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94
94. 첫 위기
과거에 내 휴대폰은 조용했다. 내게 먼저 연락을 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나름대로 두각을 드러내고, 일이 손에 익은 뒤부터는 휴대폰에서 불이 났다.
불러주는 곳들이 늘어났다. 처음에는 좋았지만, 결국 한계가 있었다. 내 몸은 하나였으니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열 번 잘해줘도 한 번 서운하게 하면 그것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실망도 컸다.
나는 배려를 관뒀다. 나의 스케줄에만 집중하여 가장 필요로 하는 일들만을 택했다. 바뀐 점이라고는 연락이 줄어든 것뿐이었다.
일을 잘하니 언제 어디서든 나를 반겼다.
휴도에 오고 나면 휴대폰은 정말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실상 시계나 다름없지 않을까 싶었다.
예상외로 연락의 빈도가 늘어났다. 전과 다른 점이라면 받기 싫은 전화가 딱히 없었다. 억지로 비위를 맞추거나 할 일도 없었고.
이러한 연락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아니, 솔직히 즐거웠다. 고성우나 현백이 쪽은 물론, 비즈니스를 위한 조민택의 통화조차도 좋았다.
단순히 돈을 버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내가 얻은 행운을 나누는 이야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래야 되지 않나’ 하고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당연히 이렇게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현실적인 부분도 섞여 있다. 비즈니스를 위한 전화라고 해도 같은 비즈니스를 위한 전화가 아니다. 전과는 나의 위치가 다르니까.
섬에서 틀어박혀 살려고 왔더니, 우리 집 ‘휴도’를 브랜드로 내세워 위상을 높일 줄이야.
정말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 진리 하나만큼은 변하지 않는 듯하다.
그러니 아무리 힘든 어제를 보냈더라도, 힘든 오늘은 맞이하더라도, 힘든 내일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웃음으로 털어내고 살아봐야 한다.
―그렇습니까? 어쩌다 제게 또 연락을 주시려고 하셨습니까? 저한테야 언제든 연락주셔도 괜찮습니다. 새벽 세 시에도 괜찮아요.
조민택의 너스레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 저 그 정도 예의는 지킬 줄 아는 사람입니다.”
―하하하하!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하지만 진심이기도 합니다. 급한 일이 있으실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럴 때는 정말 미루지 마시고, 언제든 연락 부탁드립니다. 반대로 저도 그런 일이 있으면 전화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 건 좋죠.”
―그렇죠?
잠시 웃음이 흘렀다.
“해서, 웬일이십니까?”
―아, 예. 하하. 다름이 아니라, 허니포켓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허니포켓이요?”
―예예. 지난번에 허니포켓의 공급량을 늘리실 수 있다고…….
팜독들과 푸른 나비들이 어우러져서 사는 허니포켓 밭. 동굴 전체가 허니포켓으로 가득했다. 어찌나 잘 키웠는지 허니포켓들이 벽과 천장에서도 자랄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허니포켓의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일부만 건드렸는데, 이제는 일부러라도 수확이 필요한 상황.
게다가 워낙 생명력이 강해져서 일부 허니포켓은 휴도를 벗어나서도 잘 자랄 듯했다.
휴도에서 자라는 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품질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허니포켓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우위일 게 분명했다.
“그래서 강척에 농장을 하나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슈퍼허니포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또 일반적인 허니포켓이라고 할 수도 없겠죠. 종자가 다르니까요.”
―이야아, 그게 정말입니까? 굉장하겠는데요 그거! 다음에 가져와 주시면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조민택은 잔뜩 흥분했던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안 그래도 슈퍼허니포켓 관련해서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시죠.”
―다름이 아니라, 물량을 늘린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예.”
―지금 농장에 키우는 것은 별개고, 기존의 슈퍼허니포켓 말입니다.
조민택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가격을 조금 올리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여기서 더요?”
―현재 슈퍼허니포켓의 인지도는 엄청납니다. 지난번 허니베어가 나오는 광고 영상 덕분에 사실상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겠죠.”
―세계 곳곳에서 슈퍼허니포켓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죠.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처음에는 그래봤자 허니포켓이라는 반응도 없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입소문이 나고 있죠.
조민택이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슈퍼허니포켓을 한 번 접한 뒤 다시 찾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죠. 대표님 덕분입니다.”
―하하하! 말씀은 너무 감사합니다만, 그건 아니죠. 제가 무슨 수를 써도 휴도의 슈퍼허니포켓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잖습니까?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저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대표님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얘기가 조금 빙빙 돌았습니다만, 지금 드린 말씀은 전부 진심입니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하핫,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하실 말씀은 어떤 건가요?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슈퍼허니포켓의 공급량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거 아닙니까?
“예.”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다른 허니포켓들의 공급량은 최대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최상의 슈퍼허니포켓 공급량은 지금 수준으로 조절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절이요? 수량을 적게 말입니까?”
―예. 지난번에 얘기를 나눈 게 있긴 합니다만, 많은 부분들을 고려해 보았습니다. 공급량이 그대로인데 수요가 늘어난다면 곧 희소성이 올라가는 것이나 다름없죠. 그럼 가격도 함께 올라가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조민택의 말이 옳다. 돈을 벌자고 하는 사업이니 이윤을 추구하는 게 당연하다. 나도 밑지는 장사를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돈 때문에 상황에 따라 억지로 타이트하게 조이고 느슨하게 푸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전부 옳은 말씀입니다만,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예……? 분명히 이해하셨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사람들을 돕는 문제도 다른 일들로 진행 중이시고, 수익의 일부를 환원하시는 것으로 충분하시지 않겠습니까?
“그런 것만이 아닙니다.”
나는 입가에 깊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아니, 먼저 대표님께서 의문을 가지시는 부분과 연결지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슈퍼허니포켓은 공급량 조절을 하지 않아도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갑자기, 시장에 반감이 들 정도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독점적이니까요.”
―아…!
“저는 슈퍼허니포켓이 앞으로도 휴도를 통해서만 공급이 될 거란 확신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말씀대로 조절할 이유가 없네요.
“그렇죠. 하지만 저는 가격도 지금 수준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꽤 비싸지만, 누구나 조금 사치를 부린다는 생각으로 무리하면 먹을 수 있는 수준 아닙니까?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할 수도 있고요.”
―그렇죠, 옳으신 말씀입니다.
주변 풍경을 쭉 둘러보던 나는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그리고 차원문을 통해서든, 원래 우리 세상이든 어디든 간에, 자연에서 발생하는 것을 독점한다는 게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잖아요? 감사하게도 누리고 있고, 이득을 취하고 있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요.”
―하핫, 이거 참…….
눈앞에 있는 것도 아닌데 조민택이 머쓱해하며 웃는 게 훤히 보였다.
―대표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제가 참 초라해지고 민망하고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로 말씀드린 건 아닙니다. 대표님께서도 얼마나 좋은 일 많이 하시고 그렇습니까. 저는 단지…….”
―하하, 알고 있습니다. 제가 김 대표님 훌륭한 인성은 잘 알죠. 아무튼 말씀하신 부분은 그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는 분위기로 흐르기에 얼른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아까 전화드리려고 했던 건 다른 이유입니다.”
―아, 하실 말씀이 따로 있으셨군요. 어떤 거 때문에 그러십니까?
“밀크본 열매 있잖습니까?”
―밀크본 열매요? 예예. 그거 맛있죠. 혹시 필요하십니까? 요즘 강척에도 많이 들어옵니다.
“아, 필요한 건 아니고요.”
―엇? 혹시 그럼……?
기대감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나는 피식 웃었다.
“예, 맞습니다. 저한테서도 좀 나오기 시작해서요. 거래가 가능할까요?”
―당연하죠. 안 되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강척 오실 때 언제든지 들르시면 됩니다. 혹시라도 제가 자리를 비웠더라도 아무 상관없는 거 아시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제가 정말 얼마나 감사드리는지 모릅니다.
“저도 그래요. 조만간 뵙겠습니다.”
―예, 들어가세요!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분명히 일 때문에 한 전화였는데 왜 기분이 좋은지. 아마 서로 좋은 말만 오가서 그런 듯했다.
* * *
같은 시각, 지율이는 네모집 2층에 올라가 있었다.
“어때? 예쁘지?”
지율이가 보란 듯이 양팔을 벌려 보였고, 따라 올라온 곰곰이가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물음표를 던졌다.
“고오옴?”
“안 예뻐?”
“……고옴?”
“예쁘잖아!”
“고, 고옴…….”
그때 뒤늦게 2층으로 삐삐가 올라왔다.
“삐삐야! 삐삐야!”
지율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예쁘지? 새로운 집 너무 예쁘지?”
삐삐는 알쏭달쏭한 얼굴로 이리저리 살피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삐이?”
곰곰이와 삐삐에게 네모집 2층은 너무 깔끔하기만 했다.
“안 예뻐!? 진짜 몰라!?”
지율이가 목소리를 높였고, 밖에서 통화를 마치고 슬슬 식사 준비를 하던 토일은 네모집 쪽을 보며 피식 웃었다.
‘지율이 기운 넘치네.’
토일은 재료들을 꺼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하긴, 안 그런 적이 없지.’
네모집 2층 안에서는 약간의 긴장감이 흘렀다.
“너희들 정말 모르겠어!?”
지율이는 양손을 허리에 얹고는 입술을 삐죽였다.
“진짜 모르는 거야!?”
곰곰이와 삐삐는 서로를 끌어안고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고, 고오오오오옴…….”
“삐삐…….”
곰곰이와 삐삐의 표정을 본 지율이는 금세 미안해졌지만, 서운한 마음도 지울 수 없었다.
네모집 2층이 실제로 예쁘고 안 예쁘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실 지율이에게도 최고로 예쁜 상태는 아니었다. 그냥 깔끔한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네모집은 싹이가 힘들게 만들어준 소중한 보금자리였다. 그렇기에 곰곰이와 삐삐도 그렇게 생각하길 바랐다.
“여기는 싹이가…! 싹이가…!”
지율이는 약간 울먹거렸다. 눈물을 흘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약간 울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살짝만 건드려도 눈물이 글썽거릴 기세였다. 거기서 한 번 더 건드린다면 눈물을 쪼르륵 흘릴 것이었다.
“히이잉…….”
지율이는 몸을 조금씩 들썩거렸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서운함일 것이었다.
곰곰이와 삐삐가 밉지는 않았다. 이 와중에도 너무너무 사랑스러웠다. 단지 싹이의 수고를 몰라주는 것 같아서, 그게 야속했다. 그래서 싹이에게 미안했고.
토일은 재료를 손질 중이었는데, 네모집 2층 쪽을 힐끗 쳐다봤다.
‘왜 갑자기 조용해졌지? 그새 잠이라도 들었나?’
그러고는 입가에 또 옅은 미소를 머금는데, 앞으로 무룩이가 지나갔다.
“야, 인사도 안 하냐?”
토일이 핀잔을 주자 무룩이는 돌아보지도 않은 채 꼬리를 살랑거렸다.
“냥.”
그게 전부였다. 무룩이는 그대로 네모집으로 들어갔다.
‘하여간 버르장머리가 없다니까.’
토일은 냄비에 물을 올리며 투덜거렸다.
네모집 2층에서는 지율이와 곰곰이, 삐삐가 어찌할 바 모른 채 대치하고 있었다.
네모집 1층으로 들어선 무룩이는 두리번거리며 꼬리를 살랑거렸다. 그리고 모두들 2층에 있는 것을 느꼈다.
무룩이는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출입구로 점프했다. 단번에 2층으로 올라선 무룩이는 사뿐하게 착지하자마자 지율이와 곰곰이, 삐삐가 평소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일이냥?”
지율이와 곰곰이 그리고 삐삐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무루가아아아아아, 곰고미랑 삐삐가아…!”
“고옴, 고오오오옴, 고오옴! 곰고오옴!”
“삐삐삐삐삐! 삐삐삐삐!”
쏟아지는 이야기.
“애드리 싸기 정성도 몰라주고…!”
“고오옴! 고옴고옴!”
“삐이삐이!”
얘기를 듣던 무룩이는 조금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곰고미랑 삐삐가 예쁜데, 예쁘지만 이건 서운하고오…!”
“베엉, 베어어엉, 베어엉…….”
“삐이이잉…….”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애옭?”
무룩이가 당황했지만, 지율이와 곰곰이 그리고 삐삐의 말은 끊이지 않았다.
“애, 애오오오오옭!?”
무룩이의 양쪽 눈은 카멜레온처럼 다른 곳을 바라봤다.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9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