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164
마을 입구 쪽으로 향하자 부지런히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스쳐지나가며 흘리고 있는 이야기들을 엿들어 보니 늑대들을 사냥하러 움직이는 듯 싶다.
마수가 이끌고 온 거대한 늑대 무리는 아직 까지 로렐라이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우두머리가 죽은 탓일까 늑대들은 모두 제각각 흩어진 상태였다.
비록 거대한 무리가 찢어졌지만 그래도 그 숫자는 만만치 않다. 게다가 마을 주변으로 자리를 잡고 있으니 빠르게 토벌해야 하는 대상들이었다.
토벌의 대가는 없다. 본래 보상을 주던 로렐라이가 죽었으니 줄 수 있는 존재가 없었다.
그래도 플레이어들은 움직이고 있었다.
마을에서 나오고 얼마나 움직였을까.
마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떠돌아다니던 늑대 무리를 만났다. 먼저 늑대 무리를 발견한 유현이 신호를 주자 일행은 모두들 자연스럽게 기척을 죽였다.
‘숫자는 12마리 정도인가.’
녀석들은 몬스터의 시체를 물어뜯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근처에 살고 있던 녀석을 사냥한 듯 싶다.
식사에 몰두하느라 긴장이 느슨해진 녀석들을 유현은 고민할 것도 없이 습격했다.
유현이 신호를 주자 길유미와 남궁민이 기세 좋게 수풀에서 뛰쳐나갔다.
그 움직임이 상당히 매섭다. 유현은 둘이 마력을 이용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바람처럼 움직여 순식간에 늑대의 숨통을 끊는다.
늑대를 상대하는 건 미궁에서도 지겹게 한 일이었다.
그런 탓일까. 굳이 다른 사람들이 나서지 않아도 남궁민과 길유미의 손에서 싸움은 끝났다.
싸움이 이토록 쉽게 끝난 건 미궁에서 늑대들과의 전투 경험이 적당히 있던 것도 이유겠지만 그래도 제일 큰 이유로는 영령에게 받은 힘을 잘 다루게 되어서였다.
“미궁이 아니라서 그런가. 뭔가 상대하기 쉽네요.”
마지막 늑대의 숨통을 창으로 끊어내며 길유미가 어딘가 허무한 듯 말했다.
“녀석들은 아직 이런 환경에 익숙하지 않을 테니까. 이 늑대들은 전부 미궁에서 태어나서 성장했으니 이런 환경이 꽤나 이질적일 거야. 뭔가 그러니까 이상하지?”
유현의 말에 길유미는 아하, 하고 수긍했다. 이해한 듯하다.
미궁의 환경과 로렐라이의 환경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
상대적으로 척박한 곳에서 살아온 그들이 생명력이 넘쳐나는 로렐라이에 적응하는 건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녀석들이 적응하기 전에 모두 처리하면 좋겠지만.
‘그건 힘들겠지.’
마수가 끌고 온 무리가 상당했기에 유현은 침입한 늑대들을 전부 처리하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들은 로렐라이에 적응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로렐라이에서 볼 수 있는 토종 생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미궁에서 침입해 에이리어에 적응하게 되는 경우가 흔히 일어나는 일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라비락 같은 골칫덩어리들은 초기에 배제해야 했다.
늑대들과 달리 한 곳에 옹기종기 부락을 지으며 살아가던 놈들이니 초기에 모두 토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라비락들과 달리 늑대들은 전부 찢어져 에이리어 전체에 흩어졌다.
그런 녀석들을 전부 토벌하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그 후로도 일행은 몇 번이나 늑대의 흔적을 발견했다.
굳이 집요하게 쫓지는 않았지만 근처에 있다고 판단되면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늑대들이 벌인 짓에 대한 분노는 대단했다. 그런 애들의 생각을 알기에 유현은 일부러 그들을 자유롭게 움직이게 놔두었다.
정작 그들은 잘 모르겠지만 움직임이 상당히 노련하게 변하고 있었다. 사냥을 하는 것에 익숙해진 듯한 몸놀림에 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했다.
좋은 변화였다. 차분하게 상황 파악 할 수 있는 능력이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넌 저기로 돌아! 난 이쪽으로 갈 테니까!”
남궁민이 길유미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길유미가 알았어, 라고 대답하며 크게 몸을 꺾었다.
순식간에 둘의 모습이 사라진다. 유현은 뒤에서 둘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저 둘 엄청 빨라졌네요. 제 정령으로도 쫓는 게 상당히 어려웠을 정도로.”
유현의 옆에서 길유미와 남궁민을 서포트 하던 송가연이 작게 감탄했다.
현재 그녀는 둘이 늑대들을 놓치지 않도록 정령으로 돕고 있었다.
마력을 이용한 신체 강화로 속도를 올리고 있는 둘을 쫓는 건 이젠 상당히 어려워졌다.
그 만큼 자신의 성장이 저 둘에게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둘의 빠른 성장은 분명 좋은 일이기에 송가연은 기쁘게 받아들였다.
“확실히 성장이 좋습니다. 유현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은 것 같군요. 둘 모두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류트도 송가연처럼 작게 감탄하듯 즐겁게 웃는 눈빛으로 말했다.
류트가 보기에도 둘의 성장은 엄청났다. 그 만큼 재능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좋은 환경도 한 몫 더했을 것이다. 둘에게는 좋은 스승이자 조언자가 있다.
5분 정도가 지나자 길유미와 남궁민이 도망치던 늑대를 죽이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살기 위해 전력을 다해 도망치는 늑대를 둘은 끝내 붙잡는데 성공한 것이다.
송가연이 정령을 통해 둘의 이야기를 전달하자.
“그런데 오빠 괜찮겠어요? 이렇게 느긋하게 가도.”
문득 뒤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이서연이 물었다.
“괜찮지 않을까. 지금 시기에 굳이 거기까지 갈 사람은 없어. 그리고 거의 다 온 상태고.”
유현은 걱정하지 말라는 것처럼 담담히 말하고는 길유미와 남궁민이 돌아오는 걸 기다렸다.
머지않아 볼에 흙먼지를 조금 묻힌 채 뛰어오는 둘의 모습이 보였다.
도망치는 늑대를 쫓는 게 쉽지만은 않았는지 볼이 조금 붉게 변해 있고, 이마에 땀이 흐른다. 하지만 둘은 오면서 서로 사이좋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씨익 웃었다.
분위기로 봐서는 그다지 지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 휴식이 필요해 보인다.
“둘 다 수고했어. 어디 다친 곳은 없어?”
“딱히. 도망치는 녀석들을 쫓은 것 뿐이라 위험한 것도 없었어.”
둘이 도착하자 이서연이 준비해놨던 물주머니를 건넸다. 둘은 이서연이 건네는 물주머니를 받고는 나무 그늘을 찾아 앉았다. 유현이 휴식을 취하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유현은 앉아서 서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일행들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모두들 사이가 좋아 보인다. 류트도 별 어려움 없이 친숙한 분위기에 녹아들어 있다.
애초에 그의 성격이 그런 것이기도 했겠지만 태생이 다르다는 걸 생각하면 신기한 일이기도 했다. 그는 애들과 관계를 쌓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
거기서 유현은 더 이상 뜸 들이는 걸 하지 않기로 했다.
천천히 분위기를 재던 유현이 일행에게 입을 열었다.
“머지않아 새로운 사람이 우리 파티에 들어 올 거야.”
“네?”
유현의 말에 모두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얼굴을 했다.
유현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그 동안 누군가 새롭게 추가 될 그럴 징조는 없었을 뿐더러 새롭게 들어올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짐작되는 사람 정도는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게 아무것도 없다.
“자, 잠시만요.. 누가요? 우리가 아는 사람이에요?”
생각지 못한 유현의 폭탄 소식에 말을 더듬으며 길유미가 호들갑스럽게 물었다.
유현은 과연 일행이 알고 있을까, 잠시 생각했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모를 확률이 높다. 애초에 알고 있는 게 더 이상할 지도 모른다.
“아마 모를 거야. 이름도 얼굴도 처음 보는 사람일 걸.”
“…그런 사람이 갑자기 왜 우리 파티에 추가되는 거죠?”
유현의 말에 송가연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
지금 이야기는 류트가 파티에 추가되었을 때보다 더 갑작스러웠다.
그건 그 만큼 파티에서 부족한 걸 못 느끼고 있기에 더욱 그랬다.
류트의 마법은 그 동안 많은 도움이 되었기에 지금 와서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류트가 파티에 쉽게 녹아든 건 그의 유용한 마법 때문이었다.
지금 여기서 파티에 부족한 게 뭐지.
그걸 쉽게 상상해 낼 수 없는 송가연은 유현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유현이 아무 생각 없이 그런 결정을 할리는 없으니까. 비밀스러운 게 많아도 유현에 대한 신뢰성은 그 누구보다 높았다. 그래서 그녀는 차분한 얼굴로 유현의 말을 기다렸다.
방금 전까지 가볍게 풀려 있던 분위기가 바짝 조이자 유현도 진지한 얼굴을 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필요한 능력이요?”
지금 일행에는 전위를 맡아줄 뛰어난 사람들이 충분히 있었고, 부상을 당한 사람을 치료해줄 사제도 있었다. 마법사와 정령술사를 통해 언제라도 급박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
솔직히 말해서 부족한 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유현에게는 뭔가 다른 생각이 있던 걸까.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유현이 말을 이었다.
“이번에 일어난 로렐라이의 죽음을 어떻게 생각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기에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죠. 하지만 갑자기 그런 이야기가 왜 나오는 건가요? 그게 이번 일과 관계가 있나요?”
차분한 목소리로 송가연이 묻자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일행의 얼굴은 더욱 수수께끼를 맞이한 것처럼 알쏭달쏭해졌다.
“알다시피 이번 일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거야. 토벌을 위해 싸울 수 있는 많은 인원이 빠진 틈을 노려 늑대들이 마을을 습격하는 건 그 누구도 상상 못했을 테니까.”
유현도 늑대들이 그렇게 지능적으로 움직일 줄은 몰랐다.
녀석들이 라비락들을 로렐라이에 집어넣고 있을 때부터 알아봐야했다.
미약한 단서 정도는 처음부터 주어지고 있었다.
료코는 말했었다. 늑대들이 라비락들을 로렐라이에 밀어 넣고 있던 장면을 본 사람이 있다고. 그런 늑대들의 행동이 이상했음을 느꼈음에도 대응하지 못한 건 이쪽의 무능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앞으로 많이 겪게 될 거야. 지금 우리는 미궁 안에 숨어 살고 있는 존재니까. 이번에는 몬스터들에게 당했지만 다음에는 모험가들에게 당할지도 모르지.”
“모험가라…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유현의 말에 류트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유현의 말이 무척이나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애초에 그럴 수밖에 없다. 일행과 달리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 살아온 인물이었다.
“우리가 평소에 잘 해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항상 우리의 목숨을 조여 올 거야. 운이 없다면 로렐라이처럼 우리 중에 누군가 갑작스럽게 죽을지도 모르지.”
그 말에 누군가 침을 꿀꺽 삼켰다. 나흘 전에 일어난 일을 벌써 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갑자기 새로운 사람이 추가되는 거랑 관계가 있나요? 아무리 그래도 저희가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들어오는 건 조금… 부담스러운데요. 갑자기 사람이 추가된다고 나흘 전에 일어난 일 같은 걸 어떻게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일반적인 경우라면 그렇겠지.”
“…일반적인 경우?”
그쯤에서 송가연이 차분함을 흐리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화가 난 것보다는 유현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도통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서 유현은 씁쓸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사실 사건이 터질 거라는 걸 전날부터 알고 있던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