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83
83화-한번 해봐
내 질문에 후드 입은 남자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난···이성이라고···불리던···자···그 이전엔···윤승훈···이라···불리던···자···지금은···그저···배고픈···자이다···부족해···부족하다···아직···피가···부족하다···.”
말은 띄엄띄엄 길게 했지만 결국 괴물에 흡수돼서 피를 갈망하는 괴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게이트는 어디 갔지? 이것 다 게이트 만들려고 한 짓 아니야? 왜 너밖에 안 보이지?”
내 질문에 이성은 무언가 생각하는 것처럼 멍해졌다.
“게···이···트···다른···세계와의···통로···통로를···통로를···열어야···.”
혼자서 말을 하며 이성은 부르르 떨었다.
그 떨림이 촉수를 통해 연결되어 계속 이어지더니 피의 땅 전체가 잘게 진동하며 소리가 울렸다.
웅-! 웅-! 웅-!
그리고 이성은 몸을 비정상적으로 꺾었다.
그러더니 입을 크게 벌렸다.
“끄···으···으···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계속 열렸다.
우드드드드득-!
입이 찢어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계속 열려서 목에서 어깨에 상체 전체가 찢어지며 열렸다.
그 열린 상체 안쪽에서 진득거리는 선지피가 꾸역꾸역 삐져나왔다.
꾸르륵-! 끄르르륵-!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뭔지 몰라도 대단히 역겹네.’
저게 뭔지 몰라도 게이트는 절대 아니다.
내가 자른 게이트는 저런 게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게이트와는 다른 방식의 통로로 보였다.
찢어진 몸에서 시커멓게 변한 진득한 선지피가 쏟아져 나오며 괴성이 들렸다.
“끼이이이익-!”
이성의 찢어진 상체에서 얼굴이 하나 튀어나왔다.
사람의 얼굴보다 더 큰 우리가 자이언트라고 불렀던 괴물의 얼굴이 튀어나오는데 몸보다 더 큰 얼굴이 낑낑대며 나오고 있는 거다.
정말 어딘가와 연결된 것 같기는 했다.
“끼에에에에엑-!”
상체를 더 찢으면서 얼굴이 더 나타났다.
계속 괴성을 지르며 얼굴이 얼굴에 붙어서 나오는데 점점 기괴해졌다.
“끼이이이이이익-!”
얼굴이 계속 삐져나왔다.
‘팔만 달린 괴물이 나오더니 얼굴만 가득한 괴물이 나오는 거네? 나중엔 뭐 발만 달린 놈들도 나오려나’
얼굴들이 튀어나오며 이성의 몸은 찢어질 대로 찢어져 형체도 거의 남지 않았다.
떨어진 신체 조각과 팔다리는 작은 촉수들이 흡수했다.
그리고 수십 개의 얼굴이 한꺼번에 붙은 5m 정도 되는 얼굴 덩어리가 동굴 중앙에 둥둥 떠다녔다.
알림음은 자신이 정한 이름이 별로라서 사람들이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알았는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이름을 붙였다.
얼굴이나 머리와 관련된 이름이겠지 싶었다.
얼굴이 수십 개 붙은 거대한 머리를 달리 부를 이유도 없었다.
피의 땅 정중앙에 떠 오른 케팔레는 조금 더 몸을 띄워서 동굴 입구까지 올라갔다.
그러더니 수십 개의 입을 벌리고 동시에 괴성을 질렀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엑-!!”
나는 바로 갑옷을 착용했다.
“갑옷소환-!”
갑옷을 입고 손톱을 뽑고 기다렸는데 케팔레는 그냥 떠 있기만 했다.
저 둥둥 떠다니는 머리는 공격 능력이 없는 것 같다.
동굴 중간에 떠 있어서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고민하는데 동굴 위 나무 피라미드에서 소리가 들렸다.
콰아아아-!
케팔레가 밖의 산 아래에서 맴돌던 좀비들을 부른 모양이다.
좀비들이 나무 피라미드를 긁으며 타고 오르고 있다.
그러다가 제단에 나 있는 계단으로 밀고 들어 오면서 동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키이이익-!”
퍼억-! 퍼퍼퍽-!
좀비들은 바닥의 피의 땅으로 떨어져 내리며 머리가 깨지고 터졌다.
머리통이 단단하지 못한 좀비들이라 높은 곳에서 떨어지니 살아남은 놈들보다 완전히 죽거나 팔다리가 날아가는 놈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좀비들은 계속 떨어져 내렸다.
처음 헤카톤을 만났을 때도 이렇게 좀비들이 떨어져서 쌓였었다.
“키이이익-!”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른 게 피의 땅으로 떨어져 내린 좀비들이 피의 땅에 들러붙어 흡수됐다.
그러면서 피의 땅이 꿀렁거리며 땅 위에 팔이나 다리가 살아난 것처럼 움직였다.
‘마치 손발을 키우는 밭 같네. 징그러워.’
이제 손발이 생긴 피의 땅은 꿀렁거리면서 갑옷을 입은 나를 공격했다.
아주 징그럽기는 하지만 큰 위협은 아니었다.
나는 휘두르는 팔과 바닥인 피의 땅을 손톱으로 확 긁었다.
슈카칵-!
팔이 잘리고 피의 땅이 속살을 드러내면서 피가 확 튀었다.
꿈틀대는 작은 촉수가 벌어진 상처를 금방 봉합했다.
‘그래도 피와 살로 된 존재라면 언젠가 죽을 거야!’
나는 피의 땅에 뛰어들어 손톱을 휘둘렀다.
슈카카카칵-!
발을 내디딜 때마다 미세한 촉수가 발을 붙잡으려 했지만, 인형 옷은 아이템에 갑옷이라서 통하지 않았다.
나는 계속 피의 땅을 오가며 들러붙어 나를 공격하는 손과 발을 포함해 바닥까지 계속 자르고 긁었다.
피의 땅은 꿀렁이며 상처를 봉합했지만, 내 공격이 계속되자 여러분 공격받은 부분이 시커멓게 변하기 시작했다.
케팔레는 저 위에서 계속 소리를 질러대며 좀비들을 모았다.
하지만 주변의 좀비들은 이미 다 달려 온 상태라 추가 되는 좀비들의 숫자는 적었다.
아무래도 저 케팔레라는 놈은 다른 좀비들을 부리는 워리어의 대장 격인 녀석 같았다.
녀석이 활약하기엔 이곳 환경이 좋지 않았다.
나로서는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는 계속 피의 땅을 오가며 피의 땅을 죽은 땅으로 만들고 있었다.
꿀렁임도 적어졌고 나를 붙잡으려고 휘두르는 팔도 다 잘렸다.
이 피의 땅을 제대로 공격하고 나서 느낀 건 땅바닥 위를 살짝 덮인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2m 깊이는 되었다.
넓이 30m 깊이 2m의 꿀렁거리는 살덩이를 다 처리하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예전에 스타그룹 본사를 폭파할 때 쓴 다이너마이트가 그리웠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피의 땅은 다 썩은 땅으로 변했다.
이제 동굴 중앙에 둥둥 더 다니는 저 케팔레만 처리하면 된다.
케팔레는 20m 높이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넓이도 넓어서 닿을 만한 거리는 아니다.
나는 동굴 벽에 손톱을 박아넣고 벽을 잘라냈다.
던질 거라서 될 수 있으면 날카롭게 잘랐다.
손이 닿지 않으면 도구를 이용하면 된다.
돌팔매질이지만 통하면 그만이다.
뾰족하게 자른 돌을 하나 들었다.
갑옷의 손으로 잡아 돌멩이처럼 보이지 실제로는 작은 바위다.
손목을 까딱거리며 무게를 가늠해 보고 바로 던졌다.
쐐애애액-!
빗맞히기엔 5m의 케팔레가 너무 컸다.
뾰족한 바위가 케팔레의 눈 중에 하나를 뚫고 박혔다.
“키에에엑-!”
고통스러운 듯 공중에서 막 날아다니는데 나는 만들어 놓은 돌을 계속 던졌다.
돌은 커다란 녀석에게 계속 날아가 박히거나 부딪히고 떨어졌다.
케팔레는 공중에서 발광하면서도 더 높이 날아오를 수는 없는지 같은 곳을 뱅뱅 돌았다.
쐐액-! 쐐애액-!
“키에에에엑-!”
달린 얼굴이 많으니 상처 입구 피 흘릴 구멍도 더 많았다.
케팔레는 피를 쏟아내며 점점 아래로 떨어져 내려왔고 나는 손톱으로 수십 조각을 냈다.
“키에에···.”
티켓 모양의 빛이 확 밝게 빛났다가 사라졌다.
흡수됐으니 나중에 히든 아이템을 찾으면 된다.
그런데 더 이상 새로운 엑소슈트가 없을 텐데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상태창에 포인트를 봤다.
분배 가능 포인트: 50
레벨을 하나 올릴 수 있을 포인트지만 레벨은 언제라도 올릴 수 있으니 일단 강화를 위해 아껴두었다.
나는 갑옷을 벗고 위로 올라갔다.
***
오전에 시간 된 싸움이 끝나고 피라미드 밖으로 나오니 이미 하늘은 멀리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 숨어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아까 안쪽에서 도망친 사람들이 숨었는데 좀비들은 이들을 건드리지도 않고 안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운이 아주 좋았다.
숨어 있는 사람들이 놀라서 물었다.
“사, 살아계셨습니까?”
“예. 아래는 정리가 다 됐습니다.”
내 대답에 사람들은 더 놀랐다.
남자들이 앞다퉈서 자기들이 본 걸 이야기했다.
“정리가···다 됐다고요? 못해도 좀비가 천 마리는 넘게 내려간 것 같은데요?”
“좀비 이외에도 얼굴이 많은 괴물도 있었습니다!”
“맞아요! 나도 봤어요!”
그리고서 나를 빤히 보았다.
케팔레가 둥둥 떠다니는 걸 본 모양이다.
“아···예. 케팔레라는 괴물이었습니다. 그 녀석도 정리됐습니다.”
내 대답에 놀라서 사람들이 감탄했고 한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뜻을 이야기했다.
“오! 그 괴물을!”
“대단하네요!”
“처음 보는 괴물이었는데 그런 녀석을 처치한 거군요!”
“케팔레. 그리스어로 머리라는 뜻입니다. 어울리는 이름이군요.”
케팔레가 그리스어라고 말한 남자를 모두 쳐다봤다.
마치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는 눈빛이다.
“우리···아들이···공룡을 좋아했는데 박치기 공룡 중에 프레노케팔레라는 녀석이 있어서···기억합니다.”
“···.”
남자의 대답에 사람들은 시선을 회피했고 나 또한 하늘을 봤다.
다른 남자가 나를 보고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열었다.
“저···.”
“예, 말씀하세요.”
“이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광교 사제들은 저쪽 산 아래에 있는 면사무소에서 지냈었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게이트에 관한 단서라도 찾을 수 있는지 가봐야겠다.
“예,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아, 아닙니다. 도움이 된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면사무소로 가볼 생각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 질문에 서로 돌아보다 한 남자가 답하고 다른 사람들도 같이 이야기했다.
“좀비가 없는 지금은 저희끼리 내려갈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급하신 일부터 보십시오. 생명의 은인이신데 더 귀찮게 할 수는 없습니다.”
“맞습니다. 저희끼리 가겠습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딱히 구해 주려는 게 아니라 싸우다 보니 그렇게 된 건데, 계속 고맙다고 하니 얼굴이 붉어졌다.
“그럼, 무사히 내려가시길 바랍니다. 전 이만.”
나는 인사하고 바로 면사무소로 향했고 남자들은 인사하고 손을 계속 흔들었다.
·
·
·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면사무소 도착했다.
마을로 들어서면서부터 주차장까지 오는 동안 좀비 한 마리도 없었다.
일광교 사제들이 정리를 잘해놓은 모양이다.
면사무소를 잠가 놓지도 않았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평범한 면사무소의 모습이 보였다 1층은 넓은 민원실이고 2층은 사무실들이 붙어 있다.
당연히 제일 넓은 회의실에 흑마법사 이성이 텐트를 치고 자리 잡고 있었다.
각성하면 인벤토리가 생겨서 중요한 서류 같은 걸 놓고 다니지 않는다.
죽는다고 인벤토리의 물건들이 튀어나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무슨 단서라도 있기를 바라며 수색했다.
생각대로 게이트에 관한 내용이 적힌 서류 같은 건 없지만 일광이 전국으로 보낸 5명의 사도 중 삼성과 오성의 위치를 알아냈다.
정확한 위치는 아니지만 삼성은 제천에 있고 오성은 부산에 있다.
이곳에서 부산이 멀지만, 서울보다는 가깝다.
다음에 갈 곳을 정했다.
·
·
·
면사무소에서 자고 일어나 케이블카 건물로 향했다.
한번 지나와서 감흥이 덜 할 줄 알았는데 다시 지나갈 때 봐도 소용돌이치는 바다는 멋있고 압도적이었다.
바다를 무사히 건너서 바로 부산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지도를 보면서 가능하면 해안선을 따라 고속도로로 이동하려고 노력했다.
·
·
·
지난 열흘 동안의 이동은 평범했다.
길에는 돌아다니는 좀비들이 있었고, 중간중간에 각성자, 비 각성자 할 것 없이 습격이 있었다.
이제 이틀 후면 12월이라 낮에도 추웠다.
다들 겨울에 대비하기 위해 혈안이었고 그래서 만만해 보이면 습격해 왔다.
혼자서 빠루를 들고 길을 걷는 내가 만만하게 보이는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래서 내 앞에 또 강도가 나타났다.
“거기 멈춰!”
야구 배트와 쇠파이프, 그리고 특이하게 노트북을 든 각성자들이 나타났다.
광양시에서 하동으로 넘어오자마자였다.
세 명의 각성자는 마르고 꾀죄죄한 차림이었다.
강도를 자주 만나니까 옷차림만 봐도 대충의 성향들을 알 수 있었다.
내 눈앞의 2, 30대의 남자들은 한눈에 봐도 강도질에 익숙하지 않아 보였다.
나는 멈춰서서 남자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봤다.
“가, 가진 거 다 내놔! 내놓으면 아무 일 없을 것이다!”
“겁내지 말고 내놓기만 하라고!”
야구 배트를 든 남자와 쇠파이프가 소리치는 동안, 노트북을 든 한 남자는 뒤를 힐끔거렸다.
나는 갑자기 흥미로워졌다.
“싫은데?”
“뭐?”
“가진 거 내놓기 싫다고.”
삐딱하게 서서 대답하는 내 모습에 강도들이 당황했다.
“어?”
“아, 아니 그럼 피를 보자는 것이냐!”
“할 수 있으면 한번 해봐.”
남자들은 무기를 들고 서로를 보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정말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아무리 봐도 내 앞의 세 사람은 다른 사람과 싸워본 적 없는 사람들이다.
일 년 반이 넘도록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보다 더 궁금한 건 이런 사람들한테 강도 시킨 게 누구인지였다.
그런데 그 궁금증은 금방 해소됐다.
“한심하군. 세 명이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있어.”
혀를 끌끌 차며 군인들이 입을 것 같은 판초 우의를 입은 남자들 여섯 명이 나무와 수풀 속에 숨어 있다가 나왔다.
맨 처음 세 명이 튀어나왔을 때부터 뒤에 사람이 더 숨어 있는 걸 눈치채기는 했는데 나올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판초 우의를 입은 남자 중 하나가 자신만만하게 팔짱을 끼고 입을 열었다.
“저 세 명이 말할 때 들었어야지. 우리가 나온 이상 넌 손 하나는 내놓고 가야 할 거야.”
자세를 보니 딱 무리의 대장 같았다.
“네가 강도단 대장이냐?”
“지금, 그 말로 네놈은 목을 내놓고 가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강도를 만나면서 이렇게 무게 잡는 사람을 한두 명 본 게 아니다.
무슨 옛날이야기 대사도 아니고 목을 내놓고 가라니 조금 듣기가 어색했다.
“더 듣기 힘드네. 덤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