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93
짝짝짝짝짝짝–
기립 박수.
영화제에서 멋진 작품을 만나면 관객들이 보내는 박수가 한참을, 아주 한참을 이어졌다.
그도 감성적인 프랑스인답게, 벌떡 일어나 손바닥이 닳을듯이 박수를 쳤다.
휴가기간동안 한 편이라도 더 많은 작품을 보고 싶었기에 10분 간격으로 다음 영화를 예약해 놓았었지만, 다음 관람을 지금 포기했다.
이 영화에는 GV타임이 포함되어 있다. 그는 지금 너무나 궁금한 것이 많았다.
“GV 시작하겠습니다.”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로 보이는 인물이 진행을 시작하고, 앞쪽 객석에 앉아있던 두 사람이 무대 위로 향했다.
한 명은 아…팬텀 역의 배우다. 그는 실재할까 의심했던 인물을 현실에서 만난 듯이 가슴이 벅차올랐다.
다른 한 명은…감독일 것 같다.
“발레리나 하이의 감독인 기도한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Ballerina high의 제목은 비상하는 발레리나의 모습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한 가지의 뜻이 더 있습니다. 흔히 마약을 복용한 후 업 된 상태를 high라고 표현합니다. 화란은 이 영화에서 팬텀이라는 환상에 취해있는 high한 상태이며, 그것이 그녀를 high로 끌어올려 줍니다. 한국에서 마약은 불법이지만 마약같은 영화라는 평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유명은 기도한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영화에 관련된 일에서는 대단한 것을 알고 있지만, 너무 번듯하고 유창하게 이야기하니 평소 캐릭터가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유명이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발레리나 하이에서 팬텀 역을 맡은 배우 신유명이라고 합니다. 이 영화는 제 데뷔작이고, 정말 즐겁게 빠져들어 연기한 작품입니다. 발레에 문외한이었기에 힘든 점도 있었지만, 발레라는 멋진 장르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어서 배우로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부족한 저를 믿고 팬텀역을 맡겨주신 감독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동시통역사가 그들의 인사를 번역했고,
외국인 남자는 다시 한 번 기함했다.
‘뭐? 저 배우가 발레리노가 아니었다고? 연기는 데뷔작? 말도 안돼···’
“20분동안 질의응답 시간을 갖겠습니다. 작품에 대해서 궁금하신 것이 있는 관객분은 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그가 손을 번쩍 들어올려 휘휘 저었다.
금발머리 푸른눈의 외국인이 손을 드는 것을 보고 프로그래머가 반갑게 그를 지적했다.
“저 분께 마이크 갖다드립시다.”
스텝이 종종걸음으로 다가가 그에게 마이크를 건네주었다.
그는 수많은 질문 중에 무엇을 먼저 꺼내야 할 지 심사숙고한 후,
가장 아쉬웠던 부분을 먼저 지적하기로 했다.
“영화 잘 봤고, 한 가지 불만인 부분이 있습니다.”
불퉁한 그의 말투에 객석이 긴장한다.
“…도대체 왜 칸 영화제의 초청을 기다리지 않은 겁니까?”
발롱 파루지에.
그는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프랑스 칸 영화제의 수석 프로그래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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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필터
GV를 진행중이던 프로그래머가 그제서야 그를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칸 영화제의 프로그래머가 여기 왜…어차피 칸은 월드 프리미어 조건(*어디서도 상영되거나 출품된 적이 없는 첫 제출만 참가가 가능한 조건)인데…
그가 황급히 마이크를 들었다.
“칸 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이신 발롱 파루지에 씨 맞습니까? 여긴 어떻게···”
“휴가중입니다.”
“아, 네···그래도 PIFF 출품작에 그런 발언은···”
“하하.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극찬인걸요.”
그가 호탕한 웃음을 지어보였고,
프레스 자격으로 들어와있던 기자는 플래쉬를 펑- 터뜨렸다. ‘땡잡았다’라는 생각을 하며.
관객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칸 영화제 프로그래머래.
-프로그래머가 뭔데?
-영화제를 기획하고 상영작품을 선정하는 직업이야.
“이 영화는 실로 예술적입니다! 영상의 미장센도 훌륭하지만 수준높은 발레리나와 수준높은 팬텀의 연기, 그리고 예술에 대한 인간의 깨끗하지만은 않은 탐욕이 훌륭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 작품을 보기 위해서 10시간 이상 비행해서 지구 반대편으로 왔다고 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이군요!”
프랑스인다운 풍부한 감상을 동시통역사가 능숙하게 번역했고, 기자는 한 자도 빠짐없이 옮겨쓰느라 바빴다.
기도한 감독이 마이크를 받아 응답했다.
“감사합니다. 혹시 다른 궁금하신 점은요?”
“팬텀이 발레리노가 아니라니 믿기지가 않는군요. 여주인공은 발레리나가 맞겠지요? 실로 놀라운 예술적 경지입니다. 혹시 지금 공연중입니까? 가능하다면 한국에 온 김에 그녀의 무대를 보고 가고 싶은데요.”
그 말에 감독이 답했다.
“여주인공 역의 윤세련씨는 부상이 있어 발레를 은퇴했다가, 이번 작품 이후로 다시 재활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세련과의 합의가 미리 있었다.
그녀는 자신은 괜찮으니, 영화 인터뷰 등에서 저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는 솔직하게 대답하라고 했다. 어차피 조금만 검색해보면 나올 진실을 감추는 것이 내키지 않으며,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운이 조금이라도 더 따르지 않을까, 아주 담담한 말투로 얘기했었다.
“저런…무척 가슴아픈 일입니다. 그런 고통이 있었기에 그녀의 지젤이 그렇게 아름다운 것인가 보군요. 한 발레애호가가 그녀의 재기를 응원하고 기다리겠노라고 전해주시겠습니까.”
“꼭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래머는 다음 질문으로 바통을 넘기려 했다.
그런데 그가 마이크를 뺏기지 않으려는 듯이 꼭 쥐고 다급하게 추가 질문을 토해낸다다.
“자…잠깐. 하나만 더! 이 대답을 못들으면 오늘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십시오.”
“그…중반부에서 지젤을 춤췄던 팬텀의 연기, 무슨 필터를 사용한 겁니까. 분명 아득하게 흐린 느낌이 들면서도 자세히 보면 초점은 선명하던데요.”
그 질문에 기감독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건, 노필터입니다.”
“네?”
“그 장면은 일체의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배우의 숨죽인 연기가 그런 효과를 낸 겁니다.”
“왔···! 그게 연기필터라고요?!”
그 말에 발롱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고,
기자는 미친듯이 사진을 찍어댔다.
*
다음날 신문에 기사들이 대서특필되면서, 유명은 문자메세지함이 폭발하는 일을 처음 겪었다.
회사에서는 올라오는대로 매체 인터뷰 등의 일정을 잡겠다고 연락이 왔으며, 가족들의 기함한 반응은 당연했다.
그리고, ‘옷이나 한 벌 사두라’던 프로그래머의 조언은 현실로 다가왔다.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PIFF에 참가하고 있던 해외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앞다투어 연락을 넣었다. 자기네 영화제에 꼭 초청하고 싶다는 메세지를 전하며.
주요한 관계자들이 밥 한번 같이 먹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PIFF 게시판이 폭주했다.
-발레리나 하이 2회차 상영 표 구합니다.
-1회차 본 사람인데 새벽에 현장표 줄 서러 갑니다. 두 번 볼 가치가 있음.
-이 배우 전작있나요? 전작이라도 보고 싶은데 검색에 안나오네요.
└GV에서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믿기진 않습니다만.
남은 한 번의 티켓이 프리미엄이 붙어 팔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폐막식까지 3일 남은 일정을 여유롭게 영화를 보며 즐기려 했던 유명은,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그 발레 영화 배우분 아니세요?
-저 싸인 좀 부탁드려요.
-영화 언제 개봉하나요? 꼭 보러 갈게요.
횟수가 제한된 상영이라 영화보다는 기사를 보고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아직은 길을 다니는 것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알아본다는 경험 자체가 낯선 유명은 번번이 가슴이 두근거리곤 했다.
‘유명인이란…이런 느낌인가보구나···’
그리고 폐막식이 왔다.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 피프레시상 수상작은, !”
발레리나 하이는 피프레시상(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받았다.
뉴 커런츠 부문 작품 가운데 뛰어난 작품성과 진취적인 예술적 재능을 선보인 작품에 수여하는 상으로, 01년 02년 가 수상했던 상.
대상격인 뉴커런츠상은 아니었지만,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은 발레리나 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개봉은 언제하실 건가요? 영화제들 먼저 도시구요?”
“아니요. 초청온 영화제 중에 개봉작 제한 조건이 없는 곳에만 보내고, 예정대로 12월 중에 개봉할 겁니다.”
“왜요? 영화제들 좀 돌고 가도 되지 않나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조엘 슈마허 감독의 이 12월에 개봉합니다.”
아···
유명이 번쩍 깨달은 표정을 했다.
그러고보니 그 영화 개봉이 이 때 쯤이었던 것 같다.
“저희는 그만큼 메이저한 작품은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면 비교해 보고 싶어하는 수요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부산영화제에서 수상하고 화제가 된 점이 그때까지는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할 거고요.”
유명은 기도한을 낯선 눈으로 응시했다.
이런 걸 계산할 줄 아는 성격인 줄은 몰랐다. 하기야, 그런 눈이 있으니 원생에 천만감독 씩이나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요?”
“유명씨 드라마 12월에 방영 시작한다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