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68
“응?”
“제가, 엄마에요. 저는 이제 여기 살 거에요.”
혼란스러운 닥터의 표정.
그녀는 웬디에게 ‘상태 악화’와 ‘난치 판정’을 내렸다.
*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그 날 연습하는 동안, 추세미는 계속 생각이 많은 표정이었다.
국내 유수의 연극단인 줄라이에서 6년의 경력을 쌓은 그녀의 연기는 분명 탄탄하고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요즘 그녀는 고민이 많았고, 오늘도 종일 그 고민을 풀어놓을까 말까 고민했다.
그리고 결심한 듯, 세미는 아직 연습실을 나가지 않고 정리 중인 유명에게 다가갔다.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그럼요, 누나.”
누군가에게 의논하고 싶었지만, 서류신은 뭔가 다가가기 힘들고, 설수연은 본능으로 몰입하는 스타일이라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예전부터 신유명에게 묻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여러 번 발을 걸었고, 오늘에야 용기를 냈다.
“내 연기…어때?”
“누나 연기요? 좋은데요?”
저 셋의 관계를 옆에서 지켜보면, 신유명과 서류신은 서로를 상당히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극 자체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활발히 토론할지언정, 서로의 연기방식에 대해 지적하지는 않는다. 이미 그럴 단계는 넘어선 것인지도 모른다.
반면 설수연은, 신유명과 서류신 모두의 조언을 받는다. 그리고 그녀도 그것을 기껍게 받아들이고 빠르게 흡수한다.
전자가 동료의 관계라면, 후자는 선후배의 관계.
그리고 자신은···전자 쪽이었다.
물론 그들보다 연상이자, 연기경력 6년차의 타단원에게 연기지도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지자면 ‘무관심’이라기보다는 ‘존중’에 가깝다.
그럼에도 그녀는 가끔 설수연이 부러웠다.
“만약에…내가 설수연씨라도 같은 대답을 할 거야?”
그녀가 민망함을 무릅쓰고, 직접적으로 물었다.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럼에도, 6년차 줄라이 단원에 대한 듣기좋은 평가가 아닌, 배우 추세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듣고 싶었다.
그만큼 그녀는 재능이 넘치는 이들 사이에서 몇 달을 함께 하며,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음…그렇게 물으신다면···”
유명이 옆의 책상에 걸터앉더니, 한참을 깊이 생각한다. 그동안 그녀는 재판정에 서서 선고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다.
“일단, 누나 연기가 좋다는 말은 정말이에요. 기본이 탄탄한 누나의 닥터는 이 연극을 끌고가는 화자로써 무리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이대로도 충분히 만족하긴 하는데…흠···”
첫 마디는 칭찬.
“아쉬운 점을 꼽자면, 자신을 누르는 연기에 길들여진 느낌…이랄까.”
“응? 그게 무슨 뜻이야?”
그리고 가슴이 덜컹한 지적.
“누가 연기하는 방식에 많이 뭐라고 한 적 있었나요? 도도하고, 강렬하고, 톡톡 튀고 그런 평소 느낌이 무대에선 잘 안 나와요. 오히려 경합 때 에서는 그런 모습이 좀 더 보였던 것 같은데.”
“어···”
세미가 당황했다.
실제로 많은 연출들이 지적했다.
너는 너무 인상이 강하다. 여자 주인공에는 안 어울린다. 분위기라도 덜 날카롭게 죽여라. 묻어가는 연기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역의 남자 배우보다 키가 커 보일까봐 어깨를 움츠린다.
화장으로 눈꼬리를 처지게 그려본다.
목소리의 톤을 튀지 않게 억누른다.
그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요즘은 특히 그랬다. 중요한 기회이니만큼 실수하지 않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게 자신을 누르고 있다고…?
“음..그런데 그런 말도 있잖아. 주연감은 드러나는 개성이 약한 편이 좋다고. 그래야 다양한 이미지의 역을 맡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무난해보이는 건 단점 뿐만 아니라 장점도 같이 숨기니까요.”
“……”
“극단에만 계셔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도회적이고 당당한 커리어우먼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흔히 쓰이는 캐릭터인걸요. 비중도 높은 편이구요. 어쨌든, 지금의 닥터 역은 누나의 원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역이니까, 좀 더 ‘드러내셔도’ 괜찮아요.”
드러내도 된다.
추세미답게 해라.
세미는 그 말을 오랜만에 들었다.
여태 주연을 따내고 싶은 욕심이 연기적인 발전을 가로막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장점을 감춤으로써.
“그럼 나, 오디션 때 했던 ‘매드 닥터’ 캐릭터 시도해봐도 될까?”
“얼마든지요. 그런데 극이랑 너무 안 어울리면 커트할 거에요~”
“어…응.”
“하하, 그만큼 열심히 해보시라고 드린 얘기예요.”
“알았어. 그리고 앞으로 내 연기도…조언해 줄 수 있을까?”
“…원하신다면요.”
그 날 이후로 세미의 표정이 훨씬 밝아졌다.
그리고, 훨씬 강렬해졌다.
“신환을 소개합니다. 이름 웬디. 나이 17세. 거식증 및 반복된 자해 성향으로 가족 동의 입원하였으며, 의존성 인격장애를 동반한 가면성 우울증으로 진단되었습니다.”
도도함과 뇌쇄적인 매력을 가진, 미모의 닥터.
보는 사람을 유혹하듯이 속삭이며 프레젠테이션한다.
“지금 좋아요-”
그 어느 때보다도, 연기하는 것이 즐거워진 추세미였다.
*
채팅메뉴에 등장한 비방(*비밀번호가 걸린 방).
그 곳에는 회원들이 다들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닉네임들이 포진해 있었다.
골드회원 채팅방이었다.
★[보형이만보형] : 안녕하세요, 골드회원님들. 비상소집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형양제] : 회장님, 방가방가! [네임오브갓] : 운영진+골드회원 소집은 처음 아닌가요? 카페에 무슨 일 있나요? [계같은인생] : 하이루*^^* 즐거운 월요일입니다! [팬텀팬] : 계같님…닉이랑 말투 갭이…ㅎㅎ★[보형이만보형] : 유명님 근황을 몇 가지 알려드림과 동시에 결정할 사안이 있어서 소집했습니다.
[팬텀팬] : 꺅! 유명님 근황..하악. [계같은인생] : 계같은 인생에 새로운 낙이··· [네임오브갓] : 무슨 일인가요? 나쁜 일은 아니겠지요?★[보형이만보형] : 사실 지금 유명님이…휴식기가 아니고 작품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팬텀팬] : 헉! 드라마인가요 영환가요?? [보형양제] : 아니 그런데 기획사 너무한 거 아닌가…그만한 작품을 찍었는데 좀 쉬게 해줘야··· [네임오브갓] : 그러게요 몸 해치시면 안 되는데···★[보형이만보형] : 기획사 무관하게 본인이 시작한 거라고 하고…연극입니다. 그런데, 서류신 배우와 함께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계같은인생] : 헉… [네임오브갓] : 헉··· [팬텀팬] : 헉… [보형양제] : 미쳤다…월급 털어서라도 표 산다···★[보형이만보형] : 그리고, 공연 연습과정을 포함해서, 유명님의 다큐멘터리가 KBK에서 방영된다고···
[팬텀팬] : 하악하악…이건 또 무슨···-계같은인생님의 닉네임이 갑같은인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갑같은인생] : 구아아아악!! [보형양제] : 미쳤다미쳤어…이게 웬 경사입니까. 언제인가요?★[보형이만보형] : 공연은 5월 27일부터이고, 26일에 다큐가 방영된다고 합니다. 티켓품귀현상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와중에…굿엔터에서 팬클럽에 첫날 티켓 10장을 증정하셨어요.
[네임오브갓] : 갓… 굿엔터 아니고 갓엔터입니다…ㅠㅠ [팬텀팬] : 싸장님…l(ToT)l★[보형이만보형] : 그래서 이 티켓의 배분 문제가 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특혜없이 팬클럽을 운영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1년 3개월 전 시작된 저희 갓네임드가 단시간내에 이만큼 자리잡기까지 골드회원님들의 솔선수범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회원님들의 뜻에 맡기려 합니다. 1.기여도순 배분 2.전회원대상 추첨 투표해 주세요.
[보형양제] : ···진짜 욕심이, 그 표 내놓으라는 말이 여기까지 올라오지만…원칙대로 운영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2! [팬텀팬] : 허엉…저 지금 실제로 눈물 흘리고 있습니다…2…ㅠㅠ [네임오브갓] : 2죠. 저희 갓네임드의 클린한 문화는 지켜져야 합니다.-갑같은인생님의 닉네임이 계같은인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계같은인생] : 계같지만…저도 2 찬성합니다…하아.★[보형이만보형] : ㅠㅠ 여러분은 진짜 최고입니다. 저도 회장이지만, 한 명의 회원으로서 공정하게 추첨에 운을 맡기겠습니다.
[보형양제] : 추첨에 떨어져도…구할 수 있…겠죠? 옥션에서라도…팔겠죠?티켓 추첨 소식이 팬클럽에 공지되면서, 다시 한 번 [갓네임드]가 뒤집어졌다.
*
다큐멘터리는 방영되기 전부터 화제였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화제의 인물이, 그것도 둘이나 모여서 특이한 짓을 한다. 뉴스가 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천만 배우 신유명의 행보, 초심으로 돌아가다?] [신유명X서류신, 2006년 화제의 배우들이 사고를 쳤다] [KBK, 배우 신유명을 다룬 다큐 방영해] [가장 몸값이 높을 때 연극을 택한 배우들의 속내는?] [극단 줄라이, 스타 영화배우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선보여]쏟아지는 기사들의 논조는 극으로 갈렸다.
일반적이지 않은 행보에, 역시 연기에 진지한 배우들이라는 감탄이 절반.
그리고, 시커먼 속내가 있다는 추측이 절반.
특히, 한 영화평론가가 주간지에 쓴 기사는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3년차 배우, 그것도 드라마 한 편과 영화 한 편을 성공적으로 히트치고 경력보다 훌쩍 높은 몸값을 갖게 된 신인배우가 이런 이색 행보를 취하는 데에서,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더욱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고 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 아닐까 하고. 실제로 다큐멘터리 의 방영이 매우 공교롭다. KBK측에선 이 다큐를 기획하기 이전부터 신유명씨가 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속된 말로 너무 ‘아다리가 잘 맞는’ 상황이 아닌가. 필자는 신유명씨에게 묻는다, 그리고 KBK에 묻는다. 정말로 순수하게 연극이 하고 싶었던 것이며, 정말로 순수하게 ‘배우 신유명’의 연기적 열정을 찍고 싶었던 것이냐고.]그런 여론을 보고 유석이 싱글싱글 웃었다.
“좋네요. 잘 흘러가고 있어요.”
“어째서요?”
“혹시 신경쓰여요?”
“그건 아닌데, 실장님이 그런 표정을 지으실 땐 꿍꿍이가 있는 거잖아요.”
그 말에 유석이 삽시간에 정색을 했다.
“나 그런 사람 아닙니다.”
“네네- 근데 잘 되어간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보통은 나쁜 기사가 터지는 건 안 좋죠. 나쁜 게 메인요리고, 그 뒤의 해명은 사이드디쉬같은 거라, 나쁜 소문은 냄비처럼 끓어오르며 퍼지지만, 해명은 아무도 관심이 없잖아요.”
“그렇죠.”
뉴스의 생리라는 것이 그렇다. 일단 터뜨리면 그만이다.
피해를 다 보고 나서 나중에 ‘그게 아니었다’고 밝혀져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극적인 첫 뉴스를 기억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을 수습하기 어렵다.
“그런데 지금은, ‘메인디쉬’가 따로 있잖아요.”
“…연극 말씀인가요?”
“그것도 있지만, 연극은 보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으니, 사람들이 기다리는 건 다큐죠.”
“그렇겠네요.”
“화제가 될 수록 다큐 시청률은 높아지겠지만, 다큐의 논조는 우리 쪽에 지극히 호의적이니까요. 매스미디어의 힘이란 엄청납니다. 거짓도 사실로 만드는 판국에, 이건 사실이니까 그 진실성이 더 세게 다가가죠. 뭐라고 비난이 쏟아지든, 방송이 나가면 모든 여론은 180도로 바뀔 겁니다. 질 수가 없는 게임이에요.”
유명이 유석이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유석이 다시 올라갔던 입꼬리를 샥 내렸다.
“어허, 그런 사람 아니라니까-”
122 대단한 애들이었어
공연 2주 전, 부산 동보서적 앞.
새벽부터 길게 늘어선 줄 속에서 두 여대생이 재잘재잘 떠들었다.
“느그 엄마 무섭던데 허락 우째 받았는데?”
“여름에 한 달간 외할아버지 과수원에서 일하기로 했다···”
“헉, 그거 완전 막노동이라메. 니 재작년에 갔다 죽을 뻔 했다고, 작년에는 뺑끼치고 안갔자나.”
“개안타. 우리 유명이 공연에 이 한 목숨 바칠 수 있다. 제발 표만 있어라. 근데 니는? 돈 없어서 못갈거 같다더니.”
“집에 몰래 아르바이트해서 20만원 모았다. 케텍스 말고 뻐스타고 갔다오면 그 정도면 안 되겠나.”
“서류신이 그래 좋나.”
“꽂히따. 내 함 꽂히면 직진인 거 알제? 아역일 때 작품도 다 찾아봤는데…쪼끄말 때도 댄나 멋있더라.”
“그래, 갸도 멋있긴 하더라. 이래 둘이 같이 공연해서 니랑 같이 갈 수 있는 거 진짜 좋다.”
“나도나도. 야, 이제 전화예매도 준비해야 된다.”
10시. 예매처가 오픈되었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이 발달하긴 했지만, 아직은 온라인예매시스템이 활성화되지는 않은 시기.
의 예매 방식은 지정예매처 예매와 전화 예매로 진행되었다.
실패해도 현장표가 남아있긴 하지만, 지방 팬들은 표를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상경하긴 어려웠다.
제발, 제발, 표를 구할 수 있기를.
[현재 대기 인원이 많아 연결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계속 대기하시려면 1번을 눌러주세요.]새벽부터 나와 제법 앞 쪽에 서 있는 그들이었지만, 앞의 줄은 초조할 정도로 줄어들지 않았다. 지정예매처마다 확보된 티켓 수는 다르고, 그들이 갈 수 있는 ‘주말’표가 그들의 순서까지 남아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전화를 걸고 또 걸었다.
앞에 한 명이 남았을 때, 드디어 상담원과 연결되었다.
뚜우-
[네, 극단 줄라이 예매처입니다.] [안녕하세요. 티켓 두 명 예약할라고 하는데요. 5월 27일요.] [그 때는 매진됐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어…그럼 6월 3일은요?] [사실, 주말 표는 방금 전에 모두 매진됐습니다. 죄송합니다.] [네? 진짜로요? 아직 30분도 안 됐는데···] [죄송합니다.]허탈하게 전화를 끊고, 그들의 얼굴이 바사삭 굳은 사이,
“다음 분 오세요~”
그들은 후다닥 달려가서 판매원을 붙잡고 늘어졌다.
“언제로 봐드릴까요?”
“토요일, 일요일 중에 아무때나요. 표만 있으면 무조건요.”
“어…잠시만요.”
판매원이 손에 쥔 티켓을 하나하나 넘겨보더니 두 장을 끄집어냈다.
“우와, 주말 표는 이게 마지막이네요. 6월 10일 괜찮으세요?”
“네!!!!” “네!!!!!”
두 여대생은 소리를 와락 질렀고, 판매원이 깜짝 놀라 티켓을 떨어뜨렸다.
“깜짝이야.”
“진짜 주말 표 저희가 마지막이에요?”
“네. 이게 공연장 규모가 작아서 예매처당 티켓 수가 얼마 안 떨어졌어요. 원래 이 정도 규모면 잘 안받는데, 화제성이 큰 공연이라 꼭 진행하라고 해서 하는 거거든요. 평일 표도 별로 안남았어요.”
“대박…감사합니다, 언니. 진짜로 감사합니다.”
“아니…저한테 감사할 건 없고요···”
판매원이 웃으면서 결제를 도와주었고, 두 여대생은 쥐면 사라질까 불면 날아갈까 티켓을 양 손으로 꼭 보듬어 안고 예매처를 빠져나왔다.
바로 뒷 팀에서 주말표는 매진이란 말을 듣고 절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내 진짜 앞으로 착하게 살께요.”
“흐엉…올해 운을 요 다썼나보다. 내 올해 길가다 다리 뿌러져도 웃으면서 넘어질끼다.”
그렇게 전국에 풀린 표는 급속도로 매진을 기록했다.
*
총 20회의 공연, 줄라이 극장의 객석은 400개.
회당 10%의 좌석이 vip석으로 할당되었다.
배우들의 가족, 기획사의 관계자들, 줄라이 단원들과 오디우스 멤버들.
돈을 주고도 표를 구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절대 배제할 수 없는 인원들을 추리고 추려 배당한 것이 10%라는 비율.
그 중에서도 초연(*첫 공연)의 초대 티켓을 받은 것은, 정말로 중요한 사람들 뿐이었다.
유명이 개인적으로 쓰라며 배분받은 초연티켓은 8장.
세 장은 가족에게, 두 장은 한성과 선하에게, 한 장은 유석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가 남은 두 장을 선물한 사람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신일은행 본사 여신관리부 사준한주임님앞]준한은 우체부에게 등기를 건네받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보내는 사람의 주소가 굿 엔터테인먼트라는 낯선 업체였기 때문이다.
지익-
옆에 있던 페이퍼나이퍼를 들어 반듯하게 봉투를 절개한 그는, 내용물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 반응에 옆자리 직원이 고개를 빼꼼 내밀어 들여다보더니 호들갑을 떨었다.
“헉, 주임님 이거 표 아니에요? 이걸 어떻게 구했어요? 티켓 예매 오픈하고 한 시간도 안 돼서 매진됐다던데.”
“어…그게···”
그녀의 호들갑에 건너편의 민대리도 다가와서 끼어들었다.
“피터팬 표? 헉 진짜네…이 표를 어떻게 구했어? 설마 전화예매 성공? 아닌데, 그 날 사주임 출근했잖아.”
“진짜 부럽다…헐, 심지어 초연 티켓이야. 무슨 빽이라도 있어요?”
준한은 그제서야 희미한 기억이 떠올랐다.
-좋은 데 취업하시면 술 한 잔 사주세요.
-너도 프로가 되면 가끔 티켓이나 보내라. 한 번 조연출은 영원한 엄마인 거 알지?
그 때 싱긋이 웃던 유명의 미소가 기억난다.
그 별 거 아닌 약속을 잊지 않고 이 귀한 티켓을 보냈단 말인가.
지난 2년간 준한은 티비에서, 스크린에서 유명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한 한 편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