 슬쩍 물었다.
“정찰하고 온 겁니까?”
“예. 복귀가 늦으셨네요.”
“예, 뭐.”
좀비 고양이는 우릴 둘러싼 상태로 울다가 조금씩 거리를 벌렸다.
“도망치네요.”
“예.”
나는 대답하면서도 빠루를 겨눈 상태로 거두지 않고 자세를 유지했다.
잠시 후 좀비 고양이가 완전히 사라진 이후에도 잠시 더 기다리다가 무기를 거두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모텔로 이동했다.
난 조윤환을 슬쩍 보며 물었다.
“아까 같이 있던 3명은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먼저 복귀했을 겁니다. 왜 그러시죠?”
조윤환은 몰랐던 것으로 보였다.
“헤어지고 나서 조금 일이 있었습니다.”
나는 조윤환에게 3명이 지나가는 사람을 습격했고 그중에 아이들도 있어서, 혼내주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들은 조윤환은 잠시 말없이 걷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원래 이런 양아치는 아니었습니다.”
나는 조용히 조윤환이 하는 말을 들었다.
“그냥 동네에서 몰려다니며 놀고 치기 어린 장난이나 좀 치던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른들이야 양아치라고 하지만 막 싸우고 행패 부리고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좀비가 나타나고 싸우다 각성하고 나서부터 무언가 변했습니다. 시비가 붙은 다른 그룹과 싸우다가 실수로 사람이 죽고 각성자를 죽이면 등급을 올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마 튜토리얼 보상으로 등급 포인트를 받았을 테고 그 효과를 확인했을 것이다.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일부러 다른 그룹을 찾아다니고 지나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생존해야 한다면서요. 동생들은 이제 힘에 취하고 생존이라는 말에 속아서 가책도 없이 사람들을 공격합니다. 이건 정상이 아니에요.”
조용히 듣던 나는 궁금한 게 생겨 질문을 하나 했다.
“사람들에게 생존을 위해서라며 공격하기를 부추긴 게 누굽니까?”
“준서가 주로 그런 말을 했습니다. 준서는 조용하고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보이는 것과는 다른 친구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물었다.
“장준서 씨가 이 무리의 실질적 대장이죠?”
조윤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좀비 사태 전부터도 강한 힘을 지닌 마형준을 이용해서 동생들을 쥐락펴락했었습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이어서 물었다.
“아마도 첫 사망사고를 낸 것도 장준서 씨죠?”
“어, 맞습니다. 어떻게 아셨죠?”
나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런 세상이지만 사람을 죽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말 머리가 어떻게 망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실수더라도 감정에 상처를 입습니다. 자꾸 동료들에게 공격을 조장하고 생존 때문이라면서 면죄부를 주려는 건 사람들을 자기처럼 만들려는 것 같습니다. 다 똑같으며 자기만 이상한 게 아니게 되니까요. 모두의 잘못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조윤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고 보면 너무 이상하게 공격을 강조한 것 같네요. 우리에게 물과 식량이 그렇게 부족한 정도는 아닌데 자꾸 물자확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을 물류창고로 보낸 거겠죠.”
조윤환이 다급히 물었다.
“어떻게 해야 애들이 정상으로 돌아올까요?”
나는 찬찬히 조윤환을 봤다.
“저는 외부인이라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네요. 그건 알아서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의뢰받은 물류창고까지 정찰하고 왔습니다. 좀비의 이동시간과 경로를 알아 왔으니 내일 공략하면 될 겁니다. 좀비들이 이동했다고 해도 워낙 숫자가 많아서 남은 좀비들이 많을 겁니다. 많은 인원이 가야 합니다.”
물류창고 이야기에 그런가 보다 하고 듣던 조윤환이 점점 내 말에 집중했다.
“그럼, 우리 그룹이 다 가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장기적으로 그곳에 자리 잡으려면 시간을 들여 준비해야겠지만, 물건만 가지고 나오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조윤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창고를 점령하려는 건 아니니 일단 모든 인원이 한꺼번에 가야겠네요. 적의 숫자가 많으면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겠군요.”
“···.”
나는 대답하지 않았고 조윤환은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말없이 걸었다.
문제를 인식했으면 내부에서 풀어야 한다.
나 같은 외부인에게 기대는 건 내부에서 해결이 안 될 때나 생각해 볼 일이다.
힘이 있다고 사람들을 공격하고 다니는 꼴은 못마땅했지만, 대상이 아이만 아니면 굳이 신경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만의 기준이기도 하고 상식적으로도 아이를 공격하는 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런 세상일수록 최소한의 기준은 지켜야 한다.
그래야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괴물이 된 장준서는 자기 친구들까지 괴물로 만들려 하고 있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괴물이었다.
조윤환이나 나나 각자 생각에 빠진 채 조용히 걸었고 어느새 모텔 앞에 도착했다.
‘그 세 명은 돌아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