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61
61화-우린 상관없어
이틀 뒤.
우리 일행은 아침 일찍 태릉 인근에 도착했다.
그리고 잠시 후 회색 방탄조끼 전투복을 입은 서윤재의 뒤에는 서윤재와 같은 복장을 한 사람들이 50명 정도 줄 서서 따라왔다.
서윤재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 세 번째 보는 건데, 이 정도면 친한 거 아닌가요?”
나는 서윤재의 말은 무시하고 뒤에 남자들을 봤다.
“이분들이 도와주실 분들입니까?”
“맞아요. 이분이 우리 협력업체 대표이신 윤 사장님이에요.”
서윤재는 자기 뒤에 선 40대의 남자를 소개했다.
남자는 고개를 꾸벅 인사했고, 나도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윤준환이라고 합니다. 다들 윤 상사라고 부르니까 그렇게 불러주시면 됩니다.”
“예, 반갑습니다. 전 진웅이라고 합니다.”
윤 상사는 태릉 입구를 봤다.
“저 안에 태성사 차태성 사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름이나 얼굴은 모르지만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50명 정도 있는 건 맞습니다.”
윤 상사는 씩 웃으며 말하다가 나한테 고개를 꾸벅 인사했다.
“스타그룹 하청받는 업체면 태성사가 맞을 겁니다. 예전엔 상대하기 좀 버거웠는데 덕분에 상대하기 딱 좋은 인원들만 남았습니다. 모르시겠지만, 저희 경쟁업체였는데 좀비 사태 이후로 사세가 커졌습니다. 너무 커져서 문제였는데 덕분에 따라잡을 수 있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조폭들 사이에 원한이 있었던 것 같다.
“의도한 건, 아니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도와주신다니 저도 감사합니다.”
그리고서 옷깃을 정리하며 태릉 입구를 봤다.
“잠깐 기다려 주시면 태성사 사람들을 따로 유인해서 데려가겠습니다.”
내 눈이 동그래졌다.
조폭들만 빠져도 움직일 공간이 많아진다.
“그게 가능합니까?”
“저희가 좀 역사가 깊은 관계라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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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상사는 회색 옷을 입은 부하들과 태릉 입구로 걸어가서 입구 앞에서 멈춰 섰다.
잠시 후 경비를 서던 상대도 같은 조폭이라는 걸 알아본 검은 옷의 조폭 하나가 입구로 다가왔다.
남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구십니까?”
윤 상사가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차태성 사장님한테 윤 상사가 왔다고 전해!”
아는 이름인지 조폭이 깜짝 놀랐다.
“유, 윤 상사!”
“뭐해? 알아들었으면 빨리 가!”
“아, 알겠습니다!”
조폭은 안으로 빠르게 달려갔고 잠시 후 검은 옷 입은 조폭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그리고 40대 후반,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윤 사장. 반갑네.”
윤 상사가 꾸벅 인사했다.
“차 사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렇게 볼 줄은 몰랐는데 그래, 무슨 일로 온 건가? 내가 일하는 중이라 조금 바쁜데?”
“저도 일 때문에 왔습니다.”
“이 근처에 일이 있었나?”
“하하, 차 사장님 뵈러 온 게 일이죠.”
차 사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윤 사장. 많이 컸네? 이렇게 대놓고 방해도 하러 오고 말이야.”
“좀비 사태가 아니었다면 벌써 했을 일을 이제야 하게 됐습니다.”
“정말 방해할 생각인가?”
“좀 조용한 장소로 옮기시죠? 오면서 보니 저 뒤에 골프장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원청 업체가 스타그룹인데 괜찮겠어? 저 뒤에 다른 사람들도 있고.”
“하하, 차 사장님 뭐 이렇게 이유가 많습니까? 가실 거예요? 마실 거예요? 정말 뒤로 빼실 거예요?”
차 사장은 이를 갈았다.
“윤 상사! 너! 앞장서!”
“가시죠.”
윤 상사 일행이 입구에서 길을 건너갔고 그 뒤를 차 사장과 부하 조폭들이 따라갔다.
나는 이 모습을 멀리서 서윤재와 같이 봤다.
“와! 정말 데리고 가네요?”
“하하, 우리 윤 상사님이 능력이 되신다니까? 저쪽은 이제 신경 안 써도 될 거예요.”
“예, 알겠습니다.”
“군인들도 한 4, 50명이 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많이 도와주셨는데 이 정도는 제가 알아서 해보겠습니다.”
“하하, 알았어요. 수고하시고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서윤재는 웃으며 손을 흔들고 떠나갔고, 나는 그림자 속에 숨어 있던 엄마와 안성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우리도 내려가죠.”
***
조폭들이 우르르 빠져나가자 태릉 앞에서 소총을 들고 경비 서며 대기하고 있던 군인들이 당황했다.
“저, 저 아저씨들 한꺼번에 어딜 가는 거야?”
“저기에 다른 조폭들이 찾아왔지말입니다?”
선임병이 화들짝 놀랐다.
“뭐야? 조폭들끼리 싸움이 난 거야?”
“그런 것 같지말입니다.”
“여긴 누가 지키고? 적이 쳐들어오면 어쩌려고 저렇게 빠져나가는 거야?”
“중대장님한테 말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야 하나?”
후임병이 태릉 입구 안으로 들어오는 나를 가리켰다.
“저기에 누가 오지말입니다!”
“누군데?”
나는 스타그룹 재난 물자에서 챙겨온 방탄조끼와 검은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조폭들과는 조금 다른 복장이지만 스타그룹 직원들이 입는 것과는 거의 비슷했다.
그리고 엄마와 안성희는 어두운 그림자와 나무 사이로 기척도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병사들은 나만 보고 있었다.
병사 두 명은 서로 쳐다보다 내 앞을 막았다.
“정지! 어디서 오셨습니까?”
나는 병사의 말은 무시하고 뒷짐을 지며 병사들 뒤쪽 태릉을 봤다.
선임병이 다시 한번 물었다.
“어디서 오신 분입니까?”
나는 선임병을 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다.
“보면 몰라?”
“예?”
나는 병사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지 못하게 계속 질문했다.
“조금 전에 태성사 사람들 빠져나갔지?”
“그, 그렇습니다.”
“그럼, 50명밖에 안 남았잖아? 중대장은 어디 있어?”
“주, 중대장님 말입니까?”
“그래, 태성사 사람들 나가는데 왜 아무도 안 잡는 거야? 여기서 경비 서면서 어디 가냐고 묻기는 했어?”
“저희가 말입니까? 소속이 다르니까 뭘 하든 상관하지 말라고 전달받았습니다.”
계속 질문하니까 병사는 내가 위의 어딘가에서 내려온 인물이라고 살짝 착각했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엉망이네. 상관하지 말라고 소대장이 그랬어? 중대장이 그랬어?”
“어, 중대장님이지 말입니다.”
“중대장한테 가자! 여기 한 명 남고!”
내가 단호하게 말하고 앞장서자 선임병은 어정쩡하게 내 뒤를 따라왔다.
태릉이 점점 보이기 시작하고 그 주변에 자유롭게 쉬고 있는 병사들이 보였다.
그리고 내가 입은 모델과 같은 모델의 엑소슈트를 입은 상태로 바닥에 기대서 쉬고 있는 엑소슈트들이 8명, 이전에 봤던 무동력 슈트를 입고 있는 병사들이 20명이 조금 안 되어 보였다.
“가족들은?”
“잘 못 들었습니다.”
“가족들은 무사해? 만나 봤어?”
선임병은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일단 서울, 수도권부터 안전을 확보하고 나서 전국을 돌며 좀비들을 처치하고 가족들을 만날 거라고 해서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군대 인원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서울과 수도권을 확보한다는 걸 보면 좀 무모하다 싶었다.
하지만 이전의 평택의 그 중대와는 다르게 병사들을 완전히 통제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 통제가 얼마나 더 갈까?
난 선임병을 돌아봤다.
“나 따라오지 말고 어디 숨어 있다가 후임병하고 도망가서 가족이나 찾아.”
“예?”
할 필요 없는 말이지만 그냥 충동적으로 한 말이다.
이 녀석이나 입구의 후임병이나 그냥 평범한 병사다.
알아들으면 살 것이고, 아니면 죽을 거다.
“정부나 군대가 다 무너진 세상이야. 누구도 너희들 가족을 대신 지켜 줄 사람은 없어. 너희들이 직접 지켜야지.”
“예??”
나는 아직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하는 선임병을 뒤로하고 쉬고 있는 다른 군인들을 향해서 천천히 속도를 높이며 다가갔다.
그러다가 달리기 시작했다.
타타탓-!
“갑옷소환-!”
슈아앙-! 쿠쿵-! 쿵-!
나를 따라오던 병사는 놀라서 주저앉았고 쉬고 있던 군인들은 달려가는 나를 보고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저거 뭐야?”
그리고 해답을 찾는 듯 자기들끼리 둘러보다가 소리쳤다.
“적이다!”
“소총수는 뒤로 빠져서 지원해!”
병사들은 부산스럽게 무기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다른 놈들은?”
“저놈 혼잡니다!”
“근데 뭘 뒤집어쓴 거야?”
그러면서 대기 중이던 엑소슈트 병사들이 일어서며 준비했다.
“뭘 뒤집어서 썼든 간에 저 덩치는 엑소슈트를 입은 거야!”
“분홍색 곰이야? 저게 뭐야?”
금세 준비한 엑소슈트 8기가 나를 둘러쌌다.
그 뒤는 무동력 슈트 입은 병사들이 둘러쌓고 그 뒤에 소총수들이 총을 겨눴다.
엑소슈트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방탄모에 다이아몬드 3개가 박힌 대위였다.
드러난 엑소슈트의 몸체가 번들거리는 불길한 검은색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를 둘러싼 8기의 엑소슈트들은 색이 연하거나 짙거나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불길한 검은 색을 띠고 있었다.
“넌 누구냐!”
지키라고 해 놓고서 누구한테 지켜야 하는지 내용 전달도 하지 않은 모양이다.
내 정체는 몰라도 분홍색 곰돌이 인형 탈은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모르는 것 같다.
“날 진짜 몰라?”
“네 놈이 누군데?”
“당신들이 지금까지 기다린 게 나인데 몰랐나?”
“뭐?”
“하긴 당나라 부대들이 그렇지. 중요한 걸 하나씩 빼먹어.”
“뭐라고!”
나는 손톱을 뽑았다.
스릉-!
“덤벼.”
대위는 급히 일행들에 합류했다.
“공격해라-!”
엑소슈트들이 달려들며 주먹을 휘둘렀다.
휘아악-!
아직 나처럼 갑옷을 강화하지 않은 것 같다.
아니면 아이템 등급이 낮아서 못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난 손톱을 휘둘렀다.
슈카카칵-!
내 손톱에 맨 앞에 있던 엑소슈트의 주먹 부분이 잘렸다.
“억! 자, 잘렸어!”
아이템이 잘리는 걸 처음 본 모양이다.
저렇게 다른 아이템에 아이템이 잘리면 복구가 안 된다.
나는 계속 엑소슈트들을 사이로 뛰어들어 손톱을 찌르고 휘둘렀다.
허리에 찔러넣고 잡히는 대로 엑소슈트의 뼈대를 뜯어냈다.
콰드드득-!
사람도 척추의 신경이 끊어지면 움직이지 못하듯이 엑소슈트도 척추에 해당하는 부분을 뜯어내면 움직이지 못한다.
엑소슈트가 그대로 무너졌고 입고 입던 사람은 그 무게에 깔렸다.
“어! 어!”
쿠웅-!
그리고 휘두르는 주먹을 자르고 뒷걸음치는 다리를 실제 다리까지 잘랐다.
“으악-!”
순식간에 4기를 파괴하거나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다.
히든 아이템 흡수와 아이템 강화를 몇 번 하니 이런 일반적인 엑소슈트는 상대가 안 되었다.
“모두 한꺼번에 달라붙어! 소총수들은 총을 쏘라고!”
대위가 무동력 슈트를 입은 부사관 하나를 붙잡고 소리쳤다.
“하지만 아군들이 너무 가깝습니다!”
“상관없어! 저놈부터 잡아야 해! 아니면 다 죽어!”
대위의 명령에 무동력 슈트를 입은 부사관은 공격을 명령했고.
“공격해! 공격! 달라붙으라고!”
쉬아악-!
소총을 든 소위 하나는 사격을 명령했다.
“일제히 사격! 쏴-!”
탕탕탕-! 탕탕탕-!
나는 엑소슈트의 어깨에 손톱을 박아 넣었다.
같이 꿰뚫린 병사의 비명을 무시하고.
“크아악-!”
엑소슈트를 번쩍 들어서 내 앞을 막았다.
탕탕탕-! 탕탕탕-!
“커어억-!”
엑소슈트를 방패 삼아 각자 무기를 휘두르는 무동력 슈트의 무기와 날아 오는 총알을 막으며 앞으로 계속 밀고 나갔다.
후아악-! 쉬아악-!
탕탕탕-! 탕탕탕-!
방패막이가 축 늘어진 걸 보니 총을 많이 맞은 것 같다.
들고 있던 엑소슈트를 남은 적에게 던졌다.
쿠웅-!
“악-!”
“크윽-!”
바로 적들 사이로 뛰어들어 계속 엑소슈트를 무력화시켰다.
스걱-!
휘두르는 주먹을 자르고 다른 손으로 복부를 뚫었다.
콰아악-!
“커헉-!”
달라붙는 다른 엑소슈트의 다리를 밟아 부러트리고 손톱을 휘둘러 상체를 긁었다.
우드드드득-!
이제 엑소슈트는 저 대위밖에 남아 있지 않다.
다른 엑소슈트와 싸우던 내 몸과 손발에 치여 쓰러진 무동력 슈트도 많았다.
그리고 상당수의 소총수는 머리가 깨진 채 쓰러져 있었다.
내가 싸우는 동안 엄마와 안성희가 소총수들을 때리고 다녔나 보다.
그리고 모습이 안 보이는 걸 보니 전략 물자를 찾으러 간 것 같았다.
‘아무튼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서 좋네.’
주변을 돌아보던 대위가 당황하며 물었다.
“너, 너 뭐야?”
“뭐긴, 적이지.”
“너 같은 놈은 들어 본 적도 없어! 혼자서 이렇게 강할 수는 없어!”
“있어. 보고 있잖아?”
“뭐? 뭐 이런···.”
순간 태릉 뒤쪽 땅바닥에서 큰 진동이 일어났다.
그그그그긍-!!
그리고 땅바닥이 폭발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물자가 깊은 바닥에 있던 것인지 폭발물이 많지 않았던 것인지 폭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쿠쿠쿠쿠쿠쿠쿵-!!
대위는 폭발에 놀랐다가 당황했다가 포기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네, 네놈 짓이냐?”
“응.”
“동료가 있었나?”
“그러니까 전략 물자를 폭파했겠지?”
대위는 약이 오른 듯 날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차피 목적을 달성했으니 살려주면 안 되겠나?”
나는 슬쩍 남은 사람들을 봤다.
엑소슈트를 입은 사람은 대위 혼자고 무동력 슈트도 4명 정도, 소총수는 다 머리가 깨진 상태로 멀쩡하게 서 있는 사람이 5명 보였다.
“당신이 남으면 나머지는 보내 주지.”
대위의 눈빛이 흔들렸다.
“뭐?”
“중대장 정도 되면 부하들을 위해 희생할만하잖아. 안 그래?”
대위의 눈빛은 계속 흔들렸고 남은 병사들도 동요했다.
“목, 목적은 달성했잖아. 꼭 그럴 필요 없잖아.”
변덕이었다.
대위가 자기가 남을 테니 부하들을 보낼 달라고 했다면 전부 보내 줄 생각을 했다.
어차피 전략 물자는 파괴했고 저들이 나한테 보복할 일도 없으니 보내줘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역시나 희생은 없었다.
나는 손톱을 들어 보였다.
“싫으면 그냥 덤벼. 빨리 끝내자고.”
“이익!”
대위는 발끈하는 것 같더니 뒤로 물러섰다.
쿵! 쿵쿵-!
도망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나도 그렇지만 같은 편 부하들도 어이가 없는 것 같았다.
“주, 중대장님?”
대위는 부하들을 지나쳐서 달렸고, 나는 그 뒤를 빠르게 쫓았다.
쿵-! 쿵-! 쿵-! 쿵-!
대위가 아무리 간절해도 강화한 내 속도를 이겨내지는 못했다.
연신 뒤를 돌아보며 뛰다가 주먹을 휘둘렀다.
후아아앙-!
나는 그대로 손톱을 내밀어 엑소슈트의 주먹부터 세 갈래로 자르기 시작해 대위의 오른팔 어깨까지 잘라버렸다.
스카카카카칵-!!
“크아아악-!”
그리고 손톱을 휘둘러 대위의 목을 잘랐다.
슈칵-!
“크허억-!”
목이 잘린 대위는 그대로 쓰러졌고 나는 몸을 돌렸다.
대위를 쫓아 목을 치는 동안 남아 있던 병사들은 도망갔다.
엄마와 안성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전략 물자 안에 폭발물이 많지 않았던 것 같네요?”
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창고 자체가 깊지 않아서인지 무슨 총 같은 게 많더라.”
안성희는 주변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도망치는 군인들이 있었는데 잡지는 않았어. 괜찮지?”
“응, 괜찮아. 별로 중요한 친구들은 없어.”
갑옷을 해제하고 태릉 입구로 내려오는데 경비 서던 병사들 두 명이 안 보였다.
내 말대로 도망친 모양이다.
그리고 윤 상사와 그 부하들이 격전을 벌인 모습으로 서 있었다.
50명 정도였던 인원이 20명 정도 남았다.
윤 상사는 내 앞에 와서 인사를 꾸벅했다.
“덕분에 쉽게 마무리했습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도움받았습니다.”
“제가 형님으로 모시던 분을 태성사 최 사장에게 잃었습니다. 그동안 복수를 하고 싶어도 힘이 부족하고 상황이 도와주지 않아서 못 했는데 드디어 오늘 복수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도한 게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된 것이지만 고맙다고 하는 데 마냥 아니라고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인사하고 윤 상사 일행은 사라졌고 서윤재가 생글거리며 다가왔다.
“하하, 딱 보니까 모두가 해피한 상황으로 끝났네요.”
“도움 감사합니다.”
서윤재는 인벤토리에서 지도를 하나 꺼내서 넘겨줬다.
“지성천 씨한테 만날 생각이 있으면 그곳에서 보자고 해주시면 됩니다. 아무 때나 혼자와도 좋고 일행이 있어도 상관없습니다. 안전은 보장합니다.”
나는 지도를 받아서 인벤토리에 넣었다.
“예, 잘 전달하겠습니다.”
“하하, 그럼, 피곤하실 텐데 잘들 쉬시고 다음에 봅시다.”
서윤재는 손을 흔들고 떠나갔다.
안성희는 서윤재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실실 웃는 데 뭔가 마음에 안 들어.”
나는 피식 웃었다.
친절하고 쾌활한 척하지만, 당연히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뭐, 자기가 좀 잘생긴 걸 알고 그러는 거지. 잘 생겼잖아.”
내 말에 안성희가 코웃음을 쳤다.
“저 사람 우리보다 11살이나 더 많은 거 알고 있어?”
“11살? 많아 봐야 다섯 살 정도 많을 줄 알았는데? 와! 동안이네.”
오늘 제일 깜짝 놀란 게 서윤재가 30대 중반이라는 이야기였다.
“아니, 동안인 게 문제가 아니고 뭔가 숨기는 것 같아서 마음에 안 든다고.”
“그거야. 뭐, 많은 걸 숨기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한테 피해만 안 주면 상관없어. 오래 볼 사람도 아니고.”
“하긴, 이제 전략 물자를 모아 놓은 창고도 하나밖에 안 남았으니까. 곧 고주용을 끌어낼 수 있겠지.”
“그래, 그러고서 자기들끼리 뭘 하든 우린 상관없어.”
문득 돌아보니 엄마는 거리를 두고 우릴 따라오고 있었다.
자꾸 안성희하고 이야기할 때 저렇게 뒤로 물러난다.
안성희는 좋은 친구지만 내 취향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안성희도 나를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엄마는 자꾸 우릴 붙여 놓으려고 한다.
아니라고 말을 했는데도 그러는데 방법이 없어서 그냥 신경 안 쓰기로 했다.
‘이제 하나 남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