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552
제 552화
552. 찬탈자의 보물상자 (10)
피어난 꽃들이 흩어진다.
바람을 타는 민들레꽃처럼, 태산을 향해 천천히 날아온다.
수천, 수만이 넘는 붉은빛 꽃들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태산은 마나를 끌어모았다.
[당신은 다채로운 색상의 무지갯빛 질주를 발동했다.]어떤 권능인지 우선 가볍게 두들겨서 파악해본다. 무지갯빛이 꽃들을 향해 몰아친다.
그리고 꽃과 닿는 순간, 꽃들이 만개했다.
촤아아아앙!
그 크기가 확장하며 공간 자체를 잠식한다. 마치 팝콘처럼 터져나가며 순식간에 태산을 덮치려 든다.
너무나도 빠른 폭발이라 영격 찬탈을 발동할 틈도 없었다. 태산은 경계로 몸을 두르고 거리를 벌렸다.
콰아아아아앙!
만개한 붉은 꽃과 태산이 충돌하고, 잿빛이 빠른 속도로 갈려 나간다. 태산은 빠르게 만개한 꽃들을 빠져나왔다. 널브러진 개념에 손을 올렸다.
[당신은 영격 찬탈을 발동했다.]그리고, 추방의 권능이 발동된다.
자신에게 닿는 모든 것을 배제하고 부정하며, 밀어내려 하는 개념이 공간을 장악한 붉은 꽃과 충돌한다.
추방이란 그 자체의 권능. 그건 분명 온전한 개념 중 하나였다.
쩌어어어엉!
하지만 붉은 꽃들은, 밀려나지 않는다.
온전한 개념을 오히려 집어삼키며, 더더욱 만개한다. 마치 생명처럼,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불꽃처럼.
추방이 뚫린다.
태산은 경계를 끌어올렸다. 일어난 잿빛이 색을 잃어간다.
무가치가 세상에 퍼져나간다. 만개하여 몰아치는 붉은 꽃들의 모든 것을 의미 없게 만든다.
하지만 붉은 꽃은 무가치를 상대로도 자신의 가치를 버텨냈다.
만개하며, 피어오르며, 태어났다. 그리고 비록 아주 작은 편린이라지만 무가치를 뚫는 데에 성공했다.
태산이 주먹을 쥐었다. 붉은 꽃이 태산의 손안에서 터져나갔다.
그렇게 흩어진 꽃의 파편들이 태산에게 닿는다.
태산은 그 안에 담긴 개념을 읽었다.
‘……꽃이 아니야.’
꽃은 단순한 형상일 뿐이었다. 그런 형태로 권능이 표현되는 쪽에 가까웠다.
추방의 권능이 밀렸다. 그리고 태산의 무가치로도 완벽하게 소멸시키지 못했다.
추방의 개념이란 홀로 오롯한 권능보다, 더 위에 있는 권능이란 뜻이었다.
죽음의 신 데르샤처럼 말이었다.
본래부터 존재했던, 우주의 창세부터 자리 잡은 개념이었다.
‘아릴난이 그 정도 존재였나.’
[피어라.]찬탈자는 짧게 말했다.
그리고 거대한 꽃이 피어오른다. 세상 전체를 뒤덮는. 거대한 꽃봉오리가 드높게 치솟는다.
그 크기는 마치 산과 같았다.
[만개해라.]그리고 꽃이 만개한다. 공간을 장악하며 모든 것을 짓밟는다.
태산은 발을 굴렀다. 장악당한 공간을 피하고, 꽃잎을 뚫고 찬탈자를 향해 달려든다.
찬탈자는 거칠게 몸을 흔들었다.
만개한 꽃이, 낙화한다.
그리고 태산은 느꼈다.
찬탈자로 향하는 모든 것이 저물고 있다는 것을.
단순한 죽음이 아니다. 꽃이 시간의 흐름에 시드는 것과 같았다.
저기에 접근하면 위험하다. 아무리 경계를 두른다 하더라도 위험할 수 있다.
결국 태산은 접근한 거리를 다시금 벌릴 수밖에 없었다.
방금의 전투로 태산은 확신했다. 아릴난의 권능의 효과가 하나가 아니다.
현재까지 확인한 것은 꽃의 개화. 꽃들이 피어오른다. 꽃 하나하나가 온전한 개념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이었다.
그리고 만개. 그렇게 피어오른 꽃들을 만개시켜 공간 자체를 집어삼킨다.
태산은 그렇게 만개된 공간을 뚫을 때 느꼈다.
그 공간은 무척 무겁고, 짙었다. 빈 공간 하나 없이 가득 차있는 느낌이었다. 밀도 자체가 말도 안 되게 높았다.
그리고 낙화.
낙화는 반대였다. 공간 자체가 텅 비어버린다.
하지만 무가치와는 달랐다. 모든 것이 썩어 문드러지는, 저물어버린 개념에 가까웠다.
‘무슨 권능이지?’
현재 확인된 것만 세 가지의 효과였다.
추측은 가능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개념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강력하다. 그것도 상당히. 추방의 권능을 깨부수고 무가치마저 돌파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제대로 권능을 다루지 못하는 찬탈자의 부분이 저 정도까지 다룬다는 건, 순수하게 권능 자체의 격이 무척이나 드높다는 것이었다.
“저런 신을 어떻게 찬탈한 거야?”
만약 온전하게 다룰 수 있다면, 라키라타스나 마신, 마리아보다 윗급의 개념으로도 보였다.
하지만 결국 다루는 건 찬탈자다.
그렇다면, 얼마든지 뚫을 수 있었다.
[당신은 영격 찬탈을 발동했다.]수많은 권능이 태산의 손에서 발현된다. 찬탈자가 일그러진 형태로 꽃들을 흩날린다.
[당신은 가속을 발동했다.] [당신은 스킬 가속을 발동했다.]그리고 태산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꽃들의 사이사이를 노린다. 찬탈자는 꽃을 개화하고 만개시켰다. 그걸로 태산을 공격하려 했다.
태산은 물러서지 않았다.
찬탈자는 힘을 끄집어내 다룰 수 있을지언정, 집중하거나 통제하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뚫을 수 있다.
[당신은 영격 찬탈을 발동했다.]개념을 찬탈한다. 그리고 그렇게 찬탈한 개념을, 태산의 의지로 통제하고 휘두른다.
카가가가각!
필중의 권능이 태산의 손에서 구현된다.
그리고, 그 안에 잿빛이 담긴다.
[뭣.]피이잉!
잿빛의 필중이 찬탈자를 향해 쏘아진다. 찬탈자가 황급히 꽃을 낙화시켜 태산의 공격을 막아낸다.
하지만 공격은 찬탈자의 지척까지 이르는 데 성공했다.
[네놈…….]“슬슬 여기까지 가능하게 됐나.”
태산은 웃었다.
이곳에 널브러진 수많은 권능들.
그 하나하나에 영격 찬탈을 발동하여 다룰 때마다,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곳은 태산에게도 보물 상자였다. 일반적으로는 사용할 일 없고, 그럴 수도 없는 영격 찬탈의 숙련도를 압도적으로 올릴 수 있었다.
“열심히 노력해 봐. 계속해서 나를 상대로 버텨봐.”
그는 점점 강해질 것이고, 찬탈자는 그 자리에서 머물 것이다.
찬탈자는 그의 연습 도구에 불과했다.
찬탈자 또한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모든 분노를 담아 태산을 짓밟으려 들었다.
태산은 오히려 기껍다는 듯 반겼다.
쿠구구구궁!
개념과 개념이 충돌한다.
찬탈자가 휘두르는 아릴난의 권능이, 태산이 영격 찬탈로 휘두르는 권능과 충돌한다.
하지만 여태까지와 차이가 있다면, 태산의 권능에 경계가 물든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비율은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
찬탈자는 그 모습을 참을 수 없었다.
우주의 개념과 너머의 개념을 서로 완벽하게 뒤섞어, 온전한 자신의 것으로 다룬다.
찬탈자가 평생을 바라온 것이 바로 저것이었다.
그것을 태산이 그가 찬탈한 개념을 강탈해 이루고 있었다.
찬탈자는 감정을 터트렸다. 더 이상 위대한 고신으로서의 지성은 보이지 않았다. 꽃잎이 마구잡이로 영역을 뒤덮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했다.
설령 온전한 개념을 지배하는 초월자라 해도, 쉽게 닿을 수 없으리라.
하지만 상대는 태산이었다.
많은 것을 강탈하고 그것을 잿빛으로 물들인다. 단순히 들어 휘두르는 것이 아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통제하고 제어한다.
콰아아아앙!
찬탈자는 분노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힘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거대한 힘이 폭발한다.
[만개해라!]키이이이잉!
수십 개의 꽃이 만개한다. 영역 전체를 뒤덮는다.
태산은 정신을 집중한다.
그가 가진 권능을 완벽에 가깝게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태산은 수없이 만개하는 꽃들을 향해, 자신이 찬탈한 권능을 휘두르며 질주한다.
그 과정에서 정신이 더더욱 높은 경지에 도달한다. 원래는 개념을 찬탈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번엔 가볍게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찬탈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태산은 닿았다.
라키라타스와 싸우던 때.
그 찰나의 순간에 도달했던 경지에.
이번엔 그때와 달랐다. 당시에는 우연히 도달하여 더 이상 닿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의 의지로 도달했다.
그렇기에 태산은 앞으로 나섰다.
키이이잉!
꽃이 만개하여 태산을 뒤덮으려 한다. 태산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손을 뻗었다.
붉은 꽃이 태산의 손과 닿았다.
[당신은 영격 찬탈을 발동했다.]그리고 꽃의 소유가 변화한다.
여태까지와 달리 널브러져, 찬탈자가 휘두르지 않던 개념을 찬탈한 것이 아닌, 찬탈자가 직접 다루고 휘두르는 개념을 찬탈하여 태산의 것으로 만든다.
꽃의 개념이, 권능이 태산의 안에 휘몰아친다. 그 과정에서 태산은 아릴난의 권능에 대해서 깨달았다.
‘이건…….’
태산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네 본신은 생각보다 대단하군. 이거까지 찬탈하다니. 얼마나 강한 거야?”
[무슨 개소리를…….]“너한테는 더 이상 볼 일 없어.”
태산은 자신이 통제하는 꽃을 낙화시켰다.
쩌어어어어엉!
만개하는 꽃들과 낙화하는 꽃이 충돌한다. 꽃잎이 흩날렸다.
[이이이이이이이!]참지 못한 찬탈자가 감정을 터트린다.
태산은 무릎을 굽혔다. 자세를 낮추고, 전신에 힘을 주었다.
쿠우우웅!
질주한다. 물러서지 않고, 정면으로. 찬탈자를 향하여.
꽃들이 만개하며 공간을 장악한다. 태산은 영격 찬탈을 발동한다.
그 권능을 찬탈한다. 그 과정에서 더더욱 영격 찬탈에 익숙해지고, 아릴난의 권능을 이해한다.
그리고 마침내.
촤락.
꽃에 잿빛이 섞이기 시작한다.
아릴난의 권능이, 태산의 통제에 놓인다.
“만개해라.”
잿빛의 꽃이 피어오르며 모든 것을 짓밟는다. 수십 개의 붉은 꽃들이 일제히 부서져 깨져나간다.
흩날리는 꽃잎 속에, 태산과 찬탈자와의 길이 생겨난다.
[아, 아.]찬탈자가 더듬거리며 물러선다. 그 얼굴에 공포가 서려 있었다.
콰아아아앙!
태산의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순식간에 찬탈자의 지척에 이른다.
찬탈자가 황급히 권능을 끌어내려 하지만, 그보다 태산의 검이 먼저 찬탈자의 가슴을 꿰뚫었다.
콰드득.
[커헉!]그리고 잿빛이 폭발한다. 경계의 짐승이 일어나 찬탈자의 일그러진 몸뚱어리를 집어삼켜 물들이기 시작한다.
[아아아아아!] [당신은 영격 찬탈을 발동했다.]영격 찬탈.
이번에 찬탈한 것은, 찬탈자란 존재 그 자체였다. 찬탈자는 느꼈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찬탈당하고 있다는 것을.
[웃기지 마라! 너 따위가! 감히 어리석고 우둔한 우주의 존재 따위가 감히 나를 찬탈하려 들다니!]“너는 나야. 정확히는 그렇게 될 예정이지.”
태산은 이를 드러냈다.
“너는 내 것이야.”
과거. 그의 일부였던 찬탈자가 한 말을 이번엔 그가 찬탈자에게 한다.
찬탈자가 무어라 내뱉으려는 순간이었다.
잿빛이 폭발한다.
찬탈자란 존재 자체가 태산의 안으로 깃들기 시작한다.
[아, 아아아!]찬탈자가 어찌어찌 발악하려 하지만, 전부 의미 없다. 경계의 짐승은 즐겁게 그 모든 저항을 집어삼켰다.
쿠구구구궁…….
그리고 태산은 집어삼킨다.
찬탈자의 부분을.
[당신은 영격 찬탈을 발동했다. 초월 [개념 찬탈]을 얻었다. 초월 [개념 찬탈]은 초월 [영격 찬탈]의 일부가 되었다.] [당신은 영격 찬탈을 발동했다. 초월 [망가진 소망]을 얻었다.] [당신은 영격 찬탈을 발동했다. 초월 [보물 상자]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