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56)
556화 이중 국격 (5)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가 된 일본.
선원들의 숫자는 한두 명이 아니다.
그런데, 인질들 전체의 몸값이 겨우 150만 달러라니.
국민들은 환호했고, 총리는 그야말로 개선장군과도 같은 환호를 받으며 입국했다.
더군다나 일본은 아예 대놓고 거스터 공화국에 대해 민간인을 납치하여 몸값을 요구하는 쓰레기 국가로 묘사했다.
그렇다면 윤기는 이러한 일본의 행동에 바로 브레이크를 걸었을까?
아니다.
할 이유가 없다.
왜?
받은 돈이 1억 5천만 달러인데, 언론에 150만 달러만 받은 것으로 표현되었으니까.
오히려 윤기한테 이득이었다.
솔직히 1억 5천만 달러는 너무 높아도 너무 높은 액수.
하지만, 150만 달러는 다른 나라들이 ‘뭐, 그 정도면 요구할 만하네’라고 할 만했다.
따라서 굳이 일본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1억 5천만 달러를 조용히 먹을 수 있었다.
어떤 의미로는 상부상조.
게다가 윤기는 애초에 일본에서 자신을 어떻게 욕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아했다.
일본이 욕한다는 거 자체가 한국에 잘한다는 얘기가 되니까.
대신 윤기는 한국에서 환호받을 준비를 했다.
“고생했어요, 마 비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고생이랄 게 없었습니다. 제가 아니라 다른 누가 갔어도 쉽게 요리했을 테니까요. 아마 김인수 사장, 아니 솔직히 황성빈 비서가 가도 별문제 없었을 겁니다.”
자신이 한 일을 정확히 알고 있는 마석일.
실제로도 마석일의 분석이 맞았다.
애초에 이번 일은 상대 속을 뒤집어 놓는 게 목적일 뿐, 협상이 아니었으니까.
이미 정해진 거래에, 더욱 속을 뒤집어 놓으면 끝.
따라서 마석일은 윤기가 1억 5천만 달러를 벌었지만, 그것에 대한 보너스를 따로 바라지 않았다.
“그래도 무언가 보답을 해야겠죠.”
윤기는 씨익 웃으며 서재에 있는 서랍 중 하나에서 무언가 꺼냈다.
마치 동상 같은, 그리고 황금색으로 빛나는 모습이었다.
‘혹시 금…?’
마석일의 속마음.
실제로 윤기가 꺼낸 것은 황금 동상이었다.
“받아요. 사실 이번 일이 아니어도 줄 생각이었는데, 지금 받으면 왠지 기분 좋을 것 같지 않아요?”
윤기는 씨익 웃으며 황금 동상을 마석일의 앞에 내려놓았다.
“어? 이거 어째 저랑 닮은 거 같은…, 아니, 저 아닙니까?!”
깜짝 놀라는 마석일.
“맞아요. 마 비서랑 꼭 닮은 황금 동상이죠. 세상에 둘도 없는 동상이에요.”
“세상에……, 아니, 어떻게 황금 동상을 만들 생각을 하셨습니까?”
“제가 요새 금 모으는 데 취미 들렸잖아요. 200톤 이상 살 생각으로 말이죠. 그래서 금은 많은데, 생각했죠. ‘이 금으로 무엇을 할까?’ 하고 말이죠.”
“그래서 만드신 것이 바로…?”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황금 1,000돈이 들어간 최측근들의 동상이죠. 사실, 황금 1,000돈이라고 해 봐야 가격은 얼마 나가지 않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잖아요?”
황금 1,000돈이면 과연 얼마일까?
1992년 2월을 기준으로 금의 시세는 대략 1그램에 11.4달러.
그리고 황금 1,000돈이면 3,750그램이다.
따라서 이 동상에 들어간 황금의 가격은 대략 42,800달러였다.
1992년의 원화로 환산하면 3,370만 원 수준.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원재료 비용.
마석일 스스로가 ‘어, 이건 난데?’라고 할 정도의 가공이 들어간다면 그 인건비가 오히려 금의 가격을 능가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 황금 동상의 가치는 단순히 원재료와 인건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제, 제가 가장 먼저 받는 건가요?”
떨리는 목소리의 마석일.
윤기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그런데 너무 좋아하면 안 돼요. 다른 비서들의 동상도 이미 완성되어 있거든요. 조만간 불러서 나눠 줄 생각이에요.”
그래도 가장 먼저 받은 것이 어딘가.
그렇기에 마석일은 헤벌쭉한 표정을 지으며 마치 로봇 장난감을 선물 받은 아이처럼 좋아했다.
‘자, 이제 국제 사회에도 생색을 내볼까?’
* * *
윤기는 생색을 냈다.
그것은 바로 월드 돌핀을 비롯한 고래 보호 협회에의 기부.
그것도 150만 달러를 기부했다.
월드 돌핀에 75만 달러, 그리고 다른 협회에 적당히 섞어서 나머지 75만 달러.
150만 달러를 기부한 이유는 누구나 추측할 수 있다.
[일본이 준 돈이 150만 달러니까.]따라서 세계 사람들은 윤기가 정말로 고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전혀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도 효과는 아주 지대했다.
일본이 어떻게든 거스터 공화국을 ‘몸값이나 노리는 범죄 공화국’으로 깎아내리려고 했지만, 그 몸값을 화끈하게 전부 환경 단체에 쾌척한 거스터 공화국.
거스터 공화국이 받은 액수는 1억 5천만 달러였지만, 일본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지지도를 위해 150만 달러로 낮춘 상황.
그렇기에 일본 총리는 빠득빠득 이를 갈면서도 어떻게 항의를 하지 못했다.
액수에 관해서 항의하는 순간, 자신이 국민들의 세금을 터뜨렸다는 것이 들킬 테니까.
참, 머리가 좋단 말이야?>
“할아버지 닮아서 그래요.”
윤기가 의외로 자신을 바로 칭찬해 주자 최덕배는 놀랍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씨익 웃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만.>
최덕배는 이번 일을 조용히 지켜보긴 했지만, 아주 재밌어했다.
애초에 일본과 관련한 윤기의 일 처리는 최덕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니까.
그나저나 국고에서 1억 5천만 달러를 지출했는데, 나중에 당연히 들키지 않겠냐?>
“당연히 들키겠죠. 물론, 지금이 아니라, 한 10년, 20년 정도 후에 들키겠지만요. 하지만, 들켜도 일본 정부는 생각보다 별문제가 없을 거예요.”
하긴, 그럴 것 같다.>
“지금이야 150만 달러로 살아남았다고 알려졌으니 ‘괜찮아! 잘 살아남았어!’라고 그러겠지만, 나중에 1억 5천만 달러가 밝혀져 봐요. 아마 장난 아닐걸요?”
더군다나 구속되어 있는 기간 동안 이기적인 행동을 했던 녀석들의 일화도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나겠지.>
서로 힘들 때 돕는 것은 아름다운 미덕.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못하다.
힘든 상황에 처하면 자기 혼자만 살아남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꽤 되니까.
실제로 포경선 선원들은 구속된 상태에서 힘의 논리에 의해 배식을 자체적으로 관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폭행이 대수롭지 않게 벌어졌다.
따라서 이때의 이야기가 분명 언젠가는 일본에 퍼지겠지.
그리고 서로 싸울 것이다.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아니다로 말이다.
하긴, ‘일본을 위해 죽어라’라는 말을 밥 먹듯이 하는 녀석들이니까 말이야.>
“그걸로 끝이 아니에요.”
어라, 더 있어?>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동안 일본 포경선들이 심하게 납치당할걸요?”
아!>
최덕배는 이마를 탁 쳤다.
“1억 5천만 달러라고 솔직하게 밝혔으면 감히 납치하는 곳이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150만 달러는 오히려 금액이 낮아서 납치해 볼 만하거든요.”
일단 포경선을 납치해서 150만 달러를 요구해 보는 녀석들이 늘어날 거다?>
“네. 그리고 일본과 무역을 별로 하지 않는 나라들은 덮어두고 포경선을 구속할 가능성이 커요.”
맞네, 맞아. 군사적 목적의 스파이라고 덮어씌울 명분이 이제는 생겼으니까 말이야.>
“바로 그거예요. 뭐, 어쨌든 이제 우리가 신경 쓸 건 없겠죠. 전 이미 돈을 받았고, 나머지는 일본이 알아서 할 테니까요.”
씨익 웃은 윤기는 이내 한 가지를 떠올렸다.
“고래 하니까 생각난 건데, 한국도 고래를 잡지 말라고 해야겠네요.”
윤기가 말하는 고래는 바다에 사는 그 고래가 아니다.
* * *
포경수술.
70년대부터 90년대, 아니, 2000년대 중반까지 태어났던 한국 남자들에게 지독한 후유증을 남겨 준 한국의 흑역사다.
어린이들 보는 앞에서 못 할 말도 아니다.
애초에 이 수술 자체가 막 태어난 신생아한테도 집도했던 미친 수술이었으니까.
이러한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포경수술을 당한 남자아이가 정말로 상당했다.
그렇다면 포경수술이 도대체 무엇일까?
간단하다.
‘할례의 남자판’이다.
할례는 대표적인 여성 차별로 거론되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악습.
여자가 성적인 쾌감을 느끼는 것이 죄악이니 쾌감을 느끼는 신체 조직을 제거 혹은 봉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있어서는 안 될 행위가 과거 대한민국에서는 너무나도 만연했다.
대한민국에서 성별과 관련한 차별 이야기가 나오는데, 엄연히 말하면 차별이라고 표현해선 안 된다.
그냥 남자든 여자든, 서로 범주가 다른 부분에서 엄청난 고통을 받은 것이다.
따라서 포경수술은 70년대에서부터 2000년대까지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엄청난 부작용을 안겨 준 악습.
윤기는 최근 고래라는 단어를 자주 듣다 보니, 바로 이 포경수술을 떠올리게 되었다.
사실 윤기 역시 노가다 시절, 군대에서 주변 시선 때문에 어쩌다 보니 포경수술을 하게 되었다.
뒤늦게 인터넷 글을 보고 얼마나 후회했던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하지 않게 되었다.
아니, 후회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체념했다.
왜냐하면, 노가다 시절의 윤기는 여성과의 만남 자체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생의 윤기는 포경수술을 하지 않았다.
아마, 했으면 엄청나게 후회했겠지.
인터넷 글을 본 덕분에 포경수술에 대해선 아예 신경 쓰지 않기도 했고.
그리고 이제는 다른 대한민국의 남자들도 구해 줘야 할 시간.
지금의 윤기라면 충분히 구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당장 지금도 윤기가 한 명을 구해 주고 있었다.
“뭐? 조금 이따 포경수술을 받는다고?!”
윤기에게 걸려온 전화.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윤기의 친구 원희가 자신이 포경수술을 받게 되었다고 알려온 것이다.
[응, 군대에서 해 준다고 하고, 선임이나 후임들도 다 받았는데, 나라고 안 받을 수는 없잖아.]“야, 안 돼! 절대로 안 돼!”
사실, 이 시기에 대부분의 남자들은 국민학생 혹은 유치원 때 포경수술을 받았다.
커서 수술받으면 더 아프다는 속설이 전국을 사실상 강타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
그리고 군대에 입대해서 포경이 아닌 사람이 있을 경우, 포경을 왜 안 하냐는 선후임의 말 때문에 포경을 하는 일도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대에서 시켰다고도 하는 도시 전설이 있는데, 이 부분은 확인이 되지 않는 말 그대로 도시 전설이다.
어쨌거나 원희의 경우, 선후임의 시선에 의해 행보관에게 외출 신청서를 낸 상황.
원희의 특성상 외출 신청서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리가 없으니 원희는 지금 비뇨기과를 바로 앞에 두고 있었다.
그나마 하늘의 도우심인지 들어가기 전 윤기에게 안부 전화를 한 것이 다행.
윤기는 그야말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렸다.
“야, 안 돼! 절대 안 돼! 그냥 바로 부대로 복귀해! 절대로 포경수술 하지 마!”
[아니, 왜? 남들 다 받잖아.]이 당시 포경수술이 만연했던 이유 중 하나.
남들 다 받으니 안 받으면 병신 취급받았다.
오죽하면 학교에서 포경수술 안 한 게 들키면 놀림을 받았을까.
“야! 내가 포경수술을 안 받잖아! 대한민국 최고 재벌이 포경수술을 안 받으면 문제가 있다는 거 아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