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0
Chapter 10 – 김아라
“오, 뭐야. 수석이랑 누가 한판 붙는대?”
“박운혁? 쟤, 무기 없으면 별로지 않냐?”
이서하가 느긋하게, 대련장으로 올라간다. 그에 맞은편에 있는 인물은 박운혁.
190cm가 넘는 키. 어렸을 때부터 단련한 근육질의 몸은 180cm가 조금 넘는 이서하보다 위협적으로 보였다.
“박운혁은 그래도 육체파잖아. 수석은 소문에 의하면 마법쪽과 관련되었다고 하고. 그리고 이번에 무기 선별에서 꽤 괜찮은 언월도가 있어서 무서울걸?”
“그래? 그럼 박운혁이 이기나?”
“그건 모르겠는데. 수석이 워낙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라.”
서가연은 마지막 말에 동감했다.
그녀가 입학 시험에서 상대했던 존재는 오크 전사. 강인한 육체를 위시한 강격은 지금도 벌벌 떨릴 만큼, 위협적이었다.
이서하라면, 분명 그보다 상위의 상대를 만났을 것이다.
‘마법사는 전사를 이기기 힘든데.’
흔히 하는 말이다. 마법사는 만능적이며 그 존재는 일견 ‘화력’에 집중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서하는 그 존재를 한순간에 쓰러트리고 도착했다.
더 나아가 던전 탐사에서 그는 던전을 자기 집 안방을 걷는 듯 움직였다.
서가연은 그때 같이 있었지만, 여전히 이서하의 본 모습을 모르겠다. 어쩌면, 이 대련에서 그 편린이나마 엿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졌다.
“무기는 진검승부로 한다. 마나는 사용불가다. 그리고 이 팔찌를 차도록. 마나를 억제하는 팔찌다. 너희가 마나를 쓸 낌새를 보이면 본 교관이 바로 개입하겠다.”
교관은 그것 외에도 패배에는 깔끔하게 승복하라거나 재능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말을 이서하를 보며 반복했다.
“와, 박전지 교관님 박운혁 회사에 끈 달려있다는 소문 진짜인가 봐.”
“이서하만 불쌍하네.”
이서하는 나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박운혁은 불평한 표정을 지으며 교관에게 조용히 입 모양으로 말했고, 교관은 시합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럼 시작해라.”
교관의 말이 끝나자, 박운혁이 움직였다.
‘초반에 승부를 본다.’
박운혁은 이서하를 보며 생각했다. 저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이상한 존재였다.
자신의 목표는 언제나 김서현이었다.
항상 자신보다 순위권에 있으면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대상.
그러나 저건 달랐다.
갑자기 나타나서는 자신을 한 번도 보지 않았던 김서현이 그를 보면서 전의를 불태웠다.
솔직히 말해서 두려웠다.
교관이 여러가지 제약을 했음에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타닥!
땅을 박찬다.
그가 무기 선별에서 받은 무기는 언월도 형태의 무기. 언월도를 휘둘렀다. 이서하가 옆으로 회피했다.
‘동작이 커.’
수석은 역시 근접 싸움에 익숙하지 않다. 그는 이미 단련에서 체력이 낮다는 약점을 보였다.
몸을 단련하지 않았다는 소리.
손목을 틀었다. 언월도를 아래에서 하늘로 올렸다. 채앵! 검은색의 검으로 언월도를 틀어막았다.
박운혁은 언월도를 회수했다.
그리고 찌르기. 창은 아니지만, 무기의 길이 차이로 이점을 살린다.
그러나 수석은 이번에도 회피했다.
‘회피에 특화된 건가?’
근접전을 아예 안 했을 리는 없다. 박운혁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언월도를 휘두르고, 베고, 찌르고.
그 모든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다. 마치 상대는 마나가 있다는 듯, 빠르게 움직인다.
그러나 그럴리는 없다.
그랬다면 이미 교관이나 팔찌가 반응했으니까.
쩌엉!
언월도와 흑검이 부딪친다. 박운혁은 미소를 짓다가 멈췄다.
언월도가 밀린다. 창은 힘의 전달이 검보다 좋지 않다. 그럼에도 밀렸다.
그렇지만, 자신은 무인이다.
마법사인 수석과는 다르다.
‘작전 변경이다.’
박운혁은 자신있는 표정을 지으며 검을 튕겼다. 힘이 자신보다 우위라면 무예로 승부를 보겠다.
그러면 자신이 이길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뭐냐.’
싸움이 격렬해지면서, 수석의 머리카락이 땀에 젖었다. 그가 지치고 있다는 증거. 이대로 장기전으로 간다면 박운혁의 승률은 높아질 거다.
‘도대체 뭐지?’
그럼에도 박운혁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근접전에는 자신이 있다.
지난 세월동안. 5살 때 부터 창을 몸에 수족처럼 익히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 노력은 절대 헛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석은, 이서하는 자신의 움직임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무기를 부딪친다. 손싸움을 한다.
분명, 자신은 상대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싸움은 답답하다.
분명 조금만 더 몰아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박운혁이라는 존재가 이서하에게 ‘승리’한다는 이미지가 흐릿해진다.
이서하의 눈이 올곧게 자신의 창을 노려봤다.
획.
창이 휘둘러진다. 그러나 고개를 한 번 까딱하는 것으로, 언월도를 회피했다. 마치 자신의 공격을 알고 있다는 듯이.
공격이 점점 매끄러워진다. 수비가 점점 정교해진다. 발놀림이 점점 예사롭지가 않아진다.
마치 옆에 스승이라도 있듯이,
자신이라는 존재를 양분으로 성장하는 무언가와 같이 성장한다. 아니, 저건 좀 달랐다. 성장이라기보다는 힘을 회복하는 경우와 같이──.
째앵!
검과 언월도가 부딪친다. 언월도를 회수하자, 이서하가 움직였다.
낮게, 허리를 숙인다.
언월도를 휘두른다.
이서하의 흑검이 움직였다.
안쪽에서 바깥으로 휘둘러지는 흑검. 언월도가 흑검과 부딪친다. 그리고 손에 고통이 동반되며 언월도가 바깥으로 튕겨 나갔다.
***
‘이걸 이기네.’
나는 어이없는 기분이 들었다.
박운혁을 이겼다.
저래 봬도 한국영웅학교 전체로 봐도 최상위권에 들어갈 놈이다. 아마 마나를 쓴다고 가정한다면 내가 30초도 버티지 못했을 거다.
-이상하군. 무재는 꽤 쓸만한데, 이렇게 급격하게 성장할 리는 없을 텐데?
흑천마검이 하늘에 둥둥 떠다니며 의아해했다. 영적인 힘인 탓일까. 흑천마검을 아무도 보지 못하고 있다.
나는 흑천마검을 무시하며 교관을 바라봤다. 지금 그녀에게 말을 걸어봤자 내가 정신병자로 보일 테니까.
“승리는……이서하!”
교관의 선언에 학생들의 멍한 표정이 점점 경악으로 물들었다.
“뭐, 뭐지? 방금 누가 동영상 찍은 사람 있었어?”
“성장형 재능이라고? 미친, 진짜 혼자 다 해먹네!”
“저거 성장형이면 도대체 무슨 재능이지? 저런 말도 안 되는…….”
다들 착각에 빠져들고 있다. 힘이나 속도는 역천의 기를 내부에서 돌리고, 흑천마검의 조언을 따라 했었는데.
-내 덕도 있지만, 주인도 잘했다. 아무래도 주인은 꽤 재밌는 재능을 갖고 있는 것 같군.
무재는 별로라며.
나는 그런 눈으로 흑천마검을 보자 흑천마검이 픽 웃었다.
-무재라고 해서 싸움을 못하는 건 아니지. 천재 수준은 아니지만, 수재는 되니까.
나는 대련장을 내려갔다. 내려오자 김서현이 보였다. 하늘빛 눈동자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서하, 진짜 대단하네.”
“뭘, 이정도로.”
“처음에는 진짜 불안불안했는데, 단숨에 적응해서 몰아붙이는 게 인상적이었어! 근데 힘은 어떻게 된 거야? 재능? 아니면 기예? 팔찌가 반응을 안 한 거 보면 그냥 스탯이 높거나, 상시적용형 재능인 것 같은데…….”
김서현은 다 좋은데, 애가 한 번 꽂히면 말이 너무 많아진다는 게 문제였다.
나는 김서현의 말에 적당히 끄덕이자 김아라하고 서가연이 보였다.
“……언제 가르쳐 줄 거야?”
김아라가 슬쩍 오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김아라와 교섭을 했었다. 패왕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이따가 이야기하자. 여기서 이야기하기는 좀 그러니까.”
김아라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김서현이 뭐야뭐야. 둘이 이상한데? 라면서 눈을 반짝이고 있었고.
진짜 무서운 소리 하지 마라.
중반부에 산 하나를 뜯어서 던지는 애하고 사귀라고? 사귀다가 죽을 일 있나.
***
패왕이라는 인물은 정말 끔찍할 정도로 강하다.
홀로 세력을 일군 것도 아닌데, 세계 정점에 있는 괴력난신(怪力亂神).
이걸 다르게 말한다면, 그는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힘을 추종하는 ‘추종자’들은 존재하지만, 문자 그대로 추종자들일 뿐이다.
패왕은 정말 복잡한 인물이다.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중립.
그리고 그는 마인들을 증오한다. 이렇게 보면 선의 인물 같지만, 그가 선이 아닌 이유는 따로 있다.
우선 이 이야기는 접어두고.
“패왕에게서 벗어나는 법은 간단해.”
정말로 간단한 이야기다.
“패왕을 죽이면 되거든.”
“…….”
김아라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패왕을?”
“어.”
실제로 김아라는 그 방법에 성공한다. 그렇게 되면 김서현도 죽어서 별 의미 없는 방법이기도 하다.
“뭐, 이건 농담이고. 다른 방법이 하나 있어.”
김아라가 죽일듯이 노려보자 나는 말을 재빠르게 바꿨다.
“패왕이 왜 너에게 집착한다고 생각해?”
“……그야 내가 유일한 후계자이니까.”
나는 픽-하고 웃었다.
사실 패왕은 마인과 싸울 때를 제외하면 그냥 카리스마 있는 인물에 불과하다.
그리고 딸을 좋아하는 팔불출이란 이미지도 있고.
후계자는 이미 정해놨다. 김아라가 아닌, 장남으로.
장남은 적당히 능력이 있고, 적당히 욕심이 있고, 적당히 자기 주제를 안다.
“정말 간단한 문제야. 네가 강해지면 돼.”
“내가?”
“너, 지금 자기 힘을 통제하기가 힘들지? 애들하고 대련할 때도 죽거나 중상입을까 봐 아슬아슬하게 힘을 통제하고 있고.”
“…….”
“내가 도와줄게. 겸사겸사, 네 힘을 어떻게 써야 할지도 가르쳐주고.”
“그건, 고맙지만 그게 패왕과 무슨 상관인데.”
“패왕의 힘은 혈통으로 이어지니까. 그리고 너는 그 힘을 온전하게, 아니 더 강하게 물려받았어.”
“……내가?”
“어.”
정말로 간단한 문제다.
김아라가 자신의 힘을 자각하고, 올곧은 길을 걷게 하면, 패왕은 그녀를 억압할 수 없다. 억압하는 이유도 간단하다.
패왕은 적이 많다.
보통 많은 게 아니다.
그는 마인들을 박멸하자고 주장하는 인물이며, 그 과정에서 마인과 연관되었다고 판단하면 닥치는 대로 죽이는 인물이다.
패왕도 자기 딸이 스스로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하면 가끔 안부를 묻는 정도로 끝날 거다.
“그러니까 이 한국영웅학교에서 네가 스스로 성장하면 되는 문제란 말이지.”
“…….”
김아라가 고민에 잠겼다. 나는 김아라를 봤다.
보랏빛의 앞머리가 흘러내려 표정을 알 수 없었다.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앞머리.
쟤도 일러스트 내에서 꽤 예뻤는데. 물론 현재 2학년에 있는 내 최애캐만큼은 아니지만…….
“그러니까 내가 그동안 네 성장을 도와줄게.”
나는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물론 겸사겸사 김아라라는 초고속 ‘버스기사’를 얻을 거다.
김아라의 힘만 있으면 던전 공략쯤이야 어지간하면 클리어할 수 있으니까. 너무 섭섭해하지 않게 보상도 챙겨줄 것이고.
“……좋아. 한 번만 믿어보겠어.”
김아라가 조용히 내 손을 잡았다.
나는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