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317
스르륵···.
이리샤의 옷자락이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따라 흘러내리고 있다. 그러자 새하얀 나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창백하게 비쳐지는 달빛에 그대로 녹아내릴 것만 같은 아름다운 육체.
유현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는 걸 느끼며 멍하니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가 옷을 벗는 것은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지만 그 무엇보다도 야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누군가의 앞에서 옷을 벗는다는 것 자체가 자극적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보인 적 없는 모든 걸 현재 그녀는 오로지 유현에게만 모두 보이고 있었다.
유현은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의 나체를 천천히 관찰했다. 물방울 모양의 풍만한 가슴과 그 위로 연분홍빛의 유두가 보였다. 그 아래로는 형태 좋은 배꼽이···.
점점 시선을 내리려고 할 때였다. 이리샤는 자신의 가슴과 허벅지 사이의 음밀한 부위를 동시에 손으로 가렸다. 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아쉬움을 느끼며 입맛을 다셨다.
“너, 너무 쳐다보지 말아주세요. 부끄럽습니다···.”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말한 이리샤는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눈이 주위를 어지럽게 방황한다. 그러면서 유현을 힐끔 쳐다보고 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신선했다.
애처롭게 흔들리는 자색의 눈동자는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부끄러움을 느끼는 작은 동물 같은 몸짓 또한. 유현은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걸 느꼈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를 덮치고 싶다는 욕망을 겨우 억누르며 유현은 침착하게 물었다.
“괜찮겠어?”
“제가 사제가 되는 것 때문에 그렇습니까?”
“응.”
“후후···. 너무 걱정하실 거 없답니다. 남녀 간의 경험이 없는 순결한 몸을 요구하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사제가 되면 이런 일은 하지 못하겠지만요.”
“그런가.”
“네. 그러니 걱정···. 꺄악···! 유, 유현님?”
아무 말 없이 유현은 이리샤를 바싹 들었다. 여인의 몸이 전부 이러한 걸까. 무척이나 가볍다. 유현은 이리샤를 들어 올린 채 그대로 그녀의 침대로 향했다. 구석진 곳에 침대가 있다.
따듯한 그녀의 몸을 꼬옥 안으며 유현은 그녀에게 물었다.
“여기서 잠을 자기도 하는 거야?”
“음···. 네. 가끔 낮잠을 자기도 해요. 다만 밤에는 반드시 고아원으로 돌아가죠. 가끔 밤에 잠을 깨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그 아이들을 재우는 게 저의 일이랍니다.”
“그러면 오늘은 괜찮은 거야? 오늘 밤은···.”
“후흣···.”
거기서 이리샤는 가느다란 검지 손가락을 내밀며 유현의 입술을 막았다. 더 이상 말을 하지 말라는 그녀의 제스쳐에 유현은 무심코 쓴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오늘 만큼은.”
“그런가.”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스스로를 반성하며 유현은 그녀를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예술품을 다루듯 세심하면서도 상냥한 유현의 손길에 이리샤는 쿡쿡 웃었다.
“유현님도 이럴 때는 긴장을 하시는 군요. 지금 유현님의 모습 어떤지 아시나요?”
“···그게.”
그녀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던 걸까.
유현이 대답을 못하자 이리샤는 여전히 밝게 웃음을 유지하고는 말했다.
“제 눈에는 10살 배기 꼬마가 아직 말을 못하는 어린 아이를 안아 올리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보면 며칠 전에도 유현님 같은 아이가 하나 있었지요. 혹시라도 실수할까봐 허둥지둥하던···.”
“크음.”
이 이상 듣기에는 낯간지럽다고 느껴 유현은 헛기침을 했다. 그런 유현의 반응에 이리샤는 몸을 작게 떨며 잘못을 저지른 아이 마냥 슬며시 유현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 죄송합니다. 조금···. 이상했나요?”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그냥 부끄러워서 그런 거지.”
해명을 하면서 유현은 입고 있던 옷을 천천히 벗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선을 피하던 이리샤였지만 어느새 드러나는 유현의 육신을 흥미롭다듯이 관찰하고 있었다.
상의를 전부 벗자 이리샤는 온화한 미소를 흘렸다.
“···어쩐지 새로운 느낌이네요. 예전에 상처 입은 분들을 치료하기 위해 맨몸 같은 건 많이 봤었는데도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는 게···. 음···.”
유현은 소리 없이 웃었다.
“부끄러워?”
“네. 역시···. 뭐라고 해야 할까···. 저하고는 인연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누군가와 이렇게 밤을 보낸다는 건···. 어 ,어쨌든 지금부터 시작하는 건가요···?”
“응. 시작할 거야.”
“그,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이리샤는 남자를 모르는 몸이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가. 어린 나이부터 로렐라이의 곁에서 일하던 그녀였다. 하지만 지금 그런 그녀가 남자와 피부를 맞대고 있다.
유현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손이 가까워질수록 이리샤가 눈동자가 떨리는 게 보였다. 긴장한 그녀의 눈동자에는 흥분과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었다.
“으응···. 유, 유현님···.”
단순히 목덜미 쪽에 손가락이 닿은 것 뿐인데 이리샤는 야한 신음을 흘렸다. 느낀 걸까. 아니면 부끄러워서 소리가 샌 걸까. 무엇이든 상관없다. 유현은 천천히 손을 내렸다.
목덜미를 따라 피부를 훑던 유현의 손은 쇄골을 타고 그녀의 가슴에 도착했다. 예쁜 물방울형의 가슴에 도착하자 유현은 가볍게 그녀의 가슴을 쥐어보았다.
“응···.”
그러자 그녀의 분홍빛 입술을 비틀고 흘러나오는 작은 신음소리.
형태만큼이나 감촉도 좋았다. 유현은 몇 번이나 그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그럴 때마다 이리샤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면서도 야릇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으응. 지금 유현님은 어쩐지 어린 애 같아요.”
“그래서 싫어?”
“아, 아니요···. 그냥 새롭다고 해야 할까. 오히려 기뻐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유현님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요.”
“나도 새로워. 지금 이리샤는 이렇게 야하니까.”
“아앙···.”
다시 한 번 힘을 주며 가슴을 쥐어보자 이리샤는 등줄기를 휜 채 경련했다. 그리고는 털썩 쓰러지더니 작은 숨을 토해내며 헐떡이는 모습이 무척이나 음란해 보였다.
“···유현님.”
자색의 눈동자가 애원하듯 젖어있다.
마치 무언가를 더 바라는 것처럼. 유현은 그녀가 바라는대로 몸을 움직였다.
“으응···.”
촉촉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그녀의 입 안에서 달콤한 향이 났다.
아마, 홍차를 마셔서 그런 걸까. 정작 마실 때는 쓰다고 느꼈는데 냄새는 달콤하다. 유현은 그 향을 즐기듯 그녀의 머리를 꼬옥 끌어안았다. 본능적으로 혀를 내밀며 서로를 요구한다.
그것은 끝이 없는 행위였다. 몇 번이나 서로 입술을 맞추며 서로를 요구했다. 유현은 그러면서 그녀의 가슴을 천천히 손안에 굴려보았다. 이리샤는 민감하게 몸을 움찔거렸다.
“으으응···. 좀 더···.”
그럼에도 그녀는 키스에 모든 의식을 집중했다. 그것이 유현은 재미있다고 느껴져 몇 번이나 가슴을 주물렀다. 그럴 때마다 이리샤는 더욱 강렬한 키스를 요구했다.
이랬다가는 끝이 없을 거 같아 유현은 그녀의 입술에서 멀어졌다.
“···어째서? 가지마요···. 좀 더···.”
그러자 이리샤는 애원하듯 손을 뻗어왔다. 멀어지는 유현의 얼굴을 붙잡듯이. 자색의 눈동자가 지금이라도 울어버릴 것처럼 애처롭게 떨려왔다. 보고 있자니 죄책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유현은 강렬한 키스로 인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말없이 정리해 주었다. 그런 손길이 그녀는 기쁜 것인지 손에 얼굴을 기대왔다. 정말이지 이런 몸짓 하나하나가 전부 작은 동물 같다. 몇 번이나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던 유현은 말했다.
“잠깐 실례할게.”
“네···? 으음?”
그녀의 의아한 얼굴도 잠시. 유현은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아 끌어당겼다. 가녀린 이리샤의 허리는 한손에 잡힐 것처럼 얇았다. 힘을 주는 것도 무서울 정도로.
“···이건?”
“왜? 싫어?”
“그, 그러니까···. 이 자세는 너무 얼굴이 가까워서···.”
“방금 까지 그렇게 입술을 맞췄으면서.”
“그, 그게···. 으으으···.”
키스를 그렇게 요구했던 건 누구였을까. 그걸 잊은 걸까.
얼굴을 붉히며 이리샤는 아무 말도 못했다. 현재 그녀는 유현의 허벅지 위에 올라탄 형태였다. 마치 의자 위에 앉은 것처럼. 그 덕분일까 서로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유현은 그녀의 허리를 꼬옥 안았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서로의 입이 맞춰진다. 이리샤는 아무 말 없이 유현의 힘에 몸을 맡기며 따라왔다. 혀를 내밀며 애정을 요구한다.
“으응···.”
구강 안에서 뜨거운 살덩어리가 얽히고, 서로의 타액을 탐닉한다. 이리샤는 무서울 정도로 적극적으로 혀를 움직였다. 처음인 탓인지 어색했지만 그녀의 노력 덕에 어색함을 느끼가 어려웠다. 오히려 리드하는 건 이리샤였다. 그녀의 요구에 유현은 충실히 따랐다.
머리가 핑핑 돈다. 몇 분이나 계속되는 키스에 호흡이 막힌다. 코에서 흘러나오는 그녀의 사근사근한 숨결이 너무나도 중독적이라 유현도 쉽게 뗄 수가 없었다.
“···후아.”
결국 지친 듯 먼저 떨어지는 건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이리샤였다. 몸이 달아올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반복되는 키스에 산소가 부족해 진건지 얼굴이 붉다.
현기증이라도 느꼈는지 이리샤는 서로의 타액으로 길게 늘어진 침을 가슴팍에 흘리면서 몸을 기대왔다. 그녀가 기대오자 느껴지는 물컹물컹한 감촉을 즐기며 유현은 물었다.
“어지러워?”
“···으으음. 네···. 하지만 기분은 좋아요···. 계속 이러고 있고 싶어요···. 앞으로도 영원히···.”
“···그건.”
···곤란하다.
하지만 유현은 그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단지 그녀를 강하게 껴안을 뿐.
그런데 그 말을 꺼낸 건 도리어 이리샤였다.
“···역시 그러면 곤란하겠죠?”
상냥하게 웃는 것 같으면서도 슬픈 웃음이었다.
“알아요. 그래도 한 번 말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야 유현님이 아파해줄 테니까. 오늘 만큼은 이런 저의 이기적인 생각을 이해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녀는 그대로 유현의 가슴을 밀어냈다. 서로 거리를 벌리듯.
유현은 허벅지 위로 느껴지던 그녀의 무게가 사라지자 가슴 안쪽으로 허전함을 느꼈다. 평생을 계속 껴안고 가고 싶던 사랑스러우면서도 부드러운 무게였다.
거리를 벌린 이리샤는 반쯤 몸을 일으킨 자세로 싱긋 웃더니.
“잠시 실례할게요.”
갑자기 유현의 가슴을 밀쳤다. 유현은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졌다.
뭘까, 싶을 때였다. 이리샤는 몸을 굽히고서 유현의 다리 사이로 기어들어왔다.
그녀의 시선이 유현의 물건에 향했다. 애정으로 젖은 눈빛.
“···역시 괴로워 보이네요. 아까 전부터 키스를 하면서 계속 신경 쓰이고 있었어요.”
그녀는 팽팽하게 부어오른 유현의 남근을 상냥하게 매만지더니 늘어 내린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고는 고개를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