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3)
분신 굴리기 (1)
“헉··· 헉··· 헉···.”
쿵쾅거리며 공원을 전력으로 질주하는 한 마리의 돼지.
뚱뚱한 그 남자는 온몸을 비닐 재질로 이루어진 통풍 하나 안될 것 같은 트레이닝복으로 둘러싼 상태다.
땀을 비 오듯 흘리고, 볼살은 빨갛게 상기되어 터질 것 같았다.
“뚱땡이 오늘도 뛰네.”
“저 아저씨 봐. 열심히 뛰는데 진짜 느려. 키키킥.”
“저 정도 속도면 걷는 게 더 빠르겠다.”
그를 보며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마디씩 수군거린다.
그래도 가끔 어떤 아주머니들은 그 모습이 대견한지, 마실 걸 건네주시기도 했다.
“젊은 청년이 다이어트 열심히네. 이거 먹고 힘내.”
“···.”
그러거나 말거나 돼지, 아니 분신 ‘1호’는 휑하니 지나쳤다.
“··· 버릇없는 청년이야.”
무안해진 아주머니의 찡그려진 미간을 뒤로하고, 그렇게 오늘도 1호는 공원을 말없이 계속 돌고 있었다.
* * *
상우는 오랜만에 체중계에 섰다.
[83kg]
요새 왠지 허기가 져서 평소보다 2배는 먹은 것 같은데, 90kg에 가까웠던 몸이 이주일도 안되서 5kg나 빠졌다.
‘개쩐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날이 갈수록 몸이 좋아진다. 키도 좀 커진 것 같고.
그리고 그 와중에도,
[체력이 0.001 올랐습니다.]
[지구력이 0.001 올랐습니다.]
[순발력이 0.001 올랐습니다.]
상우는 성장하고 있었다.
“와··· 미쳤다.”
상우는 자신의 분신 능력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다른 각성자들이 각성한 스킬들에 비하면 초인적으로 강해지는 스킬은 아니라 얼마나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우의 마음에 아주 쏙 들었다.
‘각성시 스킬은 본인의 평소 바라던 것과 비슷한 게 나온다더니.’
그게 사실이었나보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어도 강해지는 건, 자신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상우는 내심 생각했다.
물론 상우가 아예 가만히 있던 건 아니었다.
분신에 대해 많이 연구를 했으니까.
알아낸 걸 요약하자면,
1. 분신이 입는 고통이나 피해는 나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2. 분신 역시 한계를 넘는 피해를 입거나 에너지를 소진하면 역소환 된다.
3. 내가 성장할 때마다 분신도 실시간으로 성장한다.
4.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생각만으로 명령이 가능하다.
5. 분신이 분신술을 쓰는 건 불가능하다.
이 다섯 가지 정도.
첫 번째는 1호(상우는 자신의 첫번째 분신에게 1호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에게 운동을 시키고 몸을 때려보면서 알아낸 사실이고, 두 번째는 공원을 전력질주로 온종일 달리게 하였더니 5시간째인가에 1호가 역소환되어 알게 되었다.
분신 1호는 체력이 바닥나서 죽은 셈이었다.
다행히 분신 스킬 재사용 대기시간은 소환과 동시에 쿨타임이 도는 건지, 즉시 재소환할 수 있었다.
세 번째는 1호의 움직임과 외양이 자신처럼 점차 나아지는 걸 보고 그렇게 결론을 냈고.
네 번째는 상우가 집에서 ‘1호 팔굽혀펴기 시작’이라고 생각으로 명령했더니, 공원에서 달리던 분신이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확인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분신에게 분신술 스킬을 사용해보라고 명령해봤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기에 알아낸 정보였다.
‘하긴 분신이 분신술 쓰게 되면, 무한 증식이 되니 말이 안되지. 상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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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우]
[능력치]
·근력: 0.7 → 0.707
·순발력: 0.51 → 0.515
·체력: 0.643 → 0.659
·지구력: 0.539 → 0.550
·마력: 0.13
[스킬]
·분신술(Lv.1)
·분신 강화(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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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 0.007, 순발력 0.005, 체력 0.016, 지구력 0.011 등 이주일간 꽤 많은 능력치를 올릴 수 있었다.
소수점 단위여서 얼마 안되는 수치로 보이지만, 상우가 인터넷 백과사전인 ‘헌터위키’에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적은 수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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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란 말 그대로 능력의 수치를 나타낸 것으로, 영어권 국가에서는 스탯이라 표기한다.
능력치 1은 성인 남성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 한계치를 나타낸다.
즉 수치 1이 되면, 인간 한계에 도달한 셈이다.
단순한 단련으로는 보통 하루 평균 1개(0.001)의 능력치도 올리기가 어렵다.
1. 근력: 우리가 흔히 아는 근력으로서 육체적 힘과 관련이 있다.
2. 순발력: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순발력이 높을수록 빠르고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다.
3. 체력: 몸을 움직이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다. 생명과 직결된다.
4. 지구력: 얼마나 오래 몸을 움직일 수 있는지와 관련이 있다. 몸에 남아있는 체력(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한다.
5. 마력: 마나를 활용하는 능력. 마나로 구동하는 스킬의 위력을 증가시킨다.
6. 지력: 학습 및 기억력 등 두뇌 활동 전반에 관여한다.
위의 6가지가 처음 각성자가 얻는 대표적인 능력치들로, 일반 능력치라 부른다. 각성자들 대부분은 이 일반 능력치 중의 일부만 선택되어 개방되는데, 가끔씩 일반 능력치를 모두 개방하거나 특수 능력치를 개방하는 각성자들도 있다. 재생력, 저항력, 활력, 정신력 등등이 특수능력치에 속한다. 이런 특수능력치는 일반 능력치에 비해 좁은 범위에 관여하지만, 대신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획득방법은 대부분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몇 가지 공개되어 있는 특수능력치 획득방법도 있으니 참고할 것.
···
능력치는 훈련과 단련을 통해 성장 가능하고, 던전이나 아이템, 스킬 등으로도 성장시킬 수 있다. 하지만 단순 체력단련으로 능력치를 증가시킬 경우 초기를 제외하고는 성장시키기가 매우 어려우며, E급 헌터 기준인 능력치가 인간 한계인 1에 접어드는 마의구간에서는 거의 성장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이 구간에 접어들면 던전에서 사냥을 하며 능력치를 높여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
상위권 헌터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총기류와 같은 화기에 의지하기 때문에, 근력보다는 순발력과 체력, 지구력 위주로 능력치를 높이는 게 좋다.
···
시작부터 좋은 스킬을 지니고 시작한 경우에는 스킬의 성향에 따라 탱커, 서포터, 마법딜러 등등 포지션이 나뉘게 되고, 포지션에 따라 자신의 주력 능력치를 정해서 집중 육성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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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이었다.
즉, 보통 하루 평균 0.001의 능력치도 올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주일 동안 도합 0.039라는 39개의 능력치를 올린 상우는 말도 안되는 성장을 보인 거였다.
아마도 분신이 쉬지 않고 끊임없이 훈련하는 점, 그리고 명령을 반드시 수행하기 때문에 항상 극한까지 몰아붙여서 움직인다는 점이 이 어마어마한 성장의 이유일 거라고 상우는 생각했다.
‘만약 내가 분신처럼 움직여서 훈련했다면, 78개의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는 건가.’
애초에 그 무지막지한 트레이닝을 견뎌낼 리가 없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분신의 능력치 반영비율은 50%.
때문에 상우는 능력치의 증가효율 역시 절반 수준일 거라고 예상했다.
‘일단 최고치를 목표로 삼아보자.’
지금 그의 목표는 마력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 1을 달성하는 거였다. 유럽의 유명 헌터인 헤라클레스가 각성하자마자 근력 50을 넘겨서 최고 신기록이라고 하던데, 그 정도는 바라지도 않았다.
‘조만간 헬스를 등록해야겠군.’
사실 상우는 태어나서 한 번도 헬스나 제대로 된 운동을 배워본 적이 없었다.
운동을 별로 안좋아했고, 하기 귀찮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현실이라는 게임에서, 상우는 이제 막 시작한 뉴비가 되었다.
‘··· 게임이라면,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아.’
나 자신을, 누구보다 뛰어난 최고의 스펙으로 완성시키고 싶다.
그게 상우의 지금 마음이었다.
때마침 각성으로 얻은 분신술은 그가 상상만 하던 ‘현실 매크로’를 실현화시켜줄 완벽한 스킬이었고.
이제 달릴 일만 남은 거다.
상우는 어느새 재미가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변해버린 컴퓨터 모니터 속 게임 캐릭터들을 바라보았다. 매크로로 자동으로 사냥하는 캐릭터들.
‘최적의 동선을 짜야겠지.’
매크로는 그냥 돌리는 게 아니다. 체계를 짜서 같은 시간 동안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는 게 관건.
만약 상우가 직접 훈련을 하면 성장은 더욱 빠르겠지만, 직접 움직인다는 건 절대 고려하지 않았다. 귀찮았으니까.
‘내가 머리할게. 너는 수족이 되어라.’
··· 분신 1호의 고달픈 노예 생활이 예고되었다.