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135
오랜 만에 돌아온 로렐라이의 분위기는 상당히 어수선했다. 활기가 찬 것보다는 어딘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어 그 동안 무슨 일이 있던 건지 궁금하게 할 정도였다.
“···오빠. 뭔가 일이 생긴 거 같은데요? 분위기가 이상해요. 모두들 잔뜩 긴장하고 있고.”
눈치가 없는 건 아닌지 게이트웨이를 타고서 몇 분도 안 되었는데 길유미가 이야기를 꺼냈다. 모두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이야기에 동의하고 있었다.
유현은 주위의 분위기에도 아랑곳 않고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마 긴급 토벌령 때문일 거야.”
“긴급 토벌령이요?”
“던전에 위험을 줄 몬스터가 생기면 최우선 순위로 토벌하도록 하는 명령이야. 이건 우리 플레이어들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일 걸.”
“···헐. 그럼 방금 온 우리도 해당되는 건가요?”
길유미가 황당한 표정을 하자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되겠지.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고.”
“오빠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투네요?”
“알고는 있었지. 하지만 분위기가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어.”
긴급 토벌령. 던전에 위험을 주는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을 경우 가끔씩 사용된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심각하군.’
긴급 토벌령이 내려진지 나흘도 안 되었다고 들었는데 지금 분위기는 유현도 내심 놀랄 정도였다. 그 정도로 던전에 침입한 녀석이 위험한 걸까.
현재 로렐라이를 위협할 녀석은 엘더 라비락과 싸우던 그 거대한 늑대 밖에 없었다.
유현은 라비락과 싸우던 늑대 무리를 떠올렸다.
그 숫자는 엄청났다. 라비락들이 숫자로 밀릴 일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숫자와도 비등비등하게 싸울 정도였으니 그 때 봤던 광경으로는 얼마나 되는 무리인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
좀 더 자세한 정보들이 필요하다.
“일단 여관을 잡자. 이제 다시 한 동안 로렐라이에서 생활하게 될 거 같으니까.”
유현은 말과 동시에 방향을 틀었다.
로렐라이의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했지만 그래도 일행 까지 그 분위기에 휩쓸릴 이유는 없었다. 이쪽은 평상시대로 움직이면 된다.
*
유현은 여관에 빠르게 짐을 풀고는 혼자 나왔다. 굳이 누군가를 끌고 갈 필요까진 없는 일이었다. 유현이 향한 곳은 로렐라이에서 생긴 지 오래 안 된 듯 싶은 술집이었다.
깔끔한 간판. 특히 일본어로 무언가 적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읽을 수는 없었다.
시스템을 통해 대화 같은 건 해결이 되었어도 문자는 아니었다. 그나마 영어라도 적혀 있으면 몰라도 일본어 같은 건 문외한이었다.
‘텅 비어 있군.’
아직 사람들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건지 안에 사람은 없다. 이렇게 텅 비어 있으면 빠른 시일 안에 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 그렇지만 알아서 잘 하겠지. 유현은 그런 생각과 함께 천천히 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러자 손님을 맞이해 주는 인사는 곧 바로 들려왔다.
“어서와, 유현. 생각보다 빨리 왔네?”
익숙한 목소리였다. 료코의 말에 유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근처에 있는 의자를 아무거나 끌고서 앉았다.
“우리 가게의 첫 번째 손님으로서 특별히 오늘은 공짜로 대접해줄게.”
나른한 목소리를 흘리고는 료코가 잔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리 가게. 그건 말 그대로 이 가게가 그녀의 것이라는 거겠지.
‘정확히는 클랜의 것인가.’
일반적으로 플레이어가 가게 같은 걸 꾸리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클랜을 창설하고 클랜 밑에 가게를 만드는 거라면 어느 정도 허용이 된다.
그런 점에서 료코는 클랜을 만들고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빠르게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굳이 미궁 탐사를 안 해도 가게를 통해 일정 수입을 얻는 것이다.
물론 이런 술집 가게를 차리는 게 그녀의 최종 목표는 아닐 것이다. 이건 단순히 과정에 불과했다.
“자. 내 자신작이야. 비록 아직 시작한지 오래 안 되서 재료가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름 연구는 했으니까 기대해도 좋아.”
료코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칵테일로 생각되는 음료를 만들고는 유현에게 건넸다. 유현은 노란빛을 띤 액체를 보며 쓰게 웃었다.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 건 취향이 아닌데.”
“그냥 음료라고 생각해. 어차피 알코올이 많이 들어간 녀석도 아니니까.”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술 냄새 보다는 달콤한 냄새가 올라오고 있었다. 무언가 여자들이 좋아할 법한 취향의 음료다. 유현은 잔을 가볍게 흔들어 보고는 가볍게 한 모금 마셔보았다.
냄새에 어울리게 입안에서 퍼져나가는 깊은 달콤함이 나쁘진 않다.
장사가 안 될 걱정은 그다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유현이 알기로 이런 걸 파는 가게는 여기가 유일하니까. 반 쯤 잔을 비우고서 유현은 나직이 입을 열었다.
“다른 클랜원들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지. 안 그래도 개업한지 오래 안돼서 홍보가 조금 필요하거든.”
료코는 빙긋 웃으며 테이블 위로 턱을 괴고는 앉았다.
“그래서 볼 일은? 단순히 가게를 구경하러 온 건 아닐 테고. 뭔가 필요한 게 있어?”
“최근 있었던 일들 같은 것만 잘 집어서 알려주면 좋겠는데. 너도 알다시피 로렐라이에 온지 1시간도 안되었거든. 너 덕분에 로베리아에서 이미 토벌령이 떨어진 건 알았지만 그래도 그 동안 뭔 일이 있었는지 정도는 알고 싶은데.”
“···흐음. 있었던 일이라. 너무 이렇게 빨리 와주는 건 조금 곤란한데. 나도 클랜 창설 관련해서 부지런히 움직였기 때문에 뭔가 해 놓은 건 없거든.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이 가게가 전부야.”
유현도 그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벌써 가게 같은 걸 차린 것에 내심 놀라고는 있으니까.
“엄청난 정보를 원하는 건 아니야. 단순히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대략적으로 알고 싶다는 거지.”
담담히 말을 하는 유현을 료코는 한 동안 지그시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다면야. 그럼 대충 돌아다니는 소문 같은 걸 알려줄게.”
료코는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작게 입술을 핥았다.
“처음에 말했듯이 토벌령의 목표가 되는 건 거대한 늑대래. 몸집이 거대한 암석만하다고 하더군. 하지만 정작 그 모습을 직접 본 사람은 아직까진 없어. 그래서 플레이어들 사이로 여러가지 이야기가 많은 가봐. 정말로 그런 놈이 있기는 한 건지.”
“그렇지만 분위기가 소란스러운 걸 보면 무언가 일은 있는 거 같은데?”
“그렇지. 나도 클랜 창설 퀘스트 때문에 한 동안 로베리아에 있던 탓에 정보를 캐치하는 게 늦었는데 에이리어 안으로 이상한 흐름이 생겼나봐.”
“이상한 흐름?”
거기서 료코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처음 보는 몬스터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던데. 그 숫자가 상당해서 이미 에이리어 한 구석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거 같아.”
“무슨 놈들인데?”
“몬스터 이름은 라비락.”
“···라비락이라고?”
무언가 생각지 못한 이름이 나와 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유현의 반응에 료코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는 놈들인가 보네?”
“로렐라이 근처의 미궁을 탐사하면 한 번 쯤 만나게 될 놈들이지. 너는 만난 적이 없는 건가? 미궁 탐사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들었는데.”
유현의 물음에 료코는 어깨를 으쓱였다.
“정작 내가 미궁 탐사를 할 때는 본 적이 없는 녀석들이야.”
료코가 미궁을 탐사 했을 때 라비락이란 몬스터를 본적은 없었다. 다만 가끔씩 쥐대가리를 한 몬스터들의 시체가 발견되었을 뿐이지. 그것도 이미 대부분 썩어 뼈 뿐인 시체였다.
“···뭐, 아무튼. 지금 말이 많은 이유가 그 라비락들이 꽤나 설치고 다녀서 그래. 워낙 비열한 놈들이다 보니까 녀석들에게 험한 꼴을 당한 사람들이 많은 가봐.”
“확실히 골치 아픈 일이겠네.”
라비락들이 한 번 주위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귀찮은 일들이 많다. 주위로 수도 없이 깔리는 함정들이 제일 큰 문제였다. 한 두 개면 몰라도 그게 수십 개씩 쌓이면 상당히 귀찮아 진다.
“덕분에 현재 로렐라이는 라비락들이랑 한 참 전쟁 중인 상태. 나름대로 지능 있는 놈들을 상대하는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고생 중이라고 하더라.”
라비락들이랑 싸우고 있다라.
본래라면 늑대들에게 전멸 당했을 녀석들인데. 혹시 그 동안 무언가 이변이라도 있던 걸까.
라비락들이 로렐라이에 진입해 온 건 유현으로서는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실제로 요정 로렐라이에게 늑대를 조심하라고 말까지 하지 않았나.
“그래서 중요한 이야기는 지금 부터야.”
말을 꺼내는 동시에 료코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는다.
“며칠 전 미궁 탐사에서 겨우 살아온 파티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대.”
“재미있는 이야기?”
거기서 료코는 잔을 기울이며 잔 입구에 남아 있는 옅은 하얀 자국을 혀로 핥았다.
“늑대 무리로 생각되는 놈들이 라비락 무리를 강제로 로렐라이에 집어넣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