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222
222
변호인 강태훈 222화
“파킨슨?”
– 그래, 파킨슨병. 증세는 수전증과 거의 같은 말이야, 파킨슨병은 주로 나이 먹은 중노년층들이 가지게 되는 질병이야.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어. 초기증상으로는 주로 손 떨림과 안면근육의 떨림 등을 들 수 있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술을 집도했다면, 그때까지는 괜찮았다는 거겠지. 그렇지만 파킨슨병이 초기에 발견되면서 메스를 당연히 잡을 수 없게 된 것일 테고.
충분히 가능한 얘기였다. 파킨슨병이 손을 떨게 만든다면 메스를 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얼굴의 어느 부분을 손을 대든. 쌍커플 수술을 해도, 코수술을 해도, 또한 가장 중요한 신경이 있는 턱수술을 하게 될 때를 가정한다면, 손 떨림을 가진 사람은 절대 수술을 집도할 수 없는 것!
“그렇다면 원장은 이 사실을 몇 사람에게만 말하고 숨기고 있다는 건데…….”
원장은 여전히 TV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참 좋은 성형외과가 가장 붐비는 이유는 그에게 수술을 받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그가 파킨슨병으로 인해서 집도를 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그를 찾는 환자들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또한 찾아왔었던 환자들에게 무조건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집도할 것이에요’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면, 그들은 다른 더 좋은 의사가 있는 병원을 알아봤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오현수를 집도한 의사도, 이민근 원장이 아니라 경기도 지점의 그 성형외과 의사일 확률이 높다는 점이었다.
“그래, 고맙다. 다음에 밥 한 번 사마. 응.”
전화를 끊은 태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주위에 관심이 보이며 몰려든 이들에게 태훈은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파킨슨병에 대해서 차차 설명해주었고, 이민근 원장의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물론 그가 꼭 집도를 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는 분명 환자들을 속인 셈이었다. 성형외과 수술이 선택제라는 점에서, 분명히 문제가 발발할 가능성이 컸다.
이수애는 재미난 것이 생각났다는 듯이 웃었다.
“강태훈 변호사님.”
“네.”
“저희가 승소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파킨슨병이 있다는 것이 거의 확실해진 상황에서 보자면 80% 이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금 오현수를 집도한 사람은 이민근이라고 되어 있었고, 오현수는 소송에서 이민근 원장의 수술이 잘못되었다! 라고 주장하고 있었고, 이에 맞선 이민근 원장은 나는 올바르게 잘 수술했다. 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사람이 집도를 했던 것이었고, 이민근이 파킨슨병을 가지고 있다면 소송에서 이길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만일 그럴 경우 이건 거의 분명하게, 의사 측 과실이 인정되는 셈이다.
“영화나 드라마, 추리소설에서 가장 재밌는 게 무엇일까요?”
그녀의 뜬금없는 질문에 태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는 입 한쪽 꼬리만 올려 웃었다.
“바로 반전입니다. 재판에서 이민근 원장과 그 변호사는 오현수 양을 비난하겠죠. 수술 후, 환자의 과실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했고, 병원 측에서는 수술에 성공했다고요. 이민근 원장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면서 노발대발 자기는 잘 끝냈다고 말할 겁니다. 그때 녹음기를 틀면요? 파킨슨병에 대해서 말한다면요?”“완전히 물 먹는 거죠. 빼도 박도 못하게, 사람 몸에 손을 대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니까요. 병원…… 문 닫지 않을까요? 의사면허는 당연시 정지될 것이고요.”
“그 정도는 해야, 이제까지 당했던 것 갚아줬다고 할 수 있겠죠.”
이수애는 능글맞게 웃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보상도 보상이었지만, 그 추악하고 더러운 낯짝이 일그러지는 꼴을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게임 스타트입니다.”
수애는 혀로 ‘똬악’하는 소리를 내며 임팩트를 넣었다.
* * *
이민근의 원장실에 마주 앉은 고두길은 간호사가 내려놓은 커피로 입가를 축이면서 양손을 책상 위에 올렸다.
“그쪽에서 합의할 의사가 없다고 했던 만큼, 저희 쪽도 이젠 강경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 쪽에서 얕보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지요. 또한, 그쪽에서 승소할 확률은 무척 희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암, 그래야지. 건방져도 너무 건방져. 기껏 손을 내밀었더니 쳐내는 격이 아닌가?”
“요즘 집도는 안 하고 계시지요?”
“물론이네.”
이민근 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파킨슨병이 찾아오고 손의 떨림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병원을 다니고 있기는 하였지만, 완치는 거의 힘들었다.
이젠, 원장이라는 타이틀만 걸고서 의사들을 지휘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었다. 그나마 몇 개월 전만 해도 환자들에게 자신이 집도를 하겠다고 하고선, 경기도 쪽의 양악수술 전문의를 통해서 수술을 대신 집도하게 했었다.
그렇지만 이젠 그 수도 들통 날지 몰랐기에 하지 않고 있었다. 또한 자신의 경우는 정말 구강외과 교수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실력 있던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TV에 출연도 할 수 있었던 것이고, 부작용을 겪었던 환자들도 거의 없는 편이다.
그렇지만 경기도 쪽의 의사의 경우 뼈를 담당하는 의사이기는 하지만, 아직 젊었고 그 경험이 미숙한 편에 속했다.
의사는 집도 횟수가 가장 중요하다.
그는 이제 겨우 서른다섯. 양악수술 전문의라고는 하지만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친구다. 때문에 부작용이 자신이 집도했던 때 비해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수술도 감행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번 재판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수술을 하지 않으시는 걸로 모두에게 공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참, 파킨슨병에 관련한 진료기록이 남았거나 하지는 않겠지요?”
“당연하네. 나하고 친한 의사한테 진찰을 받고 있거든.”
이민근 원장도 바보는 아니었다.
기록에 올라간 상태에서 버젓이 의사 행세를 할 수는 없으니까.
지이잉.
지이잉.
홀드 버튼을 눌러 울리는 휴대폰을 다시 품속에 넣으려던 고두길 변호사였다.
“받게나.”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이민근 원장의 권유에 그는 발신자를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였다.
“네, 화산 법무법인 고두길 변호사입니다.”
– 안녕하세요. 고두길 변호사님. KBC방송국 이수애 기자입니다.
“기자요?”
그의 미간이 찌푸리다가 한 여성을 떠올렸다.
참 좋은 성형외과 앞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을 언급하며 참 좋은 성형외과를 비꼬면서 겨냥했던 여성이었다.
“예, 무슨 일이시죠.”
– 저번에 다큐멘터리 찍는다는 거 기억하시죠?
“물론입니다.”
– 죄송하지만, 그 다큐멘터리가 참 좋은 성형외과와 관련된 소송을 준비하는 양악수술 부작용 피해자들에 대해서거든요.
“아, 그렇습니까?”
물론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고두길은 그리 대답했다.
– 사실 다큐멘터리라는 것도 양측의 입장을 알아야 하는 것이거든요.
다큐멘터리는 현실성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실제의 일을 보여주는 것이다. 당연히 과장해서 어디는 좋네, 마네 하지는 않는다.
– 그래서 그런데, 이번 사태에 대하여 취재가 가능할까요?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제가 5분 후에 다시 전화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네에.
그는 휴대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수애 기자라는 사람이 양악수술 피해자들 관련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협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협조하시죠.”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이민근 원장은 고두길의 말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고두길이 유능한 변호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 한 발언은 의아했다.
자신들을 비하하고 공격하는 방송에 취재를 흔쾌히 하라니?
“기자란 족속들이 어떤 족속들입니까. 협조하지 않으면, 또 협조하지 않았다고 노발대발 기사를 쓰겠지요. 그리고 질 싸움 같으면 피하는 것이 맞는 것이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고 합니다. 뭐, 그쪽이 패소하면 둘 중 하나겠지요. 아예 다큐멘터리 방영을 포기하거나 혹은 그냥 방영하거나. 만약 그냥 방영될 시 어떻게 될까요. 양악수술 관련 피해자들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함으로써, 부당하게 자신들의 요구만 내세운다고 방송을 통해 인식을 시켜야 합니다.”
“그렇긴 하겠군요.”
물론 후자가 된다면. 사실, 후자가 될 확률이 큰 것 같았다.
방송국이라는 곳은 사람을 위해 일한다기보다는 시청률을 위해 일하는 곳이었고, 어떤 식으로든 시청률만 잘 나와 준다면 장땡이었으니까.
“제가 취재에 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민근 원장은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고두길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고두길은 다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 * *
화산 법무법인 사무실로 카메라 장비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저 흘끗 쳐다볼 뿐, 크게 신경 쓰는 인원은 없었다. 고두길 변호사는 이름이 있는 만큼, 따로 자신의 사무실이 있었고 주 고객은 대기업 간부들이나 혹은 재계의 사람들이었다.
카메라가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취재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앉으시죠.”
고두길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권했다.
어차피 고두길은 모자이크 처리가 돼서 나갈 것이다. 그의 목소리만 전파를 타게 될 것이었다.
“저희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현재 변호사님께서는 환자 측의 부주의로 인한 부작용 발생이라고 주장하고 계십니다.”
“네, 맞습니다.”
고두길은 그에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고 나섰다. 병원 측에서는 실수가 전혀 없었다는 확고한 말과 함께, 부작용에 관련해 주의할 것을 확실히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는 온전히 이수애의 꼼수에 걸려든 것이다.
여기에서 이렇게, 자신들은 ‘무죄다!’라고 당당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렇지만 다음 카메라의 목적지는 바로 재판이 끝난 후의 법정 바깥이었다.
그곳에서 강태훈 변호사가, 수술을 집도했다던 원장이 파킨슨병을 앓았답니다! 라는 인터뷰를 하는 것을 담는다면. 또한 수술을 하였던 의사가 원장이 아니라, 경기지점의 아직 집도 횟수가 많지 않은 젊은 의사인 것이 알려진다면?
게임오버.
말 그대로 원펀치 쓰리 강냉이를 제대로 후려치는 것이다.
“오늘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음료라도 한 잔 하고 가시죠.”
“아니요. 다음에요. 수고하세요.”
이수애는 거절했다. 곧 그의 일그러질 얼굴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와서 음료가 목구멍에 넘어가지도 않는다.
특.히.나.
이건 특종 중의 특종이었다.
이미 말했듯이, 모든 건 반전이 재밌는 법. 드라마나 영화만 재밌으란 법 있는가? 다큐멘터리를 진행할 때, 일부러 극악의 상황을 연출하는 분위기로 꾸밀 것이고.
마지막에 크게 한 방! 퍼억!
시청률은? 치솟고, 실시간 검색어는 따 놓은 당상이고.
국장이 아부 어린 손을 비빌 것은 당연지사였다.
거기에 특별 보너스까지 생각한다면 절로 웃음이 나왔다.
특히나 더 만족스러운 것은,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 강태훈의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막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선배, 뭐가 그렇게 좋아요?”
“좋지. 진짜 사람답게 산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보인다는 건, 정말 좋은 거야.”
그녀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카메라맨에게 그리 말하고는 그들과 함께 밖으로 나와 방송차량에 올라 유유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