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assi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71
촤아아악!
“상황은 어떻지?”
“인근 거주민들의 피난은 거의 완료, 다만 움직이지 않고 버티는 시민들이 있어 곤란하다 합니다.”
“예상 그대로군. 1차 저지선은?”
“확인된 바가 없어 잘 모르겠습니다. 허나 아직까지 피해 보고는 없습니다.”
“이거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일이 커지겠군. 무리해서라도 속도를 높여야겠어.”
현재 인근 해군과 육군, 그리고 길드가 연합해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대형 던전이라 들었으니 아마 조만간 보스가 출현할 것이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반드시 도착해야만 했다.
함장의 명령에 따라, 부대에 소속된 군인들 역시 분주히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쿵!
쿠웅!
쿵!
타다닥!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랍니까?”
“그러게나 말이다! 이거 까딱하면 대규모 장례라도 치르게 생겼어.”
분주히 뛰어다니면서도, 부대원들은 애써 긴장을 풀려는 듯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던 와중, 준비를 마친 분대원 한 명이 슬쩍 상급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최 중사님. 그렇게까지 사태가 위급한 겁니까? A랭크와 B랭크 헌터들이 이미 현장에 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누구? 백서하랑 따까리들?”
피식하며 자조적인 웃음을 던진 중사 최창일은, 질문을 내뱉은 병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 여기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지?”
“예! 그렇습니다.”
“그럼 모를 만도 하겠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 병사에게, 최창일은 담담히 사태의 중대함을 정리해주었다.
“야 인마, 무려 A랭크 대형이 브레이크야. 고작 헌터 한둘로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그 정도란 말입니까?”
“장담하는데, 넷이서 10분 정도 시간 끌고 도망쳐도 기적이다. 백서하가 있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어.”
그것이 던전 브레이크다.
일반적인 던전 공략과는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
“동급의 헌터 스무 명.”
“예?”
“중형 던전의 브레이크를 피해 없이 막아낼 수 있다고 여겨지는 최소 기준이다. 대형은 그 기준조차도 없고. 이제 좀 상황 파악이 되냐?”
“그럴 수가…….”
“그러니까, 우리가 당장 1분 1초라도 빨리 가야 한다는 거야.”
완전히 굳어버린 병사의 등을 탁 치며, 최창일은 계속해서 행동을 거듭해나갔다.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끌어줘야 할 텐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최창일 역시 현장에 있는 헌터들의 분발을 기도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지금 상황에서 의지할 곳은 오직 그들뿐이었으니까.
‘누가 됐든, 제발 우리가 갈 때까지만 버텨 줘라.’
누군지 모를 이에게 기도를 보내며, 최창일은 현재 몬스터들에게 습격당하고 있을 제 고향 쪽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
“언데드 콜(Undead call).”
후우웅.
파사삭.
우득!
우드드득!
송하연은 어느새 자신의 언데드들을 지휘하는 것조차 잊고 홀린 듯이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
전투는 무척이나 치열했다.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도, 그에 맞서는 언데드들도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리한 것은 이쪽이었다. 분명, 그랬어야만 했다.
‘이게 대체…….’
적은 강했고, 무척이나 수가 많았다. 고작 두 명이서 불러낸 수십 마리의 언데드 따위는 금방이라도 쓸려나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선은 유지되고 있다. 전투가 시작된 지 20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끌끌끌. 힘이 솟아오르는군.”
쿠웅.
고든이 소환한 스태프를 땅 위로 내리찍자, 오싹한 사기가 한순간에 해변가 전체로 넓게 퍼져나갔다.
아까 전부터 몇 번이고 반복한 행동, 송하연으로써는 그 원리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감으로 느끼기에 사방을 자신의 영토로 만들어가는 과정인 듯했다.
마찬가지로, 백은하가 하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스윽.
후우웅.
파사사삭.
이쪽은 한술 더 떠 무언가 주문을 사용하는 기색도 없다. 그저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것만으로도 사방에 죽음의 기운이 가득해져 간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그 효과는, 눈에 보일 정도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파스슥.
우득.
우드득.
“주, 주문도 안 외웠는데.”
생명이 다한 적 몬스터의 사체들이, 사방에 떠도는 사기를 몸에 받아들여 자연스레 그 육체를 일으킨다.
그리고는,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좀비들처럼 곧바로 살아있는 몬스터를 향해 돌격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꽤나 공포스런 광경이었다.
“슬슬 어렵네.”
여태껏 지친 기색조차 없던 백은하가 처음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50체.
현재 백은하가 동시에 조종하고 있는 언데드들의 숫자였다.
심히 불만족스럽다는 듯 한숨을 내쉰 백은하는, 곁에서 멍하니 서 있던 송하연에게 시선을 옮겼다.
“남는 건 네가 일으켜서 써.”
“아, 네…….”
송하연은 솔직히 직접 보고 있으면서도 눈앞의 광경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저 정도 수준의 시체라면, 나는 기껏해야 열두 체가 한곈데.’
사기의 질적인 면에서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지만, 사실 그 양 자체는 송하연이나 백은하나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도 서로 간에 이만큼의 격차가 있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야.’
헬레나는 논외로 치더라도, 외국 여기저기엔 엄연히 고랭크의 사령술 계열 각성자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중 어떤 이들도 백은하처럼 이만큼의 시체를 통솔할 수는 없다.
홀로 B랭크 이상의 몬스터들을 50마리나 다룬다니, 만일 그것이 가능했다면 네크로맨서는 그야말로 1인 군대와 같은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콰지직!
“아.”
생각에 빠진 사이, 긴 시간을 버텨주던 둠 워리어가 기어이 상대의 공격을 버티지 못한 채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백은하가 손을 들어 올리자, 주변에 흩어져 있던 사기가 모여들며 만신창이가 된 둠 워리어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오오오!]쿵.
쿵.
쿵.
콰아앙!
아군 쪽 언데드는 쓰러져도 다시 회복하는 반면, 적의 몬스터들은 목숨을 다하는 순간 사기(死氣)에 먹혀들어가 그대로 이쪽의 하수인이 된다.
단순히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교환이다.
‘…그냥 무적 아니야?’
황당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분명 그러한 일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백은하가 보여주고 있는 위용은 그런 당연한 사실을 완전히 잊게 만들고 있었다.
곧이어, 무슨 생각인지 한동안 바다 저편을 응시하던 백은하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나왔나 본데.”
그와 동시에, 시야 끝자락에서 파도가 휘몰아쳤다.
#
나왔다. 분명 던전 보스의 기척이다. 마력까지 사용해가며 유심히 그 진원지를 살펴보자, 거대한 문어의 촉수 같은 것들이 수면을 배회하고 있었다.
“헉! 흐억! 이 새끼들 한 마리 한 마리가 버거워! 언제까지 버텨야 해?”
보스의 출현과 동시에, 해변 한구석에서 녹초가 된 듯한 곽민지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에 나는 살짝 당황하며 곧바로 대답을 던져주었다.
“아직도 싸우고 있었어? 어차피 있으나 마나 별 차이도 없는데.”
“이런 씨발, 진작 말하든가!”
때마침 시간도 오후 네 시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는 곽민지를 불러들여 손에 핸드폰을 쥐여준 채로 말했다.
“저기 차에 가서 총력전이나 돌리고 있어.”
“…진짜 미친 새끼.”
곽민지는 무슨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은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았지만, 솔직히 이편이 훨씬 더 생산적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
그렇게 곽민지를 떠나보내자, 때마침 상황 정리를 위해 떠났던 서하가 돌아왔다.
“미안해. 피난을 거부하는 주민들 때문에 조금 늦었어.”
“그럴 것 같았어.”
서하는 잠시 전장을 확인하더니,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어왔다.
“역시 무리한 거 아니야?”
“…이 정도론 멀쩡해.”
하여튼 이것으로 전력이 모두 모였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도, 서하의 핸드폰을 통해 지원 병력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들어왔다.
그에 조금 더 전선을 유지하며 기다리자, 후방에서 황급히 접근해 오는 다수의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타다닥.
처억.
“후우, 후. 백서하 씨 일행 되십니까? 정말 잘 버텨주셨습니다.”
동시에 완전히 죽음의 땅으로 변해버린 해변을 바라보며 그 일행들이 경악했다.
“이런 맙소사…….”
“저게 대체 몇 마리야?”
“고작 넷이서 저 숫자의 몬스터를 막았다고?”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답잖은 반응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곧바로 일행을 진정시킨 리더가 우리에게 상황을 전달해 왔다.
“지금 해군 쪽의 부대가 던전 생성지의 후방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곧 보스의 척살을 위한 작전을 개시할 겁니다.”
“…그럼 이쪽은 뭘 하면 되죠?”
“보스가 처치된 후, 해상의 부대와 협동해 포위망을 좁혀가며 나머지 몬스터들을 말살할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예. 그때 저희와 함께 행동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빠지셔도 괜찮고요.”
어떻게 보면 정석적인 계획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은 나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너무 성급한 것 같은데…….”
“하하. 괜찮습니다. 저희도 그렇지만 저쪽도 이런 일에는 전문가니까요. 보스 몬스터로 확인된 그레이트 옥토퍼스는 A4랭크. 이전 상대해 본 경험도 있는 만큼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뒤편의 일행 사이에서는 묘하게 나를 비웃는 소리들마저 들려오고 있다.
게다가 뭐라 말릴 새도 없이, 이미 해군의 함선은 그레이트 옥토퍼스의 지근거리로 접근한 뒤였다.
곧 해군의 각성자 부대와 그레이트 옥토퍼스가 맞붙었고, 상황은 언뜻 보기에 이쪽의 우세로 느껴졌다.
“자, 문제없지 않습니까? 크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그 방면을 유심히 지켜보던 나는, 역시 예상이 맞았음을 깨닫곤 한심하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거 아닌데.”
“예?”
“저거. 보스 아니라고.”
그와 동시에,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지며 해군의 함선이 그대로 뒤집히기 시작했다.
“어, 어어?”
그렇게 나타난 것은 마치 설화 속 이무기를 보는 듯한 모습을 지닌 거대 생물체.
바로, 이번 던전 브레이크의 진정한 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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