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90
{조앙. 왕의 결함과 재상의 결함이 그렇게 연결되넹. 그리고 왕이 무희에게 반하는 것도, 무희에게서 어머니와 닮은 점을 발견해서로 하면 또 연결이 되겠당.}
재상의 결함은, 왕을 무너뜨리겠다는 재상의 의지로 채워지고,
왕의 결함은,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무희와의 관계로 채워진다.
이야기를 짠다는 것은, 하나씩 퍼즐조각을 깎아 맞추어 빈틈없는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과정.
연귀는 유명의 아이디어를 받고, 살을 덧붙히며, 다시 한 번 유명에게 감탄한다.
여전히 가르쳐 준 것은 잘 받아먹는 녀석이다.
‘왕이 처음 무희를 만나는 것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 될 거야.’
{강렬한 오프닝이 필요하겠넹.}
‘왕이 한 눈에 빠질 수밖에 없는 강렬한 등장이, 확실히 필요해.’
{맡겨봐랑.}
여우가 자신만만하게 눈을 반짝였다. 유명은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
#Panorama Shot, 2
[안녕하세요, 프리야.] [네…안녕하세요, 감독님.]이후, 프리야는 많은 곳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를 보고 그녀를 컨택해 곳도 있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곳에서는 ‘하트로이트의 딸’이라는 이름값을 원하는 것이 확연히 눈에 보였다.
하지만 프리야는 많은 주조연급 배역들을 거절하고, 밸론토에 자신의 이름을 등록했다.
그리고 일부러 작고 개성있는 역들을 골랐다.
어릴 때부터 웃기만을 강요당해서 발전하지 못했던 감정의 배리에이션. 남들이 자연스럽게 짓는 표정들을, 프리야는 익히고 새겨나가야 했다. 그 과정은 무척이나 지난한 것이었다.
그렇게 3년만에, 프리야는 한 사람의 연락을 받았다.
2년 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탄 의 감독, 이제 미국에서도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꼽히는 카일러 언쇼가 자신을 지목하여 만나고 싶다고 한 것이다.
물론 프리야도 카일러도, 원생의 인연을 알 리 없었다.
캐스팅보트에서 프리야가 우승하고, 카일러는 우승 조건이어서 어쩔 수 없이 프리야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고, 프리야가 결국 자신의 한계를 깨지 못해서 영화가 망하고 말았던 일은, 지금의 생에선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캐스팅보트 찍을 때, 안면이 있죠?] [네, 멀리서만···] [유명씨와도 친하다고 들었는데. 판도라는 나도 무척 인상깊게 봤어요.]프리야는 카일러가 좀 어려웠다.
자신보다 아름다운 것 같은 남자는, 그 시선이 맑디 맑아서 제 마음 속의 어둠까지 꿰뚫어 볼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금세 마음을 진정하고, 그의 시선을 맞받는다.
배우는 보여지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 속의 어둠까지도 연기의 재료로 쓰기로 결심한 ‘배우’. 보여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예전의 자신으로 남을 뿐이다.
그런 그녀의 변화를 바로 감지한 듯, 카일러가 상냥하게 웃었다.
[혹시, 지금 촬영이 예정되어 있는 작품이 있나요?] [영화 단역을 하나 받아서, 다음 달에는 그 촬영이 있어요. 그게 끝나고 나면 아직 별 일은 없습니다.] [그럼 나와 같이 작품해 볼래요? 프리야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은데.]프리야는 터지려는 비명을 꿀꺽 삼켰다.
설마설마했는데, 정말 카일러가 자신을 점 찍은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캐스팅보트 당시 에서 프리야의 악마는 무척 매력적이긴 했지만, 저는 그게 당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역작으로 남지 않을까 했었어요. 그게 프리야가 할 수 있는 한계라는 느낌이었죠. 하지만 영화 에서 매일 의상을 바꿔입고 라운지에 출근하는 배역 제시카가 당신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죠. 어떻게 감정 표현이 그렇게 다채로워질 수 있었어요?]그 말에 프리야의 눈이 살짝 촉촉해졌다.
지위도 명성도 내려놓고, 바닥부터 시작했다.
그것이 힘에 부칠 때마다, 그녀는 자신이 보았던 한 배우의 기적같은 연기를 떠올렸다. 그 느린 걸음걸음의 첫 보상이 오늘 주어지고 있다.
[연습했어요. 제가 부족한 부분이라서요.] [그 부분이 제게 영감을 줬어요. 물론 인터뷰를 해 가며 프리야에게 맞는 시나리오를 쓰겠지만, 일단 떠오른 모티브는, 하하···] […?] [차갑고 우아하기 그지없는 상류층 여인의 몸에 어느날, 닳고 닳은 장사꾼 여인의 영혼이 들어오면서 일어나는 상류사회의 해프닝?]프리야는 순간 움찔했다.
자신은 하트로이트의 핏줄. 분명 이런 내용의 영화를 촬영한다면 많은 구설수에 오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하고 싶다. 상류층 사회의 고아한 표정들을 일그러뜨리게 만드는 거침없고 패기 넘치는 장사꾼 여인이라··· 정말 자신과 잘 어울리는 내용이 아닌가.
[어때요?] […할게요, 감독님. 아니, 꼭 하고 싶습니다!]프리야는 먼저 당차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카일러가 꾹 잡았다.
*
본 연습이 시작되었다.
대본은 아직 미완성이었지만 웬만큼 설정이 잡혔으니, 둘은 함께 연기를 해 나가면서 대본을 채워나가기로 했다. 부족한 시간 때문도 있었고, 어차피 연습하다보면 수정이 될 거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하루라도 빨리 연습을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나와 있는 것은, 1막 1장(Intro)과 2장의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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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1장
막이 열리고 텅 빈 무대.
객석음악, 리듬감 있게 변주되며 무곡으로 변화한다.
음향 : 레오도 전하의 탄신을 축하하며, 재상 아덴이 준비한 공연입니다~
왕 Nar : 흐음, 아덴이?
음악이 깔리며 한 무희의 등장.
은빛 바람같이 나부끼는 무희의 독무가 환상같이 무대를 휩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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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뭘 넣을까?’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이면 좋겠당.}
‘음…이건 어때?’
지금 그들은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유명이 예전부터 모아온 샘플 음원들 중, 미호의 주문에 맞을법한 음원들을 하나씩 틀어주었고, 노트북 키보드 위에 앉은 미호가 노래가 바뀔 때마다 귀를 움찔움찔거렸다.
{3번이나 6번?}
‘응. 나도 그거 두 개가 좋아. 몸을 움직이는 걸 생각하면 뭐가 좋아?’
{그럼 6번이 좋앙.}
유명은 다시 한 번 6번 음악을 재생한다.
연습실 공간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느낌의 멜로디가 흐르듯이 번진다. 그리고···
‘헙···’
미호가 어느새 몸을 날려 연습실의 한 가운데 섰다.
이미 지난 번에 보았던 여인의 모습으로 현신한 상태. 나풀거리는 짧은 무복에, 넓은 소매를 달고 있는 팔이 이마께에 닿아 얼굴을 가리고 있다.
유명은 순식간에, 왕의 마음 속으로 빠져든다.
어린 나이에 왕이 되었다.
그보다 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었다.
만인지상의 자리에 앉은 남자는 외로웠다. 신하들은 그에게 현군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못이 박히도록 읊어댔으며, 반드시 짓밟아버리고 싶은 어머니의 원수 헤덴 왕국을 공격하는 것은 매번 반대의 언성을 높였다. 잦은 전쟁으로 인해 떨어진 국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자신의 소꿉친구이자, 평민인데도 명민하기 그지 없는 아덴만이 조금은 그의 마음을 알아주었지만, 그에게는 세력이 없어 실질적으로 왕의 힘이 되지 않았다.
매사가 지루하고 따분하며, 언제나 마음 속에 화가 잠겨 있는 왕의 눈 앞에,
한 여인이 등장해 벼락같이 마음을 점령한다.
la~ la
음악의 리듬에 맞춰 사라락 떨어진 소매 위로, 감춰진 무희의 얼굴이 드러난다.
‘…!’
가히 천하절색이었다.
282 무희 살로메
Panorama Shot 3.
[서류신 씨.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류신은 조금 긴장해 있었다.
그 데렉 맥커디를 봤을 때도 쫄지 않았던 서류신이다. 자신이 마음먹은 길을 똑바로 간다, 그것 외에 다른 주변 상황에 흔들림이 없는 남자였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우상같은 배우였으며, 홀연히 감독으로 전직하고 난 뒤에도 수많은 대작들을 찍어 온 존 클로드의 앞에서, 류신은 소년처럼 살짝 얼굴을 붉혔다.
‘화면보다 더 느낌이 좋은데.’
그런 그를 바라보며, 존 클로드는 입맛을 다셨다.
존은 의 메이킹필름을 보고 굉장한 흥분에 사로잡혔다. 유명의 연기? 물론 놀랍기는 했다. 하지만 존은 직전까지 신유명과 작품을 함께 하며, 그에게는 이미 너무 많이 놀란 상태였다. 말하자면, ‘말도 안 되게 굉장하지만, 신유명이잖아. 그럼 그럴 법도 하지.’ 상태였다고 할까.
오히려 그를 기대하게 한 것은…
-상대역, 제가 하겠습니다.
-여태 그것만 연습했습니다. 이제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겨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뭔가 굶주린 눈빛을 한, 또 한 명의 배우.
주르륵-
메이킹 영상을 다 보고난 순간, 존은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떨어진 침을 황급히 닦았다.
엄청난 배우이다. 때에도, 당시 촬영장에서 신유명의 텐션에 따라가는 배우는 누구도 없었다. 다들 한두 번만 함께 연기해 보면 수준 차를 바로 절감하고, 이후부턴 조언을 요청할지언정 그에게 덤벼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저 배우는, 아직도 신유명에 대한 경쟁심을 버리지 않았다.
닿을 수 없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수백 수천 번을 뛰어오르는 열정. 어떻게든 유명의 촬영에 도움이 되고 말겠다는 그의 의지는, 분명 누군가를 돕겠다는 선의보다는, 스스로를 증명하겠다는 자존심의 영역에 속해 있었다.
최고만이 가질 수 있는 눈빛이었다.
‘이걸 본 감독이라면, 누구든 탐내겠지.’
존의 마음이 잔뜩 초조해졌다. 그는 유명에게 전화를 걸어 서류신에 대한 정보들을 알아냈다. 유명은 서류신에 대해 연기력과 마인드 모두 최고 수준의 배우라고 극찬하며, 그가 해외 계약에 관해선 유명의 소속사인 Agency W를 통하고 있다는 소식도 알려주었다
그렇게 이루어진 미팅이었다.
실제로 만난 그는, 화면보다도 더 자극적이다.
조금 날이 선 인상은, 보는 사람을 집중시키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 인상이 살짝 누그러지며 희미하게 웃을 때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안도하게 만드는 구석이…
[계약하실래요?] […네?]조용히 류신을 훑어보던 존 클로드가 처음 꺼낸 말은, 계약 제의였다,
류신은 무척 당황스러운 얼굴로 눈을 꿈뻑였다. 이건 또 무슨 몰래카메라일까.
하지만 존은 진심이었다. 곧 저 배우의 주가는 엄청나게 뛰게 된다.
[좋은 제안 많이 들어오겠지만, 이미 제가 찜했습니다. 계약 좀 해 주시죠.]류신이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여기, 넋이 나가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미호의 춤에 매혹당한 유명.
말이 나오지 않는다.
‘배경이 없어도 된다는 것의 의미가…!’
마룻바닥에 거울벽이 붙어있는 단촐한 연습실이, 순간 궁정의 연회장으로 보였다.
아니, 그녀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그녀가 가장 어울릴만한 공간이 연상되어 버린 것이다.
유명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그녀는 음악을 끄고, 사뿐사뿐 걸어가 연습실의 창문을 연다. 바깥공기가 한 바퀴 휘돌고 나서야 유명이 겨우 정신을 차린다.
곤란하다. 연습 때 자꾸 관객이 되어서는.
“정신차렸냐?”
장난기어린 목소리로, 그녀가 웃었다.
“괜찮으면 이어서 연습해 봤으면 하는데.”
“어어…미안.”
유명은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마루 위로 몇 걸음 내딛었다.
관객의 입장에서 벗어나 무대 위로 오르는 순간, 유명의 눈빛이 순식간에 짙어진다.
빠른 몰입.
“…아름답구나. 네 이름이 무엇이냐?”
“살로메.”
마루를 딛고 미호에게 한 걸음씩 걸어가면서, 유명은 어떤 기시감이 들었다.
흐읍-
오묘하게 웃음짓는 그녀의 표정에 갑자기 공기가 무거워진다. 찐득한 무언가가 달라붙는 듯이 팔다리가 늘어지고, 들이쉬는 호흡에 유입된 숨이 기도를 타고 내려가 폐를 묵직하게 짓누른다.
‘이건…!’
과거에 겪어 본 느낌이다.
존재감이 낮디 낮았을 때, 자신보다 훨씬 생기가 높은 배우들을 만나면 느꼈던 몸이 짓눌리는 듯한 느낌.
그 때는 누구나 그런 압박감을 받으며 연기하는 줄 알았었다. 그런데 전혀 아니었지.
존재감을 받고 회귀한 후 첫 리딩을 했을 때, 처음으로 유명은 무한한 자유로움을 느꼈고, 그제서야 자신이 옅은 존재감의 늪에서 빠져나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점은 면으로, 면은 천장 그 자체로, 그리고 천장이 열려 무한한 하늘으로 뻗어나갔지만,
하늘은 그 너머의 우주를 마주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우주 앞에서, 유명은 다시 한 번 예전의 중압감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미호와 연기를 위해 한 무대에 마주선 건, 지금이 처음이구나.’
감히 꿈꿔보지 못했던, 미호와 함께 한 무대에 선다는 것.
지난 한 달 동안 유명은 그 사실에 그저 설레 있었다.
하지만 지금 유명은 깨닫는다.
즐겁게 연기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하하호호 즐거울 수만은 없는 일.
미호와 함께 연기한다는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가혹한 과제가 될 것인지.
“훌륭한 춤을 보여주었으니, 상을 주마. 무엇을 원하느냐, 살로메.”
“저는 폐하의 머리를 원합니다.”
그녀는 자그만 입으로 혓바닥을 잘릴만한 소리를 지껄인다.
하지만 그 경을 칠 말조차도 너무나, 너무나 매혹적이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세상의 입자들이 반짝이며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 유명은 왕의 마음이 되어, 무슨 당돌한 말이든 이미 용서해버린 채 묻는다.
“하하, 내 머리를 가져다 무엇에 쓸 생각이더냐.”
“지엄하신 분을 감히 제가 어찌할 수 없으니, 폐하의 머리라도 가져 키스할 것이에요.”
그녀는 혀로 입술을 살짝 핥으며 유혹하듯이 말한다.
그 순간, 왕은 당돌한 무희에게 완전히 빠졌다.
‘…굉장하다.’
지금도 숨이 턱턱 막힌다.
다시 느끼게 된 이 중압감이 이제는 막막하기보단 진심으로 기껍다.
이 중압감에 적응하게 될 무렵이면, 자신은 다시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
유명의 그 모습을 보며, 미호도 어떤 생각에 빠져들었다.
*
“아덴.”
“네, 전하.”
“둘만 있을 땐, 이름을 부르라니까.”
“…레오도.”
굉장한 몰입력이다.
단숨에 색깔이 확 드러나는 왕.
나른하게 가라앉는 목소리는, 분명 자신이 존엄한 것을 아는 자의 음성. 이름을 부르라는 제안이 마치 너그러운 허락같이 느껴진다.
‘그래, 그런 왕의 태도에, 재상은 역겨움을 느끼지.’
자신과 마주해서 연기를 지속하는 것만도 아직은 힘겨울텐데도, 유명은 재상이 느낄 기분까지 고려하여 왕의 대사를 치고 있다.
“살로메가…네 동생이라지?”
“그래.”
“어떻게 동생이 무희가 된 거야?”
“우리 집은 가난했으니까. 나는 궁의 하인으로 팔려왔고, 살로메는 무관에 팔려갔어. 내가 전하의 배려로 궁정일을 보기 시작하면서, 다행히 살로메를 찾아올 수 있었지만…춤을 추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
“흐음…네가 주말마다 자리를 비운 건, 동생을 보러가기 위해서였나…”
저 눈빛.
분명 자신은 서 있고 왕은 앉아 있는데도, 자신을 내려보는 듯이 동정이 섞인 눈빛에, 연귀는 정말로 속에서 울컥하는 기분이 올라오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머리 속이 찌르르 울렸다.
‘이런…느낌인가.’
이것이 ‘주고’ ‘받는다’는 것인가.
유명이 던져주는 감정들에 반응하듯이 자신의 기분이 오르내린다.
인간이 어떤 상황에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떤 기분을 느끼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연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완벽한 표정을 짓기도 전에, 상대역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감정이 샘솟아 나온다. 상대의 감정 위에 자신의 감정이 쌓이고, 그 위에 또 상대의 감정이 쌓인다.
‘함께하는 연기라는 것은…이런 느낌인가.’
그 전에는 몰랐다. 가장 연기를 잘 하는 인간이라 해도 자신과의 갭이 너무 컸기 때문에, 도저히 함께 연기한다는 기분을 받을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이라면, 유명이 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공연을 동료들과 함께 하고 싶어했는지 알 것 같다.
“그럼 살로메를 내게 주지 않겠어? 내가 잘 돌봐주지. 아름다운 곳에서 춤도 마음껏 추게 하고.”
왕이 개 같은 소리를 지껄인다.
벗이라고? 이제 재상이 되었으니 귀족과 다름없는 신분이라고?
왕에게는 비가 있다. 정략으로 맺어진 애정없는 사이라고 해도. 벗의 여동생을, 자신의 첩으로 달라고 저렇게 스스럼 없이 말하는 벗도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 역겨운 마음을 감추고, 자신은 사근사근하게 웃는다.
“안 그래도 전하를 위한 선물이었어. 전하는 우리 남매의 은인이니까.”
“벗끼리 은인은 무슨.”
유명이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친다.
그것에 불쾌함을 감추고 빙긋이 웃는 재상이 있고, 불쾌함마저 기뻐하는 연귀 자신이 있다.
이런 기분은…처음.
‘너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를, 최고로 만드리라.’
그리고 너를, 나에게 한없이 가까워지게 만드리라.
파트너로서, 스승으로서, 연귀는 스스로에게 맹세했다.
*
무희의 캐릭터를 설정하면서, 유명과 미호는 이런 얘기를 했었다.
{가장 드라마틱한 것은 인간의 역사당.}
‘그건 그래.’
사람들은 드라마가 과한 경우를 일컬어 소설같다, 만화같다, 아침드라마같다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 하지만 현실에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