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64
Chapter 164 – 축제(2)
축제가 시작한단 소식에 분위기가 들뜨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애들이 모여서 축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 노래 대회에 서하도 나가나? 그 얼굴에 진짜 못 불러도 나 반할 자신 있는데.”
“목소리 뭐야…….”
“서하가 나가야지. 아, 근데 나는 서현이도 목소리 중성적이라 괜찮을 것 같은데.”
노래 대회?
미안하지만 나가지 않을 거다.
“검술이나 다른 것들은 어때?”
“그러고 보니 서하는 오컬트 연구부지? 오컬트 쪽에 뭐 하는 거 있어?”
“들은 게 없는데.”
“뭐, 어쩔 수 없나. 그 둘을 대신해서 내가 노래를 나갈 수밖에…….”
“뭔 개소리야. 뒤지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
축제답게 학생들이 준비하는 게 많다.
누군가에게는 기회이기도 했다. 실력이 부족함을 다른 것으로 보충해 그것으로 인기를 얻는다. 꽤 괜찮은 방법이다.
‘나는 할 생각이 없지만.’
한국 영웅학교에서 축제는 누군가가 대신해서 신청할 수도 없다. 다른 학교였다면 강제로 누군가가 종목에 참가해야 했지만, 한국 영웅학교는 자율이다.
왜냐하면 지원자가 너무 많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 있는 이들 대부분이 영웅이라고는 하나, 영웅이 되어서 마인들로부터 세계를 구원하겠다는 사명을 지닌 이들은 얼마 없다.
한때, 전생에 있던 대한민국에서 연예인이나 BJ, 스트리머나 유튜버 등이 되고 싶었던 이들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것보다 훨씬 전문적인, 세계 최고의 학교를 입학했다는 것이 다른 점이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게임 유튜버가 있다고 하자.
게임 유튜버가 게임만 잘 하는 게 아니라, 말을 잘한다. 그러면 굉장한 인기를 누릴 수 있겠지. 인성도 바른 데다가 거기에 춤과 노래도 잘 춘다면?
본래 얻을 수 있는 인기보다 좀 더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다.
그들에게는 그랬다. 영웅이 본업이기도 하지만, 다른 곳에 취미 활동을 넣어 다른 이들에 더 인기를 얻는 게 더 낫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나쁘지는 않아.’
이 세상이 멸망하는 엔딩이 아니었다면, 나도 그쪽으로 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세상의 엔딩은 모든 것의 멸망이다.
나는 기척을 죽이고 조용히 반에서 빠져나갔다.
잡히면 나에게 무언가 시킬 것 같아서.
내가 이런 것에는 재능이 없는 편이지만, 기본적인 능력치가 워낙 출중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에서 빠져나오고 나는 펜트하우스로 향했다.
평상시대로의 루틴으로 가부좌를 만들어 수련에 매진하고 있을 때, 흑천이 내게 말했다.
-그러고 보면 주인, 제대로 검을 배워보지 않았군.
‘뭐, 그렇지.’
흑천이 한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나는 누군가에게 제대로 된 배움을 받지 못했다.
김서현은 나에게 기초를 가르쳐 줬고, 흑천은 나에게 검술을 가르쳐 줬지만, 김서현은 문자 그대로 기초이며, 흑천은 육체가 없었기에 말로만 나를 가르쳐 줄 수밖에 없었다.
‘재능 빨로 커버했다고 해야 하나.’
검귀의 재능을 얻으면서 나는 흑천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검귀가 검존을 흡수하고, 오로지 쾌와 변의 묘리만을 담을 수 있는 검귀에서 좀 더 균형 잡힌 검마를 얻으면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
-그렇다면 그건 스승의 내 잘못. 이번에 의혼을 여러 가지 시험해 보면서 깨달은 사실인데, 내 힘의 일부를 직접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그건 좋은 소식이다.
그녀의 무력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니까.
위천의 여단을 한꺼번에 몰살시킨 그녀의 수준은 짐작하기 어렵다. 일전의 내가 심상을 꺼내어 죽인 악마조차도 위천의 여단 단장을 이길 수 없는 수준이니까.
이건 그가 흡혈귀의 혈통을 이은 것도 있다.
표공하고 흡혈귀의 상성은 흡혈귀 쪽이 꽤 좋은 축에 속하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자리를 만들어야 했다.
‘자리가 필요해?’
-그렇다. 최대한 넓은 지형이면 좋다.
그러면서도 사람이 적은 쪽이 필요하겠지.
흑천은 뽐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런 말은 붙이지 않았지만, 내가 곤란했다. 나는 마인들에게 노려지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자리를 찾기 전에 공방에 좀 들르자.’
-알았다.
흑천을 진정시키며, 전자 마녀에게 자리를 알아봐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 공방으로 향했다. 내 공방에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있었다. 나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슬슬 가공해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공방 내부에 있는 탁자 위.
어마어마한 마기를 뿜은 채 존재감을 드러내는 갈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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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공 플라우로스의 갈퀴
플라우로스의 갈퀴다.
내부에 굉장히 강력한 마기가 깃들어 있다. 이것을 제련하지 않고 쓴다면, 마기가 내부를 침식해 마인이 될 확률이 높다.
: 재료로 사용 시, 수렵자의 정의(A+) 개방.
: 복용 시, 재능, 수렵자의 정의(A+) 획득. 마기 보정 대 증가.
: 복용 시, 마인이 아닐 시, 마인화 강제 진행. 이성을 잃고 폭주(B) 강제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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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탑에서 얻은 물건이다.
표공을 죽이고 나온 드랍템의 일부.
이것 외에 부산물들이 많다.
플라우로스의 눈동자라든가, 가죽이라든가, 힘줄 같은 것도 떨어뜨리더라.
악마인 탓일까. 하나하나 머금은 마기가 어마어마했다. 저것들은 사제들을 불러서 따로 마기를 제거하는 과정들을 거쳐야 한다.
‘재료가 많으니까 좋은데.’
표공, 플라우로스를 잡은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라며, 김서현과 성한별이 강력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길드들도 굳이 내 물건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들 입장에서는 창천 길드를 물려받을 도련님인 김서현의 주장이며, 김서현 또래임에도 악마를 죽였다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지닌 나와 굳이 척지고 싶지 않아서겠지.
‘악마의 탑도 언제 한번 들러야 하는데.’
악마의 탑은 그 뒤로 봉쇄되었다.
악마들이 부활했다는 증언과 증거가 모두 있었다. 길드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악마들이 가진 부산물들은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규모로 악마의 탑 공략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그곳에도 언제 한번 들러야 했다.
악마는, 죽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나에 대해서 언급했으니까.
‘어쩌면 알지도 모르지.’
일전에 중국에서 사도와 만났을 때.
그 존재는 나에게 적의가 없었다. 오히려 자기 동료를 만난 듯한 환희가 존재했다.
역천의 기와 재능, 천상(?)에 대해 알기 위해서라도 악마의 탑 등반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 전에 무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지만.’
나는 귀걸이를 만졌다. 정령의 속삭임. 발판을 만들어주는 효능이 있지만, 지금에 와서는 별로 좋은 귀걸이는 아니다.
‘귀걸이의 형태로 만들어야겠군.’
그전에 우선 재료의 손질을 해야 했다.
사제는 쉽게 수배해 두었다. 세인트가 있기는 하지만, 놈은 아니다. 놈은 교장이 자신의 누나를 억지로 인형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애라 비협조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대장장이는 교감에게 해달라고 하고.’
그동안 호감작을 많이 해두었다.
그래서인지 이 정도의 부탁이라면 들어줄 것이다. 재료도 몹시 희귀하다. 지금은 구하기 힘든 악마의 재료이니 승낙할 확률이 굉장히 높았다.
지잉.
마침 핸드폰이 울렸다.
-장소는 수배해 뒀어. 여기 어때?
전자마녀가 가르쳐 준 곳은 한적한 숲속이었다.
근처에 괴수들이 출몰하는 산이 있어서 헌터들이나 영웅들이 몰려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곳은 얻는 돈에 비해 수고가 많이 드는 괴수가 서식하는 곳이었다.
-나쁘지 않네.
-OK~. 그러면 이쪽으로 구해놓을게.
말이 이상했다. 구해 놓겠다니?
‘아예 통째로 사는 것은 아닐 테고.’
아마 어떤 허락을 받아야 하는 공간인 건가. 게임에서는 그냥 침입하면 문제가 없었지만, 현실이 되니 이런 문제는 좀 곤혹스러웠다.
그러다가 이내 전자 마녀가 어떻게든 해주겠지. 라는 생각이 되어 나는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서 빠르게 숲속으로 향했다.
근처로 가는 길이 조금 멀어서, 택시 하나를 수배하고 그쪽으로 갔다.
숲 근처로 가자 흑천이 내 어깨에 앉았다.
-이곳 정도면 적당하군.
그렇게 말하면서 내게 눈짓한다.
의혼(意魂)을 쓰라는 의미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막대한 양의 역천이 소용돌이치며 형태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도자기를 빚듯이. 그것은 소용돌이에서 이내 하나의 형태로 모습을 갖추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생머리에 검은색 눈동자.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의혼(意魂)의 다른 방법이었다.
역천으로 형태를 구성하고 그곳에 흑천의 념(念)을 불어 넣으면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이것이 내 육체…….“
-저번에도 한 번 봤지만, 정말 무식한 방법이네요. 만약 서하 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수법이에요.
‘전대 천마랑 비교하자면?’
-비교하고 자시고도 없어요. 서하 님이 훨씬 우월하시니까요.
그렇게 말하니 기분은 좋네.
나는 흑천을 바라봤다.
“후, 주인 미안하지만, 내게 반하면 곤란하다.”
“반하지 않았는데?”
“후후, 그리 빼지 않아도 된다. 무릇 주인 정도의 나이를 가진 남자가 이몸에게 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이지.”
흑천이 헛소리를 하길래 흑천마검에 손을 올리려 했다.
그러자 흑천이 움찔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알았다. 수업으로 넘어가지.“
시무룩하게 말하며, 흑천이 내 옆에 섰다.
“우선 주인은 그것을 알아야 한다. 원래라면 기초를 다지면서 검을 수행하지만, 주인은 재능으로 그 과정을 넘어버렸어. 본래 흑신무를 단련하면서 얻을 기초를 건너뛰었지.”
“그렇지.”
“그런데 사실 그건 그리 중요한 건 아니야. 지금 주인이 가진 재능쯤 되면, 그런 것쯤은 넘어서도 문제가 될 것이 없지. 본래 그것이 문제가 되는 건 기초를 우습게 봐서 기초적인 능력이 없는 경우니까.”
흑천은 그리 말하며 흑천마검을 잡았다.
“그렇기에 주인에게 필요한 것은 관찰이다. 위의 있는 존재들이 어떻게 싸우느냐에 따라서, 그것들이 주인에게 어떤 형식으로 와닿았는지에 따라, 주인의 생각이 변할 테니.”
분위기가 일변한다.
그곳에서 내가 검신을 만지자마자 느끼는 오르가검은 존재하지 않았다.
세상을 오시할 절대자의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벤다. 하나에 집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흑천이 가볍게 흑천마검을 휘둘렀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더없이 가벼운 움직임.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묘리는 가볍지 않았다.
서걱.
무언가가 베이는 듯한 소리가 들림과 함께 숲의 절반이 갈려나갔다. 흑천이 베어낸 공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숲의 뒤에 있던 산의 절반마저도 갈라버렸다.
“아쉽군. 원래대로의 육체라면 이것보다 더 할 수 있었는데.”
나는 그 광경을 황망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후후, 어떤가. 주인, 이몸에게 반해버린 건가?”
“여기……무너트리면 안 되는데.”
“……주인?”
그것보다 우선인 건 이 숲을 이렇게 까지 무너트리고 산의 절반을 갈랐다면 얼마만큼 물어줘야 할지가 중요했다.
나는 흑천을 바라보았다.
흑천은 역시나 흑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