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01
50 이하인 사람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기운을 거의 50을 줘야 해당 몸을 지배할 수 있다. 생기를 더 많이 전해줄수록 자신이 지불할 생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아무래도 무리라고 생각했을 때, 그는 기적을 보았다.
‘어떻게 저 정도의 생기로 배우를…아니 심지어, 생기만 빼놓으면 연기는 잘하잖아?
유명과의 만남이었다.
*
완전히 몰입해서 읽고 있던 유명은,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흠칫 멈추어섰다.
한 글자 한 글자에 천 년의 세월이 새겨져 있는 이야기는, 여태 품어왔던 미호라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해갈시키며, 유명의 뇌리에 새겨지고 있었다.
‘그랬구나. 내가 미호에겐 유일한 희망이었어.’
자신의 몸을 탐낸 것이라지만, 유명은 미호의 히스토리를 알게 되자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토록 오래 염원해 온 일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을 발견했다면, 누구라고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
그리고 그 때부터는 유명도 알고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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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전율했다.
저렇게 생기가 약한 인간, 아마도 30도 되지 않으리라, 그에게 자신의 생기를 그것보다 조금 더 많이 나눠줄 수 있다면?
충실하게 연기해 온 훌륭한 육체, 그럼에도 낮은 존재감. 이 정도로 ‘존재탈취’하기에 적합한 존재가 있을까.
그래서 혜호는 조용히 남자의 뒤를 밟는다.
존재감을 부여하는 자신의 목적을, 남자를 위한 것으로 위장하고, 회귀에 대한 대가를 금빛 꼬리로 치른다.
완벽한 계획이었다. 단 한 가지, 그가 예상치 못하게 자신을 재미있게 할만한 배우였다는 것을 제외하면.
시간이 흘러갔다.
그는 다양한 작품들을 연기했고, 그럴 때마다 자신을 놀래킬만큼 성장해갔다.
호기심이 재미가 되고, 재미가 애정이 되는 것은 손쉬웠다.
자신도 놀랄 정도로, 그에게 차곡차곡 마음을 빼앗겼다.
어느 순간, 혜호는 깨달았다.
자신은 아마도 그의 몸을 빼앗을 수 없을 것임을.
이제 혜호는 연기만큼이나, 그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래서 혜호는 유명의 삶이 다할 때까지 곁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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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만 바뀐, 같은 사건들이 펼쳐졌다.
자신의 몸을 호시탐탐 노리던 시선이 점점 따뜻하게 변해과는 과정을 보며, 유명은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원래는 여기까지가 대본이었던 듯 했다.
아마 미호는 7년이 다가옴에 따라 자신이 몸을 넘겨줄 준비를 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이 대본을 써왔었나 보다.
-나는 이제 네가 좋고, 네가 하는 연기를 쭈욱 지켜보는 것이 즐거워졌당. 그러니까 쓸데없는 생각 하지말고 앞으로 쭉 연기해랑. 그리고 더 성장해서, 언젠가는 이 대본을, 나 혜호를 네가 연기해줘랑.
그렇게 말하려고 했을 것 같다.
미호의 깊은 애정이 사무쳐, 유명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구어졌다.
하지만 대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장부터 달라진 대본의 종이과 펜 질감에, 유명은 여기서부터가 ‘가필된 부분’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선계에서 써서 가지고 온 거면, 완성된 거 아냐?
-원래는 완성됐었는데…좀 수정할 부분이 생겼당.
-수정? 그게 언제 끝나는데?
-이번 공연 끝날 때까진 완성될 거당.
아마도, 인격살인에서 자신의 연기를 보고 수정하게 된 부분.
유명은 나머지 부분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
(가필된 부분)
하지만, 그가 믿을 수 없는 연기를 한 순간, 그의 꿈이 바뀌었다.
그저 마음껏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저 배우와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는 것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연기를 탐해왔음에도, 한 번도 무대 위에서 진정으로 교류해본 적이 없다.
아마 어릴적 두 남매와 함께 햇님 달님을 연기했을 때가, 그가 누군가와 연기하는 것이 즐겁다고 느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의 혜호는 인간 배우들의 수준보다 너무 뛰어났기에, 누군가와 주고받으며 연기한다는 기쁨을 느껴보지 못한 것이다.
‘그라면···’
그래 그라면. 자신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관객이 가득 모인 최고의 무대에서, 그와 주고 받는 연기.
생각만 해도 저릿저릿해진다.
이것이 자신이 존재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여겨질 정도로.
적절한 다른 신체를 구할 시간?
없다.
아니 적절한 다른 신체 자체가 없다. 신유명을 만난 것도 기적이었는데, 또 있을리가.
자신이 만족스럽게 연기할만한,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 줄 계약자를 찾는동안, 신유명은 늙어 죽고 말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이어야 한다.
지금.
자신의 마음이 이렇게 격하게 뛰는, 저 인간과 같은 무대에 서는 것만이 가슴에 가득한 지금.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진짜 몸으로.
‘생기를 사용하자.’
혜호는 생기를 사용해 현신할 것을 맘먹었다.
천 년간 모아온 소중한 생기.
많은 관객에게 자신의 현신체가 보여지는 것은 분명 ‘순리의 위배’로, 생기에 타격을 입을 것이다. 심지어 역리를 보정하기 위해 관객들의 기억에서 자신은 삭제되겠지.
그래도 괜찮다. 후회하지 않는다. 그와 무대에 함께 오를 수만 있다면.
…그리고 연극이 있었다.
혜호와 유명은, 아낌없이 최상의 연기를 펼쳤다.
‘함께하는 연극’이란 놀라운 것이었다. 무대 위에서 혜호는 온전히 다른 세계를 마주했다.
유명이 자신을 그 세계로 데려갔고, 자신이 유명을 그 세계로 데려갔다.
그리고 혜호는, 무언가를 깨닫는다.
‘연기의 극의.’
연극이 끝난 후, 혜호는 유명을 기특하게 한 번 쳐다본 후, 자신이 실마리를 잡은 연기의 극의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하나의 대본을 남기고서.
‘一鬼生 (한 귀의 삶)’
-연기의 극의를 찾으러 간다. 너도 정진해서, 언젠가 내가 돌아올 때, 이 대본을 연기해 다오.
혜호는 꿈을 찾기 위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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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유명은 대본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무언가를 깨달았다고··· 그래서 떠난 거라고.’
마음이 저릿한 한편, 그래도 조금 안도가 된다.
혹시 선계에서 미호의 공연이 끝나자마자 데려간 게 아닐까, 혹은 모은 생기를 다 써버리고 사라진 건···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했던 불안한 마음이, 점점 진정되었다.
‘하기야, 마지막까지 꼬리도 있었고.’
살로메가 몸을 날리기 전, 현신을 푸느라 그랬는지 꼬리가 유독 선명히 보였다.
연기에 집중하고 있던 순간조차도, 불안했는지 무의식적으로 꼬리 개수를 셌다.
아홉 개가 모두 온전히 있었다.
‘연기의 극의라. 그 실마리를 봤다니 흥분했을 만도 하지만, 인사라도 하고 가지···’
서운한 마음이 들려고 했지만, 꾸욱 참는다.
괜히 얼굴보면 마음 약해질까봐 그랬을 거다. 언제 돌아올지 모를 길인 것 같으니까.
그래도 돌아올 거다.
더 성장해 이 대본을 연기할 자신을 보기 위해,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바스락-
유명은 조금 편안해진 마음으로 옆에 있던 편지를 펼쳤다.
296 스탕달 증후군
[우리의 시작이 호의로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했어.]편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오랜 세월 연기를 바라왔지만, 인간의 외피가 없어서 마음껏 연기해본 적이 없는 나와 존재감이 부족해 제대로 연기해 오지 못했던 너. 그런 너의 상황에 공감해서 조건없이 너를 돕고, 네 성장을 지켜보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 말야.]유명은 편지의 첫머리만 읽고도 흐려지는 눈을 부릅떴다.
끝까지 그의 전언을 읽기 위해서.
[그렇게 좋지 못한 의도로 시작된 관계임에도, 이런 나를 포용해 줄 정도로 너라는 인간은 너그럽고 따뜻했지. 생각해보면 천 년의 세월이 무색해. 길어야 백 년의 수명을 사는 인간에게서 그런 걸 배우다니, 흘러가는 세월동안 욕심나는 걸 탐하기만 하느라 수양은 별로 하지 못한 모양이야.]인격살인을 본 얼마 후, 미호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냥.
-응?
-버릴 욕망과 가져갈 욕망, 그걸 조화시키기 위해 죽도록 노력하겠다라···
씁쓸하면서도 대견해보이던 표정을 지으면서, 미호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선계를 유람하면서 이 대본을 썼다. 네가 너 자신을 연기할 마음을 먹는 걸 보고 그런 욕심이 생겼어. 네가 나의 삶도 연기해 주면 어떨까 하는.그런데 돌아와서 네 연기를 보고 나니, 이걸 꺼내기도 전에 너와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들어 버렸지.]
돌아와서 인격살인을 본 후에, 그는 생각이 많아 보였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그리고 너와 함께 연기해보니,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기는 혼자 잘 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었어. 그렇게 너와 함께 공연하는 과정까지를 담아 대본을 고쳐썼지. 그리고 나는 공연 도중 연기의 극의를 찾을 실마리를 발견했어.]…뭐?
[그래서 나는 떠난다. 하지만 네가 무리없이 이 대본을 연기할 수 있을 때쯤이면, 돌아올테니까.]가라앉았던 마음이 다시 쿵쾅쿵쾅 두방망이질친다.
[살로메, 정말 즐거웠다. 다시 만날 날까지 재밌게 잘 지내고 있어라.]마지막 단락에서, 유명은 이 편지의 모순을 눈치채 버렸다.
‘연기는 혼자 잘 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며. 그럼 연기의 극의를 찾을 실마리를 발견했더라도…같이 찾는 게 맞는 거잖아.’
분명 편지의 앞쪽은 진솔했다.
하지만 마지막 단락에는, 진솔한 마음과 다른 의도가 섞인 듯한 미묘한 위화감이 있었다.
그 의도는…아마도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한···
‘미호 너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대본과 편지를 모아 쥔 손이, 불안하게 떨렸다.
*
그 날 밤.
혜전당 수전당에, 옅은 바람이 불었다.
빈 객석들 사이로 불어온 바람이 무대 위에 빛을 내며 내려앉고, 빛알갱이는 곧 농염한 여인의 형상을 이루었다. 혜호의 어미, 화호였다.
긴 은빛 속눈썹이 이루는 그늘에 수심이 가득했다.
‘혜호야···’
얼마 전 아들은 그녀가 사는 신선거에 들러 며칠간을 지냈다.
그 때 화호는 이미 불길한 예감을 받았다.
-어머니.
-웬일이니? 용건 없이는 생전 들르지 않는 네가.
-그러게요. 제가 그렇게 무심했지요.
아들은 생전 보여주지 않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무심했었다고 시인했다.
갑자기 철이 든 것 같은 자식을 보면, 기특하기에 앞서 이 녀석이 무슨 힘든 일이 있었던 건지 걱정되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슨 일…있니?
-그냥, 인간들은 얼마 살지도 못하면서, 그 시간을 쪼개어 주변 사람과 함께 하려고 애쓰더라구요. 그걸 보니, 제가 너무 저만 알았다 싶어서요.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서 도망쳐서라도 지키려 했던 소중한 아이였다.
그런 아들이, 성장통을 진하게 겪고 있나 보다.
혜호는 며칠간 자신의 곁에 머무르며, 무언가를 끄적이기도 하고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기도 했다.
들끓는 욕심을 종이에 쏟아내며, 마음을 비워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완전히 포기한 거니?
-네. 사실 오래 전부터요.
-그럼…돌아오지 않을래? 너도 이미 9개의 꼬리를 모았으니, 등선하여 어미랑 같이 살면…
-나중에요. 이 녀석이 살아가는 것까지는 지켜보고.
직접 연기를 할 욕심을 버렸다고 했다.
그럼에도 아직 그 인간의 여생을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나날을, 자신이 꿈꾸던 나날을 살아갈 배우를, 평생 옆에서 지켜보겠다고.
-그 아이가 기특한 마음도 알겠다만…네가 너무 힘들지 않겠니?
-……
-그 아이가 그렇게 빛나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옆에서 지켜만 보는 게…괴롭지는 않겠어?
-…인간의 수명은 짧으니까요. 얼마 걸리지 않을 거예요. 마음 정리도 충분히 했구요.
아들은 그렇게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그 때 뒷모습이 불안불안하더라니.
‘마음 정리는 개뿔이···’
화호는 공연장에 남아있는 기억을 읽어본 후, 속으로 험한 말을 내질렀다.
그렇게 죽을 것같이 하고 싶었으면 차라리 어미한테 하소연이라도 할 것이지. 그럼 자신이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 보았을텐데.
괜찮다고, 참을 수 있다고, 이게 맞는 것 같다고 어른스러운 척 하더니, 결국 돌아가서 신유명의 연기를 보자마자 눌러놓은 욕심이 모두 터져나왔나 보다.
어리석은 녀석···
‘그 와중에도, 신유명의 마음을 지켜주려고 어지간히도 애썼구나. 아마 그른 것 같지만.’
무대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혜호가 마지막까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며, 유명에게 가짜 꼬리를 내보이던 장면도.
아까 이 무대 위에서 유명이, 혜호의 거짓말을 눈치채버린 장면도.
하아···
그녀는 한숨을 토하더니, 약지에서 금빛 가락지를 뽑았다.
미호의 황금 꼬리와 같은, 천제의 선물.
가락지는 형태를 바꾸어 속이 빈 황금빛의 구체가 되고, 수전당 무대에 서려져 있던 연기(*演氣: 연기의 기운)가 그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혜호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낸 연기. 그 필살의 의지가 이 무대 위에 남아 있었다.
‘하필 대형 사고를 쳐 버려서, 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혜호가 저지른 역리가 너무 컸다.
천제가 준 힘으로도 혜호의 형체는 되살리지 못하고, 영혼만을 보존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녀는 그 구체를 소중히 품에 안고 자리를 떠났다.
*
유명은 그 날 밤, 수원 집으로 돌아왔다.
“유명아, 어떻게 된 거야? 오늘 진짜 공연했어?”
“…네.”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그리고-”
“엄마, 죄송한데…너무 피곤해서요. 나중에 얘기해도 될까요?”
박 여사는 아들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얼굴이 파리하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그렇게 무리한 스케쥴을 진행할 때도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컨디션 관리를 잘 하던 아이였는데.
“어머, 너 얼굴이···! 얼른 들어가!”
“네. 혹시 어디서 연락와도 저 없다고-”
“걱정말고 얼른 들어가 쉬어!”
유명은 터덜터덜 방으로 들어왔다.
공연이 끝난 직후부터 쉴새없이 울리던 휴대폰은 이미 꺼 둔 채였다.
‘미호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싶진 않다. 그런데도 자꾸 미호와 마지막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너도 최고다.
-그래, 같이.
평소보다 훨씬 솔직하고 다정했던 그 말.
혹시, 미리 모든 걸 계획했던 건 아니었을까. 처음부터 자신의 생명을 바칠 생각까지 하고···
고개를 미친듯이 흔드는데 앞이 까맣게 흐려진다.
선계의 체포를 걱정했었는데, 이제는 차라리 체포되어 간 거였으면 하고 바랄 지경이었다.
유명은 그 후, 사흘 밤낮을 꼬박 앓았다.
뭔가 바깥이 시끄러운 듯 했지만, 부모님이 외부와의 접촉을 완강히 막은 듯했다.
무의식 중에 유석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다. 아마 병문안을 왔던 모양이다.
사흘째 아침.
유명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유명아! 누워있지···”
“이제 괜찮은 것 같아요.”
“병원도 한사코 안 가겠다고 하고···”
“그냥 감기몸살인데요. 이제 다 나았어요.”
유명은 너덜너덜한 속을 감추고, 부모님께 웃는 연기를 해 보였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이렇게 엉망이 되어선 안 된다. 미호가 돌아올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자신은 기다릴 것이다.
그의 바람대로 더 성장하면서.
“죽 끓여놨어, 거기 앉아.”
“네.”
엄마는 따뜻한 죽을 담아낸 후, 유명의 앞자리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