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217
녀석의 생각이 뭔지는 이젠 알았다. 그렇기에 가이낙스는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본다.
‘이들을 그냥 버리고 가는 건 불가능.’
다리가 잘려 병신이 된 고블린들도 드문드문 보인다. 모험가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이가 어떻게 모험가 일을 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버리는 건 불가능했다.
설령 한다고 하더라도 주위에 있는 고블린들이 가만히 안 있을 거다.
아무리 그들이 약체 종족이라고 해도 지켜야 할 룰은 있었다.
그 보이지 않는 힘은 강철이라 불리는 드워프라도 쉽게 떨쳐낼 수가 없었다.
모험가라는 탈을 쓰고 있는 이상 그 누구보다 강력하게 따라온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데리고 다니면 악마를 쫓는 건 불가능했다.
자기 몸도 움직이는 걸 힘들어 하는 이들을 데리고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까. 오히려 악마에게 좋은 놀잇감이 될 수가 있었다. 이 상태로는 녀석의 뒤도 쫓기 어렵겠지.
결국 이들을 캠프로 돌려보내야 한다. 아무리 악마라도 수백의 고블린이 모여 있는 곳을 쉽게 노리지는 못한다. 결계를 믿은 탓에 오히려 보초에 허술했던 전날과는 다르다.
이제는 모든 고블린 모험가들이 눈을 번쩍 뜨며 밤을 지킬 것이다. 악마가 남기고 간 상흔은 고블린들을 정신 차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룻밤 사이 자신이 죽을지도 모를 일이다.
옆에서 누군가 죽었는데 그걸 알고도 편하게 있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불안은 악마가 죽지 않는 이상 계속 지속될 것이다. 미궁의 악마에 대한 두려움은 모험가들 사이에서 이미 망연하게 퍼져 있었다.
“지능적인 놈이야.”
감탄과 한탄을 동시에 하며 드워프 차데반이 말한다.
그 말에 가이낙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독한 놈이지.”
녀석은 지독할 정도로 잔인하다.
일부러 살려둔 채로 고블린들의 힘줄을 끊어 놓지 않았는가.
그런 악마 같은 놈을 쫓고 있는데 벌써부터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가이낙스가 고심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가운데,
“키..키릭, 여기에 다른 생존자들이 있다!”
다른 통로를 둘러보던 고블린 모험가들이 또 다른 생존자들을 발견해 왔다. 거기서 가이낙스는 끝내 깊은 한숨을 터뜨렸다. 아직 더 있던 건가.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들이 다른 통로에서 발견되었다는 거겠지.
가이낙스가 무슨 심정인지도 모른 채 고블린 모험가 하나가 달려와서 말한다.
“주위를 탐색해야 한다! 아직 다른 생존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통로에 생존자들이 있다고 하는 순간 이미 예상했던 말이다.
가이낙스가 그러라고, 말하자 달려온 고블린이 파티 하나를 이끌고 사라진다. 그들의 얼굴에서 더 이상 악마를 쫓는 다는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일단 생존자가 우선.
차라리 악마가 전부 죽이고 갔다면, 생존자를 찾는다는 생각은 안 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함부로 판단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정말로 웃기는 일이군.”
…이러면 마치 구조대가 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악마를 추적하러 왔는데 부상을 입은 고블린을 구조하러 온 꼴이 되었다.
이게 악마가 노리는 거겠지. 녀석은 지능적이다. 그리고 모험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녀석은 모험가들을 일부러 살려둔 채 발을 묶고 있다.
살아남은 고블린들 중에서 힘줄이 잘린 건 차라리 낫다고 할 수 있었고, 발목이 잘리는 식으로 모두들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 몸이었다. 잔인한 놈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주위의 움직임을 가만히 지켜보던 파우덴과 차데반이 와서 묻는다.
이대로 계속해서 쫓을 건가?
그들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여전히 이번에도 악마는 흔적을 남기고 갔다. 자신을 잘 쫓아오라는 것처럼. 그 끝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는 거지. 눈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외롭게 걷고 있는 것만 같다.
여기선 숫자는 무의미하다. 오히려 같이 움직일수록 짐만 될 뿐.
그 사실을 이제야 눈치 챈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거기서 가이낙스는 생각한다.
‘차라리 혼자가 낫겠군.’
인간들이 떼거지로 달려들어도 상관없다. 그러면 전력을 다해 도망치면 된다.
가이낙스의 강철 건틀릿이 비틀린다. 찌이익, 길게 이어지는 건틀린의 소리에 파우덴과 차데반은 가이낙스가 고민을 끝냈음을 알 수 있었다.
흔들림이 없는 굳센 눈.
“녀석은 혼자다.”
굳센 눈을 한 가이낙스의 말에 드워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존자들의 진술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다행히 정신을 차린 고블린이 있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인간 남자 하나에게 모두 당했다고 한다.
그렇다는 건.
‘역시 오솔로프도 한 놈한테 당한 건가.’
오솔로프는 강하다. 전체적인 모험들 수준을 생각하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은 강철로서 강하다고 하면-.
솔직히 말해서 강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급하다고는 하지만 이런 변방으로 급이 높은 검은 강철의 드워프들을 많이 보낼 리가 없다. 그럴 일손도 없을뿐더러 이유도 없다. 애초에 목표는 아이언 호른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여기에 온 건 중급 검은 강철 하나와 하급 검은 강철 다섯이었다.
생각을 정리하며 가이낙스는 말한다.
“파우덴과 차데반은 이대로 고블린들을 이끌고 캠프로 돌아가게.”
“…설마 혼자서 쫓을 생각인가?”
“그러는 게 좋겠지. 만약 우리 셋 전부 움직이면 고블린 모험가 녀석들은 악마의 사냥감일 뿐이야. 캠프로 제대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가는 길 도중에 사냥 당할지도 모르지.”
겁에 질린 탓인지 생존자 고블린들의 말들은 전부 이상했다.
허둥거리며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한다. 자신들이 겪은 걸 떠올리는 것도 괴로운지 그저 겁에 질린 채 벌벌 떨 뿐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흥미로운 게 하나 있다면.
‘마법을 베었다라…’
혹시라도 마스터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럴 확률은 상당히 낮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수준의 실력자였다면 이렇게 더러운 수단으로 나오는 건 이상했다. 차라리 정면으로 부딪쳐 전부 죽이고 가는 게 편하지.
가이낙스는 마스터의 힘이 어떤 건지 잘 알고 있었다.
오버드 웨폰을 사용하면 일순간 마스터 급의 힘을 낼 수는 있지만, 그래도 그건 정말로 찰나의 순간뿐이었다. 그렇기에 가이낙스는 마스터의 힘의 대단함을 알고 있다.
마스터에 대해서 잠시 생각을 해서 그런 걸까.
‘어쩌면 헤이라 길드장도 마스터일지도 모르겠군.’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가이낙스는 피식 웃었다.
*
“흐음. 혼자 움직이는 건가?”
유현은 모험가들 무리에서 따로 떨어져 나오는 모험가를 보았다.
현재 유현의 위치는 고블린 모험가를 습격했을 때와 똑같았다. 미묘한 위치에 있는 이 절벽은 숨어서 지켜보기 좋았다.
만약 부상자를 데리고 그냥 돌아가는 거였다면 그 나름대로 유현에게 좋은 시나리오였다.
유현은 일부러 몇몇 고블린의 아킬레스건을 끊어 놓았다. 제대로 걸을 수 없는 동료만큼 짐 덩어리인 건 없다. 그런 짐 덩어리들을 데리고 가는 그들을 괴롭힐 생각이었는데.
유현은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드워프 두 명과 고블린 80명 정도의 무리를 공격할 것인가,
아니면 드워프 하나를 공격할 것인가.
첫 번째 경우.
만약 전에 상대했던 드워프와 비슷한 힘을 지닌 드워프가 두 명인 거라면 포기하는 게 좋았다.
드워프 2명에서 유현을 묶고 뒤에서 고블린들이 지원하면 유현도 어쩔 도리가 없다. 전에 상대했던 드워프 같은 경우는 상대가 하나였기에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명이라면 전과 같은 일은 불가능했다.
그러면 차라리 따로 움직이는 드워프를 노릴 것인가?
지금 유현이 있는 거리에서는 상대의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애초에 싸워보지 않으면 정확한 수준도 알 수가 없다. 그래도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녀석의 오버드 웨폰은 건틀릿인가.’
따로 움직이는 드워프의 오버드 웨폰이 대충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것.
들고 있는 대검은 평범해 보인다. 딱히 무언가 장치가 되어 있어 보이지는 않다. 그저 뛰어난 장인이 만든 형태 좋은 대검일 뿐이다.
특별해 보이는 건 오로지 건틀릿 뿐.
건틀릿 형태라면 오버드 웨폰을 사용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건 대충 힘을 강화한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형태가 다양한 무기인 만큼 어떤 능력을 사용할지는 정확히 예단할 수가 없다.
검은 강철이 무서운 건 다양한 힘을 지닌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였다.
보구의 아류작인 만큼, 보구의 힘을 따라한 경우가 많았다.
유현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한 놈부터 처리하는 게 좋겠어.’
전력을 다해 싸운다고 할 경우 유현의 체력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강한 힘을 사용하는 만큼 몸은 빠르게 지치고, 무너진다.
싸움은 최대한 빠르게.
목표를 정한 유현은 자리를 떠났다.
========== 작품 후기 ==========
일요일날 새벽까지 친척들이랑 술을 마시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