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assi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00
‘…이런 제기랄,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공략대장이자 미국의 S랭크 헌터인 제이콥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두었던 아티팩트를 사용해, 채화인 사태의 주범인 미카엘과 포든에게 전음을 보냈다.
– 상정 외의 사태인데. 어떻게 하지?
그러자 두 사람에게서도 당황 섞인 답변이 돌아왔다.
– 데이터베이스에 있던 것처럼 단순한 B랭크는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이거 당황스럽군요.
– 쯧, 농담하지 말라고, 저놈 완전히 괴물이잖아?
셋 모두 잔뼈가 굵은 톱 레벨의 헌터이니만큼, 당연히 사령술을 쓰는 적 또한 여러 번 상대해본 경험이 있다.
다만, 그중 누구도 이런 식으로 무시무시한 대군을 일시에 부리지는 못했다.
그만큼 백은하의 사령술은 이질적이고, 압도적이었다.
– 이 대군이 상대라면 채화인을 직접 노리기는 힘들다. 미카엘, 네 힘이 필요해지겠군.
적절한 상황만 마련된다면, 그의 스킬로 격리된 공간을 만들어 채화인을 포함한 네 사람만을 다른 이들로부터 떨어트려 놓을 수 있다.
미카엘과 포든 역시 그에 동의했고, 제이콥은 아티팩트의 사용을 멈추며 공략대의 헌터들에게 말했다.
“당황하지 마라. 솔직히 말해 놀라긴 했지만 그것뿐이다. 이 멤버라면 어렵지 않게 몰살시킬 수 있다.”
확실히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곳에 모인 자들은 하나하나가 A랭크 이상의 헌터, 시간과 기력은 소모되겠지만 이만한 대군을 상대로도 패배할 일은 없다.
‘분명 놈의 위용은 대단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일대 다수, 그것도 S랭크 헌터의 군단을 상대로는 그것조차 빛이 바랜다.
제이콥은 전신에 마력을 끌어올리며 나지막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렇게, 마침내 공략대의 명운을 건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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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쿠과과광!
쩌어어어엉─!
‘…역시 말도 안 되는 화력이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실제로 마주하니 참으로 살벌할 따름이다.
하긴, 무려 인간을 초월한 괴물이라는 S랭크 헌터가 열이 넘게 모였으니만큼 어쩌면 당연한 광경일지도 모른다.
‘준비해둔 게 많긴 하지만, 이 정도면 다섯 시간 안에 전멸이려나?’
즉, 그 안에는 이쪽도 어떻게든 결착을 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은 딱히 공략대의 인원을 전부 무릎 꿇린다는 소리가 아니었다.
‘애초에 같이 던전도 깨야 하니까.’
까부는 꼴을 보니 조금 짜증이 올라오긴 했지만, 뭐가 됐든 저들 대부분은 이쪽과 같은 편이다.
즉, 나와 채화인은 복수의 대상인 미국의 헌터들만을 제압하고 그들을 통해 공략대에게 진실을 밝혀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걸로 명분과 대의는 이쪽에 넘어오겠지.’
던전 안에서는 윗대가리들 특유의 작당 모의도 정보 조작도 힘을 쓸 수 없다.
따라서 이 기회를 노려 공략대의 헌터들만 확실히 설득한다면, 바깥에 나갔을 때 우리의 입장은 완전히 역전되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거슬리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바로 저 여자였다.
“천좌(天座)의 성광!”
츠즈즈즈.
쩌어어어엉─!
파사삭!
저 멀리서 스킬을 사용했을 뿐인데도, 이쪽까지 불쾌한 빛의 기운이 마구 전해져온다.
그만큼 강력한 신성력을 지녔다는 뜻이었다.
‘…에이 씨, 저걸 먼저 잡아야 하는데.’
전성기였다면 그대로 압도적인 힘을 통해 눌러버렸겠지만, 아쉽게도 당연히 지금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채화인이 나서주어야 하는 타이밍인데, 문제는 저쪽도 그걸 알기 때문에 여럿이서 성녀를 보호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틈을 만들어주는 것이 내 역할일 것이다.
“고든.”
“예. 스승님.”
“저 중앙쯤에 가서 한번 휘젓고 와.”
“…제, 제가 직접 말입니까?”
“왜, 어차피 진짜 죽는 것도 아니잖아.”
물론 성녀에게 제대로 당한다면 영원히 소멸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그 정도야 내가 커버해주면 된다.
나는 손에 들린 쿠르달리아를 고든의 두개골에 가져다 대며, 단일 개체를 대상으로 한 특대의 강화 주문을 여럿 걸었다.
티익.
후우웅,
“막달라의 숨결, 멸광의 인장. 황혼의 세례.”
“허어억……! 이, 이건……!”
고든은 차오르는 막대한 힘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헛숨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텅 빈 안구로부터 검은 눈물과도 같은 사기를 내뿜으며 전장으로 향했다.
“크흐흐, 스승님의 명을 받들어 반드시 저 미천한 인간 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고든은 강화 뽕에 가득 차 자신만만하게 S랭크 헌터들을 향해 돌격했다.
‘…뭐, 3분은 버티겠지.’
나는 이후 벌어질 참혹한 광경을 예측하곤 그곳으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이 상태의 고든은 적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상대일 테니, 아마 녀석이 두들겨 맞는 틈을 노린다면 채화인 역시 성녀 예시엘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나 역시도 적들을 맞이할 차례였다.
쿠웅!
터억.
턱.
“후, 이거 반갑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마주하게 됐군. 꼬맹이.”
“아무리 그래도 장난이 심했어요.”
“…네놈을 벤다면, 이 병력도 전부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겠지.”
언데드의 사령관인 나를 직접 제압하러 온 세 명의 S랭크 헌터.
연회장에서 마찰을 빚었던 러시아의 이반과 이탈리아의 여제 베아트리체, 그리고 일본의 검호 사나다였다.
나는 그중 이반 쪽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적어도 너는 안 오는 게 나았을 텐데.”
“으하하. 하긴, 누가 됐든 전장에서 이 어르신을 상대하고 싶진 않겠지.”
“아니, 혹시 마주치면 피떡을 만들겠다고 생각하던 중이라서.”
대체 무슨 착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기가 막히게 마련된 상황에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나머지 둘은 나가 있어.”
내가 쿠르달리아를 들어 베아트리체와 사나다를 가리키자,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무엇인가가 달려들어 그 둘과 충돌했다
[크르륵!] [키샤아아앗─!]콰아아앙!
“크흑.”
“이건…….”
온몸에 날카로운 철갑을 두른 황색의 거대 뱀과, 온통 피에 젖은 불길한 행색의 네발짐승.
이전에 말했듯 특별히 공을 들여 만든 언데드인 혈랑(血狼)과 황철사(黃鐵蛇)였다.
물론 일대일로 S랭크를 이기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충분히 시간은 벌어줄 것이다.
“그럼, 우린 그때 못했던 거 마저 해야지?”
“…흥, 여전히 시건방지기 짝이 없군. 후회할 거다. 이 어르신은 적에겐 자비가 없으니까.”
이반은 양 주먹을 맞부딪치며 험악한 인상으로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참으로 여유만만한 태도, 나는 그것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아 표정을 찌푸린 채 말했다.
“아무래도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흐음?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나는 지금 딱히 이반과 승부를 보겠다는 것도, 대결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말했잖아. 피떡으로 만들 거라고.”
스르륵.
티잉.
은밀히 감추어져 손가락에 묶여 있던 마력의 실, 그것을 슬쩍 튕기자, 섬뜩한 파공음과 함께 무엇인가가 이반의 다리를 노려왔다.
“흥!”
그것을 감지한 이반이 곧바로 전신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불과 0.1초 만에 이루어진 완벽한 방어 태세, 확실히 인간을 뛰어넘은 초인이라고까지 불릴 만하다.
그러나,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쐐애액!
피이이잉─!
서거억!
“크윽?!”
마력으로 보호되고 있던 이반의 양쪽 다리가 힘이 풀리듯 뒤틀리고, 이반은 고통스런 신음을 내지르며 바닥에 엎어졌다.
간신히 고개만을 들어 올린 그의 얼굴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 지어져 있을 뿐이다.
“왜, 뭐 접근해서 싸우면 어떻게 될 줄 알았어?”
“커흑, 어, 어떻게 내 마력 방어를……!”
“그거 물어볼 때가 아닐 텐데.”
티잉.
쐐애액!
피이이잉─!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며 다시 한번 이반을 노려오는 정체불명의 물체, 그에 이반은 당황에 가득 찬 얼굴로 허겁지겁 자신이 가진 스킬을 발동했다.
“맹호출락(猛虎出落)!”
후우웅!
푸화아악!
가늠할 수 없는 양의 마력과 함께, 이반의 몸에서 미증유의 기운이 솟아올라 형체를 이루었다.
아마 상당히 강력한 신체 강화계의 스킬로 보인다.
하지만.
“의미 없다니까.”
쐐애액!
서거어억─!
“크아아악─!”
그런 마력의 방어조차 뚫어낸 일격에 의해, 이반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공격을 멈춘 채 천천히 접근하는 나를 바라본 이반의 얼굴에는, 어느샌가 감출 수 없는 미약한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런 이반의 코앞에서 무릎을 굽힌 채 시선을 마주했다.
본래대로라면 S랭크를 상대로 이런 행동은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었겠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의 나는.
【백은하】
▶레벨 : 46
이미 던전에서 수백 마리의 몬스터를 살육하며, 눈앞에 있는 이반을 정면으로 누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손에 넣은 참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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