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64
“네, 박주희 리포터입니다. 지금 제 옆에 계시는, 를 일곱 번째 관람하신다는 열혈 팬 한 분을 인터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어떻게 일곱 번이나 영화를 보게 되셨나요?”
“제가 손치욱 감독님의 팬이라 첫 날 관람하러 왔었는데, 영화 퀄리티가 어마어마하더라구요. 그래서 다음 날에 숨겨진 복선들을 다시 찾아보려고 또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이게, 최소 두 번은 보셔야 하는 영화에요. 두 번째 보면 배우들의 표정이나 화면의 배치가 주는 의미가 완전히 달라 보여요.”
그는 광기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카메라 화면에 침이 투욱 튀었다.
하지만 정소진은 얕잡아 보듯이 싱긋 웃었다.
‘일곱 번으로는 우리 팬카페에선 명함도 못 내미십니다, 후후.’
“그리고 그 윌리를 찾아라 있잖아요~ 두 번째 영화를 보면서 그 생각이 떠올라서 엑스트라로 등장한 신유명 씨를 찾아봤는데, 제가 눈이 좋은 편이라 열 씬까지는 금방 찾았는데 나머지는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찾다보니 벌써 일곱 번째네요, 하하.”
‘훗, 나는 정답지가 있는데.’
소진은 굿엔터에서 유명이 촬영한 군중 씬 목록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단, 화제가 식을까봐 아직 풀지 않았을 뿐이다.
팬카페에서는 14개는 확실히 결론이 났고, 마지막 1개가 군사 씬인지, 거리 씬인지를 두고 왈가왈부 중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즐겁게 지켜보며, 정답지를 제공할 타이밍을 계산했다.
“이처럼 의 화제성이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하루 차이로 개봉한 도 600만 관객을 돌파하여,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사극 영화의 붐이 올 것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상 현장에서 박주희 리포터였습니다.”
소진은 뉴스가 끝나자, 빠르게 채널을 돌렸다.
다음으로 체크할 프로그램은 연예가 중계였다.
[연예가중계, 스타인터뷰!]
[오늘 인터뷰할 분은 명실상부한 탑배우 오도혁씨입니다. 안녕하세요, 도혁씨~ 연예가중계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배우 오도혁입니다.]
훈훈한 외모, 그 얼굴이 아깝지 않은 연기력.
오도혁은 언제나 영화 드라마 섭외 1순위에 이름이 빠지지 않는 탑클라스 배우다.
소진도 호감을 가진 배우라 잠시 인터뷰를 지켜보는 중에, 새로운 떡밥이 터졌다.
[긴 휴식기로 팬들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요, 혹시 다음 작품 계획은 없으신가요?]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최근에 영화 한 편을 재밌게 봤는데, 오랜만에 연기욕심이 확 오르더군요.]
[앗, 어떤 영화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화제작인 인데요. 역사를 빗겨 해석한 시나리오도 흥미로웠지만···거기 나오는 신유명 배우와 한 번 같이 연기해 보고 싶더라구요.]
[아…신유명씨, 요즘 핫한 배우죠!]
[연기를 아는 배우더군요. 감독님들, 신유명씨와 저 투샷 어떠세요? 같이 섭외 좀 해주시죠?]
소진은 입을 떡 벌리고 그 장면을 사진기로 잽싸게 찰칵 찍은 후, 녹화가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세상에 세상에…온 세상이 떡밥의 향연이로구나.’
그녀는 요즘만큼 행복한 때가 없었다.
곧, [오도혁 러브콜]이라는 이름으로 ‘보형이만보형’의 게시물 하나가 추가되었다.
*
“다큐멘터리요?”
“네. KBK 국장님이 연락와서 부탁했어요. KBK에서 특집으로 유명씨에 대한 다큐를 찍고 싶나 봐요. 다큐의 주제는 ‘연기에 인생을 건 젊은 배우’ 그런거고.”
“아···”
유명이 당황했다.
그는 아직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는 자각이 없었다. 15년 동안 해오던 일을 똑같이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봐 준다는 정도의 인식이었다.
작품들이 잘 되는 것은 좋았지만, 길에서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도 아직은 쑥쓰러운 그였기에, 자신의 삶을 주제로 한 다큐라는 것은 꽤 민망한 느낌이었다.
“갑자기 혜성같이 뜬 배우인데 얼굴 비추는 데 인색한 편이다보니, 대중들의 호기심이 정점에 달해 있거든요. 시청률을 따 놓은 거나 다름없는 셈이니 욕심낼 만 하죠. 게다가, KBK입장에서는 신유명씨를 가장 먼저 발굴한 게 자기들이란 생색을 내고 싶은 의도도 있을 거고.”
“그렇구나···”
“안 내켜요?”
“그런 것 까진 아닌데,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실장님 의견은 어떠세요? 나가는 게 좋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괜찮아요. 신유명이란 배우에 대한 정보가 적은 상황에서, 다큐같이 진지하고 호의적인 매체로 부족한 정보를 채우는 건, 유명씨 이미지에 상당히 플러스가 될 수 있기는 합니다.”
유석은 다큐가 줄 수 있는 플러스 요인들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리고, 지금 상당히 좋은 상황인 게 ‘연극’ 중이잖아요.”
“…?”
“지금 인기의 정점을 찍고 있는 신예 배우가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는 게, 소재가 좋아요.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 있어 보이죠. 실제로도 있지만.”
“흠···”
“연습하는 장면들이 다큐 화면과도 어울리고, 상업성이 적으니 방송상 필터링도 별로 필요없을 테고, 연극에 대한 홍보도 되고.”
그 말에 유명의 귀가 틔었다.
“혹시 제가 이걸 찍으면, 보시는 분들이 연극에도 관심을 가져 줄까요?”
“가능성이 높죠. 은 엄청난 관심을 받을 거고, 부차적으로 줄라이라는 극단이나 연극이라는 매체 자체에도 많은 관심이 쏠릴 거에요. 반짝 관심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걸 통해서 무대 연기의 매력에 입문하는 사람도 있겠죠···”
유명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겠습니다. 팀원들이 반대하지 않으면요.”
유석이 유명의 의도를 알고, 피식 웃었다.
그렇게, 다큐의 촬영이 결정되었다.
*
“인기 연예인 빨아주려고 찍는 구색맞추기식 다큐는 안 찍는다고요!”
“아오, 저 반골. 좀 까라면 까라, 좀···”
KBK의 다큐국을 통솔하는 남국장은 반순호PD를 앞에 불러두고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시사다큐나 환경다큐처럼 장기간 공들여야 하는 기획다큐가 아니다.
일개 연예인의 다큐.
인터뷰나 좀 따고 자료만 적절히 조합하면 되는데, 시청률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 없다.
‘수고는 적은데 비해 과실은 큰’ 일감.
그런데 하필 그 지시가 국장님에게서 내려왔고, 국장님이 반순호PD를 지명해서 ‘걔 시켜’라고 했다는 것이, 지금 눈앞에 벌어진 사단의 원인이었다.
“휴…뭐가 그렇게 문제야. 연기력 좋은 배우인 거 맞잖아. 너도 재밌게 봤다면서.”
“그랬죠.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연기에 인생을 건 젊은 배우’라는 주제를 아예 정해주고 찍으라니, 다큐가 무슨 연예인 홍보매쳅니까?”
“진짜 진지하고 품성 좋은 배우래. 내가 방학 피디 불러서 확인도 해 봤다.”
“방학이요? 그 놈 잘 돌아가는 혓바닥을 어떻게 믿어요. 그리고 드라마 찍을 땐 그랬다쳐도 지금은 변했을 수도 있지. 그 땐 신인배우였고 지금은 천만 배우로 탑 커리어를 찍었는데, 그 때와 지금이 같은 인간이겠습니까. 이 바닥에서 연예인병 걸린 신인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고.”
후···
남국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윗선에서 내려오는 프로그램들은 의도가 섞인 경우가 많았다. 저쪽 기획사 로비를 받았다든지, 저 배우를 KBK의 다음 드라마에 꽂고 싶다든지, 그런 정치적 이유.
하지만 국장님도 바보가 아닌 이상, 딱 그런 목적으로 만들 다큐였으면 반순호를 지명하지는 않았겠지.
KBK 다큐국의 보물이라고 불리는 반순호는, 집요한 취재와 스토리텔링으로 장인급의 다큐를 뽑아내기로 유명한 인재였으며, 특히 인물 다큐 분야에선 따를 자가 없는 1인자였다.
그리고 아니다 싶은 일에는 드러눕는 반골 기질의 성격 또한 유명했다.
즉, 국장도 저 놈을 꽂을만한 끕이 되는 일감이니까, 저 놈을 지명했을 거라는 거다.
상사가 시키면, 그냥 ‘이유가 있겠지’ 하면 안 되나, 저 골통 시키···
남국장이 마지막 카드를 뽑아들었다.
“신유명씨 지금 연극준비 중이래.”
“연극요? 천만배우 타이틀 단 이 시점에? 그건 또 무슨 쑈랍니까?”
“쑈 아니래. 려말선초 개봉도 하기 전부터 시작했다더라. 일단 가서 한 번 만나봐. 만나보고 죽어도 아니다 싶으면 피디 바꿔줄테니까. 단, 깽판은 치지말고 얌전히 돌아와. 내가 변명이라도 할 수 있게.”
“정말이죠, 형?”
“국장님이라고 불러, 이 새끼야.”
하여간, 아랫것들 때문에 늙는다, 늙어.
몇년 전까지 현역으로 뛰었던 남국장은, 반순호의 상사이지만 함께 현장을 굴렀던 선배이기도 했다. 웬수같은 놈들이지만, 제 새끼들이다.
반순호가 희희낙락하며 물러갔고,
3일 후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 다큐, 꼭 제가 열심히 찍겠습니다, 국장님.”
“…너 반순호 맞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가 계면쩍은 표정으로, 신유명을 만난 후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끝
ⓒ 글술술
“안녕하세요, 반순호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굿엔터 소속배우 신유명이라고 합니다.”
반순호가 본 신유명의 첫 인상은 차분했다.
이목구비는 화려한 편이 아니었다. 깔끔하다는 느낌의 반듯한 얼굴이었지만, 하나하나의 동작들에 묘하게 집중이 되는 것이, 역시 ‘배우’라는 느낌이었다.
“다큐는 처음이라서…제가 뭘 하면 될까요?”
“일단 오늘은 견학만 하겠습니다. 제가 있으면 신경 쓰일까요?”
“아니에요, 하하. 원래 연기는 관객을 전제하고 하는 건데요.”
의외였다.
최근 1-2년 사이에 단숨에 떠오른 가장 주목받는 배우인데, 말투에 눈빛에 자신의 인기와 위치를 의식하는 제스처가 전혀 없이 소탈했다.
아무리 타고나길 차분한 성품이어도, 저 나이에 저렇게 확 떴다면 조금쯤은 들떠 있기 마련인데.
오기 전에 동기인 방학 피디와 담배를 피며 나눈 얘기가 기억났다.
-걔는 애가 진짜 괜찮아. 연예학개론 촬영할 때도 선배 배우들이 엄청 예뻐했어.
-최근에도 봤어?
-못 봐도 알아. 애가 딱 중심이 잡혔어. 좀 애늙은이 같기도 하고 그래.
-기획사에서 교육을 잘 시켰나 보네. 그래도 지금은 모르지, 천만 배우 타이틀 달고 변했을지.
-아닐 걸. 내기할래?
연기 욕심이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그걸 빼고는 신기할 정도로 다른 욕심은 없어 보이는 타입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만만한 성격은 아니라고 했다.
방학 피디를 입사 때부터 봐 온 반순호는 그의 능글거리는 성격에 학을 떼기는 하지만, 그래도 눈치와 센스는 인정하고 있다. 그런 그가 저렇게 평가하는 배우라…
“연습실로 가실까요?”
의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눈 후, 신유명은 반순호를 연습실로 데리고 갔다.
거기서 그는 의외의 인물에 깜짝 놀랐다.
와 경쟁작인 의 서류신이…여기 왜 있지?
“형, 말씀드렸던 KBK 피디님이세요.”
“안녕하세요. 서류신입니다.”
“어…안녕하세요. 반순호 피디입니다. 여긴 어떻게···?”
“대학 때 같은 동아리였고, 지금 연극 같이 준비하고 있어요. 실장님한테 얘기 못들으셨어요?”
“네···”
반순호는 촬영협의를 위해 전날 만났던 굿엔터 실장 문유석의 반질반질한 낯짝을 떠올렸다.
이쪽 업계에선 유명한 수완가라고 했지. 분명 서류신의 회사와도 이번 촬영에 대한 협의를 해놨을 텐데, 자신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 꿍꿍이는···
‘얼마나 먹음직한 떡밥인지 놀래켜주려고 그랬나···’
실제로 대박이다.
신유명과 서류신이 같이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니, 그 타이틀만으로도 다큐국에선 기록적인 시청률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그런 계산을 하고 있는 자신을 깨달으며, 반순호의 표정이 찝찝해졌다. 뭔가 문유석의 계략에 넘어간 느낌.
그리고 눈이 번쩍 뜨이는 미인 한 명과, 원래 줄라이의 단원이라는 개성있는 여배우와도 인사를 나눈 후, 그는 조연출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백이신의 옆자리에 앉았다.
“보시다 궁금한 건 저한테 물어보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순호는 그들의 연습을 견학하기 시작했다.
*
먼저 감탄한 것은, 체력훈련의 강도였다.
“거의 운동선수들 훈련같은데요. 매일 저런 연습을 합니까?”
“네. 무대 위에서 몇 시간을 움직이고 말한다는 게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엄청나서요. 물론 개중에서도 정말 FM으로 연습하는 친구들이긴 합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을 의식하고,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게 아닌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