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260
260. 용호상박 (2)
지율이가 활짝 웃으며 검지를 세워 보였다.
“준비이…!”
그렇게 한가로운 분위기가 아닌데.
“시…….”
지율이의 얼굴은 평화롭다.
“작!”
그 순간 무룩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가라 곰곰냥! 너로 정했다냥!”
외침과 동시에 곰곰이가 앞으로 나섰다.
“쿠마아아아아!”
지켜보던 지율이가 신난 목소리를 높였다.
“우와! 빠아! 꼭 포켓…….”
“아니야! 지율아! 아니야!”
“응? 왜? 들어봐. 꼭…….”
“아니야!”
“내가 무슨 말할지 모르잖아. 들어봐아.”
지율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뻔하다.
주머니에 들어가는 괴물에 대해 말하려는 게 확실하다.
“들어보라니까. 곰곰이 꼭 포켓 곰곰이 같아!”
“응…? 그게 뭐야?”
“그거 있잫아. 내가 좋아하는 만화. 이렇게 무룩이가 소리치니까 앞으로 나서는 게 그렇잖아.”
역시 내가 떠올린 게 맞았다.
“아빠도 알지? 포켓…….”
“어어! 알아! 포켓 곰곰이 같네.”
“곰곰이는 포켓문!”
아, 그렇게 말해 버리면…….
말해 버리면?
“포켓문?”
“응! 곰곰이니까 포켓문.”
“곰곰이인데 왜 포켓문이야?”
“‘곰’자를 뒤집으면 ‘문’이잖아. 그러니까 포켓문. 만화 포켓…….”
“아, 발음이 비슷해서?”
“맞아!”
왠지 모를 안도감과 함께 묘하게 웃겨서 웃음이 흘렀다.
그때 비처럼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음을 느꼈다.
청룡과 곰곰이가 대치하던 상황이었으니까.
싹이만 작은 미소를 입에 머금고 있었다.
“수다는… 끝났곤?”
청룡이 안광을 뿜어내며 낮은 목소리를 울렸다. 마치 배경음처럼 천둥이 낮게 울렸다.
“쿠마아…!”
곰곰이가 두 발로 서서 양 앞다리를 넓게 벌려 보였다.
“후회할곤…….”
“쿠마!”
진짜로 곰곰이가 저 거대한 청룡에게 맞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허니베어는 분명히 강력한 마수다.
하지만 드래곤에 비할 바는 아니다.
물론, 드래곤과 청룡은 다르다.
생김새부터 마력 대신 오라를 지닌 점까지.
애초에 용의 존재는 실존한다고 알려져 있지도 않다.
하지만 천둥번개를 몰고 올 정도이니 그 강함은 말할 것도 없다.
다시 생각해봐도 곰곰이가 맞서기에는 너무 강한 상대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무룩이는 당당히 가슴을 펴고 지켜보고 있었다.
곰곰이 역시 청룡을 상대로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내가 지상에 내려오지 않은 사이에 이렇게나 세상이 변했곤.”
청룡은 눈알을 굴려 우리 모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전에는 나의 그림자만 보여도 모두가 벌벌 떨면서 엎드렸곤. 웃기지도 않곤. 내가 다시 세상을 교육하겠곤.”
아시아의 용이든 서양의 드래곤이든 기본적인 태도는 비슷한 듯하다.
“아하하핫, 청룡이는 말하는 게 꼭 레오 같네.”
청룡은 지율이의 말이 거슬렸는지 눈썹을 꿈틀거렸는데, 싹이가 차가운 눈빛을 번뜩이자 시선을 돌렸다.
“그럼… 일단 너부터 재우겠곤.”
청룡의 시선이 향한 곳은 곰곰이.
“쿠마아아아아!”
곰곰이는 곧바로 바닥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청룡은 곰곰이 쪽으로 몸을 살짝 틀더니 번개를 쳤다.
빛이 먼저 번쩍였고, 뒤늦게 굉음이 울렸다.
펑!
곰곰이의 육중한 몸이 붕 떠올라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엄청나게 걱정하려는 찰나, 곰곰이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우리를 향해 앞발의 엄지 부분만 들어 보였다.
“……?”
내가 당황한 얼굴로 물음표를 날리는 와중에 지율이는 양손 엄지로 따봉을 날렸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곰곰이.
아까 지율이가 ‘곰’자를 뒤집으면 ‘문’자라고 한 게 머릿속을 스쳤다.
곰곰이가 데굴데굴 굴렀다.
곰문곰문곰문곰문곰문곰문곰.
착!
곧바로 일어선 곰곰이가 청룡을 올려다봤다.
“쿠마!”
청룡이 인상을 구기며 천천히 곰곰이를 내려다봤다.
“그걸 버텼곤…?”
청룡이 콧잔등을 찡그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그리고 굵은 번개가 곰곰이의 위로 떨어졌다.
저래도 괜찮나 싶었지만 따봉을 한 곰곰이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쳤다.
무룩이를 비롯해 다른 아이들도 평온한 모습이었다.
퍼펑! 퍼퍼퍼펑! 퍼퍼펑!
몇 번이나 번개를 맞은 곰곰이.
마치 피뢰침처럼 모든 번개를 빨아들이는 듯했다.
곰곰이는 그렇게 꼿꼿하게 서 있었다.
“쿠마아아아아아!”
“뭐곤…?”
청룡이 당황하는 찰나였다.
“쿠마아아아아아…!”
곰곰이가 양 앞다리를 X자로 교차하며 몸을 웅크렸고, 전신에서 노란빛을 번쩍거렸다.
“쿠마아아아아아!”
곰곰이가 만세를 하며 포효하자 노란빛 전기가 청룡을 향해 뿜어져 나갔다.
지율이의 커다란 눈에 그 노란빛이 반사됐다.
“곰곰이 백만 볼트!”
충전된 곰곰이의 백만 볼트 공격이 허공을 가로질러 청룡에게까지 닿았다.
“…….”
당연하게도 번개를 다루는 청룡에게 전기 공격이 먹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청룡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무시하던 곰곰이에게 자신의 공격이 먹히지 않고, 반격까지 당했으니까.
“……내게 그런 공격이 먹힐 거라 생각했곤?”
청룡이 자존심을 세웠지만, 무룩이가 한마디로 무너트렸다.
“네 공격도 안 먹혔다냥.”
지켜보고 있던 황룡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거예용? 저 곰은 대체 정체가 뭐예용?”
지율이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곰곰이야!”
곰곰이는 스스로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양 앞발로 가슴을 퉁 쳤다.
투웅!
마치 커다란 북을 치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옴!”
곰곰이와 청룡의 대결은 무승부.
자존심에 금이 간 청룡이 이빨을 드러냈다.
“그래봤자 번개에만 내성이 있을 뿐이곤…! 진짜는 이제부터곤…!”
청룡은 무룩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의 진짜 승부를 시작하곤…!”
무룩이는 가만히 청룡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부터 먹구름이 몰려왔고, 황룡이 깜짝 놀라며 목소리를 냈다.
“저, 저것은용…!”
내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왜 그래? 뭔데 그래?”
황룡이 대답을 내놓기 전, 청룡이 웃기 시작했다.
쿠르릉, 쿠르르릉, 쿠르릉!
천둥이 낮게 수차례 울렸고, 청룡은 눈을 번뜩이면서도 입가에는 웃음기를 잔뜩 머금었다.
“진짜 승부를 할 때곤…! 우리가 세상을 지배할 거곤…! 우리를 경배해야 할 거곤…!”
빠르게 몰려온 먹구름이 청룡의 뒤로 넓게 펼쳐졌다.
곧 먹구름이 걷히면서 그 안에 있던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왼쪽에 청룡이 위치했고, 오른쪽에는 새하얀 털이 반짝였다.
백호.
구름 위에서 백호가 으르렁거렸다.
청룡과 백호의 사이 아래 쪽에 있는 것의 얼굴이 언뜻 보였다.
처음에는 또 다른 용인 줄 알았으나, 먹구름이 완전히 걷히자 머리와 꼬리는 뱀이고 몸은 거북이 형태였다. 일반적인 거북이와는 다르게 다리가 길었다.
마치 그림자처럼 흑색인 현무였다.
청룡, 백호, 현무까지 나왔으니 마지막이 무엇일지는 분명했다.
청룡과 백호 사이의 위쪽에서 붉은빛이 번쩍였다. 불길을 빚어서 공작과 봉황을 섞은 듯한 모습이었다.
하늘에서 사신수가 모여 우리 모두를 내려다봤다.
청룡은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제 시작하겠곤…!”
누가 먼저 나설 것도 없이 자기가 끝내겠다는 듯이 현무가 앞으로 나왔다.
흑빛의 바위 같은 현무는 긴 목을 빼고는 누구든 덤벼보라고 말하는 듯했다.
“쿠마…!”
곰곰이는 이번에도 자기가 상대하겠다는 듯이 나서려고 했다.
“삐이.”
그때 삐삐가 뒤에서 목소리를 냈다.
“삐이…! 삐이이…! 삐, 이힝, 이히히힝!”
삐삐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달토끼인 삐삐의 위로 달빛이 떨어졌다.
현무가 조금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삐삐와 현무가 눈빛을 교환했다.
곧 하늘 높이 떠 있던 현무는 아래로 조금 내려왔고, 삐삐는 공중에 붕 떠오르기 시작했다.
삐삐와 현무가 나란히 섰다.
“이힝…!”
삐삐가 목소리를 내자 현무는 긴 목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이힝!”
삐삐가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냈고, 무룩이가 목소리를 냈다.
“하나냥…!”
그때 청룡이 불쾌함을 드러냈다.
“네가 신호를 하는 것은 불공평하곤…!”
“너도 마찬가지다냥.”
지율이가 활짝 웃으며 끼어들었다.
“그럼 내가 할게!”
“네가 하도 다를 건 없곤…!”
“아니야! 나는 공평해!”
청룡은 열심히 눈알을 굴리다가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인간…! 네가 신호를 하라곤…!”
“내가? 근데 무슨 신호인데?”
알 것 같기는 했지만.
“셋을 세면 될 뿐이곤…!”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쏟아졌다.
“맞아! 아빠가 하는 게 가장 믿을 수 있어! 아빠는 뭐든지 잘하잖아!”
지율이의 말에 나는 웃으면서 결국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하나…! 둘…!”
나는 마른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는 셋을 외쳤다.
“이힝!”
허공에 떠 있던 삐삐와 현무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랬다.
달리기 시합.
둘은 엄청난 속도로 바다 위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 * *
삐삐와 현무가 자리를 뜬 지 벌써 30분 이상이 흐른 상태.
“음…….”
계속 이렇게 기다리는 게 맞냐고 묻고 싶었지만, 모두 묵묵히 있었다.
지율이조차도 30분 이상을 기다리는데 아직도 두근거린다는 듯이 미소를 머금은 상태.
일단 나도 인내하기로 했다.
그렇게 기다림이 계속 이어졌다.
한참을 더 기다려야 했다.
1시간 30분 가까이 됐을 때, 뒤쪽에서 광풍이 불어왔다.
“이히이이이이이이잉!”
삐삐가 허공을 달려오고 있었고, 조금 뒤에서 현무가 따라오는 게 보였다.
삐삐가 먼저 도착했고, 이어서 도착한 현무는 분한 얼굴을 했다.
“아니, 지금…….”
삐삐와 현무는 출발한 지점으로 되돌아왔다.
1시간 30분에 걸쳐 지구를 한 바퀴 돈 것이었다.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시합은 낮잠을 자지 않은 부지런한 토끼의 승리.
“삐삐가 이겼다아아아!”
지율이가 목소리를 높였고, 다시 땅으로 내려온 삐삐는 양손을 포개고 이리저리 들어 보였다.
현무는 힘없이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어딜 오냐곤! 토끼에게 쥔 놈은 여기 올 자격이 없곤!”
청룡이 윽박을 질렀고, 주작과 백호도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
시무룩해진 현무는 땅으로 내려오더니 등껍질 안쪽으로 숨어버렸다.
“승부는 이제 시작했을 뿐이곤…!”
청룡이 고갯짓을 했고, 주작이 불타오르는 날개를 펄럭이며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우리 쪽에서도 누군가가 나서야 하는 상황.
과연 주작과 누가 어떤 승부를 펼쳐야 할지 고민됐다.
나도 화삼을 먹은 덕에 불길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그럼…….”
앞으로 걸음을 떼려는 찰나였다.
“크르르르…….”
헬하운드인 핫도그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며 앞으로 나섰다.
두 번째 승부가 시작되려 하고 있는 상황.
무룩이는 여전히 근엄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고, 지율이는 책을 읽을 때처럼 즐거워하고 있었다.
화륵! 화르르르륵!
주작이 날개를 넓게 펼치고 불길을 일으켰다.
마치 석양이 지듯 듯이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컹!”
핫도그는 질 수 없다는 듯이 전신을 용광로처럼 불태우기 시작했다.
주작은 핫도그가 제법이라는 듯 조금 놀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여유로운 웃음을 짓더니 전신을 화염으로 감쌌다.
주작은 자신 스스로가 화염 그 자체가 된 듯한 모습으로 하늘을 밝혔다.
전신을 불태우며 말하고 있었다.
이걸 이길 수 있겠냐고.
전신을 발광하던 핫도그는 주작을 올려다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틀었다. 그리고 입을 쩍 벌리더니 불을 내뿜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거센 불줄기가 허공을 가로질렀는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다들 핫도그가 뿜은 불을 따라 시선이 옮겨졌다.
“어…?”
핫도그가 뿜어낸 화염은 부섬으로 향하고 있었다.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26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