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77
그리고, 왜 저렇게 안 해도 되는 얘기까지 주절주절 하고 있는지도 알 것 같았다.
티가 나서 어색해지기 전에 자진납세해 버리는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일로 만들려는 것이다.
당신에게 반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그러니 곧 괜찮아질 거리며, 나를 부담스럽게 여기거나 멀리하지 말아 달라는 간절함을 담아.
유명은 애써 발랄하게 말을 이어가는 수연을 보며, 진한 연민에 사로잡혔다.
‘어쩌면 저렇게 자신감이 없을까. 저렇게 예쁜 아이가.’
유명은 수연이 예뻤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원생에 유명은 그녀의 팬이었다.
상상해 보라. 좋아하던 스타의 앳된 시절을 만났다. 고뇌, 극복, 배우로 꽃 피어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기껍고 예쁜 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게다가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서 발버둥쳐 왔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상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트라우마를 겪고도, 자신이 내민 손을 강하게 붙들고 빠져나와 준 점 역시 대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픈 아이를 겨우 물 속에서 끄집어 내놓은 것은 자신이다. 혹시 다시 물에 빠지지 않을까 보살피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다만, 그녀의 마음이 이리 될 것을 헤아려 보았다면…하는 작은 후회 정도.
물론 알았다고 해도, 그녀를 구하고 보살피지 않았을 수는 없었을 테지만.
“감사하고 동경하는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좋아진 거니까, 금방 가라앉을 거예요. 남주를 어쩔 수 없이 좋아했지만, 저는 여주가 아니니까요.”
“수연아.”
“저 진짜 괜찮아요. 부담갖거나 위로하지 않으셔도-”
그런 그녀에게 해줘야 하는 말은, 솔직한 본심.
“나…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
“단순히 좋아하는 게 아니라, 존경하고 응원하는 사람. 내가 기다려 줘야 할 사람. 그 사람은 지금 끝이 안 보이는 터널 속에 서 있거든. 예전의 너처럼.”
유명의 말에, 담담함을 가장하던 수연의 눈동자가 흔들- 춤을 췄다.
“너는 내가 도울 수 있었지만, 그 사람은 도울 수 없었어. 지금도 나는 그저 기다리는 일밖에 할 수 없거든. 터널의 출구를 찾든 입구로 돌아오든, 빠져 나왔을 때 정말 수고했다고 얘기해주고 싶어.”
“…”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다면 네 마음이 기뻤을 거야. 너는 정말 예쁘고 멋진 사람이니까.”
그녀가 더 욕심을 내길 바랐다.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고, 누구에게나 탐나는 존재인지 알길 바랐다.
그래서 ‘내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든 네 마음에 어떻게 답하든, 그것이 너의 가치를 결정할 수는 없다’는 입바른 소리는 넣어두고, 유명은 그렇게 말했다.
수연의 뺨이 조금 발그레해졌다.
“고마워요, 말이라도 그렇게 해 줘서···”
“정말이야.”
“저 이제 들어가볼게요. 제가 알아서 마음 정리할 거니까, 일부러 거리 두시면 안 돼요.”
“알았어. 푹 쉬어.”
그녀가 이제야 부끄러운지 와다다 뛰어 들어가는 모습을 유명은 끝까지 지켜보았다.
세련에 대한 마음은 절반의 진실.
나머지 절반은 가슴 속에 묻고.
‘누나가 아니었다 해도…어차피 지금은 안 돼.’
2006년 6월.
미호와 약속한 7년에서 벌써 절반이 흘러 있었다.
유명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보았다.
하나, 둘, 셋…그리고 하나는 끝까지 접지 못했다.
*
서울에도 달동네가 있다.
택시도 올라오지 않는 구불구불한 골목길.
띄엄띄엄한 가로등이 얼룩지게 바닥을 밝히는 좁은 길을 향해 난 창문으로, 수연은 멀어져가는 등을 바라보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조금 얼굴이 알려진 후로, 유명은 자신의 귀가길을 늘 챙겨주었다. 시간이 있을 땐 본인이, 아닐 땐 호철 오빠에게 부탁해서라도.
그리고 이렇게 늦은 밤에는 차도 올라오지 못하는 집 앞까지 바래다 주었다. 이사를 해야겠지 않느냐고 엄마같은 잔소리를 남기면서.
그렇다. 이사를 해야 한다.
언덕 위에 자리한 좁은 골방은, 엄마가 칼을 휘두른 후 그 동네에 계속 있을 수 없어, 도망 나오듯 구한 방이었다.
예전 집을 정리한 비용은 엄마의 통장에 남겼다. 보호 환자라고 해도 간식비며 아플 때 외부 진료 비용이며 쏠쏠하게 돈이 든다.
모델일을 하며 기획사에서 받던 용돈식의 월급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하는 일마다 제대로 해낸 적이 없어 정산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그녀는 월급에 아르바이트를 더해 겨우 생활을 유지했다. 그런 생활에 불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벽을 본다. 귀퉁이가 일어난 벽지가 주글주글하게 일어나 있다.
비져나올 듯 작은 침대에 누워 있으면 발이 책상 한 귀퉁이에 닿는 좁고 초라한 방.
마치, 자신같았다.
그렇기에 수연은 오늘, 고백하는 것 이상의 사심은 눈꼽만치도 없었다.
그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너무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니까.
그저 없는 자존심을 바닥까지 낮춰서라도, 그와 어색해지지 않게.
더이상 감출 수 없는 이 마음을 당신이 끊어달라고.
하지만 그 마음이 부담스러워 내게서 등돌리진 말아달라고.
자기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모순된 감정이 뒤죽박죽 헝크러진다.
후–
유명의 추천으로 수연은 배드엔터의 3호 배우가 될 것을 제안 받았다.
무서운 실장님이 내미신 계약서를 보고 수연은 눈을 휘둥그레하니 떴다.
-조건이 이상할 정도로 후하죠?
-네···
-그 조건이 합당할 정도로 가치있는 배우가 될 것을 예상하니까, 이런 제안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배우로 만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계약하자마자 보안이 철저한 기획사 전용 오피스텔에 방을 내어주겠다고 했다. 매니저와 코디를 붙이고, 그녀가 성장할 수 있을만한 가치있는 작품들을 엄선해주겠다 약속했다.
예전 기획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우.
그럼에도 그녀는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유명과 같은 반경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나 좋으면서도, 자주 마주치는만큼 제 마음을 들킬까, 그것이 언젠가는 그와 저의 사이를 서먹하게 만들까가 두려워서.
그리고 마지막 공연날인 오늘, 정했다.
들켜서 서먹해지기 전에 빨리 자백해 버리자고. 바라보는 시간이 오래 될수록 꿈틀거릴 헛된 기대는 미리 도려내자고.
그리고 배드엔터와 계약하고, 언젠가 그처럼 훌륭한 배우가 되어, 남주와 여주로 작품 속에서라도 만나서…사랑을 이루어 보자고.
그것이 그녀가 부릴 수 있었던 최대의 욕심.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다면 네 마음이 기뻤을 거야.
여지를 주는 말이 아닌 걸 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그의 말은 너무나 단단했으니까.
그것은, 결코 자신이 가치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위로.
그에 의해서 트라우마에서 구해지고도, 습관적으로 자기 비하를 하는 자신을 에둘러서 나무란 상냥한 질책.
-너는 정말 예쁘고 멋진 사람이니까.
절대 그 곳에서 머무르지 말고, 진정으로 예쁘고 멋진 사람이 되어 달라는 과분한 기대.
그녀가 멋진 사람이 될 미래를 보기라도 한 듯이 단정짓는, 확신에 찬 그의 말이 그녀를 채찍질한다.
‘정말,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야.’
쿵- 쿵-
심장소리를 듣는다.
누구라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는 마음임을 인정하고,
이루지 못할 마음이라도, 그를 만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그가 기대하는, 예쁘고 멋진 사람이 될 것을 다짐해 본다.
하지만 오늘 하루는···
이루지 못할 꿈에 버둥대는 심장의 불평을 들어주기로 한다.
밤이 저물어간다.
*
“좀 쉬었어요?”
“네. 컨디션 다 돌아왔습니다!”
초롱초롱한 눈.
3일 전까지 격한 공연을 치른 배우라기에는 너무 산뜻한 말에, 유석은 못들은 척 딴 얘기를 꺼낸다.
“설수연씨는 어제 와서 계약서 싸인했습니다.”
“아, 잘됐네요. 축하드려요.”
“왜 내가 축하를 받죠? 설수연씨가 좋은 배우로 성장하긴 했지만, 유명씨 추천이 아니었다면 굿엔터 쪽으로 제안했을 겁니다.”
“좋은 취미가 될 거에요. 아마 저보다 더.”
“흠…그건 아닐 것 같지만, 두고 보겠습니다.”
유석은 수연을 곧 회사 숙소로 이사시킬 거라는 점과, 향후 이삼개월은 휴식과 함께 기획사의 배우양성 프로그램에 참가시킬 것이라는 점 등을 설명했다.
유명은 특히 이사 부분에서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유석은 그가 수연을 과하게 챙기는 것에 어떤 사심이라도 있는지를 예리하게 관찰했으나, 별다른 것을 찾아 내지는 못했다.
“서류신 씨는 언제 간답니까?”
“2주 후에 출발한대요.”
“흠…빠르네요.”
“결정한 일에 어영부영할 사람이 아니니까요.”
“…아쉽진 않습니까?”
위고 비아드.
유석도 영화광이니만큼 그의 이름을 들어 보았다.
천재적인 연출가가 신유명이 아닌 서류신에게만 관심을 보였다라···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차치하고, 유명은 실망하지 않았을까?
“어제 발롱 씨가 연락이 와서 만났습니다. 저는 별 생각 없었는데, 조금 변명하듯이 위고 씨의 선택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더군요.”
“…뭐였나요?”
“위고씨가 저한테는 가르칠 것이 없다. 누군가가 가르쳐서 성장할 단계는 넘어섰다, 고 했다고 합니다.”
아찔할 정도의 극찬.
그것을 제 입으로 덤덤하게 담는 유명을 보며, 유석은 기가 막혔다.
얼굴도 붉히지 않고, 별로 좋다는 기색도 없이 사실을 건조하게 전달하는 말투.
유석이 되려 가슴을 콩닥대며 유명에게 물었다.
“유명씨는, 그 말에 동의하나요?”
“네.”
망설임 없이 그의 입에서 내뱉어진 긍정에, 유석이 푸핫-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연기에 관해서만큼은 오만도 겸손도 없는 성정은, 한 번씩 자신의 기대감에 화르륵 불을 붙인다.
평소의 선량하고 차분한 성품과의 갭에 가슴이 뛸 정도로, 한 가지에 관해서만은 양보가 없다.
물론 유명의 입장에서 그렇게 대답한 것엔 이유가 있었다.
자신에겐 15년, 수많은 이론을 공부하며 연기를 성장시키려고 노력한 세월이 있다. 아마 연기론에 대해선 위고 비아드보다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10년 후의 연기론까지 알고 있으니.
그리고 실전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도 예리하고 대단한 스승이 바로 곁에 있다. 굳이 다른 스승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는 그저, 류신이 좋은 스승을 만나게 된 것이 기꺼웠다.
언젠가 다시 함께 작품을 할 때는, 그도 나도 더 성장해 있겠지.
“그래서 다음 작품은 뭐예요, 실장님?”
려말선초 천만 관객을 두고 유석과 내기를 했었고, 패배를 당했다.
그리고 내기에 걸린 품목은 ‘다음 작품에 대한 선택권’.
진 것이 아쉽지는 않았다. 유석이 자신의 상태와 목적을 충분히 고려하여 다음 작을 선택할 것을 충분히 믿고 있었으므로.
하지만, 유명의 질문에, 유석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걸었다.
“다음 작품은···”
“…?”
“6개월 후에 결정하겠습니다.”
“네??”
134 오빠 돈 많아
유명이 어이없게 유석을 쳐다보았고, 그는 빙글빙글 웃었다.
“분명히 다음 작은 제가 정한다고 했습니다.”
“아니…작품만 정하시면 되지 시기는···”
“제 맘이죠. 다음 작이 언제가 될지의 조건은 없었잖아요?”
유석이 ‘이겼다’는 의기양양함이 선명히 드러나는 개구진 미소를 지었고, 유명은 기가 차서 피식 웃었다.
맞는 말이다. 다음 작품의 시기는 정하지 않았지.
그보다, 너무 질주하는 자신을 걱정하는 유석의 마음을 알기에, 웃어버렸다.
“알겠습니다.”
“…너무 간단히 받아들이니까 불안한데요. 무슨 속셈이죠?”
“저도 좀 쉴 생각은 있었어요. 은 일이라기보단 제가 원해서 했던 취미활동같은 느낌이라, 한 작품 더 하고 쉬려고 했지만요.”
“취미활동이라기엔 너무 커졌죠. 덕분에 몸값이 엄청 뛰었습니다. 그나저나 의외네요 유명씨가 스스로 쉴 생각을 했다니, 쉬면서 하고 싶었던 일이라도 있습니까?”
또 연기에 관련된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 대학원? 연기 공부? 저 연기 바보는 분명 쉬는 텀에도 연기를 발전시키는 것만을 생각할 거라고.
그런데 유명이 의외의 말을 꺼냈다.
“유럽 배낭여행요.”
“배낭여행? 괜찮겠어요?”
“한국분들을 만나면 알아보시기야 하겠지만…다행히 아직 해외에선 얼굴이 팔리지 않았으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어차피 시간이 지날수록 알아보는 사람은 늘 테니, 지금이 그나마 덜 불편하겠죠.”
“흠···”
유명은 원생 현생을 통틀어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 보지 못했다.
해외땅을 밟아본 것은 의 중국 로케가 최초였고, 그 때는 촬영 일정이 빠듯해서 구경다운 구경을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남들 흔하게 다 가본다는 해외여행에 대한 아쉬움이나, 조금이라도 이름이 덜 알려졌을 때 배낭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 따위는, 유명이 여행을 원하는 이유의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보다 더 큰 것은,
책으로, 영상으로만 접해와서 궁금했던 해외의 공연 문화를 제 눈으로 접해보고 싶은 마음.
많은 공부를 해왔지만, 사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야만 깨닫는 부분도 있을 테니까.
근세에 문화가 집약적으로 꽃 피었었다는 유럽.
수많은 예술가와 대문호의 자취가 서린 땅을 여행함으로써 얻게 될 문화적 경험과 영감이, 자신의 지평을 넓혀 주리라는 기대.
그리고…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유명은 그것을 아직 꺼내지 않고, 가슴 속에 고이 묻어 놓는다.
“좋은 생각이에요. 처음으로 놀겠다고 하니 심히 뿌듯하군요. 그래도 인터뷰들과 크루드 2차 촬영할 시간은 필요하니 조금 여유를 두고 일정 잡는 게 좋겠어요.”
“8월 쯤이 좋겠어요. 9월 안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서요.”
“오케이. 한 달 넘게 남았군요. 비행기표는 내가 선물해도 되죠?”
유명은 유석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그의 최초의 휴가가 결정되었다.
*
류신의 환송회가 열렸다.
“어, 유명이 왔다!!”
유명이 내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가장 밝게 그를 반기는 것은 준호이다.
준호, 한성, 선하, 혜선, 유리, 수호, 류신, 그리고 유명.
핵심멤버 여덟 명만 모인 단촐한 자리였다.
“류신 형은 아직 안 왔네요?”
“응. 급하게 출국할 준비한다고 정신없나봐. 방금 전화해보니 빨리 와도 30분은 더 늦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유명이 너!!”
선하가 짐짓 엄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재밌는 거 하면서 누가 혜성 안 오고 줄라이로 가래. 우리 단장님 요즘 너네 때문에 곡소리 나신다.”
“하하- 선배님 때문에 안 간건데요.”
“으응? 나 때문에?”
“선배님 연애하시는데 후배가 눈치없이 바쁘게 만들까봐요.”
“야-! 우이쒸…”
선하의 얼굴이 발개지고,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얼마 전에, 한성과 선하는 그들의 만남을 친한 사람들에게만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그 ‘친한 사람들’이었고.
“장난이에요, 하하. 줄라이로 간 이유는…혜성은 원래 잘하잖아요.”
“줄라이도 잘하잖아. 두 번째로 규모있는 극단인데?”
“그 때 분위기가 좀 안 좋았어요. 빚 갚으러 그 쪽으로 간 거에요.”
“아항~”
그런 안부들을 전하고 있을 때,
드륵-
오늘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류신아!”
“형-”
“선배~~”
손을 슬쩍 들어올리고 덤덤하게 유명의 옆자리에 앉은 류신이 병맥을 따더니 쭈욱 들이켰다. 목이 탔던 모양이다.
“좀 늦었어요.”
“처리할 일이 많아요?”
“그게 아니고…후우, 위고씨 그 인간···”
류신이 다시 맥주를 마신다. 그 인간…이라는 말에 열받은 감정이 짓씹힌다.
“무슨 일 있어요?”
“유학 때문에 저 쪽에서 처리해줘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네요.”
“어어, 그래요? 엄청 대단한 사람이잖아요.”
“그 때 발롱 씨가 그랬잖아요. 같이 있으면 배울 건 많겠지만, 성질은 버릴 거라고.”
“아…그랬죠.”
“무슨 말인지 벌써 알겠네. 하아···”
류신이 조금 기력을 찾은 후에는 즐거운 대화가 오갔다.
려말선초와 피터팬의 뒷 이야기, 혜선과 준호가 투입된 혜성의 신작 이야기, 수호의 단편영화 제작 등의 이야기가 활발히 오간다.
“잘 다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