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2)
각성 (2)
점퍼, 조지 루카스.
30대 후반의 그는 미국의 S급 랭커이자, 인라이튼 그룹의 수장이었다.
순간이동하는 블링크 스킬은 그의 전매특허였고,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오딘의 탑 던전을 최초로 공략한 유일한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사무실에서 누군가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 현재까지 전세계 30억 인구 중에서 80%가 각성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그렇군. 100% 각성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각성프로그램을 참여하는 추세를 보았을 때, 앞으로 5년 이내입니다.”
“5년이라···.”
루카스는 사무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도시를 바라보았다.
“얼마 남지 않았군.”
그 날까지.
* * *
집에 돌아오는 버스.
상우는 돌려받은 스마트폰을 켰다.
참고로 포탈 이동시 전자기기가 망가질 수 있다는 이유로 스마트폰을 반납했었다.
폰을 보니 메시지가 엄청 쌓여있었다.
-[kkd]: 야 스킬 뭐 떴냐. 나 헌터 스킬 2개 떴다
-[kkd]: 쩔지?
-[kkd]: 넌 뭐 떴냐?
-[kkd]: 야 대답 좀
-[kkd]: ㅅㅂ
-[kkd]: 자냐?
-[kkd]: ㅅㄱ
대부분 절친 김경도가 보낸 것들로 영양가 없는 메시지들뿐이었다.
상우는 성의 없이 답장을 보냈다.
-[상어]: 몰라
그러자 숫자 1이 바로 없어졌다.
-[kkd]: 왜? 폐급이라도 뜬 겨?
-[kkd]: 빨리 대답 좀
-[kkd]: 빼애애애액!
-[상어]: ㅇㅇ
-[kkd]: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ㅊㅋㅊㅋ
-[kkd]: 닌 집에서 맨날 빈둥빈둥 거리니까 딩굴딩굴 스킬 떴을 듯
-[kkd]: 얌마 형처럼 밖에서 활동도 하고 그래야···.
‘아오 시끄러워.’
김경도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였다.
그는 털털하고 활달한 외향적인 성격이라 누구와도 잘 지냈지만, 말이 너무 많은 게 단점이었다.
그렇게 김경도와 티격태격하던 사이 어느덧 집에 도착했다.
8평 남짓한 원룸으로 상우의 아지트였다.
현관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들리는 정겨운 소리.
위이이잉-.
“내 새끼들 잘 돌아가고 있나~.”
방에는 2대의 컴퓨터가 돌아가고 있었다.
모니터는 무려 4대.
각 모니터 안에는 똑같은 게임프로그램 창이 각자 4개씩 16개가 켜져 있었다.
프로그램에는 게임 캐릭터들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아이템을 저절로 줍고 마을로 이동하고 창고에 넣는 일련의 행동들까지 완전 자동.
그렇다.
상우는 16개의 캐릭터로 매크로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15개는 부캐(서브캐릭터), 1개는 본캐(메인캐릭터).
본캐의 성장을 위해 15개의 부캐로 파밍(아이템이나 재료, 경험치 등을 모으는 행위)을 해서, 아이템과 돈을 본캐에 몰아주는 방식이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1개의 캐릭터만 키우는 유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빠른 성장을 보일 수 있었다.
컴퓨터 의자에 앉은 그는 본격적으로 게임을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먼저 본캐 창고에 들어와 있는 돈과 아이템을 확인했다.
돈은 항상 거의 고정적으로 들어오지만, 아이템은 랜덤이기 때문.
하지만 희귀한 재료나 장비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꽝이네.’
별 소득이 없었다.
잡템들을 처분해보았지만, 수익은 기대에 못 미쳤다.
결국 허탈해진 상우는, 침대 대용으로 놔둔 낡은 매트리스에 벌러덩 누웠다.
게임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지도 벌써 2년째.
한창 인기가 있을 때는 온종일 파밍한 게임머니를 파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알바를 뛰어넘는 돈을 만질 수가 있었다.
그가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20살이 되자마자 바로 독립할 수 있었던 것도, 그때 벌어들인 돈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하던 게임의 인기가 식어갈수록 점차 벌어들이는 고정 수입이 줄어들었다.
언제까지 희귀한 아이템이 뜰 확률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상황.
‘등록금도 내야 되는데···. 다른 게임 알아볼까. 매크로 만들기 귀찮은데.’
매크로.
자동화 프로그램을 일컫는 말로, 컴퓨터로 하는 거의 모든 것을 매크로로 만들어서 자동화시킬 수 있다.
사람이 할 일을 대신해준다는 측면에서, 매크로는 상우의 성향과 매우 잘 맞았다. 게임을 좋아하지만 노가다를 하는 그 과정을 인내할 수 있을 정도로 끈기 있는 성격이 아니었으니까. 결국 그가 매크로에 빠져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컸다.
매크로를 만들기 위해 각종 프로그램 언어를 섭렵해야했으니까.
물론 그 결실로 일반적인 고등학생이라면 벌 수 없을 수입을 얻었고, 공부 과정에서 딴 각종 컴퓨터 자격증이 플러스 요인이 되어 인서울 대학에도 들어갈 수 있었던 건 긍정적인 결과였다.
때문에 처음에는 게임을 하고 집밖에 잘 안 나가는 상우를 굉장히 못마땅해하던 그의 부모님도, 돈을 벌어 독립하고 등록금도 낸다고 하니 대견해하셨다.
‘그러면 뭐하나. 이 게임도 이제 저물어 가는데.’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게임 시장은 유행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오래 가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게임 트렌드가 바뀔 때마다 흥하는 게임과 망하는 게임이 바뀌는 거다.
결국 상우처럼 게임으로 돈을 버는 유저들은 이 트렌드에 따라 철새처럼 게임을 옮겨 다녀야 했고, 이러한 과정은 상우를 지치게 했다.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일을 찾아야하나. 일하기 귀찮은데···. 현실에서도 누군가 일을 누가 좀 대신해줬으면···.’
그 순간 상우는 방금 전 각성 때 얻은 스킬이 떠올랐다.
‘분신!’
만약 분신술이 정말 그의 생각대로 된다면···.
그는 일단 사용해보기로 결심했다.
원룸 거실에 선 상우.
무슨 대단한 의식이라도 치르는 것처럼 몇 번의 심호흡 이후에 분신술을 사용했다.
‘분신 소환.’
분신술을 떠올리며 스킬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담자, 갑자기 몸에 있는지도 몰랐던 어떤 기운들이 상우의 몸 전체를 휘돈 후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아마도 세상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다는 미지의 에너지 ‘마나’일 터.
상우의 몸에서 빠져나간 미세한 마나는 이내 주변의 마나와 결합하면서 덩치를 불려나갔다.
빛을 발하며 육안에 보이기 시작한 마나.
이내 그 마나는 상우만한 크기로 커지더니, 홀로그램 같은 흐릿한 형체로 어른거렸다.
이윽고 점차 또렷해지면서 드러난 형상.
‘나잖아?’
175 남짓한 키, 적당히 살집 있어서 통통한 체형의 알몸, 큰 눈에 동글동글한 얼굴까지.
바로 정상우의 모습 그대로였다.
“어··· 어.”
“···.”
“··· 네가 분신이냐?”
“예.”
약간 중저음인 목소리까지.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듣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상황이 상우를 소름 돋게 하였다.
왜냐면 예전에 들었던 독일의 미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사람을 보게 되면 죽는다는 도시전설이었다.
때문에 잠깐 겁에 질린 상우.
하지만 이윽고 용기를 냈다.
‘사람이 자기랑 같은 모습을 한 사람을 보면 죽는다던데···. 근데 쟤는 내가 만든 분신이니까 괜찮겠지.’
그리곤 차근차근 소환된 분신을 살폈다.
아무것도 안 입은 알몸 상태라 지방으로 둘러싸인 둥글둥글한 몸과 뱃살, 성기까지 적나라하게 다 보였다.
샤워할 때 거울로 보던 그 모습이었다.
거울과 다른 점은 분신 역시 주변을 조금씩 움직이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는 점.
“야, 만져도 되냐?”
“예. 마스터.”
대답도 잘했다.
상우는 그 말을 듣고 분신의 몸을 만져보았다.
말랑말랑한 촉감이 사람의 피부랑 똑같다.
‘근데 내 몸이 이렇게 물러터진 건가.’
잠깐 자괴감이 들었지만, 상우는 슬슬 이 상황에 적응하면서 오히려 호기심과 탐구심이 솟아났다.
“이제 너에게 명령하면 되나.”
“예.”
뭘 시킬까 고민하던 상우는 일단 간단한 앉으라는 명령을 하려고 생각했다.
그러자, 생각한 순간 분신이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오, 생각으로도 되네.”
상우는 감탄했다.
말로 명령 안해도 되니 더 좋다.
‘누워.’
그 자리에서 눕는 분신.
‘일어서.’
벌떡 일어나는 분신.
‘반복.’
그러자 분신은 누웠다가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하지만 분신은 채 10번도 못하고는 숨을 헐떡이고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뭐야. 분신인데 힘들어하기도 하네.’
그래도 상우는 본인이 안 힘드니까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분신의 능력이 체력과 얼마나 연관이 되는지,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궁금해서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걸 한 10분 정도 지켜보고 있었더니 갑자기 떠오른 메시지.
[체력이 0.001 올랐습니다.]
‘음? 뭐야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