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82
Chapter 82 – 근원
출근이 끝나고, 등교를 해야 된다니.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지만,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한숨을 쉬며 등교를 시작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여기저기서 축 처진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었다.
“아, 무슨 출근이 끝나자마자 등교야.”
“미친놈. 너 아버지 회사에서 편히 쉬었다고 인별에 올리던 놈이.”
“그거랑 이거랑 다르지.”
라는 이야기나.
“이번에 탁윤일 사건 때문에 협회에서 길드에 간섭 엄청 한다던데, 괜찮아?”
“진짜 미칠 것 같아. 하, 이번달에만 길드에 5번이나 재재 들어왔던데.”
라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음울한 눈으로 등교하고 있었다.
-주인, 여기는 아늑하군.
‘칼집이니까.’
-그런데 나는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하지?
‘왜? 답답해?’
-그렇다. 나는 본디 자유로운 존재. 칼집에 계속 있으려니 좀이 쑤시는군.
백홍을 달고 흑천마검이 둥둥 뜬 채 물었다.
노숙자가 집을 얻어서 답답해하는 케이스인가. 이렇게 말하니, 조금 슬프기는 한데.
그런 생각을 하자니, 핸드폰이 부르르-하고 울렸다.
전자마녀 : 호문쿨루스는 잘 되어가니?
핸드폰으로 전자마녀가 보낸 문자가 보였다.
나 : 50% 정도 완성했어요. 보실래요?
전자마녀 : ㅇㅇ 지금 펜트하우스에 접속할게.
그리고 잠시 뒤.
전자마녀 : 재료 부족한거 뭐 있어?
나는 부족한 재료들을 보냈다.
전자마녀 : 이번에는 어려울 거 없네.
전자마녀 : 근데 혹시 외모도 설정 가능해?
나 : 네, 혹시 원하시는 외형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전자마녀 : 그러면 이런 식은 어때?
나는 전자마녀가 보내준 도안을 봤다. 생각보다 더 본격적으로 커스터 마이징에 진심인 것 같다.
나 : …노력해 볼게요.
전자마녀 : 그러고 보니 최근 마인을 잘 찾던데, 내가 마인들 아지트 위치 가르쳐 줄까?
전자마녀의 말에 나는 안색이 환해졌다.
마인들 아지트를 최대한 많이 노트에 적어놓기는 했는데, 가물가물한 부분도 많아서.
전자마녀 : 그리고 네 정체에 대해서 아는 애들이 있는데, 처리할까?
나 : 처리요?
전자마녀 : ㅇㅇ. 그냥 다신 너한테 손대지 못하게.
나 : 그럼 부탁할게요.
그 다음 다른 카톡들을 정리했다.
에르실 : 서하 님~ 저희 길드에 납품하기로 했던 포션 좀 늘려주실 수 있나요~
에르실 : 물론 시가보다 30% 프리미엄 얹어서 드릴게요.
에르실 : (대충 펭귄이 눈물을 흘리며 손을 비비는 이모티콘)
나 : ㅇㅋ
에르실에게 알았다는 톡을 보냈다.
‘그럼 오늘 에르실에게 줄 포션을 만들어야겠네.’
태양 길드에 보내 줄 포션도 몇개 챙겨놔야겠다. 박운혁이 비싸게 쳐준다 했으니, 비싸게 사주겠지.
이것저것 생각하니 학교에 금방 도착했다.
나는 반으로 가는 대신, 강당으로 향했다. 개학식인 만큼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강당은 이미 절반 가량이 찼다. 나는 귀찮아서 대충 끄트머리에 앉았다.
그렇게 있기를 잠시 묘한 기분이 느껴졌다. 처음 이곳에 떨어졌을 때도 이랬었지.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홍유화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약간 도발했던 게 떠올랐다.
‘그때와는 많이 다르네.’
가장 비교되는 것은 무력면이다.
무력이 달라졌다. 홍유화랑 100번 싸우면 95번은 이길 수 있을 만큼.
“제 자리를 맡아두신 거예요?”
발랄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에르실이 있었다.
“나름 인간관계에 힘 좀 썼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 아무도 안 오네. 내가 무섭나.”
“그런 건 아닐걸요.”
에르실이 픽-웃으며 말했다.
“그것보다는 동경에 가깝다고 해야 되나. 원래 대단한 사람들 주위에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데, 그것을 넘어서면 사람들이 잘 안 오잖아요. 무엇보다, 인턴으로 활동하시면서 탁윤일을 쓰러트린 게 결정적이죠.”
“……그게 벌써 소문났어?”
“관계자들이 다 쉬쉬해서 일반인들은 모르는데, 알 사람들은 다 아는 수준이예요. 그것 때문에 지금 길드들이 호시탐탐 그쪽을 노리는 거 아세요?”
“뭐, 원래부터 노렸잖아.”
“…혹시 포션 언제 쯤 완성되는지 알 수 있나요?”
에르실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다가 화제를 돌렸다. 그렇게 에르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서예빈이 앞에 나왔다. 학생들의 소리가 조용해지기 시작하고 서예빈은 연설을 시작했다.
-다들 방학동안, 고생했다. 고생을 많이 한 이도, 적게 한 이도 있지만, 지금의 경험은 훗날 너희가……
“여기에 앉아도 될까?”
여상한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아라가 내 옆에 앉았다.
나는 김아라를 보며 재능, 열람(-)을 발동했다.
▼
[이름 : 김아라]마력 : 25 정신 : 20 재주 : 15
특수스탯
근원력 : 35
◈재능
-「파천(?)」,「거인의 혈통(A+)」, 「역발산기개세(A)」, 「강건한 육체(B)」 외 5종
◈기예
-「파천신공(S+)」, 「파천열패참(S)」, 「파천광룡보(B+)」외 7종.
◈체질
-無
‘훨씬 더 강해졌다.’
나와는 다르게, 육체 능력치가 모두 특수스탯으로 가 있는 능력창이 인상적이다.
근원력.
거인의 혈통들이 다루는 힘이다. 저걸 각성한 김아라와 각성 전 김아라의 무력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못해도 효율 면에서 2배 이상 차이가 나니까.
‘거기에 재능 파천.’
재능, 파천을.
본디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을 붙잡고, 찢어버리는 힘. 저것을 제대로 활용하는 김아라는 괴물 그 자체다. 저걸로 산과 땅의 연결을 찢어버리고, 산 던지기를 할 수 있으니까.
어찌보면 가장 미움을 사기 싫은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열심히 수련했나 봐?”
“응, 방학동안 파파 밑에 있었으니까.”
“……그렇군.”
패왕은 팔부출이지만, 공과 사의 구분이 엄격하다. 아마 방학동안 김아라를 죽어라 굴리지 않았을까. 훈련에서 흘리는 땀 함방울이 실전에서 피 한 방울 덜 흘리게 한다고 믿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파파가 이상한 말 하지 않았어?”
“이상한 말?”
-내 사위에게 이상한 말 하지 말도록.
패왕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첫 만난 이후에 계속 이상한 말을 했던 것 같았다. 나와 김아라를 이어주고 싶어서.
“글쎄.”
“그래?”
김아라는 잠깐 갸웃하더니, 이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아라와 대화를 나누니 어느새 연설은 끝나고 교감 선생님이 연설을 시작했다.
-모두 만나서 반갑고. 다들 2학기 동안 힘내렴.
교감은 고작 두 마디를 하고 귀찮은 표정으로 내려왔다.
학생들의 환호를 받고, 내려가는 교감.
그리고 서우주 교관이 우리 앞에 섰다.
“……설마.”
“에이, 그래도 개학 첫날인데.”
눈치 빠른애들은 이미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고 있다.
이 학교는 정말 악질인 게, 평소에는 그래도 좀 널널한데 첫날에 굳이 빡세게 굴리려고 노력하는 게 정말 악질이다.
“뭐, 이미 눈치를 챌 놈들은 다 챈 것 같군. 그렇다. 우리 학교는 개학 첫날이니까 쉬엄쉬엄 간다는 개념이 없다. 오히려 첫날이기에 더 빡세게 굴리는 편이지.”
씩-하고 웃으며 서우주 교관이 말했다.
“오늘의 첫 수업은 쟁탈전이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미궁에 들어가서 ‘어떤 물건’을 찾은 다음 출구로 나오는 것이다.”
‘악랄하네.’
쟁탈전인 이유는 그 물건을 서로 싸워서 쟁탈하기에 쟁탈전이 붙는 것이겠지.
물건을 먼저 찾는 것보다는 출구에서 기다리는 이들도 많을 거다.
“그럼 가도록 할까.”
서우주 교관이 우리를 이끌고 바깥으로 나갔다.
한국영웅학교가 세워진 인공섬은 정말 더럽게 넓기에 우리는 바깥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를 타고 달리기를 잠시, 우리는 금세 목적지로 도착할 수 있었다.
초원 위에 회색의 벽들로 미로처럼 만들어진 시설이 보였다.
애들의 표정이 굳었다. 생각보다 미로가 넓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규칙을 설명한다. 쟁탈전은 문자 그대로 미궁에서 ‘유물’을 쟁탈하는 것이다. 쟁탈에서 아는 애들도 있겠지만, 남의 유물을 무력이나 재능을 써서 훔치는 것도 가능하다.”
서우주 교관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이 미궁이 제작 된 이유는 게이트나 혹은 옛 던전에는 이런 유물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미궁에서는 유물을 얻기 위해서는 대부분 다른 길드들과 경쟁할 때가 있지만, 가끔은 빌런이나 마인들도 유물을 차지하기 위해서 온다. 그렇기에 이 수업의 목적은 두 가지다. 유물을 적들로부터 얼마나 잘 보호하는가. 그리고 적들로부터 어떻게 빼앗는가.”
그가 우리를 훑으며 말했다.
“미로에서 진행되는 모든 것들은 우리 교수들과 교관들이 드론으로 감시한다. 그리고 너희가 미로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채점에 들어갈 거다. 2학기 중간평가에 크게 반영되니, 다들 열심히 하도록. 그럼 처음 입장할 학생들을 호명하겠다.”
그렇게 말하고는 학생들을 10명씩 호명했다.
10명씩 짝지어서 교관과 어디론가 갔다.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다.
“눈에 이걸 써라.”
교관이 검은색 천을 줬다. 천으로 눈을 감고 나는 교관을 따라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인기척이 하나둘 사라진다.
“너는 이곳에 있어라.”
“넵.”
나는 잠자코 기다렸다.
흑천의 손잡이를 매만지면서. 이렇게 손잡이를 매만지고 있으면 긴장이…….
-흐읍, 주인. 가, 갑자기 그렇게 만져대면.
‘…….’
흑천이 얼굴을 붉히자 어처구니없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흑천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뭐라 하려다가 멈칫했다. 미궁의 벽에 달린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렸다.
-지금부터 쟁탈전을 시작한다.
나는 말을 멈추고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걷기를 잠시. 갈림길이 나왔다.
‘어디부터 갈까.’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결국 유물이 있는 곳으로 나올 거다. 처음에 미궁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으니까.
저벅저벅.
날카로운 감각 너머에서 발걸음이 들려왔다. 나는 팔짱을 끼며 상대를 기다렸다.
‘김아라만 아니면 된다.’
지금의 나는 강하다.
아마 학생들 중에서 날 감당할 수 있는 학생들은 김서현과 김아라. 그리고 미국에서 온 세인트 정도겠지.
마법사라면 변수가 없는 한, 나는 그들의 천적에 가깝다.
나를 상대할 수 있는 이들을 꼽으라면, 전사직종들 뿐이다.
김서현은 만능이지만, 내가 좀 더 우위에 있고, 세인트는 상대하기가 껄끄럽다. 놈은 신성력으로 자가 치유가 가능해서 좀비처럼 떼어내기 힘드니까.
그러나 김아라는 위의 둘과 다르게 내가 질 가능성이 높은 상대다.
근원력을 너무 일찍 각성해, 강해진 그녀와 싸우는 건 아직 시기상조다. 내가 무엇을 하든, 그녀는 힘으로 뭉개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저편에서, 상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자기 키보다 더 커다란 돌칼이 보였다. 무감정한 보랏빛의 눈동자와 허리까지 내려오는 보랏빛 머리카락.
“…….”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하필 김아라만 안 만났으면, 했는데 김아라를 만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