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243
로베리아로 돌아온지 어느새 벌써 1주일 정도가 지났다.
로베리아로 돌아온 퍼스트 플레이어들의 분위기는 활기 있다고 하기보다는 엄숙했다.
로렐라이에서 많은 수의 플레이어들이 모험가들에게 죽은 것이다.
로베리아 원정군이 로렐라이에 도착하기 전까지 있었던 짧은 시간 동안 피해는 엄청났다. 그건 플레이어들뿐만이 아니라 거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로베리아 원정군이 도착하고도 1달 동안은 로렐라이에 있어야 했다.
게이트웨이는 엄청난 마력을 필요로 한다. 다행히 류트가 게이트웨이에 여러 개의 보호 마법진을 걸어놔 모험가들에게서 게이트웨이는 무사했지만 동력이 문제였다.
1달 넘게 마력 공급이 끊겨 있었고, 로렐라이에 원정군을 동반하고 온 리아 이리아스가 곧 바로 게이트웨이에 공급할 마력 생산에 들어갔지만 1달이라는 시간을 필요를 했다.
그 시간이야 말로 플레이어들에게 있어서는 지옥과도 같았다.
로베리아 원정군이 게이트웨이를 되찾고서, 2주 정도가 지났을까. 포기하고 모두 도망쳤다고 생각했던 고블린 모험가들이 거대한 무리를 이루며 공격을 해왔다.
헤이라 모험가 길드의 길드장이 죽었다.
그 사실에 미궁 도시를 관리하는 군주가 분노하며 토벌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것은 모험가들끼리 이루어지는 기존의 토벌과는 궤를 달리하는 일이었다.
모험가들은 군주의 명령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왕이 직접 명령을 내린 것과 다른 게 없었다.
게다가 군주의 명령에 군대까지 미궁에 동원되었다.
그렇기에 게이트웨이를 가동하기 위한 준비 시간은 지옥과도 같았다.
죽자 살기로 달려드는 고블린들과 시간을 벌기 위해 싸우는 플레이어들의 싸움이었다.
그 동안 있었던 싸움과는 형태가 달랐다. 제대로 된 지휘관이 동원된 군대의 싸움이었다.
그나마 플레이어들에게 희망이 있다면 로베리아 원정군의 힘이었겠지.
마스터 클래스의 무력은 압도적이었다. 숫자의 열세를 아무렇지 않게 뒤집으며 고블린들을 박살냈다. 하지만 그래도 고블린들과의 싸움은 여전히 끔찍할 수밖에 없었다.
로베리아 원정군이 도착하고서 살아남았던 인원의 절반 정도가 이 때 죽게 되었다.
만약 게이트웨이의 동력이 조금만 더 늦게 확보되었다면 버티지 못하는 건 플레이어들 쪽이었을지도 모른다. 부족한 식량과 자원을 가지고 버티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으니까.
게이트웨이가 가동되기 직전까지 고블린들과 싸움이 있었지만.
….어쨌든 돌아왔다.
“평화롭네요.”
문득 랑샤셴이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서 흐트러짐 없는 단아한 자세로 찻잔을 움직였다. 입안에 찻물을 머금으며 천천히 맛을 음미하는 그 모습이 하나의 그림과도 같았다.
지금 같은 여유는 1주일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아직까지도 지금의 평화가 이질적이다.
잠시 조용히 눈을 감으며 여유를 즐기던 랑샤셴이 눈을 뜬다.
생명력이 넘치는 듯한 그 생기 있는 눈은 오로지 유현만을 보고 있다.
보통의 남성이라면 아름다운 미인이 자기만을 쳐다볼 때 심장이 두근거리기라도 하겠지만, 유현은 단지 궁금했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걸까.
유현을 불러낸 건 랑샤셴이었다.
현재 유현이 이렇게 랑샤셴과 단 둘이서 차를 마시고 있는 건 랑샤셴이 무언가 이야기 할 게 있다고 해서였다. 유현은 그녀의 눈을 마주하며 말을 하기를 천천히 기다렸다.
랑샤셴은 한 동안 유현을 지그시 쳐다보고는 은은한 눈웃음을 지었다.
“이번에 전직을 해보려고 합니다. 더 이상 일행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그런가, 하고 유현은 작게 웃었다.
언제 전직을 하려고 했는지 궁금했는데 드디어 결정했나보다.
로베리아로 돌아온 모든 플레이어들은 대다수가 전직에 대한 조건을 만족했다. 모험가들과의 격렬한 싸움 덕에 나름 허들이 높았던 전직 조건을 모두 만족하고도 남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퍼스트 플레이어들이 전직을 하려고 신전에 향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 1주일 동안 신전은 퍼스트 플레이어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더 이상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는 유현의 일행뿐만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죽었지만, 우습게도 그 덕에 많은 성장과 변화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데…”
랑샤센이 말끝을 흐린다. 마치 물어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유현은 조용히 기다리기만 했다.
“…무언가 저에게 조언해 주실 게 있습니까?”
“흐음. 조언이라.”
“유현이 원하는 직업이라던가… 아니면 일행에게 도움이 될 만한-.”
거기서 유현은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직업을 선택할 때 그런 걸 따지는 건 좋지 않아.”
“그럼..?”
“너에게 맞다고 느껴지는 걸 고르는 거지. 너무 깊게 고민하지 마. 그곳에 가면 네가 알아서 선택하게 될 테니까. 그저 본능에 따라 선택을 하면 되는 거야.”
그러면 역시 랑샤셴은 궁수와 관련된 영령을 만나게 될까.
그녀의 활 솜씨는 나쁘지 않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 와서 그녀에게 다른 무기를 권하는 것도 이상했고. 이미 유현의 이미지에서는 랑샤셴은 활을 다루는 쪽으로 정해져 있었다.
유현의 말에 랑샤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유현의 말대로 하겠습니다.”
그걸로 고민은 끝난 건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이 나온 김에 곧 바로 행동할 생각인 듯 하다. 행동력 좋은 그녀답다.
등을 돌리자 찰랑이는 윤기 있는 흑발을 보며 유현은 말한다.
“좋은 영령을 만나도록 빌게.”
“네.”
멀어지는 그녀의 등을 보며 유현은 좋은 결과가 있기를 빌어주었다. 안식처에는 좋은 영령들만이 있는 게 아니다. 간혹 성격이 삐뚤어진 녀석들도 있었다.
‘그런데 나도 신전에 가 볼 필요는 있는데.’
유현도 신전에는 볼 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부러 미루고 있었다.
저번에 신전에 갔더니, 엄청난 대기열이 유현을 기다리고 있었던것이다.
모두 전직을 위해 신전으로 온 플레이어들이었다.
아마, 지금도 변한 건 없을 거다.
‘저녁 늦게 돌아오겠네.’
내심 그걸 말해줄 걸 그랬지만-. 이미 그녀는 사라진 후였다.
랑샤셴이 사라지고 얼마나 지났을까.
류트가 여관으로 돌아오는 게 보였다.
“방금 랑샤셴 씨가 신전으로 향하는 걸 봤는데, 신전에 볼일이 있답니까?”
류트도 유현을 발견하고는 테이블에 동석했다. 이른 아침부터 어딘가 갔다 오더니 점심이 지난 후에야 돌아왔다. 유현은 흐트러졌던 자세를 바로 잡고는 작게 기지재를 폈다.
역시 이러한 여유는 익숙하지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험한 꼴을 당한 일행을 끌고 몬스터를 잡으러 가자고 말할 수도 없다.
10초 정도 기지개를 펴며 뭉친 근육을 풀던 유현이 류트의 말에 대답했다.
“영웅들의 안식처에 갔어.”
“…호오. 그녀도 드디어 전직을 하는 겁니까?”
드디어, 라는 말을 강조하며 류트는 눈을 반짝였다.
일행 중에서 유일하게 직업이 없던 그녀였다. 그럼에도 일행에게 뒤처지지 않고 잘 따라온 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직업을 얻기 전과 후의 차이는 심하니까.
미래시라는 특별한 힘을 제외하고도 능력 좋은 그녀가 직업을 얻게 되면 분명 좋은 성장을 보일 터. 류트는 내심 그녀의 변화가 기대가 되었다.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해지는 군요.”
기대하는 감정을 숨기지 않으며 류트는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류트는 미소를 지우고서 테이블을 툭툭 건드리며 유현의 시선을 끌었다.
류트가 여관에 돌아온 건 볼 일이 끝났기 때문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류트가 향한 곳은 원정군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오랜 인연이 있는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 갔었다.
그 동안 로베리아에서 일어난 변화를 듣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것 말고도 로베리아의 거주민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정보를 구했다.
“오늘 아침부터 제가 열심히 돌아다니며 얻은 정보들입니다만… 들어보시겠습니까?”
살며시 말을 꺼내자 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기울였다.
유현이 시선을 주자 류트는 말을 꺼냈다.
“저희가 로렐라이에 있는 동안 나름대로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뭐가 봐뀌었다는 거지?”
“제일 먼저 요정들의 생각이죠.”
흥미로운 이야기다. 유현은 어서 다음 이야기를 하라고 눈짓했다.
“유현도 알다시피 미궁에는 많은 던전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혼자서 행동하는 던전들도 있지만, 서로 연맹을 이루며 거대한 그룹을 만들고 있는 던전도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주종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가 있죠.”
잘 알고 있는 이야기다. 알 수 밖에 없는 이야기.
지금 당장 로베리아만 해도 이리아스 계열의 던전 아닌가.
이리아스, 그건 현재 던전을 묶는 거대한 이름이기도 했으며 천년전에는 지상에 있었던 거대한 제국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 이름은 현재 여러 던전을 묶고 있는 힘이 되어 있다.
던전들은 서로 평등하지 않다. 여기서도 힘의 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힘이 약한 던전은 힘이 강한 던전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강요는 하지 않는다. 단지 약한 던전들은 힘이 강한 던전을 통해 혹시 모를 위험에 보호 받기를 원할 뿐.
그런 점에서 아이리스 이리아스. 이 요정은 이리아스의 중심이기도 했다.
“제 말에서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로베리아 또한 이리아스라는 그룹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그룹의 중추에 속해져 있는 편이고요.”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유현은 아무런 말없이 류트의 이야기를 들었다.
“중추에 속해 있는 만큼 그룹 내에서도 로베리아의 무력은 나름대로 강한 편입니다. 그래서 종종 같은 그룹에 속해 있는 다른 던전에게 지원 병력을 보내기도 하죠. 그런데 여기서 조금 변화가 생겼습니다.”
“변화?”
“네. 곧 바로 플레이어들을 지원 병력으로 다루어 보자는 거죠. 본래 아이리스님은 플레이어들을 일정 레벨까지 키우고 나서야 시도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을 성장시킬 수 있으면서 수천명을 한 곳에 모두 상주시킬 수 있을 만 한 곳이 사라졌다는 거죠.
“로렐라이를 말하는 건가.”
류트는 어딘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로렐라이, 이 단어는 이제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금기시 되는 단어였다.
던전 재건을 위해 많은 힘이 필요한 로렐라이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그런 점에서 아이리스가 원하던 조건과 딱 맞물린 곳이라 할 수 있다.
“최근이 아니라 2달 전부터 이미 로렐라이와 연락이 끊기고서 아이리스님은 상당히 곤란해 진 듯 합니다. 훈련소에서 나온 플레이어들을 로베리아에 긴 시간동안 방치해 둘 수는 없었으니까요. 2기 플레이어들의 실력으로는 로베리아에서 활동하기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류트의 말대로 훈련소를 겨우 나온 2기 플레이어들이 로베리아의 몬스터들과 싸우기는 힘들었다. 성장하는 장소로 로베리아는 그다지 좋은 곳이 아니다.
“그래서 현재 2기 플레이어들은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되는 이리아스 소속의 던전들 안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중인 듯 싶습니다. 활동 던전은 총 3개.”
거기서 류트는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이게 현재 2기 플레이어들이 활동하고 있는 던전 목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