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310
제 310화
310. 다섯 번째 귀환, 지구 (6)
별다른 사건 없이 시간이 흐른다. 한국과 일본의 플레이어들은 어떻게든 중국과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했지만 노비 계급인 이지 모드 몇 명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관계를 맺지 못했다.
그렇게 일주일이란 시간이 흐르고, 퀘스트가 시작된다.
[특수 퀘스트 시작.] [앞으로 일주일 동안, 괴물들이 끊임없이 몰려들 것입니다.] [그들은 멈추지 않습니다. 쉬지 않습니다.] [달려드는 괴물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영역을 수호하세요.] [각국의 플레이어는 서로를 해칠 수 없는 제약이 해제됩니다.]한국과 일본의 플레이어들은 굳은 얼굴로 자신들의 자리를 지킨다. 중국의 플레이어들도 각자 자리를 잡으며 괴물들의 공격에 대비한다.
“많긴 더럽게 많네.”
김휘연이 대열을 이루고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탄성을 터트렸다.
1억이나 되는 사람들이 평범한 전장에서 싸울 수 없었다. 그들은 백두산을 중심으로 어마무시하게 넓은 전장을 만들었다.
이 숫자라면 이번에는 큰 어려움 없이 이겨낼 수 있다.
그녀가 그리 생각하던 순간, 괴물들이 모습을 보였다.
쿠구구궁…….
“어, 어어.”
“뭐야.”
사람들의 표정이 굳는다.
지평선 너머에서 괴물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는, 1억이란 플레이어의 숫자에 걸맞게 헤아릴 수 없는 숫자였다.
여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숫자의 괴물들.
그들이 이를 악물었다.
* * *
“모두 준비해요!”
김휘연이 거칠게 외친다. 한국의 플레이어들이 대열을 이루고 무기를 든다.
그리고 태산은 연금술의 마무리를 한다.
키이잉.
한국과 일본 플레이어들이 있는 장소에 푸른 빛이 맴돈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육체 능력과 재생 능력이 전체적으로 강화된다.
“어지간하면 이 안에서 싸워라.”
1억이나 되는 숫자가 싸울 공간 전체에 영역을 만드는 건 지금 태산의 능력으론 불가능했다. 하지만 적어도 일본과 한국이 싸울 장소에 영역을 만드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아. 네!”
“감사합니다! 태산 님!”
사람들은 태산에게 감사하며 달려드는 괴물들을 대비했다.
괴물들의 공격에 대비하는 한국과 일본 플레이어와 달리, 중국의 플레이어들은 모두 진룡을 향해 몸을 숙이고 있었다.
“황제시여! 부디 저희를 수호하여 주시옵소서!”
전장의 앞에는, 진룡이 오만한 얼굴로 나서 있었다.
“추악한 괴물들이 다가오고 있구나.”
진룡은 말했다. 나직한 목소리는 전장 전체에 퍼져나갔다.
“보아라. 나의 힘을.”
진룡에게서 스멀스멀 그의 힘이 뿜어져 나왔다.
사람들이 숨을 삼키며 그를 바라본다.
진룡이 이를 드러낸다.
“이것이 절대자의 힘이다.”
쿠웅!
힘이 폭발한다. 진룡으로부터 발산된 압도적인 힘이 괴물들을 향해 돌진한다.
콰아아아앙!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폭발이 일어난다. 달려들던 수백의 괴물들이 일제히 터져나간다.
아무리 뛰어난 플레이어라도 해낼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의 발현.
중국인들이 경악하며 탄성을 터트린다. 괴물들이 달려들고 있음에도 그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진룡의 이름을 외쳐댄다.
그들의 숭배를, 진룡은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숭배해라. 천한 것들.’
그는 드넓은 전장에서 굳이 한국과 일본의 영역 근처에 모습을 보였다.
그들에게 자신의 힘을 보여주고, 자신을 숭배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태산은 분명 강했다. 그가 가진 힘은 지금의 자신보다 우위에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파괴력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일반적인 플레이어의 경우에는 1:1에서는 강하지만 다수를 상대할 때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협소한 미궁의 특성과 경험으로 스킬을 얻어내는 스킬 획득의 원리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태산 또한 다르지 않을 거라고 진룡은 판단했다. 그는 분명 강하지만, 이런 넓은 전장에서는 절대 자신에게 미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처음부터 격이 다른 힘을 보여준다. 수백의 괴물을 일제히 쓰러트리는 광범위한 힘을.
진룡이 다시금 힘을 발한다.
쿠구구구궁!
수백의 괴물들이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사라져 간다.
중국인들이 더더욱 크게 탄성을 터트린다.
진룡이 히죽 웃으며 뒤를 바라봤다.
한국과 일본 플레이어의 반응을 확인한 그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우와아…….”
“저렇게 강한 사람이 태산 님 말고도 또 있어?”
그들은 분명 진룡의 힘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가 보여준 파괴와 힘은 그들이 닿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들은 감탄 이상의 감정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흐음.”
태산 또한 물끄러미 진룡이 힘을 다루는 것을 지켜봤다.
“역시 불안정해.”
뒤섞이고 혼재된 힘. 수많은 힘을 집어삼킴으로써 힘 자체는 비대화되어 있지만, 힘의 안정성과 격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적당한 수준의 격을 갖춘 상대라면 방어조차 할 필요가 없으리라.
딱 저것이 진룡의 한계였다.
그 스스로는 모르고 있겠지만, 이미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그는 더 이상 강해질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뒤섞인 힘은 언젠가 진룡의 통제를 벗어나 그를 파멸시킬 것이다.
“그래서 노예인가.”
그저 생명을 제물로 받아 하등한 힘을 베풀었을 뿐. 필멸자를 먹잇감으로밖에 보지 않는 불멸자의 노예.
태산이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들 앞으로 나선 그에게 괴물들이 달려들었다.
아가리를 들이밀고 그를 집어삼키려는 괴물들을 향해, 태산이 주먹을 들었다.
콰아아앙!
굉음이 터진다. 권격의 범위 안에 있던 괴물들이 일제히 터져나간다.
진룡이 발한 힘의 범위보다도 훨씬 넓은 범위의 힘이었다.
그 모습을 본 진룡과 중국의 플레이어들이 경악했다.
이어서 태산이 발을 구른다.
[당신은 지진을 발동했다.]쿠르르르릉!
대지가 무너진다. 마치 바닥 그 자체가 사라진 듯이 거대한 싱크홀들이 괴물들의 발아래에 생겨난다. 괴물들이 발버둥 치며 땅속 깊숙이 사라진다.
“…….”
침묵만이 맴돈다.
경악 속에, 태산은 조용히 움직였다.
* * *
콰직.
괴물의 머리를 뭉갠다. 그대로 팔을 크게 휘두른다. 팔에 닿은 괴물들은 짓이겨지며, 닿지 않은 괴물들마저 그 파장에 터져나간다.
지금 모습을 보인 괴물들은 기껏해야 C, B급이었다. 태산이 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상대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와아아아!”
태산의 압도적인 힘을 본 한국과 일본의 플레이어들 또한 함성을 지르며 전진했다.
태산은 말 그대로 신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자가 자신들을 지키고 있다.
고조된 그들이 필사적으로 괴물들을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중국의 플레이어들도 뒤늦게 참전했다.
“폐, 폐하를 위하여!”
하지만 그들의 외침에는 어딘가 힘이 없었다.
진룡 또한 굳은 얼굴로 괴물들을 쓰러트렸다.
그가 보여주는 힘은 분명 대단했다.
하지만 그 옆에는 태산이 있었다.
“……나는 이만 돌아가겠다. 나머지는 너희들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네, 네!”
열 시간 후. 밤이 되자 진룡은 전장에서 이탈했다. 그는 굳은 얼굴로 백두산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밤이 되어도 괴물들은 멈추지 않고 나타났다. 체력이 다한 플레이어들은 교대를 하며 괴물들을 쓰러트렸다.
그리고 태산은 전장에서 단 한 번도 이탈하지 않고, 계속해서 괴물들을 짓이겼다.
다음 날. 진룡은 다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전날보다 눈에 띄게 강해져 있었다. 그의 안에 뒤섞인 힘은 더욱 커졌지만, 동시에 더욱 불안정해져 있었다.
‘또 손을 쓴 건가.’
그는 강해진 힘을 가지고 태산의 바로 옆에서 전투를 벌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닿지 않았다.
[당신은 별빛 화살을 발동했다.] [당신은 마법 분리를 발동했다.] [당신은 마법 가속을 발동했다.]갈라진 수십 갈래의 빛이 괴물들을 향해 쏘아진다. 태산이 주먹을 쥔다.
[당신은 마법 폭발을 발동했다.]빛이 터진다.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은 빛이 사람들의 눈을 가린다. 그들이 간신히 눈을 떴을 때는, 달려들던 괴물들 전부가 사라진 이후였다.
“오오…….”
사람들의 시선이 태산에게 쏠린다. 한국과 일본뿐만이 아닌, 중국의 플레이어들까지도.
태산의 옆에서 열심히 괴물들을 쓰러트리고 있던 진룡의 모습은 점점 잊히고 있었다.
진룡의 표정이 더더욱 굳어갔다. 그 모습을 본 중국의 플레이어들은 황급히 진룡을 찬양했지만 진룡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태산 씨. 괜찮으세요?”
김휘연이 신기한 얼굴로 태산을 바라봤다. 태산은 지금 이틀 내내. 단 1분도 쉬지 않고 전투를 계속하고 있었다. 이태연과 강준혁마저 체력이 소모되어 조금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별로 강한 괴물들도 없으니까.”
태산이 답했다. 겨우 C급이나 B급이었다. 이 수준은 말 그대로 몇 년이고 싸울 수 있었다.
“허.”
김휘연이 탄성을 흘렸다.
태산은 계속해서 싸웠다. 모든 전장을 돌아다니며 밀리는 곳을 막아내며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진룡은 중간마다 휴식을 취했다.
그의 힘은 뒤섞이고 혼재된 힘. 한 번 다루어내면 힘이 안정화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자신들이 신이라 믿었던 자보다 훨씬 강하고, 절대적인 자가 등장했다.
사람들의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 *
“아아아!”
중국의 이지 모드 플레이어, 노비가 절망 어린 신음을 터트린다.
바로 눈앞에는 괴물이 날뛰고 있었다. 다른 노비들이 어떻게든 막으려 하지만 이지 모드인 그들이 C급을 상대로 이겨낼 수 있을 리 없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고기방패 뿐이었다.
“헉! 허억!”
그는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장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은 전부 노비들뿐이었다.
중국은 계급 간의 격차가 뚜렷하다. 당연히 위험한 것은 노비의 몫이었다.
노비가 최전선에서 싸우면서 괴물들의 움직임을 막으면, 귀족이 나중에 참전해서 싸우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헤아릴 수 없는 노비들이 죽어 나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저항하지 못했다. 진룡이란 절대적인, 그들의 신이 있었으니.
콰직.
바로 옆에서 어제까지 이야기하던 친구가 죽는다.
아이도, 노인도, 여인도, 남자도 가릴 것 없이 죽어 나가는 상황 속에서, 노비는 구원을 바랐다.
“화, 황제시여. 부디 저를…….”
구원해주십시오.
하지만 말은 이어지지 못한다.
진룡은 그들을 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는 그저 절대적인 힘으로 그들을 지배했을 뿐이었다.
콰앙!
전선이 무너졌다. 괴물이 채찍과 같은 팔을 휘둘렀다. 그는 죽음을 직감했다.
콰직.
그 순간 괴물의 머리가 뭉개졌다.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가 그의 앞에 착지했다. 노비는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흔들리는 머리카락. 차가운 인상을 주는 그는 손을 들었다.
[강태산은 얼어붙은 세계를 발동했다.] [강태산은 마법 집중을 발동했다.]그리고 혹한이 몰아쳤다.
전방을 향해 얼음의 파도가 휘몰아쳤다. 대지가 얼어붙고 공기에 냉기가 서렸다.
“아…….”
노비는 신음을 흘렸다.
달려들던 모든 괴물이 얼어붙었다.
그는 하나조차 막을 수 없던 괴물들, 수백이 일제히 말이다.
괴물들을 처리해버린 남자는 그대로 발을 박차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노비들이 비적비적 일어난다.
“……강태산?”
그들도 남자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진룡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의 대화를 금지했지만, 커뮤니티를 보는 것 자체를 어찌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태산이란 자의 강함을 설파하는 자들을 많이 보았다.
강한 자. 하지만 진룡에게는 닿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만큼이나 진룡이 보여준 힘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노비가 전방을 얼려버린 얼음에 손가락을 올리려다가 흠칫 놀라며 손을 뺐다.
닿은 것도 아닌데 손가락 끝이 얼어붙었다.
더 가까이 다가가면 전신이 얼어붙어 목숨을 잃게 되리라.
그의 빈약한 힘으로도 태산이 가진 힘이 진룡의 힘을 뛰어넘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진룡은 그들을 구하지 않는다. 그저 힘으로 지배할 뿐이었다.
하지만 태산은 그들을 구원했다.
그리고 그 힘 또한 진룡보다 우위에 있었다.
신앙의 대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