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169
랑샤셴이 파티에 적응하기 위한 에이리어 탐사에 첫날밤이 찾아왔다.
일행과 보내는 첫 야영이지만 그럼에도 일행과 손발을 잘 맞추며 야영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귀찮아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다른 일행들이 해야 할 일을 자신이 떠맡으려고 까지 하니 중간에 이서연이 식은땀을 흘리며 괜찮다고 말 할 정도였다.
“좋은 여자군요. 오늘 하루 관찰해 보니 꽤나 매력적인 분인 거 같습니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려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랑샤셴을 보며 류트가 쿡쿡, 웃었다.
이제는 쉬어도 될 텐데 가만히 있는 게 불안한 건지 계속해서 할 일을 찾는다.
나무에 등을 기대며 팔짱을 낀 채 류트는 랑샤셴을 응시했다.
오늘 하루 류트는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까.
잠시 그것이 궁금해 졌지만 유현은 굳이 묻지 않았다.
대신에 류트가 유현에게 먼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랑샤셴이 랑샤오의 동생이라고 들었는데… 정말로 그게 맞습니까?”
“아, 그렇지. 그게 뭔가 문제라도 있어?”
유현이 의아한 듯 묻자 류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랑샤셴을 응시했다.
“잘도 그런 사람의 여동생을 파티원으로 영입했습니다. 그쪽에서 그렇게 쉽게 허락해 주던가요? 애초에 어떻게 만난 겁니까?”
유현은 랑샤셴과의 만남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굳이 일행에게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 날 일어난 일을 알고 있는 건 랑샤셴의 기습을 미리 감지해 낸 송가연 뿐이었다.
“능력이 꽤나 출중한 분입니다. 직업을 얻으면 성장이 무척 기대되는 분이고요. 오늘 하루 지켜본 결과 상황판단 능력이 뛰어난 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나다라…”
뛰어나서 그 때 그런 일을 벌였을까.
유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유현이 무슨 생각을 알지 못하는 류트로서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었다.
“제가 파티장이었으면 랑샤셴 정도 되는 분을 다른 파티로 보낼 것 같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게다가 그게 자신의 여동생이라면. 특히 미래시라는 능력은 가볍게 볼 수 없지요.”
궁금한 게 많은 건지 류트가 말이 많다.
하지만 유현은 말이 없었다.
그것이 답답해진 류트가 눈을 가늘게 한 채 유현을 쳐다보고는 물었다.
“…혹시 저 분을 홀려서 이쪽으로 데리고 왔습니까?”
그 말에 유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의미로 묻는 걸까.
“그거 무슨 뜻이야?”
“음.. 왜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단지 조그마한 거래가 있었다고 생각해. 너무 깊게 알려고 하지는 말고.”
유현은 그렇게 말하고서 이 의미 없는 대화를 끝내기로 했다.
류트로서는 유현이 그러니 더욱 궁금해졌다.
랑샤셴 그녀가 오늘 하루 움직이면서 유현의 눈치를 보던 것이 꽤나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는 뭔가 복잡한 관계가 있다.
대략 거기까지만 예상하고는 류트도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이 이상으로 물으면 유현이 화를 낼 것이 분명하니까.
하지만 그런 류트가 멈추어도 일행들에게는 아니었다.
랑샤셴에게 궁금한 게 많은 그들로서는 랑샤셴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다.
“랑샤셴 언니의 오빠라면 랑샤오, 그 분 맞죠?”
“네. 맞습니다.”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을 반짝이며 이서연이 묻자 랑샤셴은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유명한 분을 오빠로 두셨네요.”
“…유명하다라. 그렇습니까?”
이서연의 감탄에 랑샤셴은 복잡한 표정을 했다. 그녀가 량사오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랑샤셴이 보기에는 유현이 좀 더 유명하게 느껴졌다.
적어도 상위권에 있는 플레이어들 중에서 유현을 모르는 이들은 없다.
아니, 정확히는 이 파티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볼 수 있었다.
라비락 토벌 때 보여준 힘은 모두의 기억에 똑똑히 박혔으니까.
하지만 그런 랑샤셴의 생각은 전혀 모른 채 이서연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최근 들어 만들어진 클랜들의 리더 중 하나잖아요.”
“하지만 제대로 된 절차를 밟은 클랜은 아니죠. 로베리아와 연락이 닿으면 의미가 없어질 겨우 그런 존재입니다. 이번 사태를 위해 만들어진 임시적인 단체.”
로렐라이의 죽음 이후 플레이어들 사이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로베리아와의 연락이 끊겼고, 요정이 없어지면서 완전히 고립된 상태.
그런 상황에서 한 번 더 일이 생긴다면 그건 모든 플레이어들의 몰살을 의미했다.
결국 뭐가 되었든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해서 모두의 의견이 공통적으로 수렴한 것이 한 가지 있었는데 플레이어들을 묶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온 게 클랜이었다.
모두의 동의 끝에 며칠 사이에 로렐라이에는 총 8개의 클랜이 만들어졌다.
라비락 토벌 때 있었던 6명에서 2명을 추가해 8명의 클랜장이 생겨난 것이다.
추가된 두 명 중 하나는 비전투 플레이어들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전투적인 능력이 대부분인 다른 클랜에 비해 생산적인 활동이 강한 클랜을 만들었다.
늑대들의 습격으로 많은 거주민들이 죽고서 생산 능력이 많이 떨어졌고 그에 따라 대신 할 존재들이 강력하게 필요로 하게 된 상태에서 그 빈자리를 전투 능력이 낮은 플레이어들이 꿰차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딘가 비관적인 랑샤셴의 태도에도 이서연은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이끌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건 큰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니까요.”
“책임감…”
랑샤셴은 랑샤오를 높게 평가 해주는 이서연의 태도가 고마웠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유현 정도라면 충분히 클랜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데 어째서 가만히 있는 걸까.
그 후로도 몇 번이나 이야기는 오고갔다. 랑샤셴은 계속해서 말을 걸어주는 이서연에게 고마워하면서 그녀의 물음에 계속해서 답변해주었다.
그녀와의 이야기는 질리지 않았다. 오히려 하면 할 수록 즐겁게 느껴졌다.
이윽고 질문이 멈춘 건 일행들이 잠에 들기 시작할 때였다. 그 때부터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기에 결국 이야기를 멈추게 되었다.
모두가 익숙한 듯 잠에 든다. 류트라는 남자가 만든 결계를 신뢰하는 것처럼.
언제나 누군가 보초를 서야 했던 그녀의 파티와는 전혀 다른 그 모습이 신기했다.
어느새 고요한 숨소리만이 주위를 흘러 다니는 가운데 랑샤셴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잠이 오지가 않아.’
1시간 정도 넘게 눈을 감으며 잠을 자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잠이 오지가 않는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녀는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음?”
그리고서 가볍게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놀란 듯 몸을 움찔거렸다.
자신 말고도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던 사람이 한 명 있던 것이다.
그건 유현이었다. 몸을 일으키며 랑샤셴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은 건지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던 유현이 시선을 돌렸다.
차갑게 식어 있는 유현의 눈빛에 그녀는 얼어붙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등골이 오싹해진다. 여전히 그녀는 그가 무섭게 느껴졌다. 역시 무서울 수밖에 없다.
갑자기 일어난 랑샤셴을 보고도 유현은 무언가의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물었다.
“오늘은 꽤나 피곤했을 텐데 잠이 오지 않는 거야?”
“….피곤은 합니다. 하지만 어쩐지 잠은 오지가 않는 군요.”
“빨리 자는 게 좋아. 내일 아침도 부지런히 움직일 생각이니까.”
걱정하는 듯하면서도 무감정한 유현의 목소리에 랑샤셴은 쓴웃음을 지었다.
“언제나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겁니까? 유현의 파티는 대단하군요.”
“대단하다라… 너한테는 익숙한 이동 거리는 아니었겠지. 그래도 빨리 적응해야 할 거야. 안 그러면 도태될지도 모르니까.”
농담이 아닌 진지한 유현의 태도에 랑샤셴은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빠르게 적응하고 싶어도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일행들은 별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지만 랑샤셴은 오늘 하루 꽤나 힘들었다. 에이리어 안에서 일행들이 움직이는 이동 거리가 상당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자신을 시험하기 위한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그런 기색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것처럼 나와서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그걸로 둘의 대화는 끊겼다.
유현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밤하늘을 보며 긴 상념에 잠겨 있었다.
멍하니 그걸 바라보던 랑샤셴은 문득 이서연과 이야기를 나누며 궁금했던 게 떠올랐다.
“유현은 클랜을 만들 생각은 없는 겁니까?”
“….클랜?”
갑자기 랑샤셴이 그런 걸 궁금해 할 줄은 몰랐는지 유현의 반응은 조금 늦었다.
어느새 랑샤셴은 단아한 자세로 바로 앉아 유현을 마주보았다.
“유현이라면 충분히 클랜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내가 굳이 클랜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나?”
“그..그건.”
오히려 유현이 질문을 던지자 랑샤셴은 딱히 떠오르는 생각은 없었다.
확실히 유현이 굳이 클랜을 만들 이유는 없다.
하지만 어쩐지 그의 능력이 아깝게 느껴졌다. 그의 능력이라면 많은 사람들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가 지휘하는 파티는 벌써 직업을 얻지 않았는가.
그 누구도 이렇게 빠른 시기에 직업을 얻을 거라고 생각을 못할 거다.
랑샤셴의 표정을 한 동안 물끄러미 응시하던 유현이 갑자기 말했다.
“…뭐, 클랜을 만들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하지만 굳이 지금 만들 필요는 못 느끼고 있을 뿐이지. 그리고 내가 구상하는 클랜은 네가 생각하는 클랜과는 많이 다를 거야.”
“다르다?”
“너는 내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남들을 지휘하는 위치에 섰으면 하는 거 아니야?”
“…맞습니다.”
유현의 말에 랑샤셴은 숨기지 않고 인정했다.
그는 강하다. 강한 힘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크게 인정받는다. 그것만으로도 유현은 플레이어들의 앞에 설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같은 시기에는 더더욱.
하지만 그런 랑샤셴의 생각을 부정하듯 유현은 말했다.
“나는 플레이어들의 위에 군림할 생각은 없어. 애초에 권력 같은 것에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지.”
서늘하게 빛나는 유현의 눈동자를 보며 랑샤셴은 몸을 가늘게 떨었다.
그가 바라보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으니까.
이윽고 유현이 밤공기에 그대로 녹아들 것만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지옥을 간다고 하더라도 믿고 따라올 수 있는 녀석들이야.”
========== 작품 후기 ==========
컬링… 너무 재미있네요. 이번 동계 올리픽 중에서 제일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