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54
54화-아무래도
어쩌다가 안성희의 발전된 능력을 알아버렸다.
굳이 더 물을 필요는 없다.
“하하, 문이 어디 있다고?”
안성희가 한숨을 쉬고 자기 뒤의 벽을 살짝 밀었다.
딸깍-!
소리가 나면서 벽 한쪽이 열렸다.
벽 한쪽이 다 열린 거라서 문은 상당히 컸다,
하긴 물자를 옮기려면 이게 맞았다.
나는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계단의 크기나 넓이 천장까지의 높이까지 사람보다는 엑소슈트로 짐을 옮기는데 적당해 보였다.
한층 정도의 계단을 내려와 보니 길쭉하지만 둥그런 모양의 창고였고 벽은 콘크리트 벽이 아닌 금속이었다.
창고 가득히 커다란 상자들이 쌓여 있었다.
‘그러고 보면 주유소 아래에는 유류 저장탱크를 묻지. 주유소로 위장하는 거면 금속이 맞겠네.’
우린 안쪽의 상자를 하나씩 열어봤다.
내가 연 상자에는 처음 보는 커다란 총이 있었다.
사람이 들고 쏘는 게 아닌 어딘가에 거치해 놓고 쏘는 중기관총이다.
“진웅아. 이건 뭐니? 미사일이니?”
엄마가 다른 상자 앞에서 물었다.
살펴보니 미사일이 아니라 155mm 포탄이었다.
다른 상자들에도 대구경 소총이나 포탄들의 물자들이 가득했다.
‘도대체 스타그룹은 뭘 하려고 이런 걸 모아 놓은 거지? 내전이라도 일으키려고 한 건가?’
좀비 사태가 벌어졌으니 문제가 없는 거지 이 정도면 진짜 전쟁을 위한 물자다.
계속 상자들을 열었다.
그러다 한 상자를 열자마자 밝게 빛이 났다.
머릿속에 안내음이 들리고 이내 빛이 확 커졌다가 순간 사라졌고 티켓도 보이지 않았다.
엄마와 안성희는 열심히 상자들을 열고 있었다.
두 사람도 히든 티켓이나 아이템을 본 적 있을까?
두 사람은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니까 이런 히든 티켓이나 아이템 비슷한 게 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것이다.
상자들을 다 확인해 보니 무기와 포탄 이외에 다른 보급품은 없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상자를 꺼냈다.
“두 사람 나가 있어요. 다이너마이트 설치하고 나갈게요.”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하니?”
엄마의 질문에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포탄 하나의 살상반경은 몇십m에 불과하지만, 포탄의 수가 많다.
지하에서 폭발하면 어떻게 되는지 전혀 몰랐다.
군대에서도 작업만 했지, 이런 포탄이 폭발하는 걸 본 적 없다.
“잘 모르겠는데요. 일단 최대한 멀리 가 있는 게 좋겠어요. 어차피 여기 다시 올 것도 아니니까 최대한 멀리 가고 있으면 내가 쫓아갈게요.”
“알았다.”
엄마와 안성희가 계단을 올라갔다.
물자를 파괴하는 게 조금 아까웠다.
포탄 같은 건 파괴를 하더라도 나머지를 빼돌리는 게 맞지 않나 싶었지만, 파괴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으니 내가 신경 쓸 건 아니다.
나는 다이너마이트와 도화선을 꺼내 도화선을 다이너마이트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엄마와 안성희가 멀리 갈 시간까지 잠시 더 기다린 후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치이익-!
영화에서 많이 본 장면처럼 도화선이 빠르게 타기 시작했고 나는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도화선은 5분 정도 간다고 했지?’
주유소를 나와 엄마와 안성희를 쫓아 가볍게 달렸다.
순간, 바닥이 흔들리고 큰 진동이 일어났다.
‘너무 빠른데?’
그그그그긍-!!
곧바로 주유소 아래가 쑤욱 올라오며 터져버렸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귀가 먹을 듯한 폭발음과 진동에 건물들의 유리창이 깨지며 아래로 떨어졌다.
콰아아-! 쨍그랑-! 챙-! 챙-!
난 급히 갑옷을 소환했다.
“갑옷소환-!”
슈우웅-!
갑옷을 입자마자 앞쪽에 달려가는 엄마와 안성희를 향해 달렸다.
쿵-! 쿵-! 쿵-! 쿵-!
건물에서 떨어지는 유리조각과 간판들을 피하는 엄마와 안성희를 잡아서 안고 몸을 굽혀 등으로 파편을 막았다.
콰아아-! 채챙-! 챙-! 퍽-! 퍼퍼퍽-! 퍽-!
등을 대리는 둔탁한 느낌은 났지만 큰 충격 자체는 없었고, 날카로운 것이 찔린 느낌도 없었다.
잠시 후.
소리가 잦아들자 몸을 일으켰다.
폭발의 여파가 모두 지나간 것 같다.
엄마와 안성희를 내려놓고 갑옷을 벗었다.
“소환 해제-!”
슈우웅-! 탓-!
갑옷을 벗고 주유소를 바라봤다.
주유소가 있던 교차로 전체가 크게 파이고 땅이 뒤집어졌다.
폭발과 동시에 불이 붙었었는데 바로 옆에 중랑천이 있어서 그런 건지, 지나가는 수도관을 건드렸는지 물이 차올라서 불이 다른 곳으로 옮겨붙지는 않았다.
‘그냥 빌딩들만 있는 데서 터트렸다가는 파편에 맞아 죽던가 큰 화재가 일어나서 휘말렸을 수도 있어. 다이너마이트는 쓰면 안 되겠어.’
그것도 그렇고 5분은커녕 2분 조금 넘어 터진 걸 알 수 있었다.
엄마는 귀가 먹먹한 듯 계속 귀를 막았다 열었다 했다.
“아직 귀가 먹먹하네. 이게 원래 이렇게 빨리 터지는 거니?”
“아니요. 너무 일찍 터졌어요. 다시 쓰면 위험할 것 같아요.”
안성희는 내 등을 보고 물었다.
“너 등은 괜찮아? 유리 조각이 많이 떨어졌잖아.”
“응, 다행히 괜찮네. 곰돌이 인형 옷이 좀 단단한가 봐.”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주유소 건물의 잔해를 보았다.
소방차도 못 쓰고 소방서도 운영되지 않는 지금 같은 시기에 불이 나기 시작하면 서울 전역이 타버릴 수도 있다.
이건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우리는 청계천 안전 가옥으로 서둘러 돌아갔다.
***
안전 가옥으로 복귀한 다음 날.
지성천이 찾아왔다.
다이너마이트 문제에 대해 화를 내려고 했지만 먼저 선수 쳤다.
“보고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다이너마이트에 문제가 많았습니다. 다이너마이트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 보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하는 바람에 화를 낼 타이밍을 놓쳤다.
그래도 한 소리 하려고 했는데 지성천이 인벤토리에서 냄비 하나를 꺼냈다.
“그것과 별개로 저희가 개발 중인 음식입니다. 시제품인데 한번 드셔보시지요.”
맛있는 냄새가 나서 나도 모르게 냄비를 받아서 뚜껑을 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탕이었다.
‘일단 먹고 이야기하지.’
우리는 바로 즉석밥을 준비해서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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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뼈까지 씹어먹을 기세로 감자탕을 먹었다.
나는 아무도 보지 않았다면 정말로 조금은 씹어 먹고 싶었다.
“흠, 흠.”
엄마와 안성희, 내가 감자탕을 먹는 동안 지성천은 소파 한쪽에 뻘쭘하게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감자탕을 너무 오랜만에 먹어서 조금 정신없었습니다. 남은 용건이 더 있으셨나요?”
지성천은 품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서 넘겨줬다.
“첫 번째 전략 물자를 파괴한 보상은 아닙니다만,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준비했습니다.”
살펴보니 어느 건물에 표시가 된 작은 지도였다.
“이 지도는 뭐죠?”
“지도에 표시된 장소로 가시면 여러분의 아이템들을 강화해줄 대장장이와 상인이 있습니다. 가셔서 필요한 강화를 하시면 됩니다.”
나는 지성천의 말을 듣고 엄마와 안성희를 보았다.
엄마는 마법사고, 안성희는 서포터다.
두 명 다 아이템이 없다.
“전투직업 이외에 마법사나 서포터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 대신 능력의 일부가 강화되는 것입니다.”
지성천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몰랐던 내용이다.
“그런데. 강화하려면 포인트를 사용해야 하는데 두 사람은 포인트가 얼마나 있어요?”
엄마와 안성희에게 질문하는데 지성천이 끼어들었다.
“없어도 됩니다. 이번에는 필요한 포인트를 저희가 제공할 겁니다. 지도 위치에 찾아가시기만 하면 됩니다. 저희와 협력하는 사람들이지 직원이 아닙니다. 그분들은 프리랜서라서 여러분의 정보를 저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상이 아니라더니 누가 봐도 보상이 맞았다.
지성천 말대로 우리 능력이 유출될 걱정이 없다면 이걸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시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주유소를 파괴 하는 건 생각하시는 거보다 저희에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정도는 받으셔도 됩니다. 강화하시고 편하게 기다리시면 이후에 다이너마이트를 대신할 방법을 찾아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지성천은 인사를 하고 돌아갔고 나는 엄마와 안성희에게 물어봤다.
“두 사람은 자기 능력을 어떻게 강화 하는지 알아요?”
엄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그런 거, 잘 모르겠다. 능력을 강화한다는 게 마력을 올려 준다는 이야기인지 물어봐야 할 것 같아.”
반면 안성희는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나는 강화할 게 내 지도밖에 없는데 이걸 강화하는 것 같아.”
나는 두 사람을 보고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내가 곰돌이 갑옷을 입은 걸 봤을 거야. 그리고 손에 튀어나온 강철로 된 손톱도 봤을 테고, 그게 강화로 만들어진 손톱이었어. 그걸 보면 알듯이 강화하면 생각보다 훨씬 강력해질 거야. 보상이 아니라고는 하는데 왠지 좀 과하게 해주는 것 같거든.”
심각하게 말하는 내게 안성희가 물었다.
“그럼, 받지 말라는 거야?”
“아니, 아니. 왜 안 받아? 받아야지. 받긴 받는데 나중에 또 뭘 원할지 모르니 받아들이더라도 무겁게 생각하고 받자고.”
“받긴 하되 경계를 놓지는 말자는 말이잖아.”
“그렇지.”
“그 정도는 다 알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걱정돼서 강조한 거야.”
이유 없는 호의는 없다.
하지만 공짜 강화는 안 받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보상이다.
일단 받을 생각이다.
***
다음날 우리는 지도에 나온 장소로 갔다.
북한산 밑 커다란 카페 건물이었다.
추석이 지나서 더 풍경 좋은 산밑에 커다란 건물 하나가 을씨년스럽게 서 있었다.
넓은 주차장에 차량으로 장애물과 벽을 만들었다.
장애물로 만든 길을 따라 입구로 접근했는데 커다란 트럭으로 입구가 다 막혀 있었다.
어떻게 들어갈까 고심하는데 안성희가 어깨를 두드렸다.
툭! 툭!
“왜?”
안성희가 손가락으로 건물의 창문을 가리켰다.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엔 2층의 커다란 창문에 몸을 반쯤 내민 50대 남자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남자에게 이야기했다.
“지성천 씨가 알려줘서 왔습니다.”
남자가 아래를 가리키며 외쳤다.
“예, 들었습니다. 차 밟고 발코니로 올라오세요!”
카페 건물 1층 입구는 앞으로 튀어나온 발코니가 있었고 그 아래 입구를 자동차들이 막고 있었다.
다들 각성자들이라 차위를 올라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순서대로 차위로 올라 발코니를 거쳐 2층 창문으로 들어갔다.
50대 남자가 웃으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김규왕이라고 합니다. 저는 상인입니다.”
우린 차례로 인사했다.
“저는 진웅이라고 합니다.”
“안성희입니다.”
“강은실이에요.”
“예. 대장장이 선생님은 옥상에 있습니다. 강화 전에 감정을 받으셔야 하니 순서는 알아서 정하시고 한 분씩 올라가시면 됩니다.”
나는 엄마와 안성희를 봤다.
그리고 두 사람은 나를 빤히 봤다.
“나부터 가라고?”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다녀올게.”
고개를 푹 숙이고 계단으로 올라가는데, 김규왕이 웃으며 쟁반에 종이컵 몇 개를 들고 왔다.
“저, 먼저 올라가실 분이 이 커피 두 잔 들고 가세요. 한잔은 선생님 드리면 됩니다. 그래도 여기가 명색이 카페인데 커피 믹스지만 한잔씩 하세요.”
나는 종이컵 두 개를 들고 계단으로 올라갔고, 안성희와 엄마도 커피를 한 잔씩 받았다.
‘어? 이거 그냥 받아 마셔도 되나?’
순간, 걱정돼서 받기만 했는데 김규왕이 먼저 커피를 홀짝 마셨다.
그제야 엄마와 안성희도 살짝 맛을 봤다.
건물 옥상에는 편의점에서 자주 봤던 파라솔과 플라스틱 테이블, 의자가 있고 의자 하나에 의사 가운을 입은 2대 후반의 여자가 앉아서 졸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커피 향을 맡았는지 여자가 고개를 들고 눈을 떴다.
그리고 턱 밑으로 흐르는 침을 소매로 닦았다.
여자가 멍한 눈으로 나를 봤다.
“아, 오신다는 분? 그 커피 제 것인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컵을 내밀었다.
“예, 밑에서 들고 가라고 하더군요. 진웅이라고 합니다.”
여자가 종이컵을 받았다.
“고맙습니다. 임효영이라고 합니다.”
임효영은 커피를 홀짝거렸다.
나도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의사 선생님이세요?”
“예.”
“의사들이 각성하면 힐러가 될 줄 알았습니다.”
“저도요.”
임효영은 커피를 홀짝거리면서 나른하게 대답했다.
원래부터 나른한 성격인지 잠이 덜 깨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남은 커피를 마저 다 마셨다.
다 마신 종이컵을 구기고 버릴 쓰레기통이 어디 있는지 찾았다.
“원래 바른 생활하던 사람이었구나? 이런 세상이라서 아주 불편하겠네?”
커피를 다 마신 임효영은 종이컵을 구겨 옥상 밖으로 던졌다.
나도 툭 던졌다.
쓰레기를 버릴 휴지통을 찾는 건 그냥 버릇이다.
물론 교통신호를 지킨다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거나 하는 건 그냥 지키고 있었다.
딱히 바른생활을 하려고 그러던 건 아니다.
“버릇입니다.”
임효영은 의자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허리를 돌리며 정신을 차렸다.
“감정받고 싶은 아이템을 편하게 꺼내 놓으세요.”
“혹시, 우리 정보가 새지는 않겠죠?”
“여긴 일종의 공동 관리 구역이에요. 어쩌다 보니 기업이나 조직들을 가리지 않고 강화 해주게 됐어요. 고객에 대해 함구하는 건 내 목숨줄이기도 하니까 믿을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가세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아닙니다. 감정 해주세요.”
내 말에 임효영은 청진기를 꺼냈다.
나는 청진기를 보며 갸웃거렸다.
“돋보기안경 같은 걸로 감정하시는 게 아니네요?”
임효영은 귀에 청진기를 끼며 대답했다.
“사람마다 감정하는 법도 달라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 능력들은 아무리 봐도 제대로 된 기준이 없다.
나는 옥상의 공간을 보고 갑옷을 소환했다.
“갑옷소환-!”
“···!”
임효영은 곰돌이 갑옷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와! 지금까지 감정한 아이템 중에 제일 크네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니 앉을 수 있으면 편하게 앉으세요!”
나는 죽 다리를 뻗고 앉았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해봐야 알죠. 기다리기 지루하면 잠깐 자요.”
“예.”
나는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앉아서 살짝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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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아! 일어나!”
툭! 툭!
누군가 내 발을 툭툭 치며 깨웠다.
눈을 떠 보니 안성희와 엄마가 옥상에 올라와 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임효영을 찾았다.
“임 선생님은 잠깐 쉬러 가셨어.”
안성희의 말을 듣고 되물었다.
“나 감정 다 끝난 건가?”
“너 끝나고 안 일어나서 놔두고 나하고 너희 어머님까지 다 감정 끝났어. 임 선생님은 지금 마력이 다 떨어져서 쉬려고 간 거고.”
“소환 해제-!”
두 사람까지 감정이 끝났다니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다.
옥상 하늘에 이쁘게 노을이 진 거 보니 실감이 났다.
저녁인데 잠을 많이 자서 개운했다.
파라솔 의자에 앉아있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감정 결과가 어떻데요? 어떻게 강화할 거예요?”
“음, 간단하게 말하면 발사하는 얼음의 위력을 강하게 할 건지, 숫자를 늘릴 건지, 온도를 낮출 건지 중에 정하라고 하더라.”
“숫자는 알기 쉬운데, 위력과 온도의 차이는 뭐에요?”
“위력을 얼음을 맞으면 일반 좀비는 한 번에 죽을 정도의 위력이라고 보면 되고 온도는 한 마리를 맞추면 그 주변의 좀비들까지 같이 얼어붙는 거야.”
“한 마리를 제대로 상대할지, 여러 마리를 상대할지 정하라는 거네요? 어떻게 하기로 했는데요?”
“나는 위력을 늘리는 걸 선택하려고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니?”
“자기 스타일에 맞게 하는 거죠. 제일 끌리는 걸 하는 게 맞아요.”
“그러니? 이런 게 처음이라 잘못 선택하면 어쩌나 싶어.”
“다음에 또 포인트 모아서 강화할 수도 있으니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래, 알았다.”
지금의 엄마는 보통의 엄마로 보였다.
약간 낯설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안성희는 옥상 난간에서 주변 경치를 보고 있었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알아서 잘할 거고 내가 자세히 알 필요 없는 능력이라 깊이 묻지 않았다.
“감정은 잘 받았어?”
“응.”
“어떻게 할지는 정했고?”
“대충. 아니, 정했어.”
“잘했네. 나는 언제쯤 감정 결과를 알려주려나? 너무 푹 잤어.”
“2층이나 3층에 아무 방에서 자라고 하더라. 그런 거 보면 내일 알려주지 않을까? 아니면 좀 더 기다려 보던가.”
“그래, 난 푹 잤으니까 여기서 좀 더 있다가 내려가야겠다.”
“그래. 수고해.”
안성희가 먼저 내려가고 조금 뒤 엄마도 내려갔다.
전기가 없다 보니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다들 생활화되었다.
머리만 붙이면 잠이 잘 드는 체질을 타고난 건 좋은데 오늘처럼 낮잠을 길게 자서 늦게까지 잠을 못 자는 건 약간의 부작용이다.
그래도 선선한 가을밤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
“속도와 방어력 둘 중 하나를 고르세요.”
아침을 먹자마자 찾아온 임효영은 대뜸 나한테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요구했다.
“저, 손톱을 강화하는 건 안 됩니까?”
“손톱을 더 길게 만드는 수준밖에 안 될 거예요. 강화도 균형을 맞춰서 해야 효율이 높거든요. 다른 부위를 다 강화한 뒤에 하는 게 더 좋을 거예요.”
“그럼, 속도는 강화하면 어느 정도 빨라지는 건가요?”
“지금의 10% 정도에요. 걷고 달리고 공격하는 게 모두 빨라집니다.”
“10%면 좋네요. 방어력은요?”
“방어력도 10%가 올라가겠지만, 첫 강화는 털옷이 단단해지는 게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끌어올리는 개념이에요. 지금은 털옷이 불과 물에 약한 상태잖아요. 강화하면 털옷의 소재가 방염 방수 소재로 바뀔 거예요.”
방염 방수는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대구에서 불에 취약하다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좀비들을 처리할 때 피와 체액이 튀면 튈수록 몸이 무거워졌다.
불 속에서 싸우거나 물속에 몸을 담그고 싸울 일은 없겠고 가능하면 피하겠지만 만약의 경우라는 게 있으니 강화하면 두고두고 도움이 될 것이다.
“방염 방수면 어느 정도일까요?”
“방염은 마법사의 불덩어리를 막을 정도, 방수는 마법사의 얼음덩이를 막을 정도요. 계속은 안 되고 4, 5회 이하라면 막을 수 있어요.”
마법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각성자들과 싸울 일이 많아진 지금은 마법에 대해 대비도 해야 하는 게 맞다.
속도도 무척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방염 방수 쪽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저는 방어력을 선택하겠습니다.”
“그럼 누워요.”
“지금요?”
“시간이 오래 걸리니 일찍 시작해야 오늘 안에 끝날 거예요. 갑옷 입고 누워요.”
“옙.”
나는 벌떡 일어났다.
“갑옷소환-!”
갑옷을 입자마자 옥상 바닥에 누웠다.
내가 눕자 임효영은 옥상 바닥에 네모난 무언가를 분필로 그리기 시작했다.
슥 슥 그리는 걸 가만히 보니 어디서 본 것 같다.
3칸 3줄 모두 9칸의 네모를 그리고, 네 귀퉁이에 대각선 화살표를 그려 넣었다.
“임 선생님 지금 그리는 게 아무래도···.”
“맞아요. 리듬 게임 같죠!”
임효영의 얼굴이 빨개졌다.
“강화를 하려면 내 눈에만 보이는 화살표를 정확한 타이밍에 밟아야 해요. 리듬 게임인데, 난 음악도 없이 이걸 해야 한다고요! 아무것도 묻지 말고 그냥 자고 있어요. 다 되면 깨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