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169
제 169화
169. 서울 (3)
이태연은 방어 자세를 취했다. 검을 양손으로 쥐고 몸을 단단하게 고정했다.
콰직.
태산은 그 방어를 힘으로 뚫어버렸다.
이태연은 땅을 굴렀다. 태산은 연이어 검을 휘둘렀다. 달려오던 강준혁이 검으로 막아냈지만 압도적인 힘의 차이에 저 멀리 날아간다.
“해답을 찾아. 그렇지 않으면 죽을 거야.”
태산이 발을 박찬다.
카가각!
이태연의 방어를 뚫어버리고 다리를 베어버린다. 그녀가 짧은 신음과 함께 거리를 벌린다.
그녀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
‘힘으론 안 돼.’
속도도, 검술도,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대응할 수 없다.
그리고 강준혁도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으로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흡!”
이태연이 짧은 기합과 함께 강태산에게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강준혁도 태산의 등을 노렸다.
앞과 뒤에서 동시에 달려드는 둘의 모습에 태산은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보며 이태연은 더욱 발에 힘을 주었다.
[이태연은 흘리기를 발동했다.]상대의 공격 궤도 자체를 비틀어버리는 스킬. 흘리기.
미궁의 스킬은 절대적이었다. 아무리 태산이라도 무시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실제로도 그리 잘못된 판단은 아니었다. 이태연에게 향하던 태산의 검이 갑자기 궤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태산이 검에 힘을 주었다.
이전에 영락한 사도가 그랬듯이, 비틀리던 궤도가 힘에 의해 강제로 바로잡혔다.
자신을 향해 내려 찍히는 검에 이태연이 황급히 검을 들었다.
카아아앙!
“으윽!”
그녀의 무릎이 땅에 처박혔다. 이태연의 동공엔 경악만이 담겨 있었다.
‘흘리기가 무시된다고?’
처음 흘리기를 습득했을 때, 그녀는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상대의 공격을 확정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스킬. 이것만 있으면 어지간해선 죽을 일이 없다고,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굳게 믿고 있던 스킬이 완벽하게 파훼당했다.
태산은 충격받은 그녀를 무시하고 그대로 강준혁에게 달려들었다.
휘둘러지는 검을 본 그가 질겁해 스킬을 발동했다.
[강준혁은 카운터를 발동했다.]상대의 공격에 자동으로 몸이 반격하는 스킬. 카운터.
태산도 제법 유용하게 사용했던 스킬이었다.
하지만 저 스킬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태산이 검에 힘을 더했다. 휘둘러지던 검이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날아들었다. 강준혁은 잘못됐다는 걸 직감하고 황급히 몸을 움직였다.
콰직.
강준혁이 날아갔다.
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이야. 카운터 믿고 달려들었다가는 죽었을걸.”
카운터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공격을 자동으로 반격한다.
하지만 일정 이상의, 반격은커녕 회피조차 할 수 없는 공격에는 제대로 발동되지 않는다.
자신보다 몇 단계나 강한 상대가 아니고서는 소용없는 단점이지만 미궁에서는 그런 적이 드물지 않았다.
“계속해봐.”
태산이 발을 박찼다.
강준혁이 땀범벅이 된 상태로 이를 악물었다.
심장이 박동한다.
마지막으로 믿었던 스킬마저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상대.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자.
그런 상대가 지금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다.
체력은 벌써 20% 아래까지 떨어져 있었다. 태산은 정말로 살의를 품고 그들을 공격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죽는다는 공포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여태까지도 평소의 그보다 빠르고 정밀한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자신도 모르게 한계를 넘나들고 있었다.
강준혁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스킬에 의존할 수 없다. 막을 수도 반격할 수도 없다.
답은 하나뿐이다. 지금보다 더 빠르고 더 정교해져야만 한다. 강준혁은 정신을 집중했다.
이태연 또한 비슷한 상황이었다. 가라앉은 눈으로 거리를 벌리는 둘의 모습에, 태산은 만족스레 웃었다.
태산이 이태연에게 달려들었다. 휘둘러지는 검을 보고 그녀가 검을 들었다.
카각.
검과 맞닿는 순간 그녀가 팔을 비틀었다. 힘의 궤도를 흘리고 방향을 바꿔버렸다.
태산의 검이 땅에 처박히려는 순간, 태산이 팔에 힘을 주어 튕겨냈다.
카앙!
이태연이 날아갔다. 재빨리 착지한 그녀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강준혁도 비슷했다. 그 또한 태산의 검을 최대한 흘려내려고 했다. 이태연과 마찬가지로 파훼당했지만 강준혁은 포기하지 않았다.
“스킬 하나 가르쳐 주는 것도 힘드네.”
태산은 투덜거리고는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이태연과 강준혁의 움직임은 점점 더 정교해졌다.
그렇게 그들은 한 시간을 더 싸웠다.
그리고 마침내.
[강준혁의 어빌리티 소드의 숙련도가 1% 올랐다.] [이태연의 어빌리티 소드의 숙련도가 1% 올랐다.]“허억.”
강준혁이 간신히 가쁜 숨을 토해냈다. 둘은 멍한 눈으로 자신의 앞에 뜬 시스템 창을 바라봤다.
둘의 반응을 본 태산이 검을 멈췄다.
“이제야 됐네.”
* * *
지친 몸을 일으킨 이태연과 강준혁은 서로 대련을 시작했다.
높은 스탯의 그들조차 당장 쉬고 싶을 정도로 피로가 쌓였지만 확인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이태연이 강준혁에게 달려들었다.
[이태연은 흘리기를 발동했다.]강준혁이 검을 휘둘렀다. 이태연의 검과 부딪히려는 순간, 검의 궤도가 흔들렸다.
“읏!”
강준혁이 황급히 바로잡으려 했지만 일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오…….”
“이건…….”
둘은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다시 해볼게.”
그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이 배운 어빌리티 소드를 파악했다. 흘리기, 강격, 카운터까지 모두 확인한 후 그들은 확신했다.
“이거 엄청 좋네요.”
그들이 여태까지 얻은 그 어떤 스킬과도 수준이 다른 스킬이었다.
가만히 둘의 대련을 지켜보던 태산이 입을 열었다.
“이제 어지간해선 죽을 일은 없을 거야.”
[너희도 참 운이 좋다. 상급 검술을 거저 주는 놈이 대체 어디 있어?]유령이 투덜거렸다. 이태연과 강준혁은 너무 쉽게, 아무 대가도 없이 어빌리티 소드를 배웠다. 태산의 선택이기에 존중했지만 어빌리티 소드의 가치를 아는 그로선 조금 질투가 날 수밖에 없었다.
“고마워요. 태산 씨.”
이태연이 머리를 숙였다. 태산이 픽 웃었다.
“너무 고마워하지 마. 너희가 배우지 못했다면 난 정말로 죽이려고 했으니까.”
“말은 그렇게 하셔도…….”
이태연은 알고 있었다. 태산은 몇 번이고 그들을 죽일 수 있었다는 것을.
거기에 중간부터는 장비까지 하나씩 해제해가며 죽지 않을 정도의 공격만 했던 태산이었다. 살아남기 급급했던 전투 중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태산은 그들이 어빌리티 소드를 배우게 하려고 많은 배려를 한 것이었다.
태산이 손을 흔들었다.
“됐고, 쉬기나 해. 내일은 고생 좀 할 거니까.”
“네.”
“고마워요. 형.”
둘이 고개를 연신 숙이며 떠나갔다.
태산이 물끄러미 허공을 바라봤다.
둘이 어빌리티 소드를 배운 것 자체는 예상했다. 그만한 재능이 있으니 알맞은 상황에 던져주면 알아서 배우겠지란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건 예상외였다.
[특수 상시발동 스킬 : 종사의 권위] [숙련도 : 1%] [당신이 창조해낸 검술을 배워 나아가는 자들이 생겨났다. 그들이 숙련도를 올릴수록 당신의 상급 검술 [어빌리티 소드]의 숙련도 또한 상승한다.]둘이 어빌리티 소드의 숙련도를 올리는 순간 얻은 스킬이었다. 유령에게도 이런 스킬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건 뭐야?”
[……글쎄? 저런 것도 있었네.]“너도 처음 보는 스킬이야?”
[내가 폭풍흉터의 검을 창조한 건 맞지만 누구한테 전수는 하지 않았으니까 알 방법이 없었지. 이런 게 있었단 말이지…….]유령이 중얼거렸다.
[나쁘지 않은데? 마냥 공짜로 주는 건 아니었네. 이거 잘해서 여러 명을 가르치면 아무것도 안 해도 숙련도를 빠르게 올릴 수도 있겠어.]“그건 불가능하지.”
강준혁과 이태연도 죽음의 위기에서야 어빌리티 소드를 간신히 배웠다. 다른 사람들이라고 배울 수 있을 리 없었다.
유령도 그건 아는지 아쉬운 듯 혀를 찼다.
[그래도 그것도 나쁘지 않네. 어중이떠중이들이 네 검술을 배우면 기분이 묘할 것 같거든.]어찌 됐든 원하던 건 이루었다.
남은 건 웨이브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 * *
다음 날, 김휘연과 최바람이 피곤한 얼굴로 나타났다. 인원 배치에 골머리를 썩인 모양인지 두 사람 모두 지친 듯한 모습이었다.
둘은 괴물들이 안전 구역에 들어오지 못하게 외곽 쪽에 사람들을 넓게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되려나?”
“모르죠. 괴물들이 얼마나 강할지 알 수 없으니까요.”
김휘연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도 팔만오천 명이나 되는 숫자라 방어벽 자체는 제법 튼튼했다.
하지만 괴물의 강함이 문제였다. 만약 노말 모드 플레이어도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괴물이라면 순식간에 방어가 뚫릴 것이다.
그걸 막기 위해 중간마다 하드 모드 플레이어를 배치했지만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알기 어려웠다.
“이거 알 수가 없으니 어떻게 될지를 모르겠네.”
최바람이 투덜거렸다. 안전 구역에 들어오려 하는 괴물들을 막아라. 그것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만약 막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김휘연과 최바람은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우리한테 좋은 일은 아니겠죠. 최대한 막아보는 수밖에.”
“그건 그렇지.”
최바람이 애매한 얼굴로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저쪽은 괜찮은 거 맞아?”
최바람의 시선이 머문 곳은 사람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텅 빈 외곽이었다.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다른 곳과는 달리 텅 비어 있어 더욱더 눈에 띄었다.
김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
“직접 본 사람이 말하는 거니 괜찮겠다 싶긴 하다만…….”
아무래도 태산이 괴물들을 쓰러트리는 걸 본 적이 없는 최바람으로선 찝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순간 허공에 힘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지 모드 플레이어들조차 알 수 있을 정도로 농밀한 힘의 응집이었다.
“……모두 준비!”
최바람이 이를 악물었다. 동시에 공간이 갈라졌다.
꾸르르륵.
갈라진 공간에서 괴물들이 흘러나왔다.
[괴물 5422422335가 등장했다.] [괴물 5422422336이 등장했다.] [괴물 5422422337이 등장했다.]비슷한 숫자의 괴물들이 우후죽순 튀어나온다. 그 숫자에 사람들이 기겁했다.
“뭐 이리 많아!”
괴물들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대충 세봐도 십만은 거뜬히 넘을 숫자였다. 멈춰있던 괴물들이 사람들을 향해 천천히 기어오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이를 악물었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괴물에게 검을 박아넣었다. 괴물들도 팔과 촉수들을 움직여 대응했다.
김휘연이 괴물을 쓰러트리며 외쳤다.
“체력이 빠진 분들은 뒤로 빠져요! 가지고 있는 포션으로 회복하고, 없으시면 자연 회복으로 충분히 회복한 다음 다시 전장으로 돌아오세요!”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서 싸웠다. 괴물들이 빠른 속도로 쓸려나가기 시작했다.
김휘연의 표정이 밝아졌다.
괴물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오래지 않아 모조리 처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태산 또한 괴물들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태산이 손을 뻗었다.
콰직.
달려들던 괴물이 손아귀에 뭉개졌다.
가볍게 손을 털어낸 태산은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달려들던 괴물 수십 마리가 터져나갔다.
[당신은 바람 폭발을 발동했다.]바람이 연달아 터지며 괴물들의 전신이 찢겨나갔다.
“오, 오오!”
“역시!”
지켜보던 이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수백 미터의 공간을 태산 혼자서 막아내고 있었다.
조금의 어려움도 없이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태산이 괴물의 머리를 터트리며 손을 털었다.
‘너무 약해.’
사람들은 강해졌다. 단순히 스탯이나 레벨뿐만이 아니라 풍부한 전투 경험까지 가지고 있었다. 이제 F급 괴물 따위에 쩔쩔맬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로 끝이 날 리가 없었다.
태산의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한번 공간이 갈라졌다. 이번에는 날개 달린 괴물들이 괴성과 함께 뛰쳐나왔다.
[캬아아!]하늘을 나는 괴물을 본 최바람은 당황에 차 소리 질렀다.
“저걸 어떻게 막아?”
아직까지 공중의 적을 공격할 만한 수단을 가진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최바람이 다급히 외쳤다.
“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하늘의 괴물들을 처리해!”
사람들은 뒤늦게 안전 구역으로 날아드는 괴물을 눈치챘다. 활을 가진 몇몇이 재빨리 화살을 쐈지만 그 수는 괴물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키에에!]적지 않은 괴물이 안전 구역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괴물의 육체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날개는 더 거대해지고 전신이 근육질로 탈바꿈했다.
[캬아!]변이한 괴물은 괴성을 지르며 사람들이 모인 지상으로 내려꽂혔다. 바로 밑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순간이었다.
“어딜 내려와?”
날아드는 괴물의 머리 위로 태산이 떨어져 내렸다.
콰직.
태산은 괴물의 머리를 밟고 도약해 주먹을 날렸다. 변이하던 괴물들이 일제히 터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