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45
Chapter 45 – 김서현
나는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그, 그럴 수도 있지.”
신음같은것은 생리적인, 어쩔 수 없는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상황이 너무 갑작스럽고 어울리지 않아서 내가 당황했을 뿐.
-…….
다만 흑천은 얼굴이 빨개진 채 침대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검혼인데 빨개질 수도 있구나.’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는 나는 기름을 찾았다.
천에 기름을 먹이고 손질을 해야 검의 기분이 더 좋아진단 것을 깨달았다.
‘근데 여기서 더 좋아지면 오히려 안 좋은 게 아닌가.’
좋거나 싫거나 흑천은 나와 끝까지 함께할 인물이기도 하다.
……어쩌지.
그냥 남자였다면, 장난식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자는 이런 때에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겠다.
‘여자친구랑은 그냥 하면 됐는데…….’
흑천은 동료기 때문에 쓸 수 없는 방법이다.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밖으로 나갔다.
이런때에는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 게 더 좋기 때문이다.
나는 흑천마검을 두고, 바깥으로 나갔다.
***
바깥은 더웠다.
중간평가를 한 지 꽤 지났고 이제 곧 기말 평가가 오고 있었다.
즉, 여름이 온다는 뜻이었다.
여름이 오면 할 일은 많다.
기말평가를 끝으로 방학이 시작되며, 방학에서 현장학습을 겸한, 인턴을 어디로 갈지 고민해야 하며, 몽환의 탑도 클리어해야 한다.
‘미국도 한번 들려야 하는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얼마만의 방학인데, 어째 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더 바빠질 것 같다.
슬펐다.
울적하게 한숨을 쉬고는 훈련장으로 향했다.
애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운동을 하고 있었다.
“서하 왔어?”
“응.”
김서현이 아령을 바닥에 두었다.
쿵.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령의 무게를 훑었다.
300kg이었다.
아령따위가 고작 300kg……내 벤치 프레스와 같은 숫자였다.
갑자기 자존심이 확 줄었다.
“오늘도 상체 할 거야?”
나는 침울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체 하자. 요즘 서하, 상체만 너무 열심히 해서 하체가 좀 부실한 것 같아.”
“…….”
김서현이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뭔가 기분이 묘하다.
김서현이 중성적인 목소리와 외모를 가져서 그런가.
김서현한테 들으니까 뭔가……여자한테 듣는 기분.
‘아서라 남자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김서현을 따라 했다.
김서현의 동작을 따라 하니 육체가 한계에 가깝게 혹사당하였다.
“후우.”
나는 호흡을 하면서 훈련장 한 쪽에 있는 장소로 걸어갔다.
흑신무.
는 육체를 끊임없이 단련하는 무공이다.
천마라는 존재는 무공을 여럿 만들었지만, 흑천의 말에 따르면 가장 많이 공을 들인 것은 성신안과 흑신무라고 한다.
-모든 싸움은 결국 상대를 관찰하고 상대를 죽이는 것이 끝이기 때문이다.
라는 이유였다.
육신이 순식간에 안정을 찾았다. 역천이 몸 곳곳을 누비며 육체를 조금 더 강건하게 만들어 줬다.
“와…….”
눈을 뜨니 김서현이 감탄 어린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 봤을 때는, 그냥 육체였는데…….”
“그냥 육체는 또 뭔데.”
“히히,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육체.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예술에 가깝네.”
김서현이 상기된 얼굴로 꿀꺽-침을 삼키며 말했다.
‘이건 좀…….’
소름이 돋았다.
김서현이 게이였나?
그건 아니다.
김서현은 가끔 가슴 큰 여자를 보면 눈이 돌아가는 장면이 몇 번 있었으니까.
그냥 육체에 관심이 많은 거겠지.
나는 김서현을 때리라고 말하는 주먹을 억지로 멈췄다.
“보통 근육이 아니야. 모든 근육에 자극을 가해도 이런 형태는 힘든데.”
옆에서 세인트가 내 근육을 보며 감탄했다.
“진정 무신께서 직접 빚은듯한 육체로군. 소림의 역 근경 같은 거라도 익힌 건가?”
“역근경은 아니야.”
세인트의 말에 김서현이 대답했다.
“음? 너, 역근경을 알아?”
“어? 어, 조, 조금 아는 수준이야.”
김서현이 답지 않게, 말을 더듬었다.
“그래? 언제 한 번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 알다시피 무림은 천년역사와 함께, 세계의 뒤로 물러났으니.”
세인트의 말에 김서현은 씁쓸히 웃었다.
나는 김서현을 바라봤다.
하늘빛 머리의 눈동자.
굉장히 중성적인 외모.
인간 같지 않은 외모가 눈에 띈다.
천년 무맥을 이었으면서 동시에 최고의 마법사에게 마법을 사사하는 존재.
이 세계에서 주인공격인 존재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깊은 어둠을 품고 있었다.
막대한 책임감 또한.
구 중국이라 불리던 무림의 본거지는 멸망해버렸다.
일찍이 지금은 칠악이라 불리는 존재가 한때 십악이라 불리며 세상을 지옥도로 만들었을 때.
‘사도’라고 명해진 존재들과 함께 말이다.
위대하고 위대한 대영웅이 뒤늦게 동료들과 개입해서 그들을 막았지만, 이미 무림은 명맥만 겨우 유지한 수준.
그 덕분에 지금 중국은 오중국(五中國)이라 불리며 나라가 다섯 개로 나뉜 상태다.
전생에는 중국이 어마어마한 강대국이었지만, 그 지위는 한국으로 넘어왔다.
다만,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무(武)는 한 존재에게 전승되었다.
‘아니, 전승도 아니지.’
무림을 대표하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사마련과 마교.
그들이 처음으로 외적(外敵)에 대항하면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그들의 무맥들을 한곳에 모았다.
그 과정에서 한 천재가 모든 무공을 합하여 아홉 개의 무공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무림의 천년 무맥이라 불리는 힘.
김서현은 그것을 억지로 ‘주입’받았다.
그 외에도 김서현을 대표하는 것은 많다.
지금은 육체에 부담되어서 사용할 수 없는 용의 심장─이라던가.
“……나한테 뭐 묻었어?”
“아니, 왜?”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길래.”
조금 부담스럽다는 듯이 김서현이 말했다.
근데 사실 부담스러운 것은 나였다. 김서현은 계속 내 육체를 보다가 쿡쿡 찔렀기 때문이다.
“근데 진짜 대단하네. 어떻게 이렇게 만든 거지?”
김서현은 감탄하며 육체를 봤다.
다만 무공이나 마법에 대해 묻는 것은 금기에 가깝기에 그는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로 내 육체만을 바라봤다.
“……그렇게까지 보면 부담스러운데.”
“앗, 미안.”
그제서야 김서현이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
나는 한참동안 김서현이 게이였나에 대한 고찰을 할 수밖에 없었다.
*
펜트하우스로 돌아오는 길.
나는 문 앞까지 왔다가, 깨달아 버렸다.
지금 흑천이 혼자 안에 있다는 것을.
‘이 정도면 괜찮겠지.’
나는 검 손질에 좋다는 기름을 김서현에게 추천받아 받아온 상태.
선물까지 들고 왔으니, 이걸로 꽁한 마음을 어느정도 풀어줬으면 좋겠다.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흑천은 여전히 침대 위에서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나는 사춘기 동생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기름을 안에 두고 개인 훈련실로 들어갔다.
거기서 바로 어제 깨우친 흑천일보를 연습했다.
수련에 매진한 지, 1시간. 흑천은 여전히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샤워까지 하고, 연금술 길드에서 레시피를 뿌렸다.
돈이 점점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실감이 너무 없어서 이제는 그냥 숫자놀음을 하고 있는듯한 기분.
그렇게 있자니, 흑천이 빨개진 얼굴을 들었다.
-주인.
“응?”
-큼큼.
검혼임에도 흑천이 헛기침을 했다.
-일단 나는 주인의 소유물이다. 동시에 주인은 나를 만든 전대 천마의 유산을 물려받은 몸.
“그렇지.”
-하지만 나는 그 이유 하나로 주인에게 무상으로 주인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있다. 그게 싫은 건 아니지만, 나도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그건 그래.”
솔직히 나도 검에 갇혀 있다고 생각해보면, 흑천의 의견은 제법 합당하다.
무엇보다 흑천이 의욕이 있어야 열심히 무공을 가르칠게 아닌가?
그렇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흑천의 말을 긍정했다.
-그, 그러니까 최, 최소 이틀에 하, 한 번, 그 손재주를 이용해서 나를 닦아주면 좋겠다.
흑천이 얼굴을 붉히며 당당하게 요구했다.
“……그래.”
나는 짜게 식은 눈으로 흑천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 된 거지?”
-그렇다.
“그럼 난 잘게. 오늘 훈련 평소보다 더 빡세게 해서 힘드네.”
나는 잘자-라고 말하고는 침대에 엎어졌다.
순식간에 의식이 추락하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대로 잠에 들었다.
***
“던전에 가자고?”
수요일.
나는 김서현에게 용무가 있다고 불러낸 뒤, 용무를 말했다.
“응, 던전.”
“나야 언제든 환영이지.”
김서현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우리 둘이 괜찮을까?”
“우리 둘이면 나쁘지 않지. 너나 나나 포지션에 구애를 받지 않잖아?”
나는 어마어마하게 구애받는다.
근접이 아니라면 내 전투력은 거의 10분의 1로 줄어드는 수준이니까.
다만 김서현은 내가 마법사 직군에서 육체를 단련한다고 믿기에 약간의 거짓을 첨가한 것 뿐이다.
“그렇네. 그럼 어디에 있는 던전이야?”
“수원쪽에 있는 던전.”
“그럼 같이 갈까?”
“몸만 와. 나머지는 내가 준비할게.”
“……그래도 돼?”
“어. 어차피 여기에서 만든 포션이 꽤 있거든.”
무엇보다 버스기사를 험하게 취급할 수 없다.
나는 강하다.
객관적으로 굉장히 강해진 편이지만, 물량에 약하고 대인전에 특화된 케이스다.
김서현은 반대로 물량이 많으면 더 활약하는 무공을 가지고 있다.
“그럼 이번 주 토요일 밤은 어때?”
“그러자. 서하 너도 동아리 활동 토요일이었지? 나도 토요일이니 그게 좋겠다.”
우리는 약속을 잡고 그대로 밥을 먹으러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