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
각성 (1)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소란스러운 광장.
오늘 이 곳에 큰 행사가 있다.
“드디어 나도 각성하는구나. 히히. 제발 초대박 스킬 나와라.”
“지랄. 넌 모자라니까 지능 보정 같은 거나 뜰걸. 크크큭.”
“꺼져. 임마.”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는 사람들.
그들 뒤로 통통한 외형의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을 걸친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청년이 서 있었다.
그는 지금 딴생각에 빠져있었다.
‘아, 피곤해. 빨리 집 가서 우리 애들 잘 돌고 있나 확인해야 하는데.’
상우는 행사보다는 게임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게임 아이템을 팔아서 돈을 버는 다크게이머였다.
돈 좀 된다하는 게임 중에 그의 손을 안 거친 게임이 없을 정도.
그런 그가 대학교 방학을 맞이하여 새로 시작한 온라인 RPG 게임이 있었는데, 용돈벌이 삼아 가볍게 시작한 것과 달리 어느새 깊게 빠져버렸다.
지금도 컴퓨터에 게임을 여러 개 켜놓고 자동 사냥 프로그램을 돌려놓은 상태였다.
때문에 상우의 머리는 온통 집에서 혼자 돌아가고 있을 게임 캐릭터들 걱정뿐이었다.
‘아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
그럴 수만 있다면 이 지루한 행사에는 다른 몸을 보내고, 본신은 게임만 하면 되니까.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며 상우가 궁시렁거리고 있을 때였다.
[아, 아, 모두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진행자의 목소리에 주변이 조금 조용해졌다.
[저는 이번 10차 포탈 각성 프로그램 진행을 맡게 된 헌터 박원태라고 합니다.]
“와아아아-!”
짝짝짝짝-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헌터 박원태.
TV를 보면 한번 쯤 보았을 만한 유명인사다.
30 초반인데 벌써 한 자리 수 랭킹에 있는 길드의 대표를 맡을 정도로 정도로 실력 있는 A급 헌터였다.
[··· 시민 여러분들께서 무사히 각성을 마치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럼 지금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1조부터 앞으로 나와주세요.]
이윽고 지루한 안내가 끝나고 각성 프로그램의 진행이 시작됐다.
각성 프로그램.
국민들을 대상으로 각성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국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마나에 노출된 국민들은 각성하게 되는데, 포탈을 넘게 되면 강제로 각성이 가능했다.
‘드디어 들어가나.’
줄을 서서 기다리고 기다리다 드디어 상우가 있는 조의 차례가 되었다.
앞에서 조잘대는 여자들을 뒤따라서 걷다보니 눈앞에 보이는 조그만 포탈.
그러자, 아무리 무감각하고 무관심한 상우도 슬슬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자, 38조 7번 정상우 씨. 맞습니까?”
“네, 접니다.”
“네, 신분 확인 도와드릴게요.”
액정이 달린 컨트롤러가 상우의 팔에 달린 팔찌형 신분증을 스캔하였다.
[20031213-320XXXX, 정상우.]
“네, 확인 완료되었습니다. 앞에 먼저 들어가셨던 여자 분이 다시 나오시면 통과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자, 다음 분.”
그는 곧 다른 안내원에 손짓에 따라 포탈 앞에 섰다.
“그냥 걸어가면 되나요?”
“예. 생긴 건 이래도 인체에 아무 해가 없으니 안심하시고 그냥 통과하시면 되세요.”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는 말이 떠오른 상우.
발을 성큼 앞으로 내밀어 포탈로 들어섰다.
팟!
* * *
[사용자 인식 중.]
[코드 OX983ALKQ···AJDM76.]
[사용자: 지구인 정상우.]
[인증 완료.]
[시스템 사용 권한 부여.]
[등록 완료되었습니다.]
포탈을 넘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정신을 잃었던 상우.
그는 눈앞에 펼쳐지는 메시지에 부스스 깨어났다.
“으으···.”
두통으로 머리가 빠개질 거 같이 아파왔다.
눈을 뜨자 그의 시야를 가득 메운 건 사방을 가로막은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었다.
그곳은 일종의 격리된 거대한 돔처럼 보였다.
‘··· 여기가 벙커인가.’
하지만 돔은 각성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을 가두기 위한 용도가 아니었다.
이세계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벙커.
“우우웩.”
토악질 소리에 옆을 쳐다보니 옆구리를 붙잡고 토하고 있는 아저씨가 보였다.
상태가 꽤 심각해 보인다.
상우도 어지럽긴 마찬가지였지만.
“꺄아악! 대박 능력 떴어어-!”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쁨의 함성을 지르는 여자도 보였다.
그녀가 만들어낸 건 불꽃의 새였는데, 마치 CG로 점철된 판타지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위화감이 들 정도로 화려했다.
‘겁나 화려하네.’
그런 그녀의 주변은 순식간에 명함을 꺼내든 양복쟁이들로 뒤덮였다.
영입 경쟁이 치열한 헌터 관계자들로 보였다.
상우가 그곳을 약간 부러운 마음을 담아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각성자님 각성 축하드립니다. 속은 좀 괜찮으세요?”
인상이 밝고 친절한 한 남성이 상우에게 말을 걸어왔다.
각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안내원으로 보였다.
“아뇨. 안 괜찮네요.”
“그래도 금방 좋아질 겁니다. 능력은 확인해보셨어요?”
“아니요. 슬슬 확인해보려구요.”
“예. 속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고 생각해주시면 되세요. 생각으로 잘 안되시면 ‘상태창’을 말하시면 뜰 겁니다.”
“네.”
상우도 각성프로그램에 대해 어느정도 알았기에 알고 있는 정보였다.
‘상태창.’
상우가 머릿속에 상태창을 떠올린 순간, 눈앞에 촤르르륵 메시지가 떠올랐다.
───────────────
[정상우]
[능력치]
·근력: 0.7
·순발력: 0.51
·체력: 0.643
·지구력: 0.539
·마력: 0.130
[스킬]
·[분신술(Lv.1)/시전형]
·[분신 강화(Lv.1)/영구지속형]
───────────────
‘이게 말로만 듣던 각성자의 상태창인가’라는 생각에 상우는 기대감을 품고 차근차근 살폈다.
‘··· 진짜 별 거 없네.’
그는 소수점을 넘지 못하여 뭔가 굉장히 초라해 보이는 스탯들 때문에 적잖게 실망했다.
하지만 자신의 불룩 튀어나온 뱃살을 보니 틀리진 않은 거 같다.
상우는 실망하지 않고 계속 살펴보았다.
‘그래도 스킬이 중요하다했지.’
상태창에서 스킬 부분에 집중하자 상세 정보가 떴다.
───────────────
[분신술(Lv.1)/시전형]: 기운을 소모하여 자신과 똑같이 생긴 분신을 소환합니다. 레벨에 따라 소환 가능한 개체수가 늘어납니다. 분신과 연결(링크)됩니다.
-현재 소환 가능한 개체수: 1
-재사용 대기 시간: 24시간
[분신 강화(Lv.1)/영구지속형]: 분신의 본체 능력치 반영 비율을 증가시킵니다.
-현재 능력 반영 비율: 50%
───────────────
분신술!
자신과 똑같은 분신을 만들어 싸우는 스킬이었다.
‘뭐야, 손오공인가.’
게임을 여러 번 접해본 상우는 이 능력이 얼마나 사기인지 알고 있었다.
분신을 소환하면 1인분 하던 캐릭터가 2인분, 3인분··· 마구 강해지니까.
그때 한 가지 사실이 상우의 흥미를 돋구었다.
‘··· 아니, 잠깐만···. 게다가 반드시 ‘싸워야 한다’는 조건이 없잖아? 그렇다면 분신을 실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소린데.’
그렇다면 이 분신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터였다.
왠지 ‘각성 로또’가 터진 거 같다는 느낌에 상우의 눈빛이 번뜩였다.
게임에 관해서라면 깊이 파고드는 상우의 버릇이 발동한 거였다.
“상태창 확인해보셨어요?”
옆에서 다른 각성자들도 살펴보던 안내원이 상우에게 말을 걸었다.
다른 각성자들과 달리 아무런 스킬도 사용하지 않아서 궁금했던 듯했다.
“네. 별 거 없네요.”
“그렇군요. 실망하지는 마세요. 그거 어차피 초기 스탯은 루키가 아닌 이상 거의 다 비슷합니다. 스킬이 중요하죠. 스킬은 뭐 나오셨어요?”
안내원이 덩치에 안맞게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물어본다.
상우는 알려주기 좀 귀찮은 마음이 있었지만, 굳이 숨길 필요는 없었기에 알려줬다.
“분신술 스킬 나왔습니다.”
“아, 네···.”
근데 안내원의 반응이 이상했다. 왠지 안타깝다는 눈빛.
상우는 분신술이 좋은 스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안내원의 조금은 놀라는 반응을 기대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좀 안 좋은 스킬인가요?”
“뭐, 일전에 환영분신술 스킬을 얻으신 분이 계셨는데요. 그때 그 사람이 만든 분신이 아무런 능력이 없는 환영이라서 어그로용 말고는 쓸모가 없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거든요.”
‘음? 난 환영 아닌데.’
그 말을 듣고 상우가 잠시 말이 없자, 상우가 상심한 거라 여겼는지 안내원이 뒤늦게 위로했다.
“그래도 스킬 1개도 없이 각성하는 거에 비하면 충분히 좋은 출발입니다. 너무 상심하지 마시구요. 헌터 쪽 생각하고 계시면 저기 저쪽 보이시죠? 길드 관계자분들 계신 곳에서 스킬 시연해보시면 아마 관계자분들께서 스킬을 보시고 정확히 판단해주실 겁니다.”
각성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포탈 너머 돔 광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바글바글거렸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스킬 시연을 한다라?
상우는 원래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았기에 괜히 남들 앞에서 스킬을 시연하면서 주목을 받기 싫었다.
‘내 생각과 다르게 분신술 스킬이 엄청 쪽팔린 걸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일단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괜찮습니다. 출구는 어디죠?”
“그러면 저기 탐색대 보이시죠? 저기로 가셔서 확인 받으시고 돌아가시면 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안내원이 가리킨 방향을 보자 원통형의 캡슐 같은 게 보였다.
아마도 저기 안에 들어가 전신을 ‘스캔’하는 거 같았다.
상우도 퇴장을 위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는 대기열에 줄을 섰다.
시간이 지나 상우의 차례가 왔다.
“어서 오세요. 각성자님. 스킬은 각성하셨나요?”
“예.”
“스킬명 말씀해주세요.”
“분신술입니다.”
안내원은 상우의 스킬을 듣고도 아무 감흥이 없는 눈치.
심드렁한 말투로 기계적으로 안내했다.
“네, 스킬은 분신술이시고··· 확인을 위해 탐색대에 올라서 주시겠어요?”
“예.”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탐색대 앞에선 상우는 심호흡하고 탐색대 캡슐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어떤 기운이 몸을 헤집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걱정과 달리 1초도 안되서 모든 탐색이 끝났다.
“네, 각성자님. 스킬 탐색 완료되었습니다. 나와주시구요. 1개 이상의 스킬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73%네요. 확인되셨습니다. 스킬은 분신술 스킬로 등록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에? 벌써 끝이에요?”
“네, 끝나셨습니다. 각성자 등록증은 신분팔찌에 발급 완료되었습니다. 자, 다음 분.”
왠지 스킬 등록 절차가 매우 허술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현재 기술로는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 완벽히 파악하는 건 불가능한 거 같았다.
좀 너무 싱겁게 끝나버려서 어안이 벙벙했지만 상우는 포탈을 통과했다.
‘분신술이라··· 무슨 스킬일까?’
발급된 각성자 등록증을 확인하기보다는, 그의 머릿속은 빨리 집에 가서 분신술을 사용해보고 싶은 기분 좋은 기대감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