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35
135
변호인 강태훈 135화
38장 첫 프로보노 사건
104호 검사실. 박문탁 검사가 근무하는 검사실이었다. 박문탁 검사는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검사였다.
새내기 검사였지만 그의 부모님은 서울 강남에 빌딩 몇 채를 가지고 있는 재벌이셨고, 좋은 가정환경,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살아왔다.
순탄 대로를 걸어오는 박문탁 검사는 성격이 오만했고 자신을 아끼는 검사였다.
그가 이번에 맡은 사건은, 특수폭행 사건이었다. 책상으로 같은 반 학우를 내려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더욱 큰 문제는 그가 폭행한 학생이 다름 아닌 대한 법무법인 대표의 막내아들이라는 사실이었다.
대한 법무법인의 대표. 강태산.
국내 최고의 로펌을 지닌 만큼, 그가 법조계에서 가진 영향력은 컸다.
강태산이 말하지 않아도 이 사건은 엄하게 처벌될 것이고, 부장검사나 지청장 역시도 강하게 나가길 원할 것이다.
얼마 전 지청장이 자신을 따로 불러 이번 사건에 관련해 운운했다.
‘미성년자들끼리여도 학우를 책상으로 내려친 행동은 살인미수와 다를 바 없지 않나?’
실제로 살인미수 성립의 여부는 없었지만, 그만큼의 강한 형량을 아이가 받게 하라는 의미로 들었다.
그리고 그는 이 말도 했다.
‘난 이 사건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구만.’
그 말의 뜻을 이해했다. 파고들려고 하지 말고. 신속하게 아이를 기소함으로써 사건을 종결시키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박문탁은 지청장의 의도에 충실하게 사건을 수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아직 미성년자인 것을 감안해서 소년은 적어도 학교에서는 퇴학 처분을 당할 것이고, 소년 보호 재판에서 높은 호를 처분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박문탁은 안으로 들어오는 중년 여성을 볼 수 있었다. 할머니들이 주로 입는 몸빼바지에 누추한 차림새. 뽀글뽀글한 파마.
그녀가 들어오자마자 검사실로 생선 비린내 같은 것이 진동했다.
“크흠! 환기 좀 시키지.”
“네.”
박문탁 검사의 말에 수사관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들어오는 여성을 아니곱게 위아래로 흩어보았다.
피의자의 부모였다.
“이번에 박영석 군이 강대환 군 폭행한 사건. 부모님으로서도 책임이 강하게 있는 겁니다. 또 피해자 측 부모님은 합의 의사가 없다고 하시고. 아마 소년원으로 송치될 가능성이 큽니다.”
청천벽력(靑天霹靂).
박영석의 어머니에게는 그 소리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말이었다.
자신의 아들이 소년원에 간다. 부모로서는 억장이 찢어지는 말이었다.
또한, 아들이 그런 아이라고?
그 순진한 아이가?
물론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는 안 그러겠지. 하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집에서와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의 아들은 그럴 녀석이 아니었다.
또 계속 자신의 아이가 했던 말이 걸렸다.
“그런데요, 검사님…… 평소에 대환이라는 아이가 저희 애를 괴롭혔다고. 들었는데요. 이러면 참작 받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크흠…….”
그녀의 물음에 박문탁은 얕은 헛기침을 하더니 시선을 회피했다.
“그거하고 이 사건은 별개죠. 물론 따로 조사를 해보겠습니다마는…….”
조사를 해보진 않을 것이다. 지청장의 파고들지 말란 의미는 이것이다. 평소 강대환이 오히려 박영석을 괴롭혔다는 사실!
“그렇다고 한들 소년원 송치는 피해갈 수 없을 걸요?”
박문탁은 확신하듯 말했다. 그녀는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녀는 뭔가 이상하다고 여겼다.
자신이 아무리 배운 것 없고 아는 것이 없어도 이상했다.
영석이 말로는 대환이가 계속 자신을 괴롭히고 때리고 못살게 굴었다는데, 그것에 대한 처분에 관련해서는 이야기가 없고, 오히려 그거 한 번 못 참고 때린 자신의 아이만 소년원에 송치하겠다니.
“이거요. 뭔가 부당한 것 같아요…….”
“어머님. 지금 조서에 임하시는 자세가 무척 불량하시네요. 그럴수록 오히려 아이한테 안 좋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그가 눈썹을 치켜들며 말했다. 자신의 조서의 태도가 불량하다. 그 때문에 아이에게 악영향이 끼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권력의 행사였다. 검사라는 직급을 이용해 억압하는 것이다.
그녀로서는 왈칵 그 말에 겁부터 났다.
그녀는 그의 앞으로 무릎을 꿇었다. 흘끗 수사관과 계장이 쳐다보았지만, 그들도 곧 시선을 틀었다.
“에헤이, 이거 왜 이러십니까. 이런다고 해도 바뀔 건 없어요. 법이 왜 있습니까. 어머님이 빌면 봐주라고 있는 게 법은 아닙니다.”
그는 법을 들먹였다. 참으로 우스운 상황이었다. 스스로 지금 법을 읊는 법조인으로서 옳지 못하게 사건을 이끌어가고 있으면서 그런 발언을 한다는 것은.
“검사님. 제발 부탁드려요. 아비 없이 키운 금쪽같은 하나뿐인 아이라고요. 저 영석이 잘못되면 죽어요.”
“아휴, 시간이 벌써 이렇게…… 식사들이나 하러 가지 응?”
박문탁은 서둘러 이 자리를 벗어나겠다는 모습이었다. 계장과 수사관이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문탁의 바지를 잡고 늘어지며 손을 싹싹 빌었다.
“검사님 제발요.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강대환이라는 아이. 사건이라도 제대로 좀 수사해 줘요.”
“알아서 잘 수사한다니까요. 이것 좀 놓으시라고요.”
그녀는 뭔가 생각난 듯 몸빼 바지 안에 가져온 무언가를 꺼냈다. 간고등어였다.
“이거요. 제가 드릴 게 없어서 집에서 구워 드시…….”
“에이씨! 냄새나게!”
검은색 봉투에 쌓인 그것을 내미는 순간, 박문탁은 코끝을 찌르는 비린내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그 봉투를 쳐냈다.
바닥에 툭 떨어진 봉투는 뒷전으로 하고 그는 찝찝하다는 표정으로 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서둘러 다시 검은 비닐 봉투를 집어 들고 밖으로 쫓았지만 이미 멀리 검사와 수사관, 계장까지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친 상태였다.
그녀는 힘없는 걸음으로 터벅터벅 복도를 걸어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던 그녀는 문득 서러움이 복받쳐 올랐다. 돈이 없어 잘 봐달라고 가져온 것이 고등어 반 손이라니.
돈이 없어. 아이의 억울함도 호소하지 못하다니. 그녀는 펑펑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아이구, 영석아아. 으흐흑.”
그녀는 울음을 흘려 재끼며 서둘러 그곳을 벗어나려 했다.
툭!
모퉁이를 돌던 그녀와 한 남성이 부딪쳤다. 그녀가 품에 안고 있던 비닐봉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남성의 몸에 냄새가 배었을까 싶어 그녀는 안절부절못했다. 아마 이런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검사 정도는 될 거라고 여겼다.
확실히 자신의 앞에 선 남성은 귀품 있게 생긴 남성이었다. 키도 훤칠히 크고 잘생긴 남성이었다.
“죄송합니다…….”
자신은 눈물 콧물까지 빼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추태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남성은 무릎을 굽혀 떨어진 비닐봉지를 주웠다.
“이야, 간고등어네요. 이거 구워서 밥이랑 먹으면 진짜 맛있는데.”
그는 빙긋 웃으며 그녀에게 건넸다. 남성은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눈물로 범벅진 얼굴과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진 슬픔. 뭔가 사연이 있음을 직감했다.
“무슨 일 있으세요?”
남성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그녀도 조금 전 만났던 박문탁 검사와 사뭇 느낌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남성이 검사라고 생각했다. 이 남성이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검사님이신가요?”
“아니요. 검사는 아닙니다.”
태훈은 싱긋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녀의 얼굴로 실망한 기색이 스쳤다. 그렇지만 곧 그는 품속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건네주었다.
“비상 법무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태훈 변호사라고 합니다. 혹시 제가 법적으로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 * *
태훈은 도혜가 가져간 자료와 자신이 법무법인에 가져간 자료가 뒤바뀌어있자, 검찰청에 방문한 것이었다.
막 계단으로 향하려는데, 한 누추한 차림새의 여성과 부딪쳤다.
차마 그녀의 눈물 콧물 자국과 남루한 행색, 그리고 자신을 검사냐고 묻는 것에서 그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음을 직감했다.
그녀가 만약 괜찮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필요하다면 좋은 것이고.
명함을 한 장 건넸다.
명함을 건네받은 그녀는 때마침 국선 변호사를 찾아가 보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태훈은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긴 듯 보였다.
두 사람이 검찰청 인근에 카페로 들어왔는데, 젊은 아르바이트생이 얼굴을 구기는 모습이 찰나 포착되었지만, 태훈은 그녀의 앞에 서면서 그 모습을 가렸다.
태훈은 모기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비스업 종사하시는 분이. 그렇게 얼굴 구기면 커피는 어떻게 파십니까?”
그의 부드럽지만, 힘이 실린 목소리에 종업원은 실수했다는 생각에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런 데는 처음 와보는데…….”
“그러시군요. 시원하게 생과일 쥬스 추천합니다. 전 맛있더라고요.”
도혜와 가끔 오는 곳이었다. 그녀는 ‘그래요’라고 답했고 주문한 것을 받아 구석진 자리로 옮겼다.
그녀의 몸에서는 태훈이 느껴도 비린내가 나고 있었다. 간고등어의 냄새였다.
말을 들어보니 시장에서 생선을 팔고 계시는 분이라고 한다.
“아, 그러셨군요. 아침 새벽부터 일 가시겠네요. 그래도 이렇게 정정하신 걸 보니, 다 그렇게 부지런해서겠죠.”
태훈은 그녀의 비위를 거스를 말은 하지 않고 부드럽게 말해주었다. 그에 그녀는 차근차근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홀로 키운 아들이 있는데, 얼마 전 같은 반 학우를 책상과 의자로 내려쳐 병원에 입원하게 했다는 사실이었다.
그 문제에 관련하여서 검사가 소년원에 송치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부분은 거리낌 없이 들었지만 이어진, 평소 강대환이라는 아이가 본래 박영석을 폭행했다는 사실을 듣고서는 미묘하게 표정이 바뀌었다.
“고등학교가 성화 고등학교라고요.”
“네…….”
성화 고등학교. 태훈도 아는 학교다. 아니, 꽤 많은 사람이 아는 고등학교일 것이다.
대한민국 고등학교 중 명문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아니, 어쩌면 명문보다는 재벌 고등학교라고 보는 것이 맞았다. 국내의 재, 정계 자녀들의 상당수가 성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 여인의 행색을 보았을 때 자녀가 성화 고등학교 입학은 불가능할 텐데?
그의 시선을 알았던지 그녀는 자부심 낀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영석이가 공부를 잘해요…… 시험만 봤다 하면 전국 순위권이었거든요. 그래서 성화 고등학교에서 특례입학을 시켜줬지요.”
“그렇군요. 어머님. 좋으시겠어요. 성화 고등학교에서 스카웃이 올 정도로 공부를 잘하면 상당한데요?”
태훈은 씁쓸한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꼭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웬만한 기업은 가볍게 들어갈 수 있었고 아이가 그만큼 공부를 잘한다면 대학교를 졸업하면 미래는 보장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바로 학교 안에서였다.
정, 재계의 자녀들만 있는 곳에서 가난한 아이가 공부하고 있으니. 그 무시가 만만치 않으리라.
그런데도 꿋꿋이 잘 다니고 있는 것은 기특했다. 그런데 그 무시 중 폭행도 있었다는 것.
“혹시 그럼요. 그때 당시 강대환 군은 박영석 군에게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영석 군이 그런 건가요?”
“아들 말로는 욕을 했다고…… 아주 심한 욕을…… 그 이상은 말은 안 해줬어요.”
“그럼 그 당시에 강대환 군이 때리지는 않았다는 건데, 그쪽 부모님하고 합의는요?”
“연락도 안 돼요. 검사 말로는 합의할 생각이 없다고 말씀하셨고 부모님 연락처도 그쪽에서 거부해서 가르쳐 줄 수도 없다고 말하더군요. 듣기로는 대한 법무법인인가 뭐시기 하는 법무법인 대표라던데.”
“어디요?”
“그 대한 법무법인이라고 들었던 것 같네요.”
“대한…… 법무법인이요?”
태훈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