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147
제 147화
147. 바깥. 신들의 전장 (3)
느껴지는 기세와 기운으로 무척 약한 자란 건 알 수 있었다.
미궁으로 비교하면 20층의 모험가 수준으로 태산에겐 턱도 없이 부족했다.
‘바깥 수준이 이렇게까지 낮다고?’
태산의 눈빛에 말라카스가 순간 울컥한 기색을 보였지만 죽고 싶지는 않은지 입을 다물었다.
태산이 턱을 괴었다.
“너희가 믿는 신이 누구라고?”
“하늘에서 태어난 태양신이시다. 드높은 하늘을 관장하는 위대하신 분이지.”
“우리는 대지에서 태어난 바다의 신이다.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고 바다를 지배하는 하나뿐인 신이시다.”
“하몬과 같군.”
전부 앞에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미궁의 신과는 다른 점이었다.
태산이 시선을 돌렸다.
“넌 누구를 믿는다고?”
“……푸른빛 초목의 신을 믿는다.”
“그래. 초록색아.”
태산이 남자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남자가 불안한 얼굴로 태산을 올려다봤다.
“솔직하게 말해 봐. 너하고 저놈들 수준은 어떤 수준이야?”
“…….”
남자가 힐끔 붉은색과 파란색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태산이 웃었다.
“네가 무서워해야 할 놈은 과연 누구일까?”
태산의 대답에 남자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밑바닥이다. 가장 약한 집단 셋이 바로 우리지. 이곳에서 가장 강한 자 한 명만 와도 우리 전부를 쓰러트릴 수 있다.”
“그래. 그렇겠지. 겨우 이 정도 수준이라면 말이 안 돼.”
만약 그랬다면 그가 내려올 필요도 없었다. 평범한 30층의 모험가가 내려와도 전부 정리가 가능하겠지.
바르간이 열심히 사람을 찾아다닐 만한 강함은 갖추고 있다는 의미였다.
초록색의 말에 말라카스의 얼굴이 붉어졌다. 마침내 열기를 참지 못한 그가 거칠게 외쳤다.
“더 이상의 모욕은 허용할 수 없다!”
“허용할 수 없으면 어쩔 건데?”
“우리의 목숨을 걸고! 너를 쓰러트리겠다!”
남자가 캉 소리를 내며 검을 뽑아 들었다.
뒤에 있던 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흉흉한 눈빛을 태산에게 보냈다.
“이 악적!”
“용서하지 않겠다!”
“귀찮게.”
태산이 얼굴을 찌푸렸다.
붉은 갑옷만 아니라 푸른 갑옷도 이때가 기회라는 듯 태산에게 달려들었다.
태산은 손을 흔들었다.
[당신은 서리화살을 발동했다.]쩌저적.
허공에 얼음의 파편이 그려진다. 그것들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갑옷들을 꿰뚫는다.
“아아악!”
“으아아악!”
그들이 막으려고 방패를 들고 검을 휘둘렀지만 소용없었다. 방패는 꿰뚫리고 검은 부서졌다.
그들은 시체를 밟고 태산에게 접근했다. 태산은 팔을 당겼다. 검이 곡선을 그리고, 다가오던 이들 모두가 베여 쓰러졌다.
방어도, 공격도, 자기희생도 모두 압도적인 힘 앞에 짓밟혔다. 말라카스는 부정을 담아 외쳤다.
“이건 말도 안 돼!”
자신의 세계에서 그는 무척이나 강한 자였다.
하늘에서 태어난 태양신의 대전사로, 일국의 왕조차 그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신들의 전장에서 그는 무척 나약한 존재였다. 다른 신을 모시는 자들을 이겨내기 힘들었으며 계속해서 패배하여 가장 작은 땅만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도 그는 자부심을 잃지 않았다.
자신이 약한 게 아닌, 자신을 믿고 따라온 이들이 나약했기에 땅을 잃어버렸다고 믿어왔다.
실제로도 거짓은 아니었다. 그는 여기서 그렇게까지는 약하지 않았다. 평균 수준의 강함은 가지고 있었다.
나는 약하지 않아.
내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그 조악한 정신승리가 지금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하아압!”
콰직.
그의 검이 가벼운 손짓에 쪼개진다. 그에게 아무 가치도 주지 않는 듯한 시선을 마지막으로, 그의 의식은 사라졌다.
* * *
태산이 덤덤히 손을 털었다. 그에게 달려든 이들 모두가 쓰러져 있었다.
태산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짙고 강한 기운 두 개가 하늘의 균열로 빨려 들어갔다.
저게 아마 신의 힘일 것이다.
[당신의 성과에 미궁의 신들이 만족한다. 성과에 따라 미궁으로 돌아올 시 합당한 보상이 주어진다.]“신도들을 전부 죽여도 끝나는 건가?”
그의 목적은 전장의 정복. 별다른 조건 없이 전부 처치하기만 해도 충족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태산이 멍하니 쓰러져 있는 초록색에게 걸어갔다.
“너한테 나머지를 물어보고 싶거든.”
“……뭔가.”
초록색의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 있었다. 그가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가 궁금한 거지?”
하늘에서 태어난 태양신과 대지에서 태어난 바다신이 이곳에서 밑바닥이라지만, 수의 폭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이 힘을 합쳐 움직이면 중위권의 신도들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다.
그런 걸, 공격 한 번 허용하지 않고, 일격에 전부를 처치했다.
괴물이다.
‘어쩌면 꼭대기에 자리 잡은 이에게까지…….’
그가 항거할 수 없는 존재다. 초록색은 살아남는 걸 포기했다. 애초에 그 혼자 살아남은 만큼 이제 무언가를 하기도 불가능했다.
“순순히 신의 곁으로 돌려보내 준다면 대답하지.”
“그럴 거니까 말해 봐. 아까 그놈들이 달려들어서 전부 듣지 못했거든. 너희들끼리도 수준의 차이는 있지?”
“있다. 오른쪽 하늘 끝에 있는 거대한 기둥이 보이나?”
태산이 시선을 돌렸다. 초록색의 말처럼 멀리서도 보이는 검은색 기둥 하나가 있었다.
“저기는 신들이 의사를 전달하거나 힘을 행사할 수 있는 통로다. 저기로 가까워질수록 더 강한 집단들이다.”
“여기가 밑바닥 맞네.”
지금 태산이 있는 곳은 기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신들을 쫓아내고 이곳을 정복하기 위한 조건은 뭐가 있지?”
“……많지 않다. 지금 네가 그랬던 것처럼 신도 모두를 죽이거나, 석상을 부수면 된다.”
“석상?”
“각 신들의 영역에는 신을 본떠 만든 석상이 하나 있다. 그걸 부수면 신은 추방되며 신도들은 신을 잃는다.”
“땅따먹기네.”
생각보다 규칙은 간단했다. 전부 죽이거나 석상을 부숴라.
아마 태산의 퀘스트 성공 조건은 모든 신의 석상을 부수면 끝날 것 같았다.
태산이 턱을 쓰다듬었다.
“이곳에 있는 신들에 대해서 아는 대로 털어놔 봐.”
* * *
초록색은 포기했다는 게 정말이었는지 전부 털어놓았다.
어떤 신들이 있는지. 그들이 어느 자리에 있는지.
“이다음 신이 자기증명의 신이라고.”
“그래. 스스로의 증명에 성공하여 신격에 오른 신이지. 신도들 또한 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비슷한데.”
태산이 웃었다.
미궁에 자리 잡은 증명의 신. 파브샤와 무척이나 비슷한 영역을 담당하는 신이었다.
머릿속에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알고 싶은 건 다 알았어.”
“그럼…….”
초록색은 눈을 감았다.
태산이 검을 휘둘렀다.
[당신은 푸른빛 초목의 신의 마지막 신도를 처치했다. 푸른빛 초목의 신이 신들의 전장에서 쫓겨났다.] [당신의 성과에 미궁의 신들이 만족한다. 성과에 따라 미궁으로 돌아올 시 합당한 보상이 주어진다.]다시금 기운 하나가 하늘의 균열로 빠져나간다.
태산이 일어난다.
[바로 가게?]“여기에 오래 있긴 싫거든.”
모든 게 인공적인 세상. 신들이 만들어낸 전장.
불쾌했다.
“하지만 바로 벗어날 수는 없을 거 같네.”
태산이 걸음을 옮겼다. 기둥을 향해 나아가자 거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자신을 뽐내는 듯한 기운.
저곳이 자기증명의 신의 영역인 것 같았다.
[쉽네. 그냥 석상만 부숴버리면 되고. 빨리 끝날 수도 있겠는데?]“아니.”
태산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끝내지는 않을 거야.”
[응? 뭘 더 하게? 전부 죽이려고?]“그럴 생각도 없어. 그냥 뭔가를 더 할 뿐이야.”
[왜?]“더 많은 것을 위해서.”
태산은 나직이 말했다.
“신들은 성과에 따라서 보상을 준다고 했잖아? 자기증명의 신이란 걸 듣고 떠올렸거든.”
그러니까 신들이 최대한 만족할 만한.
그들이 기뻐하며 원래 상정한 보상보다 더 많은 걸 줄 방식으로 처리할 생각이었다.
태산은 자기증명의 신의 영역 앞에 도착했다.
제법 큰 저택이 있었다. 건물을 둘러싼 외벽은 무척이나 길었으며 문은 거인이 오고 갈 수도 있을 법한 크기였다. 외벽 너머로 보이는 건물 또한 한껏 치장되어 화려했다.
“화려하기도 해라.”
태산이 손가락을 온갖 보석이 장식된 문앞에 대고 튕겼다.
콰아앙!
거대한 소음과 함께 문이 산산이 조각나 건물을 향해 날아갔다.
박살 난 문의 파편이 건물에 박힌다. 쿠르릉 소리를 내며 불안한 소리를 낸다.
태산이 걸어간다.
오래지 않아 수많은 사람들이 헐레벌떡 달려온다.
“침입자다! 모두 모여라!”
그들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태산에게 달려든다. 태산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손을 흔들었다.
가벼운 손짓에 갑옷이 뭉개지고 손가락을 튕기자 머리가 꺾인다. 가볍게 발을 놀려 걷어차자 저 멀리 날아가 건물에 처박힌다.
“이, 이!”
도저히 막을 수 없다는 걸 직감한 그들이 외친다.
“가서 성자님을 모셔와라! 우리로는 막을 수 없다!”
몇 명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계속해서 태산을 막으려 한다.
태산은 그 전부를 깨부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그가 건물의 입구에 거의 도착했을 때 기품있는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강하다. 적어도 여태 태산에게 두들겨 맞은 그 누구보다 강한 남자였다.
“네가 성자냐?”
“그렇다.”
성자가 가라앉은 눈으로 태산을 바라봤다.
“너는 누구지?”
“미궁에서 왔다고 하면 알려나?”
“미궁?”
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알고 있는 모양이네.”
“그럼 얘기하긴 편해지네.”
태산이 성자에게 나아갔다. 성자가 정신을 차리고 메이스와 십자 방패를 들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성자가 방패를 들고 달려든다. 휘둘러지는 메이스에는 외벽을 부수고 파도를 무너트릴 힘이 담겨 있었다.
태산은 손을 뻗었다.
덥석.
메이스가 태산의 손에 붙잡혔다.
“이, 이!”
성자의 눈이 흔들렸다. 붙잡힌 메이스가 빠지지 않았다. 마치 바위에 박힌 검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밑바닥 바로 위라 그런가? 별 차이는 없네.”
태산은 주먹을 놀렸다.
십자 방패가 뭉개지며 성자가 바닥에 처박혔다.
“나중에 보자고.”
태산이 기절한 그를 스쳐 지나갔다.
[안 죽여?]유령이 의아한 어조로 물었다. 태산은 자기증명의 신의 신도들을 한 명도 죽이지 않고 있었다.
“말했잖아. 더 많은 걸 얻을 거라고.”
[당신은 반발을 발동했다.]“우아악!”
신도들이 공기가 터지듯 튕겨 나갔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별다른 스킬 없이 반발만으로도 모두 처리가 가능했다.
그렇게 걷어내며 힘이 느껴지는 곳으로 나아가자 그곳에는 거대한 석상 하나가 있었다.
마치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과 같은 석상이었다. 여자처럼 기다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한 석상에서는 신성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걸 부수면 된다는 거지?”
태산이 석상을 노크하듯이 톡톡 두들겼다. 신성에 보호되어 제법 단단하지만 힘으로 짓누르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너, 너!”
뒤늦게 깨어난 건지 성자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그만! 그만해라! 천벌을 받을 것이다!”
“내가 왜?”
태산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너희의 신들이 바라는 대로 여기에 왔어. 그래서 내 할 일을 하고 있지. 그런데 내가 어째서 천벌을 받지?”
태산의 말에 성자가 버벅댔다. 그는 자기증명의 신의 성자. 신에게 특별히 미궁과 바깥 신들 간의 대립에 대해서 들었었다. 그렇기에 지금 태산이 어째서 전장에 내려왔는지 알고 있었다.
“천벌을 받아야 한다면 너희가 아닐까? 신을 지키지 못한 거잖아? 그리고 애초에 이걸 각오하고 온 거 아니었어?”
이곳은 신들의 전장이다. 각자의 신도들이 서로를 죽이고 죽는 곳이다.
태산은 전장에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태산이 석상에 손을 올렸다. 어느새 다가온 신도들이 비명을 터트렸다.
“하지만 기회를 줄게.”
태산이 손을 뗐다.
성자가 흔들리는 눈으로 물었다.
“……기회?”
“너희의 신은 자기증명의 신이라며? 그걸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