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31
Chapter 31 – 귀공녀(3)
혼란의 시대.
세계가 마치 유리처럼 깨지면서, 온갖 차원의 것들과 융합되던 시절이었다.
암살명가란것이 나왔다.
빌런과 마인들에게 가족을, 지인을, 사랑했던 사람을 잃었던 사람들이 일으켜 세운 가문.
‘맹약’으로서 마인과 관련된 이들만을 죽이겠다고 스스로 서약하여, 오로지 빌런과 마인들만을 죽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가문.
시대가 광란의 시대였던 탓이다.
사람의 목숨은 식량 한 끼보다 값어치가 없었던 시대.
목숨이라는 것이 초개처럼 사라지던 시대였다.
그리고 시대가 바뀌기 시작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위대했던 대영웅의 등장.
그는 평화의 상징으로 시대에 군림했다.
마인들을 경계 저편으로 몰아내고, 모든 빌런들을 잡아 찢어 죽였으며, 영웅들을 규합하여 협회를 만들었다.
세상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그러나 암살가문은 마인과 빌런들의 공작, 자신을 빌런으로 지목할지 모른다는 위협에 정치가와 재벌가들의 두려움.
그것으로 암살가문은 역사에 사라지고 말았다.
역사에는 말이다.
설화련은. 그 가문이 모든 총력을 만들어서 기울인 암살자다.
마인들을 세상에 지우고, 그들과 협업하는 모든이들을 죽이고자 만들어진 살인기계.
그것이 바로 설화련──이라는 인물이다.
훗날 주인공의 조력자로 세계 최고의 마인 킬러로 이름을 떨치게 될 존재이기도 했다.
“우와, 수상해 보여라. 그렇게 가면을 쓰고 컨셉 잡으면 안쪽팔려요?”
“…….”
과장된 표정. 놀리는 듯한 말투.
말은 그렇게 해도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설화련은 어렸을 때부터 마인만을 죽이기 위해 길러진 살인병기.
확고하기 그지없는 자신만의 기준을 세운 그녀에게 타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보아하니, 마인은 아닌 것 같고. 빌런인가? 뭐, 하여튼 잡으면 알 수 있겠지.”
한 발자국 다가왔다.
쩌저적!
서리가 끼기 시작한다.
온도가 내려간다.
서가연이 별의 마력을 개화했다면, 그녀가 개화한 마력은 바로 얼음의 마력.
그러나 아직 미숙하다.
모든 현상마저 얼리는 ‘그 힘’을 개화하기에는 멀어 보였다.
오른쪽 발을 앞으로 내밀며 소검을 앞으로 장검을 쥔 손을 뒤로 살짝 당겼다.
쌍검의 기본적인 기수식.
-주인, 조심해라.
그 자세에 드물게 흑천마검이 말했다.
-쌍검은 보통 그 균형감각 때문에 쓰기 힘들다. 그렇기에 쌍검을 쓰는 이는 두 가지로 나뉘지.
첫째는, 겉멋충이다.
쌍검을 쓰는 만큼 당연히 힘의 전달이 약하다.
더군다나 양손을 동시에 쓰는 만큼 감각적인 부분이 탁월해야 한다.
둘째는, 위의 단점을 모조리 커버하는 감각을 타고난 경우.
-상대하는 이는 답이 없지. 쌍검이라는 게 흔한 무기술도 아니고. 두 개의 검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변화를 창출한다. 그럴 때는 정면에서 더욱 강한 힘을 쓰는 게 답이지만.
아쉽지만, 상대의 허점을 노려서 일격살(一擊殺)을 노리는 나로서는 더욱 까다로운 상대.
세계 최고의 암살자라지만, 그녀의 살의는 마인과 빌런에게 몰려 있다.
죽여서는 안 되고, 그녀와 싸우자니 내 정체가 들통이 날까 봐 껄끄럽다.
나는 담담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혹시 잡히기 전에 뭐라 변명할 말도 있나요?”
“……암살가문인가.”
저벅.
내 말에 걸어오던 설화련의 발걸음이 멈췄다. 설화련은 명백하게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타이밍이다.
패혼 발동.
“……!”
설화련의 안색이 확 바뀌었다. 진중한 표정에서 경악 어린 표정으로.
역천을 이용한 패혼의 발동 탓이었다.
“【빛이 커질수록 그림자가 짙어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빛을 경계해야 한다.】”
“……!”
암살가문은 역사에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들은 모든 힘을 다해서 설화련이라는 살인병기를 만들고, 그 힘을 다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그 계획에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의 대에 끝내야 할 임무를, 후대에 물려주고 싶지 않다.─라는 이유로 그것을 거부한 채 마인들을 죽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할 것은 내가 은연중에 그들과 같은 길을 걷는 일족이란 것을 암시만 하면 된다.
그 일족이 나타날 염려도 없다. 그들은 이미 다른 마인들 손에 죽었으니까.
“서, 설마 어, 어르신입니까?”
“【……그렇다.】”
내 신체나이랑 동갑인 애한테 어르신이라는 말을 듣기는 해야 되지만.
“【네가 바로 우리 일족이 만든 아이구나.】”
“그, 그렇습니다. 어르신.”
설화련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설화련이 외로움을 많이 탄다는 설정이 있었지.
그게 뒤틀려서 마인들을 절대 죽인다는 마인드를 갖게 되었고.
“호, 혹시 어르신도 이 그, 근처에 사시는 겁니까?”
“【아니다. 이곳에 있는 어떤 마인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 왔지.】”
“마인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사실 이 근처에 그리 대단한 마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곳은 서예빈이 터를 잡은 한국영웅학교 근처이기 때문이다.
-주인, 큰일 났다. 이 근처로 꽤 큰 힘을 가진 사람이 다가오고 있다.
흑천마검이 한쪽을 응시하며 말했다.
나는 설화련을 바라봤다.
“【좀 더 해후를 나누고 싶지만, 슬슬 시간이 됐구나.】”
저벅.
나는 창문 쪽을 향해 다가갔다.
“【교복을 보아하니, 한국영웅학교에 있는 모양이군. 그곳에 연금술 학과인 한윤비 교수를 주의해라.】”
“그, 그가 마인인겁니까?”
“【그렇다. 그럼 난 이만 가보도록 하지.】”
“어, 어르신!”
념으로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설화련이 엉겨붙었다.
“【…….】”
“죄, 죄송하지만, 호, 혹시 연락처라도 있으신가요?”
“【없다. 핸드폰은 마인에게 정체를 들키기 가장 좋은 것이니까.】”
“호, 혹시 그, 그러면 어, 어디에 사시는 지 아, 알 수 있을까요?”
막상 설화련을 보자니 설화련이 불쌍하기는 했다.
어렸을적부터 온갖 교육을 받았는데, 정작 가문은 망해있고, 주위에는 보살펴줄 사람 하나도 없었으니까.
내가 생각한 것보다 설화련은 가족이라는 끈을 훨씬 깊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패혼의 발동을 껐다.
“2주 후. 지금 이 시간에 이곳에서 만나도록 하지.”
“네, 넵! 알겠습니다!”
그제야 설화련이 나를 놓아줬다.
나는 창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가볍게 도약.
이곳은 5층 높이이지만, 념을 이용해서 낙하하기 전 속도를 확 줄였다. 그리고 가볍게 낙법.
위를 쳐다보니 설화련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한번 쳐다봐준 뒤, 나는 사람이 많은 곳으로 향했다.
[설화련이 당신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1,500p를 획득합니다.] [흑곰파와 중격의 마인을 죽였습니다. 3,000p를 획득합니다.]***
거지같은 아침 훈련을 끝내고.
나는 기진맥진해 하며 아침을 먹고 있었다.
내 앞에서 홍유화가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늘 내가 너한테 이긴 거 알지?”
“…….”
정말 어이가 없었다.
지금까지 나와 홍유화가 부딪친 적은 대략 10번이 좀 넘는다.
나는 항상 그래 왔듯이 대부분의 것들에서 홍유화를 이겼다.
그리고 오늘, 나는 처음으로 아침 단련시간에 홍유화에게 졌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어제 마인들을 습격해서 지쳤기 때문이다.
‘장난 아니게 뿌듯해하네.’
홍유화는 지금까지 이런 상태였다.
“하하, 유화는 승부욕이 강하구나.”
김서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는 기본이지.”
후후, 하며 홍유화가 콩나물 국을 한 숟가락 뜨고 입에 넣었다.
나는 비엔나소시지를 하나 입에 넣은 다음 일정에 대해서 생각했다.
곧 있을 중간평가.
거기에서 연금술 교수, 한윤비가 소동을 일으킨다.
던전에 공작을 가해서 던전이 외부와 단절되고, 거기에서 서가연을 찾기 위해서 마인들을 투입한다.
‘빨리 찾아야 하는데.’
그런데 연금술 교수는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원래대로라면 던전에 들어갈 때 기웃기웃 거렸을 텐데.
‘마인들이 냅다 학교에 쳐들어 올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을 테고.’
그 정도 스케일이면 칠악(七惡)이라 불리는 이들이 직접 개입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곳은 황제라는 이명이 있는 서예빈이 지키는 요새.
칠악 정도가 직접 나서서 서예빈을 묶지 않는다면 가망이 없는 수준이다.
그나마 좀 건드려볼 만한 게 중간평가에서 나설 던전 정도.
“서하야 떡갈비 먹을래?”
서가연이 준 떡갈비 하나를 먹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던전이 그나마 마인이 치기 좋은 장소이기는 하지만, 연금술 교수가 움직이지 않는다.
‘난이도가 올라서 마인에 가담한 교수가 늘은건가.’
학교를 좀 더 뒤져봐야 겠군.
***
나는 펜트하우스로 돌아왔다.
이대로 자고 싶지만, 옆에서 흑천마검이 보채는 통에 잘 수 없었다.
-이 정도면 슬슬 익혀도 무리가 없겠군.
역천이 10을 넘기면서, 흑천마검이 나에게 새로운 무공을 전수해주겠다고 했다.
-흑신무는 몸을 움직이는 무공. 주인, 그렇다면 몸을 움직이는 데에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아는가?
“눈?”
-정답이다.
흑천마검이 입꼬리를 올렸다.
-눈은 모든것의 시작이자 끝이다. 상대방을 잘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고수의 싸움은 싱겁게 끝나기도 하지. 그리고 흑신무는 ‘본다’라는 관점에서 가장 뛰어난 무공이기도 하다.
전대 주인이 가장 신경을 써서 만든 것이기도 하고.-라고 흑천마검이 덧붙였다.
-그래서 본녀는 꽤 기대하고 있다. 주인은 원래부터 눈이 워낙에 좋았으니까. 눈 하나만은 전대 주인을 능가할지도 모르지.
“…….”
뭔가 기분이 묘했다.
게임을 더 잘하려고 아득바득 했던 게 이렇게 칭찬을 받을 줄 몰랐는데.
-그럼 훈련으로 넘어가지. 성신안(晟晨眼)에 대해서 설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