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448
제 448화
448. 레비네노프
“신도 영역을 잃으면 그 영격이 추락하는 겁니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에요. 라키라타스, 마리아처럼 자신의 힘으로 경지에 도달한 자들은 자신의 영역을 잃더라도 드높은 힘은 사라지지 않죠. 하지만 저는 사람들의 신앙을 받는 토착신이었어요.”
그녀의 신성과 신격을 유지하는 건 세계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의 세계를 잃어버렸다.
“본래라면 저는 그곳에서 소멸했어야 해요. 하지만 아인츠하르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버티고 있었던 거죠.”
레비네노프가 부드러운 얼굴로 아인츠하르를 바라봤다.
“고마워요. 아인츠하르.”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여신이시여.”
“이제는 여신이라고 부를 필요 없어요. 저는 더 이상 신이 아닌 걸요.”
“아니요.”
아인츠하르는 부정했다.
그는 흔들림 없는 얼굴로 말했다.
“레비네노프님은 저의 여신입니다. 그 하나는 절대로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가요. 고마워요.”
레비네노프는 더 이상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아카샤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태산과의 연결로 아카샤의 감정이 느껴졌다. 무척이나 복잡한 그리움과 혼란이 담겨 있는 감정이었다.
아카샤는 잊혀진 여신의 석상에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녀도 아인츠하르와 레비네노프와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제 덕분이 아닙니다. 레비네노프님. 당신을 구한 건, 태산입니다.”
“그렇죠. 정말 고마워요. 태산.”
레비네노프는 즐거운 얼굴로 말했다.
“비록 모든 것을 잃고, 필멸의 수준으로 추락했지만…… 저는 살아있어요. 그거 하나면 충분해요. 모두 당신 덕분이에요.”
“저는 제가 맡은 일을 했을 뿐입니다.”
태산은 담담히 말했다. 그는 퀘스트를 받았고, 수락했다. 그리고 퀘스트를 클리어했다.
그에게는 그뿐인 이야기였다. 레비네노프가 옅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저는 당신이 해낸 일에 적합한 보상을 내려야겠군요.”
레비네노프가 손을 펼쳤다. 순백의 손바닥 위로 하나의 기운이 응집되기 시작했다.
“저는 더 이상 신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축복이라도 내려주고 싶지만 그럴 힘마저 없지요. 저에게 남은 것은 그때의 편린뿐.”
키이이잉!
그것은 철을 강제로 쥐어뜯은 것과 같은 생김새의 백금색의 파편이었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격은, 태산의 인지를 뛰어넘고 있었다.
“지금의 저에게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이지만…… 당신이라면 다를 수도 있겠지요. 받으시죠.”
백금의 파편이 태산의 손 위로 이동했다. 태산은 파편을 쥐었다.
[당신은 신격의 파편을 얻었다.] [신격의 파편] [이제는 신이라 불릴 수 없게 된 존재가 가졌던 신의 격. 그 편린이다.]“……이거는.”
“저도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모릅니다.”
레비네노프는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무척이나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오염을 정화해 주었고, 법칙에 개입할 수도 있지요. 그것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다룰 수 있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태산은 신격의 파편을 갈무리했다.
신의 격. 편린에 불과하다지만 신혈보다도 가치가 높았다. 지금의 태산으로서는 어떻게 다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재료였다.
하지만 무척 귀중한, 어디서도 구하지 못하는 재료였다. 활용법을 찾아야겠지만 충분한 보상이었다.
“만족하신다면 다행이네요.”
“그러면 이제는 내 차롄가.”
아인츠하르가 앞으로 나섰다. 그가 껄껄 웃으며 태산의 어깨를 두들겼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고맙네. 자네 덕분에 나는 나의 소망을 이룰 수 있었어. 그러니, 나는 그대에게 충분한 보상을 줘야겠지. 우선은…… 내가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모은 재화라네.”
[당신은 300,000G를 얻었다.]삼십만 골드.
심층에 도달한 지금도 결코 적은 골드가 아니었다.
그리고 아인츠하르는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갑옷을 벗기 시작했다.
“무엇을 줄까 고민했는데, 그대가 만족할만한 건 이것밖에 떠오르지 않더군. 받게나. 레비네노프님께서 직접 축복을 내린, 내가 일평생 착용했던 갑옷이라네.”
[당신은 레비네노프의 축복을 받은 아인츠하르의 갑옷을 얻었다.] [레비네노프의 축복을 받은 아인츠하르의 갑옷.] [공격력 + 1000] [방어력 + 1000] [여신이 자신이 총애하는 사도를 위해 직접 공들여 만들어낸 갑옷. 지금은 여신의 힘이 많이 지워졌지만, 사도가 오랫동안 착용하여 그 힘의 일부가 묻어 있다.] [아이락 무기술로 상승하는 공격력이 10% 추가 증가한다.]태산은 감탄했다.
공격력 1,000도 대단한 수치였지만, 그보다는 특수 효과가 진짜였다.
아이락 무기술로 상승하는 공격력의 10% 추가.
사실상 공격력을 10% 상승시킨다는 말과 같았다. 미궁을 클리어할 때까지 사용할만한, 일종의 졸업 장비였다.
“만족하는가?”
“충분히요.”
“그거 잘 됐군. 여신님을 구해주었으니 나도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거든. 만족했다니 다행이군.”
아인츠하르는 씨익 웃으며 물었다.
“그러면 이제 층을 내려갈 생각인가?”
“아니요. 고신의 부름 때문에 돌아갈 일이 있어서요. 약간 시간이 남았습니다.”
며칠의 여유가 생겼다. 층을 내려갈 정도는 아니었다. 아인츠하르가 검을 들었다.
“그러면 그때까지, 어떤가.”
태산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검을 꺼냈다.
* * *
태산은 지구로 돌아가는 남은 시간 동안 아인츠하르와 결투를 벌였다.
이제는 아인츠하르가 전력으로 공격해도 버텨낼 수 있었다. 아직도 격차는 존재했지만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았다.
전투를 계속하며, 태산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고 보니 용사. 그대는 검이 되었군.”
[참 빨리도 물어본다. 날 잊어버린 줄 알았네.]“미안하네. 아무래도 그와의 대화가 먼저다 보니 신경을 쓰지 못했어.”
아인츠하르는 검이 된 바드레이에게 묘한 시선을 보냈다.
“……검으로서 태어난 건가. 만족하나?”
[적당히?]“그거면 되었다네. 살아만 있다면, 소망을 이룰 날도 오는 법이야. 자네도 포기하지 말게나.] [글쎄다.]
유령은 애매한 어투로 답했다. 지금의 그는 모든 걸 내려놓았다. 더 이상 소망이라 할 것이 없었다.
그리고 아카샤 또한, 레비네노프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다.
[여신이시여.]아카샤는 조용히 물었다.
[레비네노프님은…… 저에 대해서 알지 못하십니까?]“당신은…….”
아카샤를 바라본 레비네노프가 미간을 좁혔다. 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까…….]“당신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분명 익숙한, 저와 같은 존재였던 것 같은데…… 그 이상은 모르겠네요.”
초월자였던 레비네노프도 아카샤가 믿었던 신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아카샤 스스로 떠올리는 것을 제외하면 여신에 대해서 알 방법이 정말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며칠 동안 계속해서 전투를 벌였다.
그리고 마침내 끝이 났다.
“벌써 돌아갈 시간인가?”
“아직 여유는 조금 있지만, 마지막으로 할 일도 있어서요. 이쯤이면 될 것 같습니다.”
“그거 안타깝군.”
“당신은 제 은인이에요.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여러분은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아인츠하르가 계약한 이유는 레비네노프를 위하여.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의 소망을 이루었다.
“글쎄. 모르겠군.”
“일단은 미궁의 마법사와 만나서 이야기를 해봐야겠죠. 메티스에게 찾아가서 감사의 말도 해야 하고요. 그 뒤로는…… 고민을 좀 해봐야겠지요.”
“지금은 영락하셨다고 해도, 레비네노프님은 분명 신이시다. 마법사도 편의를 봐주겠지.”
태산은 다이애나와 벨뎅키아처럼 그들에게도 지구에 오는 것에 대해서 말했다.
하지만 아인츠하르는 애매한 얼굴이었다.
“나는 자네에게 분명 큰 은혜를 받았다네. 그건 갚을 수 없을 정도의 은혜지. 고신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아. 하지만…… 당분간은 레비네노프님의 곁을 지키고 싶다네.”
“그렇습니까.”
태산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아인츠하르는 평생을 바친 소망을 이루었다.
그가 평온을 바란다면, 태산이 막을 자격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복수라. 매력적인 말이군. 안정을 찾고 마음의 정리가 끝나면 생각해봐야겠어.”
“그거면 충분합니다.”
태산은 그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61층을 향했다.
그곳에서는 벨뎅키아와 다이애나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왔냐? 무슨 일이야?”
“릴리스는?”
“그녀는 피곤하다고 잠을 자러 갔습니다.”
태산은 그들에게 말했다.
“곧 지구로 돌아갈 거야.”
분위기가 변했다. 무척이나 평화로운 얼굴에서 순식간에 수많은 난전을 지나온 모험가의 얼굴이 되었다.
“슬슬 때가 되었나. 얼마나 남았지?”
“하루 정도?”
“하루인가. 뭐 준비할 거라도 있을까?”
“있다면 있는데.”
잠시 고민한 태산이 물었다.
“혹시 공간 이동에 대한 마법진을 쓸 수 있겠어?”
“종류에 따라 달라. 장거리냐 단거리냐. 다수냐 소수냐. 아니면 특정 대상이냐 불특정 다수냐. 어떤 게 필요해?”
“전부.”
“흠.”
벨뎅키아가 턱을 쓰다듬었다.
“몇 개 떠오르는 건 있네. 준비해둘게.”
“부탁할게.”
태산은 그들과 작별하고 87층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언제나처럼 상점 주인이 있었다.
“내려갈 거냐?”
“아뇨.”
태산은 고개를 젓고 상점 주인에게 다가갔다.
“장비를 하나 살 생각입니다.”
“호.”
상점 주인은 입꼬리를 올렸다.
“제법 모았나 보네?”
“충분히요.”
지금 태산은 백 오십만 골드 정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미궁을 내려오면서 얻어낸 골드들의 총합이었다. 상점 주인은 공간을 열었다.
“좋아. 지금의 너라면 어지간한 건 전부 보여줄 수 있겠어.”
촤르르륵!
수많은 장비가 쏟아진다.
잠시 장비들을 살피려던 태산은 가격을 보자마자 헛웃음 흘렸다.
[2,000,000G] [1,800,000G]87층까지 골드를 모은 태산도 살 수 없는 장비들이 있었다.
“뭡니까?”
“봐봐라. 가격만큼의 성능은 될 테니.”
태산은 찬찬히 장비들을 살폈다.
[극도로 압축된 미스릴 검] [공격력 + 4000] [한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미스릴을 모아 한계까지 압축하여 하나의 검으로 만들었다. 그 무게가 무척이나 무거워 그 어떠한 자도 제대로 다룰 수 없다.] [사용자에게 무게에 대한 페널티가 붙는다.] [1,700,000G] [신의 잔재로 만들어진 목걸이] [체력 + 10%] [마나 + 10%] [힘 + 4%] [민첩 + 4%] [지능 + 4%] [공격력 + 1000] [신은 기본적으로는 영원불멸하지만, 그들 또한 존재의 끝을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소멸 끝에 남은 신의 잔재로 만들어진 목걸이다.] [1.800,000G]단순 스탯만이라면 몇천이 오르고, 퍼센트도 10% 넘게 상승한다.
태산이 가지고 있는 바드레이와 아카샤만큼은 못 하지만, 그 아래 수준은 되는 정도의 장비들이었다. 그런 게 수십 가지나 있었다.
‘대단하군.’
태산은 계속해서 장비들을 둘러봤다.
그러던 중에 익숙한 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묵빛의 팔목 보호대였다.
[묵빛의 팔목 보호대] [무채색의 빛만 실로 짜내어 만들어낸 팔목 보호대. 그 안에 담긴 권능은 사용자를 보호한다.] [받는 모든 데미지를 50% 경감시킨다.] [2,000,000G] [……뭐야. 이거?]바드레이가 기가 차 소리를 냈다.
이백만 골드.
이곳에 있는 장비 중 가장 비쌌다.
그만큼 성능이 이해를 벗어난 수준이었다.
받는 데미지를 절반으로 만들어버린다니.
그리고 태산은 이 장비를 본 적이 있었다.
바로 이태연이 착용하고 있던 장비였다.
태산은 깨달았다.
이곳에 있는 장비들은, 미궁의 졸업 장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