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62
제 62화
62. 첫 번째 귀환. 첫 번째 웨이브 (3)
[특수 퀘스트 시작] [적들을 쓰러트리고 살아남으십시오.]네 방향에서 괴물이 나타난다. 동시에 하늘에서 굉음과 함께 무채색의 장막이 떨어졌다.
쿠구궁!
네 방향이 서로 간섭할 수 없게 막아버린다. 태산이 천천히 다가가 후려쳤다.
쩌어엉!
진동이 무채색의 벽을 타고 퍼진다. 벽은 흠집 하나 나지 않는다.
“이 스탯으로도 무린가.”
다른 방향에는 간섭하지 말아라. 그런 의미가 담긴 장막이었다. 잠시 두들겨 본 태산이 괴물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꾸르륵.
꾸륵.
다수의 괴물이 모습을 보인다. 태산의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F급 괴물 100마리일 터다.
그가 담담히 검을 들었다.
* * *
태연한 태산과 달리 다른 곳에서는 비명과 겁에 질린 비명이 터지고 있었다.
“꺄아아아!”
“살려줘!”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나왔지만 괴물의 수가 너무 많았다. 아무리 못해도 세 자릿수에 달할 것 같은 괴물에, 사람들은 패닉에 빠져 시청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뭐야!”
“왜 못 들어가!”
하지만 시청 내부로 향하는 길 또한 투명한 장막에 막혀 있었다. 그들이 당황해하는 사이에 괴물들은 지척에 이르렀다.
세 방향. 각각 삼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두 겁에 질려 발버둥 쳤다.
휘연이 필사적으로 그들을 다독였다.
“겁먹지 마세요! 저들은 여러분을 죽일 수 없어요!”
어떻게든 사람들을 진정하려고 했지만 따르지 않는다. 우왕좌왕하며 도망칠 수 없는 공간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젠장.”
휘연이 이를 악물고 괴물들에게 달렸다.
그녀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이 있으면 좀 더 편했겠지만 중근이나 이태연이나 전부 다른 방향으로 지원을 갔다. 거대한 촉수를 가진 괴물이 사람의 머리를 후려치려는 것을 멈추고 반격한다.
꾸르륵.
휘둘러지는 촉수를 막는다. 힘의 차이에 조금씩 밀려나지만 스킬과 빠른 움직임으로 커버한다.
꾸르륵.
간신히 괴물 하나를 쓰러트린다.
하지만 그녀가 모든 괴물을 막을 수는 없다. 괴물 하나가 사람을 공격한다. 죽음을 직감한 청년이 여인처럼 새된 비명을 지른다.
“꺄아아아!”
[정준용에게 7 데미지.]“꺄…… 아?”
얻어맞은 청년의 눈이 동그래진다. 휘연이 괴물 하나를 맞상대하며 외친다.
“괴물들의 공격력은 높지 않아요! 조금만 조심하면 살아남을 수 있어요! 맞서 싸워야 해요!”
사람들은 괴물의 끔찍한 모습에 겁을 먹고 싸움 자체를 포기했지만, 괴물 자체의 강함은 기껏해야 F급 괴물로, 그리 강하지 않았다.
현시점의 중근과 휘연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하다. 공격력도 그리 높지 않고 스피드나 힘도 아예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들의 기본 체력은 100. 괴물에게 열 대를 넘게 후려맞아도 죽지 않는다. 도망치던 이들이 그걸 깨닫는다.
“성과에 따라 보상을 준다 했어.”
“그러면 해봐도 되는 거 아니야?”
조금씩 탐욕이 퍼져나간다.
그들이 나서서 싸우기 시작한다. 괴물의 목덜미를 찌르고 건틀릿으로 두들긴다. 두들겨 맞은 이들이 헐레벌떡 도망가서 체력 포션을 마시고 다시금 돌아온다.
참 알기 쉽다 생각한 휘연이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녀를 비롯한 하드 모드의 몇이 열심히 싸우고 있었지만 숫자에 차이가 나는 만큼 밀릴 수밖에 없었는데, 이리되면 무척 편해졌다.
다른 곳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근이 담당한 영역도 괴물의 공격력이 낮다는 걸 깨닫자마자 우르르 몰려들었다. 준혁과 이태연이 담당하는 곳도 비슷했다.
“달라붙어!”
“죽여버려!”
알아서 달려드는 이들의 모습에 준혁이 휘파람을 불었다.
“이거 편하네요.”
“그러게.”
이태연이 답하며 손을 움직였다. 괴물의 목이 삼각형 모양으로 갈라졌다. 같이 싸우던 이들이 경탄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괴물같이 강하시네요…….”
중얼거리는 남자는 하드 모드에서 나름 상위권의 플레이어였다. 중근과 휘연 수준은 아니어도 괴물 하나를 상대로 어찌어찌 이길 수준은 되었다.
그는 자신이 상당히 강하다고 생각했다. 휘연과 중근이라도 그를 상대로 쉽게 이길 수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얼론 모드의 두 사람은 그보다 더 강했다.
내심 얼론 모드를 무시하던 그로선 무척 큰 충격이었다.
준혁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 강한 편은 아니에요.”
“그게 뭐가…….”
강한 편이 아니냐고 말하려던 남자가 입을 다물었다.
“하긴. 진짜 괴물이 있네요.”
이태연이 장막 너머를 바라봤다. 저곳에는 다른 누구도 없이 태산 혼자만 있었다.
휘연은 우리가 빠르게 승리하고 그를 도우러 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녀가 볼 때는 도와줄 필요가 없었다.
* * *
태산이 무심히 주먹을 놀린다.
콰직.
괴물의 머리가 뭉개진다. 발로 걷어찬다. 괴물의 하반신이 터져 사라진다.
꾸르륵.
꾸륵.
수십의 괴물들이 일제히 태산을 덮친다. 태산이 심드렁히 검을 꺼냈다.
카각.
순간 잔상이 그려지며 괴물들이 토막이 되어 사라진다.
시야를 가리는 데미지 창을 치우고 검을 찌른다. 그림자에 모습을 가리던 괴물이 그대로 꿰뚫린다. 태산이 힘을 주어 올려 베자 반 토막이 난다.
꾸르르륵.
괴물 하나가 동족의 시체를 미끼 삼아 간신히 태산의 가슴을 공격한다.
[강태산의 차단이 발동했다.] [강태산에게 0 데미지.]콰직.
성공에 기뻐하기도 전에 괴물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검이 움직일 때마다 괴물이 죽어 나가며, 몸이 움직일 때마다 수 마리가 터져나간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격차였다. 이들은 스탯으로 치면 기껏해야 13에서 14 정도. 단순 계산으로 태산과 스무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거 신기하네.]물끄러미 지켜보던 유령이 중얼거렸다.
[저 숫자가 이들의 수를 말하는 거겠지.]“맞아.”
나중에는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는 괴물들이 나온다. 물량에 파묻혀 질식한 사람도 있을 정도다. 단순한 강함이 아니라 수적으로도 큰 위협이었다.
[남의 세계에 이 정도의 물량을 보내려면 상당히 힘의 소모가 클 텐데. 무엇을 위해서지?]“신들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도 그랬는데, 그 힘은 뭘 말하는 거냐?”
[자신의 영격, 간섭 영역, 가치. 등등…… 어떤 식으로든 초월자와 연관되어 있는 것들.]“그걸 써야만 누군가에게 간섭할 수 있는 거냐?”
[간단한 거라면 쓰지 않아도 가능해. 먼지만도 못한 가치의 보상 정도면 정당한 거래란 가정하에 힘의 손실 없이 제공할 수 있지. 네가 시련을 클리어했을 때 받았던 아이템들 있지. 그게 신들에겐 그 정도 수준이야.]지금의 그에겐 큰 가치가 있지만 신에겐 정말 아무 가치도 없는 모양이었다. 얼론 모드의 끝에 얻게 되는 아이템들을 생각하면 이해는 갔다.
[하지만 초월자에게 티끌만 한 가치라도 있는 보상을 주려면 영구적인 손실이 필요해. 사도의 계약이나 너에게 준 스킬들이 그렇지.]꾸르륵.
다가오는 괴물을 짓이긴다. 왼쪽에서 빈틈을 노리는 괴물의 머리통에 칼을 던진다. 칼이 괴물의 머리를 박살 낸다.
이것으로 마지막 괴물이 끝났다. 다가가서 칼을 뽑으며 태산이 말한다.
“계속 말해봐.”
[쉽게 말하면, 그들은 초월자가 된 만큼 필멸자에 대한 간섭이 힘들어지고, 유의미한 간섭을 하려면 자신도 무언가를 바쳐야 한다는 거야. 그리고 그 힘은 쉽게 회복되지 않고.]“그럼 이놈은 뭐야?”
태산이 괴물의 시체를 가리킨다.
백에 달하는 괴물. 유령의 말대로라면 상당한 힘을 손실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태산이 기억하기로는 그가 죽을 때도 새로운 괴물들은 계속해서 등장했다.
유령이 끙 소리를 냈다.
[나도 잘 모르겠네. 일반적인 초월자는 아니야. 그보다 더 높은 존재 같은데…… 좀 더 봐야 알 거 같아. 근데 왜 안 끝나?]태산은 모든 괴물을 죽였지만 퀘스트 완료는 뜨지 않고 있었다. 태산이 괴물의 시체를 걷어차고 주저앉았다.
“다른 곳에서도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한 방향만 처리했다고 끝이 아니다. 태산이 느긋이 기다렸다.
아마 지금 다들 기뻐하고 있겠지.
그 기쁨이 절망이 될 시간이 머지않았다.
* * *
“헉, 헉.”
마지막 괴물을 쓰러트린 휘연이 땀을 닦았다. 사방에서 기쁨에 찬 소리가 울렸다.
“이겼어!”
“승리했다! 만세!”
모두가 기뻐하며 손을 높이 든다. 서로 끌어안으며 승리를 만끽한다.
죽은 자도 있었지만, 무척 드물었다. 선을 지키지 못하고 나선 이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살아남았다.
그들이 승리를 축하하듯 퀘스트 또한 완료되었다.
[특수 퀘스트 성공] [미궁으로 돌아갈 시 보상이 차등 지급된다.]네 방향 모두가 승리했다는 뜻이었다. 그들이 기대와 기쁨에 겨운 얼굴로 서로 얼싸안을 때였다.
[특수 퀘스트 시작] [두 번째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방어 영역 : 시청을 기준으로 동서남북.] [적을 쓰러뜨리고 시청을 지키세요.]“어?”
“또 있어?”
그들이 당황해 시선을 옮긴다.
괴물들이 나타났던 방향에서 괴물 하나가 모습을 보였다. 긴장하던 사람들의 얼굴이 풀려갔다.
“에이. 겨우 하나?”
“하나 정도야 뭐…….”
느긋한 그들과 달리 중근의 얼굴은 굳어갔다.
“……잠깐.”
그는 태산과 같이 움직이면서 한층 더 크고 거대한 괴물을 봤었다. 움직임을 제대로 쫓을 수 없는, 그야말로 규격 외의 괴물.
태산이 쓰러트리지 않았다면 그를 비롯한 백여 명 전부를 죽일 수 있는 괴물이었다.
지금 나타난 괴물은 그 괴물과 비슷한 생김새였다. 그가 사람들에게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리려 했지만 그 전에 먼저 행동을 보이는 이가 있었다.
“하나 정도야!”
남자 하나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나선다.
남자는 노말 모드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실력자로, 나름 괴물 몇에 결정타를 넣었었다. 이번에는 당당하게 일대일로 맞서 싸워 자신의 강함을 증명할 생각이었다.
남자의 검이 괴물의 가슴을 찔렀다.
[괴물 54612154에게 1 데미지.]“……어라?”
콰직.
[최민식에게 52 데미지.]“어, 어어?”
[최민식에게 54 데미지.]“어…….”
남자가 쓰러진다.
괴물이 발을 움직인다. 그 순간 중근과 몇 하드 모드를 제외한 모두가 움직임을 놓쳤다.
콰아앙!
폭발과 함께 사람들이 날아간다. 거센 바람에 날아가는 개미와 같이 무력하기 짝이 없다.
지금의 공격으로 사람들이 눈치챘다. 아직은 괴물에게 랭킹이 메겨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왔던 괴물과 다른, 더 상위의 괴물이다.
뒤늦게 잊고 있던 공포가 떠올랐다. 사람들이 다시 비명을 지르며 허둥지둥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면 안 돼요!”
중근이 이를 악물며 외친다. 괴물을 상대로 도망쳐봤자 도망갈 곳도 없다. 목숨을 걸고 싸워야만 길이 열린다.
중근이 앞으로 나서 괴물에게 달려가는 순간, 괴물의 팔이 움직였다.
중근은 순간 소름 끼치는 감각을 느끼고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콰아앙!
“아아악!”
중근의 뒤에 있던 사람들이 날아갔다. 등 뒤로 소름이 돋은 중근이 이를 악문다.
“뭐 이딴…….”
말도 안 되게 빠르다. 피한 건 반쯤 우연이었다. 다시 피하라 해도 피할 거라 장담할 수 없었다.
말도 안 되게 강하다.
‘이런 걸 이기라고?’
중근의 얼굴에 절망이 서렸다. 괴물은 묵묵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콰직.
[괴물 78541212에게 43 데미지.]괴물이 쓰러진다.
태산이 검을 턴다.
F급 괴물과는 차원이 다른 E급 괴물. 확실히 강하지만 지금 태산은 이지 모드를 클리어한 이들보다도 강하다. 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된다면 다른 이들이다. 그들은 아직 E급 괴물을 이겨낼 수준은 아니다.
“참 잔인한 존재야.”
이겨낼 방법은 말 그대로, 목숨을 갈아버리는 거다. 데미지가 1이라도 들어가니 죽음을 각오하고 공격하면 승리할 수 있다.
도우러 가고 싶어도 장막에 가로막힌 만큼 도울 수 없다. 알아서 승리하기를 바랄 수밖에.
그래도 그 혼자 한 방향을 담당한 만큼 인원수가 더 많으니, 이전 세상보다는 적은 피해로 잡을 수 있으리라.
“나는 내 할 걸 해야지.”
장막은 서로 간의 간섭만 막는다. 멀리 이동하는 걸 막지는 않는다.
태산이 시청을 벗어나 반파된 도시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