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4
04화-천천히 걸었다
편의점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후다닥 튀어나왔다.
휘익-! 퍼억-!
골프채를 든 남자가 좀비의 머리를 터트렸다.
후웅-! 콰득-! 퍼억-!
60cm 정도의 몽키스패너를 든 남자가 좀비의 허리를 꺾어버리고 나서 머리를 터트렸다.
휘익-! 퍼퍽-!
그리고 그 뒤에서 한 남자가 밧줄이 달린 1m의 나무 기둥을 좀비에게 던져서 머리를 터트렸고, 바로 밧줄을 당겨 기둥을 다시 손으로 잡았다.
나는 금방 얼굴을 알아봤다.
골프채를 든 남자는 우부장이라는 사람이고, 몽키스패너를 든 남자는 조과장이라는 사람이다.
그 뒤에 밧줄에 달린 나무 기둥을 던지는 남자는 처음 본 사람이다.
우부장은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한번 인사했고 조과장도 시설관리하는 기술자라서 오가며 인사한 적 있다.
나는 늘 인형 탈을 뒤집어쓴 상태로 돌아다녔기 때문에 두 사람은 내 얼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세 사람이 튀어나와 나와 같이 좀비를 상대하니 금방 숫자가 줄었다.
다들 나처럼 각성했는지 힘들이 장난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나이들이 있고 싸우는 데에 익숙하지 않아서 중간중간 동작이 좀 느려졌다.
그럴 때마다 편의점 안에서 야구공만 한 돌이 빠르게 날아와서 좀비의 머리에 박혔다.
쉬이익-! 퍼억-!
큰 위기 없이 빠르게 나머지 절반의 좀비를 처리하고 모두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덜컹!
우리가 안으로 들어오자 편의점 안에 있던 두 명의 여자가 일사불란하게 바로 문을 잠그고 매대를 문 앞에 쌓은 뒤 종이박스로 유리 벽을 가렸다.
“후욱···후욱···.”
나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도 격하게 몸을 움직여서인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저···.”
우부장이 뭔가 말을 하려 하자 나는 검지로 조용히 하라는 동작을 취하고 다른 손으로 문밖을 가리켰다.
“쿠어어어어.”
“크우우우우.”
박스로 가려져 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좀비 수백 마리가 무리를 지어서 편의점을 지나고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
편의점 앞에서 서성이던 좀비들과는 달리 이 좀비 무리는 계속 천천히 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우부장이나 다른 사람들도 내 의도를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우부장과 조과장은 떨어져서 한쪽에 앉았고, 나무 기둥을 던지던 남자는 나무 기둥이 아이템이었는지 들고 있다가 갑자기 사라지게 했다.
내 갑옷처럼 소환하고 해제가 되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부장의 골프채도, 조과장의 몽키스패너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문을 닫고 매대를 옮겼던 30대 여자와 4, 5세 정도의 작은 남자아이 옆으로 남자가 가서 지키고 있는 걸 보니 셋이 한 가족인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한 명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는 7살 정도의 다른 남자아이를 달래며 조용히 시키고 있었다.
5살짜리 아이는 담담히 있는데 7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덜덜 떨며 울먹이고 있었다.
아이라면 좀비를 보면 무서워하는 게 정상이기는 하다.
‘느릿하게 움직이는 걸 보니 지나가는 데 좀 시간이 걸리겠네.’
나는 편의점을 슥 둘러봤다.
편의점 내부에는 물건이 거의 없었다.
안쪽에서 돌을 던지던 사람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4명의 각성자가 여기 있다.
당연히 인벤토리에 모든 물건을 옮겨 놓았을 것이다.
침착하게 잘 운영되고 있는 일행이다.
사람들이 이 사태에 대해 무슨 정보라도 아는 게 있는지 당장이라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좀비들의 행렬이 길고 느릿하게 움직여서 너무 졸렸다.
밤에 이런저런 생각에 많이 자지 못했고,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에 긴장이 풀렸는지 나는 앉아서 잠들고 말았다.
***
깜박 잠이 들었나 보다.
잠이 깼는데 코가 간질거렸다.
짝!
벌레인가 싶어 본능적으로 뺨을 때리는데 아이들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볼도 얼얼했다.
벌레가 알짱거리면 일단 손부터 휘둘러서 이런 일이 잦았다.
눈을 뜨고 일어나 보니 나는 맨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침을 흘리며 자고 있었다.
그런 나를 두 아이가 종이 쪼가리를 말아서 코를 간지럽히면서 논 모양이었다.
장난기 가득 품은 눈을 보고 피식 웃으면 얼굴에 흐른 침을 닦았다.
“우리 아는 사이 아니요?”
일어나서 얼굴을 닦는 나를 보고 우부장이 말을 걸었다.
목소리를 낮추지 않은 걸 보면 좀비들이 다 지나간 것 같다.
나는 일어서서 꾸벅 인사했다.
“예, 몇 달 전에 알바를 처음 시작할 때 인사드렸었습니다. 곰돌이 탈 쓰던 진웅이라고 합니다.”
“오! 역시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었어. 곰돌이 탈 쓰고 지나다닌 거라 얼굴을 제대로 기억을 못했구만.”
우부장은 내가 알바라는 걸 알자마자 바로 편하게 말했다.
어차피 나이도 많고, 윗사람이었으니까 나는 상관없었다.
“내 이름은 우성조, 우부장이라고 부르면 되고, 여기 조과장님의 이름은 조위필 과장님이셔. 조과장님이 우리 가운데 제일 나이가 많으시고. 저기 저 친구는 이남도 씨이고, 아내이신 민나은 씨, 저 아이는 이진우. 그리고 이쪽은 예수진 씨하고 장민성이야.”
우부장은 모인 사람의 이름을 하나하나 알려줬고 나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했다.
“나와 조과장, 이남도 씨는 전사이고 예수진 씨는 궁수라고 하더라고. 민나은 씨와 아이들은 미 각성자이고, 진웅 씨 직업은 뭐야?”
우부장은 너무 쉽게 직업을 이야기하며 내 직업을 물었다.
뭘 믿고 직업을 공개하나 싶었다.
이런 건 숨기는 게 보통 아닌가 생각했지만, 상대방이 먼저 공개했으니 이 정도는 나도 말해도 될 것 같았다.
“저는 기사입니다.”
“기사?”
우부장과 조과장은 서를 힐끔 보며 갸웃거렸다.
“기사와 전사가 뭐가 다른가? 이런 걸 잘 몰라서 말이야.”
나라고 이게 처음인데 알 턱이 없었다.
전사가 있는지 지금 알았다.
“저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모르겠습니다.”
대화를 듣던 이남도가 슬쩍 끼어들었다.
“게임에서는 같은 검을 들고 싸우더라도 기사는 갑옷을 입고 말 같은 걸 타는 사람을 말합니다.”
“말을 타는 게 기사인 건 나도 알아요. 그런데 그게 말이 되나? 말이 어디 있다고? 여긴 동물원도 없는데?”
“아, 아니 그냥 그렇다면 말입니다.”
내 갑옷은 입는다기보다는 탑승하는 게 맞았으니까 이남도가 핵심을 짚었지만, 우부장은 괜히 이남도를 타박했다.
나는 말을 돌렸다.
“그것보다 저와는 다르게 전용 무기들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잡히는 대로 씁니다. 그게 또 다른 점 같네요.”
내 말에 우부장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오! 그것도 그렇군. 자네 말대로 나는 7번 아이언, 저기 조과장은 몽키스패너, 여기 이 친구는 나무 기둥이 전용 무기야.”
슈욱-!
우부장이 손을 뻗자 손에 골프채가 잡혔다.
물건들을 인벤토리에 넣는 게 끝부터 조금씩 사라지고 나타나는 느낌이라면 아이템은 한 번에 통째로 나타났다.
“하하, 신기하지? 이걸 잡고 좀비 머리통을 날리고 나니 전사로 각성했다는 메시지가 떠오르더군. 그리고 이게 귀속 아이템이 됐어.”
후웅-!
우부장은 약간 과시하듯 골프채를 휘둘렀다.
“이전보다 훨씬 단단하게 변한 이 7번 아이언은 나만 소환해서 잡을 수 있더라고. 거기에 망가지면 소환 해제되는 동안 알아서 원상 복구되는 기능도 있지.”
다른 건 다 내 갑옷과 유사하지만, 아이템이 성장한다는 말이 없으니 나와는 다른 것 같았다.
‘하긴 내 갑옷은 S가 3개나 붙어 있으니 보통 아이템이 아니긴 하지.’
나는 우부장을 보면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대로 신기하네요.”
내 대답에 우부장은 만족한 듯 입꼬리가 올라갔다.
우부장이 우쭐대는 사이 조과장이 내게 질문했다.
“그건 그렇고 진웅이 자넨 어디에 있다가 온 거지? 주변 상황에 대해 좀 아는 게 있나?”
“전, 알바하다가 야외공연장 지나서 있는 창고로 도망쳤습니다. 놓고 온 핸드폰을 열어봐도 전원이 들어 오지 않고 전기도 다 멈췄습니다.”
“그럼, 하루를 꼬박 굶은 건가?”
“창고에서 조금 나오면 있는 간이매점의 물건을 가져왔습니다.”
“음, 그렇다면 자네도 며칠 버틸 물자는 가지고 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다음 계획이 어떻게 됩니까?”
“계획?”
조과장은 뺨을 긁으며 우부장은 슬쩍 쳐다봤다.
“그런 게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 일단 며칠 버티면서 경찰이든, 군대든 구조대가 오길 기다리는 게 우선이겠지.”
조과장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우부장이 끼어들었다.
“아니, 며칠 기다리다가 죽는다니까? 주변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물자를 긁어모으고 나서 버티든가 하자고.”
“부장님도 보지 않았소? 밖에 저 좀비들이 수백 마리가 줄지어 다니는데 어딜 간다고!”
우부장은 손가락을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친구가 여기 온 것처럼 좀비 무리가 오기 전에 빨리 치고 빠지자고!”
“그건 혼자 오다가 우리가 도와줘서 된 거고, 우린 한꺼번에 이동해야 하니 그게 힘들지 않소?”
“아, 참 조과장 답답하네. 힘이 있을 때 과감하게 가야지. 기다리다가 배고플 때 가면 힘도 없고 당한다니까!”
조과장은 우부장의 말이 조금 기분이 나쁜 것 같았다.
알바인 내가 신경 쓸 일 아니라서 몰랐는데, 원래 두 사람이 사이가 안 좋았나 싶었다.
“우성조 부장님! 아무리 그래도 내가 두 살이 많은데 막 반말하고 그러면 불쾌합니다. 부장님은 사무직, 나는 기술직, 서로 존중 좀 합시다.”
“조과장님. 뭘 또 그렇게 정색하시고 그래요. 얘기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죠.”
“지금같이 극한상황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았어요. 미안해요. 조심할게요. 우리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계속 말해 봅시다. 그냥 다수결로 하는 거 어때요?”
조과장은 불만이 남아 있지만, 꾹 참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 다 나보다 띠동갑 정도로 나이가 많을 것 같은데 좀 유치하지 않나 싶었다.
‘뭐 직장 상사가 나보다 어리면 그런 게 신경 쓰이긴 하겠지.’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에 이남도가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에 갑자기 좀비가 늘어난 걸 보면 계속 늘어날 수도 있으니 조금 무리하더라도 식량을 우선 확보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부장은 반색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었다.
“아! 내 생각이 이 생각이요. 다른 분들 의견은 어떻습니까?”
“난, 반대에요. 우리 남편은 민성이와 날 구하다 저놈들한테 당했어요. 우리 민성이에게는 나밖에 남은 사람이 없어요. 나는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하긴 싫어요. 차라리 물이나 식량을 아껴서 먹으면서 구조되기를 기다릴 거예요.”
예수진의 말에 다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우부장은 입술을 열듯 말듯 움찔거렸지만 반대할 말을 찾기 힘들었는지 끝까지 말이 없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경찰이나 군대가 구조해줄 거라고 믿는 모양이다.
내 생각은 달랐지만, 일단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었다.
“각성한 분들 의견이 우선 되어야 할 것 같네요. 저는 여러분들 결정을 따를게요.”
민나은이 말을 하자 사람들이 마지막 남은 각성자인 나를 쳐다봤다.
우부장과 이남도는 나가자는 쪽이고 조과장과 예수진은 남아서 버티자는 쪽이다.
방금 합류한 내 결정에 달린 상황이 됐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 결정하지 말고 정찰이라도 한 후에 결정하는 게 어떻습니까?”
내 말에 우부장이 물었다.
“정찰? 굳이 할 필요 있나?”
“제가 이 편의점에 들어오기 전에도 전날에 근처까지 와서 살펴봤습니다. 좀비 무리가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다면 몇 마리씩 유인해서 수를 줄일 생각이었습니다.”
“결국 좀비가 나타나서 정찰의 효과를 못 보지 않았나?”
“예, 그래서 정찰해야죠. 어제 좀비가 나타난 시간과 비슷한 시간에 좀비 무리가 나타났습니다. 내일도 그럴 수도 있습니다. 지금 살펴보고 늦더라도 오늘 공격할지 내일 여유 있게 공격할지 정해야 합니다.”
“지금 출발하는 건 왜 안 되지?”
“좀비 무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싸우다가 무리가 들이닥치면 그대로 전멸입니다. 목적지 근처라도 살펴는 봐야 합니다.”
내 말에 조과장이 동의했다.
“이 친구 말이 맞습니다. 정찰한 다음에 다음 행동을 결정해야 합니다. 어제오늘은 우리가 정찰도 없이 말하다 보니 의견이 갈리는 겁니다. 주변 상황만 조금 더 알아도 의견은 달라질 수 있어요.”
조과장 말에 이남도와 예수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우부장도 수긍했다.
“그럼, 진웅이 자네 생각에 정찰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제가 말을 꺼냈으니 제가 한번 밖에 다녀오겠습니다.”
“자네가? 위험할 텐데?”
“방금 합류했으니 제 능력을 보여서 신뢰를 확보하려는 겁니다. 말 만해서 믿을 수 있겠습니까?”
“에이, 그래도 우리가 얼굴은 아는 사이인데 믿지. 누가 못 믿는다고 그러나?”
내가 말한 믿음은 그런 게 아닌데, 사람들이 경계심이 너무 없다.
그리고 나는 서로의 말을 믿을 수 있는 이를테면 잠시만이라도 등을 맡길 수 있는 전장에서의 믿음을 이야기한 건데, 우부장은 그냥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믿을 만한 친구 그 수준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먼저 정찰하면 다음에는 다른 분도 하시고 그러면 되죠. 그러자는 말입니다.”
“그거야 뭐.”
“목표로 하는 장소가 어디입니까?”
“일단은 바로 옆의 식당가와 반대편의 큰 편의점이지. 간이매점들도 다 털면 좋겠지만 이왕이면 음식과 물이 많은 곳을 가는 게 좋지 않나?”
“시장 먼저 가보고 분수대 쪽도 한번 보겠습니다. 반대편 편의점으로 가는 거면 분수대 통과해서 다리 건너가는 게 제일 빠르니까요.”
“그럼, 숨을 장소가 없지 않나?”
“은신처를 옮길 생각이면 한 번에 가야죠. 이 인원이 다 들어갈 만한 장소도 중간에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
나는 바로 일어서서 편의점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이동해서 문을 열고 나왔다.
“조심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이남도가 따라 나와서 인사하고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문에 무언가 쌓아서 막았다.
나는 양손에 쇠파이프를 들고 천천히 걸었다.
나는 원래 여러 사람과 같이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게 편했다.
엑소슈트를 입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던 이유도 협동보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인형 탈을 쓰는 알바를 하게 된 것도 탈을 쓰면 다른 사람들과 분리되니까 망설임 없이 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편의점을 나오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사람은 몇 명 있지 않아도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라 금방 감정적으로 되는 것 같아 피곤했다.
좀비가 나타난 지 이틀째 되는 날이다.
이게 무슨 일인지 파악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게 먼저인데 나이와 반말 가지고 싸우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거기에 누군가 구하러 올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무방비한 믿음이 불편했다.
‘뭐, 나도 내일이 아니라서 쉽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지. 아니면 너무 예민한 걸지도.’
쓸데없는 잡생각을 하다 보니 금방 식당가에 도착했다.
서성이는 좀비들이 있었지만, 수가 많지 않아서 하나씩 처리하면서 왔다.
식당가라는 간판이 붙어서 식당가라고 하지, 사실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에 있는 푸드코트다.
한창 준비 중에 좀비의 습격받았는지 불에 탄 자국이 있었다.
불에 얼마 타지 않았다는 말은 가스도 중간에 끊어졌다는 이야기로 보였다.
‘전기, 가스, 수도가 모두 끊어졌고 세상이 멈췄어.’
나는 좀비들을 처리하면서 식당을 간단히 수색했다.
음식을 만드는 주방은 불에 타고 물이 넘쳐서 쌀이나 각종 부식이 오염되었다.
조금 더 뒤져보면 가져갈 만한 걸 찾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일단 상황만 보려는 정찰이고 나중에 더 많은 인원과 수색해서 남아 있는 식재료가 있으면 가져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나는 오던 길을 거슬러서 분수대로 향했다.
좀비를 피하거나 처리하면서 천천히 이동해서 시간이 걸리지만 사실 거리상으로는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1, 20분이면 오는 거리를 2시간이 넘어서야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보았다.
‘이게 말이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