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98
그날 카페 회원수는 1000을 돌파했다.
*
바로 다음날부터 유명은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다.
“형, 마스크 쓰고 가세요.”
“에이, 아직 그정도는 아니야. 커피만 금방 사올게.”
“아…안되는데···.어?”
호철이 모는 밴을 타고 이동하다 잠시 커피 한 잔을 사오려고 했던 것 뿐이었다.
그런데, 커피숍의 직원이 어? 보형이- 라고 외친 게 화근이었다.
“보형이? 그 신인배우?”
“어머, 드라마 재밌게 봤어요. 싸인 좀 부탁드려요.”
“이 근처에서 촬영하세요?”
커피숍에 있던 상당수의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고, 그 중 일부는 적극적으로 들이대며 싸인이나 사진을 요구했다.
이런 일이 처음인 유명은 어리둥절하며 싸인을 해주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줄이 점점 늘어나는데 있었다.
결국 호철이 뛰어들어왔다.
“어- 감사합니다. 저희 촬영 시간이 다 되어가서요. 지금 줄 서신 분까지만 싸인해드리겠습니다. 연예학개론 많이 사랑해주세요.”
호철이 능숙하게 사람들을 정리했고, 유명은 십여 개의 싸인을 하고서야 다시 차에 탈 수 있었다.
“…우와. 기분 이상하다…”
“형 앞으로 수십 수백배 심해질 거에요. 이제 일반인 마인드는 버리셔야 합니다. 마스크는 필수! 썬구리는 선택!”
유명의 표정이 멍하게 흔들렸다.
{당연한 거 아니냥. 설마 예상못했냥?}
‘아니,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근뎅?}
‘도를 아십니까에도 한 번도 잡혀본 적이 없었다니까? 그런데 지금은 모르는 사람들이 내 얼굴을 알아본다니까?’
{그래서? 귀찮앙?}
‘아니! 기쁘지!!’
미호는 핏- 하고 웃으며 한쪽 귀를 팔랑였다.
{그래, 너라면 기쁠 법도 하겠넹. 그 기쁨이 언제까지 가려낭···}
*
좋은 일은 겹쳐서 온다고 했다.
“2화 21.7%요! 변호의 품격 이겼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돌아가기 시작한 촬영장에 함성이 뒤덮였다.
피디의 입도 귀에 걸려있었다.
시작이 좋아서 그런지 이 날 촬영은 물흐르듯이 흘러갔다.
조연인 보형의 엄청난 인기몰이, 남주 권도준이 단하루만에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돌아서고 있는 기사 소식, 여주 하나의 잡초같지만 인간미 넘치는 매력이 통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쉬는 시간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워낙 NG가 없어서 ‘9시 종료라고 써놓고 새벽 1시 종료라고 읽는’ 촬영 스케줄이 8시에 끝난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일찍 마친 김에 시간되시는 분들 밥먹고 갈까요. 오늘은 제가 내겠습니다.”
주연 백승효의 선언에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고 근처의 고기집으로 달려갔다.
그 날 채널이 맞춰진 곳은 당연히 였다.
연예학개론이 어제그제 화제가 된 정도를 생각하면, 연예가중계에서 다뤄지지 않을 리가 없었기 때문.
그런데, 모두의 시선을 강탈한 뉴스는 따로 있었다.
“저희 연예가중계에서 독점으로 헐리우드 영화계의 거장, 이번 의 감독이신 조엘 슈마허 감독님과 인터뷰를 성사시켰습니다. 김수화 리포터!”
“네, 귀한 인터뷰를 위해 미국 현지까지 날아온 리이~~~포터 김수화입니다! 제 앞에는 지금 죠엘 슈마허 감독님이 함께 하고 계신데요. 감독님, 한국 팬들에게 인사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앙뇽-하-쎄요.”
12월 8일.
연예학개론 방영일과 같은 날짜에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 이 좋은 평가를 얻고 있었다. 조엘 슈마허 감독이 직접 홍보용 인터뷰를 해주기로 한 모양이다.
그는 저예산 영화의 절정을 보여줬다고 평가받는 의 감독이기도 해서, 유명도 흥미로운 시선을 티비에 고정했다.
어설픈 한국어는 팬서비스였을 뿐, 곧 인터뷰는 통역과 함께 진행되었다.
영화 제작에 관한 간단한 에피소드, 영화에서 주력한 부분, 한국에 대한 인상 등으로 주제가 이어지던 와중에, 리포터의 귀가 번쩍 뜨일만한 이야기를 그가 내놓았다.
“최근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화 중에 인상적인 작품이 있었습니다.”
“한국 영화요? 한국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요?”
“제 프랑스인 친구가 PIFF를 방문했다가 보았다는군요. 제가 흥미를 보이니 감독에게 양해를 구해 테입을 확보해서 보내주었습니다.”
“맙소사. 어떤 영화인가요?”
“Ballerina high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의 오마주라고 하더군요. 스토리에 발레라는 예술을 접목했다는 점과, 크리스틴의 시각을 다른 관점으로 해석한 부분이 재밌었어요. 그리고 팬텀의 연기···”
“팬텀의 연기라면···?”
“젊은 친구가 아주 깊이있는 연기를 하더군요. 이 영화를 찍기 전에 봤다면 참고가 되었을텐데 아쉬웠습니다. 미국에서는 보기 어렵겠지만 한국에선 볼 기회가 있겠지요? 리포터 분도 제 영화를 본 후 기회가 되면 비교해보시면 재밌을 겁니다. 한 번 꼭 볼만한 가치가 있어요.”
“추천 감사드립니다. 꼭 보겠습니다!”
그리고, 스튜디오의 엠씨가 이어 받았다.
“이 인터뷰를 딴 이후 저희는 조엘 감독님이 언급하신 영화를 추적해봤습니다. 발레리나 하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12월 18일에 전국 7개 상영관에서 개봉한다고 합니다.”
“겨우 7개 상영관요?”
“네, 안타깝지만 국내에서 독립영화들은 개봉관을 찾기 쉽지않은 실정입니다. 이 정도 개봉관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제가 되었고 작품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겨우 가능했다는 관계자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영화가 잘 되어서 상영관이 늘어나면 좋겠네요.”
“또 한가지 놀라운 점이, 드라마 연예학개론 아시죠?”
“네, 그럼요. 다음 뉴스가 연예학개론에 관한 거잖아요? 갑자기 그 드라마는 왜요?”
“2화 방영만에 애완남, 야누스남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윤보형역의 배우 신유명씨가, 방금 전 조엘 슈마허 감독님이 언급한 영화의 주연 팬텀이라고 합니다.”
“네? 어머어머. 저 지금 소름 돋았어요.”
식당에 정적이 흘렀다.
수십 개의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 꽂힌다.
유명은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한 마디를 흘렸다.
“주연 아니고 조연인데…착각하셨나봐요.”
사람의 인생은 하루아침에 변하기도 한다.
순풍이 아닌,
태풍에 돛단듯이.
대역
————– 65/74 ————–
“안녕하세요 신유명씨-”
“한 마디만 부탁드립니다!!”
외국 거장의 한국영화에 대한 칭찬은 (어쩌면 그것이 오페라의 유령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하더라도) 애국심 고취와 함께 발레리나하이와 배우 신유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소속사에서는 영화와 드라마에 호재라며 몇 개의 인터뷰를 잡았고, 기사들은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날개돋힌 듯 퍼져나갔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배우. 칸 영화제 프로그래머에 이어 조엘 슈마허 감독의 찬사.]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연예학개론 보형 役 배우 신유명 씨와의 독점인터뷰]그 다음주, 연예학개론의 시청률이 고공상승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기감독이 의도한 바대로, 아니 의도한 것보다 훨씬 더, 영화가 드라마의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3화 26.5%
4화 27.8%
그 두 화 간에 김하나는 갑작스레 주어진 단역을 소화해내고, 권도준이 스승으로 모시는 연기선생님에게 관심을 얻어 개인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그 관심을 우악스럽게 움켜쥐도록 촌철살인의 조언을 해준 것은 보형이었다.
보형의 인기가 다시금 올라간 것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연예학개론 3화 윤보형 명품룩 집중분석] [이 때까지 이런 조연은 없었다? 육미영 작가의 새로운 시도] [괴물 신인배우 등장에 방송영화계 바짝 긴장]그리고 개봉 직전에 맞추어, 블루필름에서 기사를 터뜨렸다.
[발레리나 하이, 세계 각국의 영화제 총 7곳에서 초청.]초청받은 영화제는 실제로는 10개를 넘어섰다. 프리미어 조건이나 미개봉 조건이 걸려있는 영화제들은 제외한 카운트였다.
그리고 그 주 주말에, 발레리나하이가 개봉되었다.
*
서울에 한정된, 7개의 상영관은 물샐틈없이 관객으로 메워졌다.
이번엔 유명의 의도대로, 드라마가 영화를 밀어올린 셈이었다.
칸 영화제 프로그래머와 조엘 슈마허 감독의 호평을 듣고 일찌감치 영화예매에 나섰던 골수 팬들,
영화 오페라의 유령에 심취해 이 영화도 감상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배우 신유명의 개인 팬들까지 나서 예매율을 매회 매진에 가깝게 끌어올렸다.
내년 칸 영화제를 기다렸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이 보상되고도 남았다.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은, 보란듯이 호평을 쏟아냈다.
-영상미와 연기력이 혼연일체가 된 영화
-예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의 양면성을 칼날처럼 헤집는 수작
-나는 발레가 비인간적인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속에 감춰진 인간성을 보았다.
-보형이 보러왔는데 보형이가 없네요. 그런데 팬텀에게 빠졌습니다.
-부산영화제 관객인데 재관람합니다. 칸에 먼저 출품하지 않은 게 너무나 아쉬운 작품.
-원석이었다가 갑자기 커팅을 끝내버린 배우같네요. 이런 배우가 어디 숨어있었죠?
-영화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제가 생각하던 이상적인 미장센이 여기에 있네요.
당연히 돈이 벌리면, 상영관의 수는 늘어난다.
재미요소는 없는 예술영화, 그것도 ‘발레’라는 대중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소재였지만 상영관의 수는 조금씩 늘어갔다.
흥행성과 연기력이 보장된, 신선한 마스크.
신유명이라는 이름 또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핫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명품 회사들에서 의상 협찬하고 싶다고 컨택 온 리스트 좀 보세요.”
“형. 요즘 회사에 전화 엄청 온대요. 형 섭외하려고.”
물론 아직은 ‘신인’, ‘벼락스타’ 취급이었다.
명품회사 협찬은 드라마에서 ‘윤보형’의 캐릭터가 워낙 명품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들어오는 것이며, 섭외가 들어오는 것도 CF나 영화드라마의 조연급이었지만,
그래도 배우 ‘신유명’이라는 이름 밑에 작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것이, 유명에겐 아직 믿기 어렵게 낯설었다.
아직도 그는 가끔 손등을 꼬집어본다.
15년간 무명의 한이 서린 배우의 소망이 반영된 꿈이 아닌가, 싶어서.
연기에 자신은 있다.
자신의 연기가 여기저기서 찾을 만 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와 다르게 가슴으로는…정말? 나라는 배우가 필요하다고? 라고 되묻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그렇대. 맞나봐.’라고 스스로 대답하며, 그는 누구에게 말하기엔 부끄러운…조용한 희열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곁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형체를 한 번씩 내려다본다.
많은 감사함과 다소의 미안함, 상당한 부채의식을 안겨주는 미지의 존재를.
{zzz…맥주먹고싶컁···.냥···.zzz}
12월 23일.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이 날도 그게 뭐냐는 듯이 촬영장은 바쁘게 돌아갔다.
유명은 오늘도 콜타임 30분 전에 들어가면서 큰 소리로 인사를 외쳤다.
“안녕하십니까!”
피디님이 시청률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유명을 보며 싱글벙글 인사를 받아주었고, 매 촬영마다 최선을 다하는 그의 연기에 선배들도 칭찬 일색.
하지만 세상 모두가 그의 성공에 박수를 보내는 것은 아니었다.
“감독님 이번 화 대본은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