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7
잘 포장하면 화제가 될 만한 이야기거리이다.
수잔은 그것을 위해 테스트는 형식만 취하고, 3차까진 그냥 올려보낼 것이냐고 물었다. 화제가 될만한 참가자를 어떻게든 끌어올리는 것은 리얼리티 쇼에서 흔히 취하는 방법이니까.
[아니, 혼자 올라올 능력도 없으면서 건방지게 시드를 거절한 거면, 화제로 만들 가치조차 없겠죠.] [흠, 그야 그렇죠···] [하지만 그게 오만이 아니라 진짜 실력이라면, 초반의 자료들은 나중에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 거에요. 신경써서 체크해 줘요.] [오케이, 보스.]수잔이 장난스럽게 까딱 경례를 했다.
*
“안녕하세요, 작가님.”
“유명씨~~! 우와 이게 얼마만이야.”
뻥- 하고 튀긴듯한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유명을 보고 펄쩍펄쩍 뛰며 반가워했다.
연예학개론 종방 후 처음으로 보믄 육미영 작가이다.
“대본, 대본 읽어봤어요?”
“네, 재밌게 잘 읽었어요. 작가님 영혼을 갈아 넣으셨던데요?”
“그쵸? 마음에 들죠? 내가 유명씨 생각하면서 썼다니까, 그럼 같이 가는 거? 콜?”
“저, 그게···”
유명이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영화 쪽엔 이미 유석을 통해 거절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육미영에게는 스스로 밝히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같이 작품했던 정도 있고, 신유명이라는 배우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해준 사람이니까.
“죄송하지만, 같이 하긴 힘들겠습니다.”
조심스럽지만 확고한 거절에, 육미영의 몸에서 힘이 추욱 빠진다.
“어쩐지, 확답 안 해주고 뜸 들이면서 만나자고 하더니 결국 거절이었어. 아, 어떡해. 유명씨 아니면 이걸 누가 연기하냐고···”
유명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육미영의 신작은 김현태를 캐스팅해서 내년 최고의 드라마로 성공할 테니까.
원생에서 2007년을 풍미했던 드라마였다.
이번에 읽어본 대본도, 연기하기 힘든 장면들이 조금 추가된 것 외에 줄거리가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다.
“그래서, 뭐에 밀린 거에요? 영화? 설마 유명씨도 드라마보다 영화가 우월하다는 파야?”
“어…예능인데요.”
“뭐? 예능??”
육미영이 음료를 풉- 하고 토해낼 뻔 한 걸 겨우 삼키고, 어안이 벙벙해져서 묻는다.
“내가 제대로 들은 것 맞죠? 무슨 예능??”
“아직 대외빈데…비밀 엄수 해주실거죠?”
“당연하죠~!”
유명이 미국에서 진행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 육미영의 고개가 갸웃한다.
“음…유명씨가 욕심낼 만한 상황인 건 알겠어. 카일리 언쇼 떡밥도 군침돌게 생겼고. 근데…너무 아깝지 않아요?”
“뭐가요, 작가님?”
“지금 유명씨 위치가 애매하잖아. 물론 엄청난 스타덤이죠. 그런데 아직 단독 주연 이력이 없잖아요. 워낙 연기를 잘 해서 이미 여러 번 주연을 한 것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사실은 팬텀도 이방원도 준주연이었지. 딱 한 편만 단독 주연으로 대박내서 주연급 배우로 입지를 확고히 하고 나면 헐리웃 진출하기도 쉬울 거고, 잘 안 됐을 경우 돌아오기도 쉽지 않을까요? 그러기엔 역시 우리 드라마가 딱인데···”
결국에는 드라마에 출연해 달라는 설득이기는 했지만, 육미영은 상당한 진심을 담아 유명을 걱정했다.
지금 신유명의 몸값은 경력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높다.
그녀는 그것을 굿엔터의 문유석 실장의 수완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연예학개론으로 얼굴을 알린 직후에 발레리나 하이가 터지고, 그 후엔 손치욱 감독의 은퇴작을 잡아 냈다. 광고는 딱 하나, 연기력을 드러낼 수 있는 스토리 형식의 광고.
그리고는 뜬금없이 연극을 하더니, 그걸 다큐로 만들어 전 국민의 관심에 불을 질러 놓은 채, 반년간 휴식기를 선언해 버렸다.
이 엄청난 밀당에 2년차 배우의 몸값이 천정부지인 상황까지 온 것이다.
이렇게 피크를 찍어 놓은 상태에서 미국에 간다?
화제는 될지언정 상당한 무리수다.
만약에 오디션에서 괜찮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자칫 문유석의 가이드 하에 유명이 쌓아온 것들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건넨 조언인 것이다.
물론 유명이 걸어온 길이 계산된 것이라는 건 그녀의 오해일 뿐이었지만.
“음…작가님 말씀도 맞아요, 맞는데···”
유명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과분한 평가도 감사하지만…나중에 이런 기회가 또 있을 것 같진 않아서요.”
‘남은 시간이 그리 많을 것 같지도 않구요.’
유명은 꺼낼 수 없는 한 마디를 속으로 삼킨다.
“그리고 결국, 우승하면 되는 문제 아닐까요?”
“진짜…우승을 노린다구요?”
“당연하죠. 그러려고 가는 건데요.”
진짜 진심인가 보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그래, 쟤라면 진짜 가능할지도 몰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버린 육미영은, 이번엔 다른 의미의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우승해도 문제라고…그럼 도대체 몸값이 얼마가 되는 거야!’
이래저래 울상이 된 그녀였다.
*
“안녕하세요, 형!”
“누구신가요?”
“어…저 모르시는구나? 저는 형 아는데.”
기획사의 지하 2층에서 내려서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곱슬한 머리가 눈을 살짝 가리고 있는 남자는, 쪼그려 앉아있던 난간 위에서 폴짝 뛰어내리며 손을 흔든다. 생글거리는 웃음은 묘하게 중성적인 느낌을 띤다.
유명은 머리 속에서 열심히 필름을 돌려 보았지만, 현생에도 원생에서도 기억에 없는 얼굴이다.
“죄송한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도효준이라고 해요, 안녕하세요!”
아···
유명은 그가 누구인지를 깨달았다.
문유석의 첫 번째 취미.
“출연하신 드라마랑 영화랑 모두 잘 봤어요! 저 형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아, 네, 고마워요.”
유명은 그가 내민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는다.
제멋대로의 놈팽이라고 입에 거품을 물던 은수의 이야기와 다르게, 상당히 밝고 싹싹하다. 하지만 어제 수연이 투덜댔었다.
-수업 다 재미있는데…싫은 애가 하나 있어요.”
-누구?
-도효준이라고···원래 수업도 잘 빼먹는다는데, 저 오고 난 뒤부터는 수업에 꼬박꼬박 나오거든요.
-응.
-나와서는 과제 받으면, 감탄이 나올만큼 쉽게 해내고, 그리고 저한테 와서 뭘 이런 걸로 헤메냐고 뻐기고…완전 재수없어요.
-걔가 그렇게 잘해?
-오빠 연기가 훨씬 감동적이죠! 그런데 얘도 뭐든 던지면 쉽게 척척 해내긴 해요, 으으.
-흠…순발력이 좋은 배우인가 보네.
수연도 자신과 류신이 기초를 탄탄히 잡아놓은 데다 타고난 몰입력이 있어 보통은 아닐텐데, 그런 그녀가 이렇게 쉽게 패배감을 표하다니 도대체 어떤 배우일까 궁금했었지.
“형, 미국에 오디션 프로 출전한다면서요?”
“아, 네. 벌써 소문이 났나 봐요.”
“그거, 저도 가고 싶어요! 유석 형한테 저도 보내 달라고 했어요.”
문 실장님께 형이라니…개인적인 친분이 있나?
어떤 배우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다짜고짜 자신에게 와서 이러는 걸 보면 성격은 뜬금없는 게 확실하다.
“제가 형보다 더 연기 잘하는 걸 증명하면, 유석 형이 다시 제가 최고라고 생각하겠죠?”
그것도 엄청나게.
146 1차 예선
“천재에요.”
다음날, 유명이 도효준에 대해 묻자, 유석이 단정짓듯 말했다.
“계약한 지 4년 됐어요. 알고 있겠지만 제가 취미로 써포트하리라 마음 먹었던 첫 배우에요. 유명씨처럼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했던 첫 배우기도 하고요.”
“캐스팅보트 출연하겠다고 하던데요.”
“유명씨한테요?”
유석이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유명씨가 이해해요. 속은 미국애나 다름없어서, 마이웨이 스타일이라.”
“미국요? 한국말 할 때 어색한 점은 전혀 없었는데···”
“정확히는 해외입양된 케이스에요. 저랑은 미국에서 만났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한국말이 꽤 서툴렀었는데, 금세 배우더군요.”
유석은 효준과의 만남에 대해 유명에게 털어놓았다.
때는 5년 전. 유석이 샌프란시스코에 출장을 가 있을 때였다고 한다.
렌트카를 몰고 운전을 하고 있던 유석은 경찰이 음주단속을 하는 구간을 지나치게 된다. 술은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미국은 경찰권이 무척 강하기에 괜히 살짝 긴장하고 있는데, 경광등을 단 차 한대가 유석의 바로 뒤로 끼어들었다.
다른 경찰 한 명이 그 차 옆으로 가서 운전석을 두드렸다.
-무슨 일입니까?
-환자가 있어서 병원에 가는 중입니다. 상태가 몹시 위급합니다!!
-창문을 열어보시죠.
운전석의 남자가 환자가 타고 있는 뒤쪽 창문을 주욱 내렸고, 무슨 일인가 뒤쪽을 확인하던 유석의 눈에 창백하게 질린 소년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 얼굴이 유난히 선명하게 틀어박혔던 것은, 동양적인 생김새 때문이었을까, 시선을 사로잡는 외모 때문이었을까.
소년은 불규칙적으로 호흡하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곱슬대는 머리카락이 살짝 젖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다. 무척 어렵게 내뱉는 숨이 한참을 목에 턱 걸려있다가 커다란 기침으로 토해져 나온다. 쿨럭쿨럭, 폐를 토할 듯이 격한 기침을 한다.
누가 봐도 아슬아슬해보이는 중환자였다.
-어…얼른 가 보시죠!!
-감사합니다.
그렇게 그 차는 검문없이 통과하여 길을 달렸다.
유석도 검문을 통과한 후 숙소로 향했고, 잠시 ‘그 동양인 소년은 괜찮으려나’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곧 잊어버렸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유석은 기막힌 광경을 보게 된다.
-저, 방금 여기서 소매치기를 당했는데요…여행자인데 지금 숙소까지 돌아갈 돈도 없이 탈탈 털렸어요. 제가 꼭 계좌로 보내드릴 테니까 10달러만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어떤 친절해 보이는 중년 부인에게 딱한 사정을 설명하고 있는 소년.
그 얼굴이 어제 밤의 곧 죽을 듯이 아파보이던 그 소년의 얼굴과 오버랩된 것이다.
유석은 잠시 자신이 착각하는 건지 눈을 비볐다고 했다. 하지만 소년의 얼굴은 쉬이 잊지 못할듯한 독특한 개성과 아름다움이 있었다.
특히 코 끝에 박힌 점을 확인한 후, 유석은 그가 어제 밤의 소년과 동일인인 것을 확신하고, 그의 작태를 계속 지켜보았다.
-친절하신 아주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 안에 꼭 돌려드릴게요.
-지갑을 꼭 찾으면 좋겠네요. 돈은 안 돌려줘도 돼요.
-아니에요, 꼭 돌려드릴 거에요!
부인은 무척 애처로운 눈빛으로 소년을 동정했다.
그럴만 했다.
반쯤 그렁한 눈물, 신실한 태도, 이런 짓을 처음 해보는 듯 어쩔 줄 모르며 좁아진 어깨.
그 때부터 유석은 순수하게 감탄하기 시작했다. 어제 밤의 그를 보지 않았다면, 저 흔한 레파토리에 유석도 깜빡 속아넘어갔을 법한 자연스러운 연기였다.
‘연기를 배운 건 아닐텐데…대단하네. 살아있는 연기야.’
그리고 그는 부인이 지나간 후, 잠시 주변을 훑어보다 유석을 타겟으로 하고 다가온다.
-저…한구욱 분이세요? 저는 교포 2세인데…제가 방금 지갑을 소매치기 당해서요오···
이번에는 한국어다. 동정심을 자극하는, 어눌하고 서툰 한국말.
그 손목을 유석이 덥석 잡아챈다.
-지갑 하나를 두 번 도둑맞을 수도 있나요?
-뭐…뭐야 당신!!
-나랑 얘기 좀 하죠. 걱정마요, 나는 당신같은 사기꾼이 아니니까.
*
“그렇게 데려와서 얘기해보니 우여곡절이 많았더군요. 어릴 때 입양되어서 미국으로 왔는데, 양부모와 문제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나랑 만났던 18살 때는 이미 집을 나온 상태였고, 아르바이트며 이런저런 일들로 생계를 이어왔던 모양이에요.”
“그럼 그 아픈 척 했던 건···”
“일종의 대행 알바같은 거였다고 합니다··· 그만한 연기력이면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을 만도 하죠.”
유석이 효준을 변명해주듯 말을 덧붙인다.
“데려오기 전에 조사를 좀 해봤는데, 크게 사고친 건 없어요. 양부모와 문제가 생긴 건 나이가 든 이후였고, 어릴 때 기본적인 도덕심은 교육시킨 모양이에요. 빌린다는 명목으로 삥을 뜯은 적은 있지만 뭘 훔치거나 뺏거나 하진 않았더라구요.”
“어린 나이에 고생했네요.”
“환자 연기했던 것, 무슨 커다란 범죄에라도 연루된 거였으면 어쩔 뻔 했냐고 했더니, 의외로 순순히 잘못했다고 하더군요.”
그 이후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몇 가지 테스트 해봤더니, 와…타고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이런 애가 제대로 연기를 배우고 데뷔하면 어떨까 상상하니 두근두근했죠. 한국에 따라갈 생각 없냐 물으니 가겠다고 하더군요. 이후는 유명씨가 아는 대로예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해 줬지만, 열심히 연기할 마음이 없었던 건가요?”
“유명씨랑 만났을 때보다 그 때가 더 무료함에 몸부림치던 시절이라, 재능만 봤지 배우로서의 다른 자질은 못 본 거에요.”
유석이 살짝 한숨을 쉰다.
“연기는 곧잘 해요. 그런데 진지함도 열의도 없어요. 재능이 저만하니 내가 어디 꽂아주면 조연 정도야 할 수 있었겠지만, 아직 마인드가 안 생긴 상태에서 민폐 끼칠까봐 단역만 시켰죠. 그랬더니 그 정도는 껌이라면서 적당히 슥슥 해내고, 받은 돈이 떨어질때까지 놀고만 반복했어요.
4년간 달래도 보고 엄하게 다그쳐도 보고 당근 채찍 안 줘본 게 있겠습니까. 재능이 아까워서 나답지 않게 꽤 간섭을 했는데도 잘 안되더라구요.”
“연기에 취미가 없으면 어쩔 수 있나요.”
“취미가 없다기보다는…뭐든 해보면 금방 할 수 있으니까 별 거 없다라고 느끼는 모양이에요.”
그 말에 유명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유석이 유명의 눈치를 슬쩍 보며 결론을 말한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본인이 먼저 열의를 보이더군요. 유명씨만 괜찮다면, 같이 데리고 가고 싶어요.”
“캐스팅보트요? 그거라면 제 동의가 필요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거의 포기했었는데, 스스로 나선 걸 보니 정신을 좀 차린 건가 싶어서요. 이번을 마지막 기회로 할 생각입니다. 정확히는, 캐스팅 보트를 하면서 유명씨를 보고도 느끼는 바가 없으면, 엔터에서 이만 아웃시킬 생각이에요.”
“흐음···”
유명이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유석은 도효준이 본인의 관심을 끌려고 캐스팅보트에 자원한 건 모르나 보다.
뭐, 그건 자신이 관여할 일은 아닌 것 같고.
“따로 케어해달라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유명씨가 전혀 무관한 건 아니니까 미리 허락을 구하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저는 제 할 일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 날, 굿 엔터에서 미국으로 두 장의 원서가 날아갔다.
*
[제 27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신유명-] [신유명 씨는 오늘 참석치 못한 관계로 매니저 분이 대리 수상하시겠습니다.]2006년 12월 15일.
한참 연말 분위기가 가득할 때 방영된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가 휩쓸었다.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미술상, 신인남우상 등을 석권하며 올해가 의 해였음을 공고히 했지만,
그 신드롬에 가장 크게 기여했던 주역 1명은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팬카페에서는 난리가 났다.
게시물 225270 [유명이한테 무슨 일 있나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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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쁜 날에 우리 유명이는 왜 얼굴 한 번 안 비추는 걸까요?
유럽 여행에서도 이미 돌아왔다던데···
오늘이라도 얼굴 보고 싶었는데…어디로 간 거니···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저도 오늘 무조건 본방 사수하고 있었는데, 대리 수상보고 좌절 또 좌절요OTL
└어디 아픈 건 아니겠죠ㅠㅠ
└다음 작품 소식도 없고…휴 너무 답답하네요.
└시삽/대외비라 자세히 설명드릴 순 없지만, 신유명 배우는 지금 몹시 바쁩니다. 아프거나 나쁜 일 있는 건 아니니 걱정마세요. 연초 정도에 소식이 뜰 겁니다.
└뭐죠? 다음 작품인가요? o_o!
└회장님, 힌트라도 좀 주시면 안되나요. 기다리다 미칠 것 같아요···
└아픈 게 아닌 게 어딘가요. 우리 유명이 믿고 기다립니다.
└회장님. 행동지침이라도 좀…후우, 유명이 수상기념으로 팬클럽 이름으로 기부라도 하면 어떨까요?
└좋은 의견입니다. 찬성찬성!
소진은 술렁이는 팬카페 여론을 수습해놓은 후, 하던 작업에 다시 열중했다.
포토샵과 웹에디터 프로그램 위로, 그녀의 빠른 손이 휙휙 움직인다.
‘조금 어설프지만 선점이 중요하니까…일단 만들어서 도메인 잡아놓고, 팬클럽 동의 얻어서 프로에게 다시 제작시킨다!’
www.namedgod.com
그녀가 등록신청한 도메인이었다.
그녀는 몇주 전, 굿엔터 본사에 불려가서 전달사항을 들은 이후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준비하고 있었다.
-헐리우드 진출요?
-정확히는 티비프로그램이지만, 그걸 통해서 헐리우드를 노리는 거니까 틀린 말은 아니네요.
-그럼 최소 반 년, 길게는 몇 년을 미국에서 지내게…되는 거군요…
‘왜 하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팬클럽 입장에서도 국내 활동이 훨씬 떨어지는 떡밥들이 많았고, 그냥 배우 신유명의 미래를 생각해도, 지금 시점에서 미국으로 가는 것은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소진은 입을 꾹 닫았다.
의 기조는 원래부터, 조건없이 내 배우의 길을 응원하는 것.
그 기조는 다큐 이후로 더욱 확고해졌다.
자식에게 의사가 되라고 법관이 되라고, 멋지고 인정받는 길을 선택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가겠다고 한 길을 멋지게 해내도록 믿고 지지하는,
‘내 새끼라고 내 뜻대로 재단하지 않는 진심어린 응원’을 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분명 치열하게 고민하고, 배우로서 가장 도전적인 길을 택했을 것이다.
우리들에게 또다른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서.
신유명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