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55)
555화 이중 국격 (4)
‘누구……?’
총리 입장에서 당연히 들 생각.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은 딱 다섯 명뿐이다.
총리와 총리의 통역가, 그리고 총리의 보디가드.
마석일 쪽은 마석일과 보디가드뿐.
애초에 비밀 회담으로 진행하자고 통보가 왔기 때문에 총리 쪽에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런데, 나타난 상대가 본 적도 없는 사람이니 당연히 총리 입장에서는 의아할 수밖에.
‘아, 보디가드와 통역인가 보군.’
허락된 인원은 각자에게 총 세 명.
그렇기에 총리는 윤기가 조금 늦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총리의 생각은 산산이 깨어졌다.
“군인들을 돌려받고 싶으시다고요?”
마석일은 일본어를 할 줄 모른다.
아니, 할 줄 안다고 해도 일본어로 말해 주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총리에게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마석일의 말.
그렇기에 총리는 마석일의 옆에 서 있는 상대가 통역해 주기를 기다렸다.
총리는 그를 보디가드가 아니라 통역사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마석일의 옆에 있는 것은 보디가드.
따라서 기다리다 못한 총리의 통역사가 의아한 듯 한국어로 물었다.
“어째서 통역을 안 하시는 거죠?”
그러자 마석일이 아주 빠르게 대답했다.
“통역을 안 데리고 왔습니다만?”
“예?”
잠시 얼을 탄 총리의 통역사가 이내 정신을 붙잡고 말을 이었다.
“옆에 있는 분이 통역사 아닌가요?”
“이 인상과 덩치를 보고도 통역사인 것 같나요?”
“그럼…, 설마, 경호원?”
“네.”
“잠깐, 그러면 당신도 통역사가 아니란 말이잖아요?”
“그렇죠.”
“최윤기 회장은요?”
“아니, 그분이 이런 자리에 나올 만한 분입니까?”
어이없어하는 마석일의 표정에 통역사는 그야말로 뜨악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상황을 지켜보는 총리.
총리는 그저 무언가 상황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만 알았을 뿐, 설마 윤기가 나오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총리는 일본의 최고 권력자.
총리 입장에서는 당연히 윤기가 직접 나와서 협상할 거라 생각했겠지.
하지만, 윤기는 애초에 총리와 직접 만날 생각이 없었다.
닭 잡는 데 용 잡는 칼이 나설 필요는 없으니까.
“이봐, 저자가 뭐라고 하는 거야?”
결국, 총리가 짜증을 내며 묻자, 통역사는 어쩔 수 없이 총리에게 사실을 전달했다.
“저…, 오늘 최윤기 회장은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뭐? 무슨 소리야. 저 녀석들이 통역이랑 경호원 아니야?”
“아니랍니다. 오늘 나온 담당자와 경호원이라고 합니다.”
“아니, 뭐라고?!”
앉아 있던 남루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총리.
애초에 지금 이 장소도 절대 좋은 장소가 아니다.
남루한 소파에 밝지 않은 조명, 넓지 않은 장소 등.
바깥에 총리의 경호원들이 있기 때문에 안전상 문제는 없지만, 적어도 일본의 총리가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수준의 장소임은 확실했다.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거야?! 저 녀석은 도대체 누군데!”
핏대를 세우는 총리의 행동에 통역사는 눈을 질끈 감는 상상을 하며 마석일에게 물었다.
“당신의 신분은 좀 알 수 있을까요?”
“아,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마석일은 직접 말하지 않고 통역사를 향해 명함을 내밀었다.
[와이케이 부장 마석일]‘아니, 씹!’
통역의 속마음.
마석일은 자신의 신분조차도 속였다.
현재 마석일의 직급은 사장급이자 윤기의 최측근.
그런데, 마석일은 윤기의 의중을 읽고, 아예 한술 더 떠서 총리의 속을 아예 확 뒤집어엎기로 작정한 것이다.
“아니, 지금 장난하는 겁니까?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를 만나는데 공무원도 아니고, 한 회사의 부장이 나와요?”
오죽하면 통역이 총리보다 먼저 볼멘소리를 낼까.
하지만, 마석일은 남루한 소파지만 등을 딱 기대 편하게 앉은 상태에서 다리를 꼬았다.
“애초에 맨 처음 와이케이로 전화해서 물어보신 분들이 누구였죠?”
그렇다.
이번 일이 벌어졌을 때, 일본은 와이케이 그룹에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알아보려 했다.
와이케이 그룹의 관계자가 거스터 공화국의 관계자라는 것을 사실상 일본 쪽이 인정했다는 뜻.
따라서 이번 회담에 와이케이 그룹의 사람이 나온다고 해도 일본 쪽은 솔직히 할 말이 없었다.
물론, 논리상 할 말이 없는 것과 실제로 말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지만 말이다.
“아니,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부장은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이분이 누군지 알아요? 대 일본의 총리님이세요!”
그야말로 핏대를 세우는 통역.
하지만, 마석일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요?”
“아니, 그러면 당신들도 그에 걸맞은 사람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당장 최윤기 회장을 부르세요!”
통역이 이리도 열심히 핏대를 세워 주니, 총리는 화가 난 상황이지만 그래도 잠시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석일은 더 참을 수 없었다.
“아, 대화하기 싫으면 가든가요. 우리가 아쉬운 줄 아나.”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 마석일.
그렇기에 통역사는 기겁하고 마석일을 다시 불렀다.
“아니, 잠깐만요! 지금 가려는 겁니까? 예? 미쳤어요?!”
“미친 건 당신들이겠죠. 난 아쉬운 거 없습니다~.”
등을 돌려 자신이 들어왔던 곳으로 나가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하는 마석일.
덕분에 총리가 황급히 통역에게 물었다.
“뭐야,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제가 최윤기 회장을 불러오라 했더니,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할 말이 없으면 자신은 가 보겠다고 합니다!”
지금 일 초가 아쉬운 상황이라 뜸도 들이지 못하고 상황을 전달하는 통역사.
총리 역시 다급하게 통역을 향해 말했다.
“돼, 됐어! 아무래도 좋다고 빨리 전해!”
총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번에 구속된 자들을 데려와야 했다.
그래야 명분을 받은 값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자, 잠깐만요! 총리님께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최윤기 회장이 안 와도 돼요!”
마석일은 등을 돌린 상태에서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로 씨익 웃었다.
하지만, 다시 몸을 돌렸을 때는 그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소파로 돌아갔다.
“그나저나 제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서요. 20분 뒤에 일정이 있어서 가 봐야 합니다.”
“예? 아니, 오늘 총리님이랑 회담 일정 잡은 거 아닙니까?”
“네, 그래서 이렇게 왔잖아요.”
“도대체 무슨 일정이 있다는 겁니까?”
“근처에 맛있는 식당이 있더라구요. 예약제라서 오후 2시로 예약했어요. 지금이 1시 41분이니까 19분이 남았네요.”
“아니, 미친…….”
그야말로 입을 떡 벌리는 통역.
하지만, 통역은 이제 두손 두발 다 들고 총리에게 넘기기로 결정했다.
시간이 19분밖에 안 남았는데 자기가 말씨름하다가 회담이 실패로 끝나면 모든 책임을 다 뒤집어쓸 테니까.
“총리님, 이 자가 오후 2시에 식당 예약해서 곧 가야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제 남은 시간은 19분입니다.”
“아니, 뭐야?! 지금 장난해?”
“총리님, 19분, 아니 18분 남았습니다.”
“하…….”
총리는 그야말로 뒤집어질 것 같은 속내를 억누르며 마석일을 향해 말했다.
“우리 일본의 국민들을 풀어주십시오.”
“국민이 아니라 군인들이겠죠. 그들은 거스터 공화국의 영해를 불법으로 침입했습니다. 더군다나 거스터 공화국 군대의 퇴거 요청 역시 무시했죠. 이는 분명 거스터 공화국의 해역을 군사적으로 조사하려던 행위입니다.”
“그게 아닙니다! 조사 포경을 하려던 거란 말입니다!”
“군사 목적의 침입이었습니다.”
“조사 포경하다가 들어간 거라니까요!”
“군사 목적의 침입입니다.”
그야말로 다람쥐 쳇바퀴 구르는 대화.
하지만 시간이 마석일의 편인 이상, 총리는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구르는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만약, 이 회담이 결렬된다면?
국민들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을지도 몰랐다.
만약 포경을 위해 잡힌 것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영상이 존재한다면, 국제적으로 거스터 공화국을 압박할 수 있겠지.
무고한 일반인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세계의 여론은 일본이 군사 목적을 위해 포경선을 이용했다고 보는 목적이었다.
이걸 진실이라고 믿는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고래잡이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일본은 다른 나라의 영해까지 자주 침범해 가며 포경을 해 왔다.
그 결과, 지금 많은 나라들이 거스터 공화국이 사용한 명분을 믿거나 혹은 믿는 척했다.
따라서 거스터 공화국이 인질극을 벌인다는 국제적인 호소는 그야말로 씨알도 안 먹히겠지.
“하아,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원하는 것은 몸값이겠지요? 인질들을 석방하는 데 필요한 몸값을 알려 주십시오.”
나름대로 직구를 던진 총리.
하지만, 마석일은 총리의 말에 담긴 함정을 바로 간파했다.
이번만은 정말로 양쪽 다 녹음기를 준비하지 않았다.
그래도 대화에서 지지 않는 것은 중요한 법.
당연하지만, 마석일은 상대의 말장난을 간파하는 데 꽤나 쓸 만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인질의 몸값이 아니죠. 일본은 배상금을 물어야 합니다. 군사적 이유의 영해 침입과 더불어서 해당 선박의 환경 파괴에 대한 배상금을 말이지요.”
배상금.
보상금보다 한 단계 더 쎈 말.
일본 총리는 ‘인질’과 ‘몸값’이라는 단어를 써서 거스터 공화국이 무고한 사람을 붙잡아서 돈을 벌려고 하는 테러범으로 격하하려 했다.
하지만, 마석일은 이번 일에 대해서 일본이 전적으로 잘못했다는 표현을 썼다.
보상금은 ‘잘못한 부분은 딱히 없는 것 같지만 피해를 줬으니 주는 돈’이라면, 배상금은 ‘내가 전적으로 잘못했으니 주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당연히 총리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
“배상금이라니! 배상금이라니!”
“아, 뭐, 일 다 끝나고 밖에다가 무슨 소리를 하든가는 알아서 하시고, 어쨌거나 배상금 내실 겁니까?”
총리는 마석일의 말에서 한 가지 힌트를 얻었다.
‘그래, 일단 돈을 주고, 바깥에다가는 인질의 몸값을 지불했다고 언론 플레이를 하자!’
당연한 사실이지만 총리는 사실상 총리의 자리를 세습 받았다.
그런 만큼 절~대로 유능할 수 없다.
차라리, 유능한 공무원을 보냈다면 나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 총리는 자신이 직접 온 덕분에 마석일이 깔아둔 함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도대체 얼마를 원하시는 겁니까?”
“1억 5천만 달러를 주시죠.”
1992년 기준으로 1천 1백억 원을 조금 넘는 금액.
한국인이 봐도 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일본은 정말 돈을 화끈하게 쓰는 나라다.
외국 권투 선수 하나 초빙해서 자국 킥복싱 선수랑 싸우게 하는 데 협회가 1천억 원을 쓰는 나라니까.
더불어서 윤기가 이러한 금액을 책정한 이유는 메릴의 정신적 피해를 감안했을 때, 일본에게 이 정도의 징벌적 배상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미, 미, 미, 미쳤습니까?”
“오, 12분 남았군요. 아, 정말 오늘의 점심밥이 기대됩니다.”
시계를 들여다보며 너스레를 떠는 마석일.
“좀 깎아 주십시오. 1억 5천만 달러는 너무 과합니다!”
“미국에 언제 또 올지 몰라서 제가 2인분을 주문했거든요. 고기 코스와 생선 코스. 사진이라도 찍어야 할까요?”
“아니…, 하다못해 엔화로 지불해도 됩니까?”
“아, 3인분을 주문할 걸 그랬군요.”
계속해서 딴청을 피우는 마석일.
결국, 총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한 가지를 물었다.
“지불해야 할 금액을 비롯해서 여기에서 한 말이 밖으로 새어나갈 일은 없겠죠?”
“저희가 먼저 발설할 일은 없을 겁니다.”
결국, 총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이 말뿐.
“알겠…습니다. 지불하겠습니다. 1억 5천만 달러…….”
“좋습니다. 그럼, 이 계좌로 지금 당장 입금해 주시죠.”
“아니, 이렇게 빨리요?”
“그럼 언제 입금하게요?”
결국, 일본은 윤기에게 1억 5천만 불을 입금했다.
그리고 다음 날.
일본 신문에는 특종이 보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